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9)
38화 – 파티 타임! –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니?
38화 – 파티 타임! – 대체 무슨 일을 겪은 거니?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3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현자의 조언 : 3]
이제는 다들 익숙해진 감각으로 103호 앞에서 다 같이 깨어난 후 105호로 돌아오는 과정.
감격의 눈물이니 포옹 같은 것도 없고 다들 그냥 멍한 표정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고, 나머지는 ‘동물놀이’나 하다가 의식이 끊어졌으니 다들 할 말이 전혀 없었다.
힐끔 힐끔
대답할 수 있는 단 한 명, 송이를 계속 관찰했다. 무언가… 바뀌었다.
호텔의 특성상 안에서 어떤 끔찍한 일을 겪었다 해도 나오기만 하면 다시 온전한 상태로 돌아가지만, 숨길 수 없는 분위기의 변화.
항상 주눅들어 있는 소심한 모습도 사라졌고 한없이 지친 표정.
게다가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 상태창이 모두에게 보여 준 선명한 메시지
최종해결. 유산 ‘다양한 관점’의 획득
뭔지는 몰라도 모두가 정신 줄을 놓고 있던 사이에 송이 혼자 엄청난 모험을 한 끝에 ‘보물’을 얻어낸 상황이라는 것만큼은 이해했다.
말하자면, 한순간에 우리 사이에서 먹이사슬 1위로 올라간 느낌.
모두가 송이 눈치만 보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105호로 향했다.
맛있는 걸 먹다 보면 뭔가 알려주겠지.
*
—-펑!—-펑!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
105호로 들어서자마자 폭죽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사람도 없는데 박수 치는 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사랑하는 고객 여러분! 축하합니다!호텔의 임직원 일동은 고객 여러분이 첫 번째 보물을 찾아내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끝없는 시련! 사라진 동료들! 절망적으로 강한 적들! 그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 보물에 도달한 당신!틀림없이 우리가 기다렸던 영웅임을 입증하셨습니다.
물론, 우리는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초대받은 모든 분들은 보물을 쟁취할 자격이 있는 분들.우리는 여러분이 써 내려갈 영웅적인 서사를 바라볼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다만, 보물은 강력한 힘을 가진 만큼 사용이 무척 어렵답니다.
앞으로 3일 동안 모두가 휴식을 취하며 보물의 사용법에 익숙해지는 게 어떨까요?
때로는 더 큰 전진을 위한 휴식이 필요한 법입니다.오늘의 깜짝 이벤트 : 파티 타임! 이 시작됩니다.
# 파티 타임은 3일간 유지되며 그 기간 동안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호텔에는 파티타임에만 정체를 드러내는 비밀도 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요란한 내용의 안내문이 105호의 디스플레이 전체를 채운 채로 점멸했다.
모두가 순간 말문이 막히기를 30초-
“짝짝짝짝짝짝! 일동 송이에게 감사합니다! 외쳐 빨리!”
그제야 분위기가 탁 터지면서 모두가 요란하게 축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함과 피곤함이 섞인 표정이던 송이도 표정이 붉어져서 어딘가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도 ‘소환’하고 식사를 시작한 후에야 –
청문회가 시작됐다.
“그래서, 흑송이 여사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부탁드려요.”
“언니! 그 이상한 말은 대체 뭐예요 아까부터. 흑송이 여사님이 대체 뭐람”
“그럼 타락송이로 하자. 나 좀 전까지 송이가 무서워서 말도 못 붙임.”
송이가 천천히 풀어헤친 이야기보따리는 자못 충격적이었다.
외계인이 인간의 지성을 추출하기 위해 정신 조작 도구를 써서 만들어 낸 인간목장.
목장이 포함된 우주선. 우주선의 엔진을 담당하는 신적인 초월체.
그 초월체의 도움을 받아 탈출하고, 유산을 얻는 과정.
그리고… 시련.
수많은 지성체가 목만 남은 채 영원히 고문당하는 장소에서 협조자를 만나던 이야기.
‘아타나시아’의 유체들로 가득 찬 곳에서 그 유체를 학살해서 관리자를 무너트리던 이야기.
이 시점에서 이미 전원이 숨도 크게 못 쉬고 있었는데, 심지어 마지막 시련은 다름 아닌 외계인에게 지배당한 ‘우리’와 싸우는 것이었다.
전원 말문을 잃었다.
송이는 그 ‘시련’을 어떻게 헤쳐 나갔는지는 별말이 없었고,
우리도 굳이 ‘송이가 우리를 어떻게 죽였는지’ 캐묻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넘어갔다.
그러고 보면, ‘공포의 저택’에서도 송이는 우리를 죽이는 역할이었지.
공포의 파티 도살자 그 자체네.
물론 이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분위기가 극도로 싸해지자, 언제나 그랬듯이 은솔 누나가 다시 상황을 정리했다.
“자! 어찌 됐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걸로 남겨두고.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정리하자!”
“안내문대로라면 앞으로 3일은 쉬네요. 첫 번째로 해야 할 건 안내문이 시키는 대로, 그 ‘유산’에 대해 우리 모두가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건 ok. 가인이 말고 다른 사람 생각은?”
“‘파티타임’에는 위험한 일이 사라지고, ‘파티타임’에만 정체를 드러내는 비밀이 있다.
이건 뭐, 대놓고 호텔 탐색하라는 말 아닙니까? 적당히 쉬고 호텔 탐색을 나가야 할 모양인데…”
“우리 시간이 생각보다 빡빡하네. 유산도 이해해야 하고, 호텔 탐색도 해야 하고. 그 외에 혹시 뭐 다 같이 고민할 만한 거 없나?”
고민할 만한 점.
사실, 깨어나자마자 상태창을 보면서 의아했던 점이 하나 있다.
“별건 아니고… 상태창에 나오는 날짜가 ‘13일’ 이라서요. 들어갈 때 10일이었고, 동물로서의 마지막 날이 13일.
그 후로는 날짜가 아예 카운트가 안 됐네요. 날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글쎄, 그건 단순하게 생각하면 가인이 네가 그 시점에서 다운돼서가 아닐까?
애초에 그 상태창은 우리가 아니라 ‘너만’ 볼 수 있으니까.
시간 계산도 ‘네가 죽었거나 실패한 이후’는 반영하지 않을지도”
그런가? 뭔가 모호하면서도 그럴듯하다.
“이쯤 해서 각자의 ‘축복’에 대해 다시 한번 정리 해봅시다. 나야 뭐 힘이 세지고 체력이 좋아진다.
아주 단순명쾌한데, 모호하게 복잡한 사람들도 있는듯한데…”
“저는 뭐 ‘상태창’ 이죠. 중간중간 위기 때마다 알림도 띄워주는 상태창”
“나야 마켓이지. 톤파랑 캡사이신, 붕대를 샀네. 마침 말하려고 했는데! 가인이 상태창에 따르면 13일차잖아?
그 날짜대로 내 마켓 시간도 돌아가는 것 같네.
무슨 말이냐면, 매주 3개씩 살수 있는데 내일이 14일차야.
오늘내일 사이에 무조건 3개 유용한 물건 산다.
일단, 하나는 또 캡사이신으로 살꺼야. 다른 두 개는 각자 생각해 봐.”
“제 행운은 ‘기묘한 가족’ 이후로는 뭔가 뜨는 게 없어요… 어쩌면 ‘쿨타임’이 긴 축복일지도”
“‘친화’는 이젠 알겠네요. 아마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호의를 사는 능력이 아닐까…”
“나는 다들 알지? 소통”
*
대충, 6개의 축복은 대략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한가인(20) – 지혜 -> 상태창. 위기시 경고
차진철(31) – 용기 -> 신체 능력 강화
유송이(17) – 친화 -> 초현실적인 존재에게 호감을 얻음
박승엽(14) – 행운 -> 말 그대로 행운. 쿨타임이 길지도?
이은솔(32) – 부귀 -> HP 마켓
김묵성(64) – 소통 -> 머릿속 카카오톡. 대화량 제한이 심함
정체가 불분명한 2개의 축복.
엘레나 이바노프(23) – 정의
김아리(16) – 암시
‘암시’는 알 것 같다.
아리 본인은 모르는 체 하지만 분명히 ‘공포의 저택’에서 아리가 나에게 최면을 걸었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게 아마도 ‘암시’가 아닐까?
현재까지의 대략적인 정보를 정리하고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호텔 탐색전에 먼저 유산부터 확인하자는데 동의했다.
*
‘다양한 관점’, 혹은 팔찌의 기능을 시험하자마자 알게 된 사실.
팔찌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송이 뿐이다.
송이가 팔찌를 벗겨서 다른 사람에게 줘봤지만, 다른 사람의 팔에선 아무 특이성이 없다.
정당하게 얻은 주인만 쓸 수 있다는 것.
앞으로의 보물도 가지게 될 특징일까? 아니면 팔찌만의 특징?
본격적으로 송이가 팔찌를 우리에게 쓰기 시작하자 우리는 단체로 넋이 나갔다.
*
이게 대체 무엇인가. 몇 시간째 팔찌의 힘을 모두가 돌아가면서 겪는 중이지만 매번 놀란다.
눈앞에서 은솔누나의 얼굴이 갑자기 세배로 커지더니, 은솔누나가 사라지고 진철형이 나타났다.
넋이 나간 채로 진철 형을 만지려고 하다가 깨달았다.
사실 그 자리엔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황망해서 뒤로 돌아서자 이번엔 뜬금없이 숲속에 서 있는 나를 봤다.
다시 돌아서자 이번엔 하늘. 주변엔 구름이 가득 차 있었다.
‘다양한 관점’의 힘.
이름 그대로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감각을 마구잡이로 뒤흔들었다!
뭔가 어떻게 ‘저항’을 시도하려고 해도,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아타나시아인지 뭔지 하는 놈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물건을 모든 개체가 가지고 다녔다는 건가…
우리가 보기엔 황당무계한 초현실적인 물건이었는데, 정작 송이의 반응은 애매했다.
“뭔가, 우주선에서 쓸 때와는 다르네요.”
“다르다? 무슨 의미야?”
“훨씬…제약이 많이 걸린 느낌”
???
“아니, 이게 ‘제약이 많이 걸린’ 상태라고?”
“원래도 아타나시아가 쓸 때와 제가 쓸 때의 차이는 심하긴 했는데… 그거야 사용자의 문제였겠죠.
그걸 떠나서 제가 쓴 걸 기준으로 봐도 훨씬 힘들어졌어요. 이동 기능도 막혔고.”
“이동 기능은 어쩌면 우주선의 기능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럴 수도 있죠.”
“훨씬 힘들다는 건 어떤 의미야?”
“쓰기 시작하니까 집중력 소모가 너무 심해요. 10분 이상 사용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
“누나! 그거 아마 너프가 아닐까요?”
“너프?”
“게임에서도 보스가 쓸 때는 어마어마한 스펙의 무기였거든요?
보스를 잡고 그 무기를 얻으면 게임 밸런스를 무너트리지 않으려고 엄청 너프 먹는 경우가 있거든요.”
“…”
“웃기지만 꽤 맞는 설명 같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험해볼게요. 이번엔… 아리야?”
*
신기하다. 그리고 부럽다.
외계종의 정신 지배도구.
관리국에서 사용하는‘어설픈 장난감’들 따위와는 비교가 전혀 되지 않는 성능이네.
가장 놀라운 점은 저런 황당한 성능이면서 대가가 전혀 없는 수준이라는 점.
관리국에서 사용하는 ‘허접스러운 장난감’들은 고작 사람에게 10초 내외의 환상을 보여주려고 피를 1리터를 쓴다던가, 수명을 깎아 먹는다던가, 기기 크기가 건물 사이즈라던가 하는 물건들 뿐인데.
저 여자애가 손에 넣은 물건은 팔찌 사이즈, 지성체를 10분 이상 마음대로 농락하는 수준의 성능인데 대가라곤 머리가 좀 아프다 정도다.
이렇게 터무니없는 물건을 뿌려대니까 관리국에서 매번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호텔에 요원을 우겨넣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념을 하는 동안에도 주변에선 그냥 난리가 났다.
갑자기 불바다가 되었다가 얼어붙은 설원(추위까지 느껴졌다)에 떨어졌다가 동료들의 얼굴만 허공에서 날아다녔다.
저항해볼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드는데… 그만두자.
저런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괜한 경계심을 사면 서로 피곤하지.
슬슬 팔찌 실험이 끝난 걸까? 휘리릭! 하더니 방으로 돌아왔다.
문자열이 허공에 나타났다.
넌 대체 뭐니?
다 기억하고 있어.
뭘 숨기는 거야?
계속 너를 지켜볼 거야.
아, 이미 경계심 MAX네. 진짜 이런 상황 피하고 싶었는데.
하지만 어떡해. 그 ‘목장’에선 내가 억지로라도 힘을 쓰지 않았으면 내가 널 죽여서 모든 걸 망쳤을 텐데.
이렇게 강한 능력을 얻은 사람이 경계하면 너무 피곤한데…
뭔가, 경계심을 푸는 행동이라도 해볼까?
*
슬슬 아리의 시선도 바로잡혔고, 분위기상 대충 송이의 팔찌실험도 끝나가는구나 싶었다.
이제 슬슬 다 같이 호텔 탐색 계획을 짜야겠구나 하던 찰나 –
갑자기 아리가 송이를 와락 껴안았다.
“언니! 사랑해요~~!”
나는 말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