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399)
EP.399 399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1)
399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2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중앙 홀
현자의 조언 : 3]
꼭두새벽부터 모두가 방에서 나와 2층 홀로 움직였다.
과연, 2층 중앙의 거대 테이블에는 두 개의 소포가 도착해있었다.
윙 부츠와 은솔 누나의 강화 도구다.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으며 달려간 누나에게서 곧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나인데?”
“하나?”
“하나잖아?”
은솔 누나의 소포에서 나온 강화 도구는 딱 하나, 푸르게 빛나는 브로치였다.
…
누나가 몇 차례 도구를 시연한 후, 모두가 상황을 이해했다.
새로운 도구, ‘호접몽’은 기존의 도구였던 투명 배지, 악몽 나비를 소환하는 브로치, 셰프 모자를 합쳐서 만들어낸 융합 도구다.
기존의 도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할 수 있고, 추가적인 기능까지 생긴 상태.
이 정도면 거의 유산에 버금가는 물건이다.
누나 또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윙 부츠의 경우 모두가 난항을 겪었다.
“어어!”
— 콰당!
여러 사람이 바꿔가며 신었는데, 신는 사람마다 비행은커녕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바닥을 뒹굴었다.
바닥에 쓰러진 진철 형이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훈련이 꽤 많이 필요하겠는데?”
“오늘 저주의 방에 들어가야 하는데요?”
“그러게.”
결국, 윙 부츠는 아리가 챙겨가기로 했다.
그나마 비행 비슷한 걸 성공이라도 한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지막 대비를 마친 후, 모두가 206호 앞에 섰다.
“…”
“…”
긴장 가득한 분위기에서 할아버지가 헛기침했다.
“크흠, 들어가자. 여기 더 서 있어서 뭐 하겠냐?”
그때, 송이가 질문했다.
“이번엔 누가 봉인 당할까요?”
“글쎄다…. 가인이?”
아니 그건 아니지!
“할아버지, 201호, 205호 둘 다 제가 봉인 당했는데 206호까지 봉인 당하는 건 좀…. 그럴 거면 ‘봉인’이라고 하지 말고 ‘한가인 너프’라고 불러야죠.”
“뭐, 적어도 난 아닐 것 같다.”
— 끼익!
마침내 2층 마지막 저주의 방이 열렸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2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암전된 시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같은 공간.
뭐야?
설마 진짜 또 봉인?
호텔 이 새끼들이 진짜 –
…
아니네.
봉인 당한 상태에선 이렇게 오래 생각할 수 없다.
게다가 저주의 방 이름이 멀쩡히 보였다.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굉장히 직관적인 제목이다.
100일 시간제한 내에 마왕의 부활을 막으라는 의미로 보였다.
바로 그 순간, 주변의 안개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신비로운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파멸 속에서 기도하나이다. 흔들림 없는 이치가 세상을 지탱할 수 있기를. 이로써 우주에 가득한 혼돈이 우리의 작은 새장을 침범할 수 없기를 바랍니다.”
대체 누굴까?
“‘불굴의 이성’이여! 정명한 이치로 세상을 수호하라!”
그 말이 터져 나오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압박감이 날 무릎 꿇렸다.
빛이 있었다.
빛은 곧 인류가 쌓아 올린 합리성의 화신이었으니, 이는 곧 모든 초자연성에 대한 단호한 거부였다.
나는 내가 뭘 해야 할지 즉시 깨달았다.
‘당장 필요한 조언! 아무거나! 3개 다 털어 넣을 테니까 제발 쓸모있는 답변!’
[조언 : 3 -> 0] [시나리오 확인할 것. 이후엔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라.]*
날짜 : 235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첫날 확인한 시나리오 이해가 제공한 정보와 지난 3일간의 경험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초자연적인’ 수단이 먹통이 됐다.
마도서는 아예 반응도 하지 않았고 상태창은 날짜를 보여주는 홀로그램 기능만 남았다.
당연히 순간이동 문신도 먹통이 된 상태다.
원인은 아주 명확했는데, 시작하자마자 작동한 ‘불굴의 이성’ 때문이다.
둘째, 내가 깨어난 장소는 ‘낙원’이라고 불리는 도시다.
낙원은 인간을 네 단계의 등급으로 분류했는데, 나는 4급 시민이다.
셋째, 내가 아는 한, ‘낙원’은 세상에서 가장 지옥 같은 장소다.
— 태앵! 태앵!
“으윽…. 벌써 아침이야?”
“조금 전에 잠든 것 같은데?”
“씨부럴! 수면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 -”
– 4급 시민 파울로, 욕설 감지하였습니다.
“어, 어? 이건 그냥 실수로 -”
– 오늘 점심을 박탈합니다.
어젯밤에 주어진 수면시간은 고작해야 5시간이다.
하루 동안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수면시간이 20%나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집합! 집합!”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요란한 외침.
곧 한없이 찌든 표정의 사람들이 공동 숙소에서 나와 걷기 시작했다.
몇몇 사람들은 졸음을 견디지 못하고 휘청였는데, 그럴 때마다 덩치 큰 반장은 거칠게 고함지르며 걷어찼다.
“이 게으른 놈! 시조께서 알면 너희 같은 버러지는 죽 한 그릇 먹을 자격도 없다고 하시겠지!”
내가 머무르는 장소, 13구역의 ‘노동 교화’가 시작되었다.
몽롱한 정신을 억지로 부여잡은 채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수레를 타고 광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 팅! 팅!
사방에서 헐벗은 사람들이 곡괭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내가 맡은 일은 저것보단 좀 나았는데, 광부들이 1차적으로 불순물 가득한 원석들을 캐면 그 원석을 물과 섞어서 대충 어떻게 하는 일이다.
“이봐! 한가인!”
“… 네.”
“일 이따위로 할 거야? 귀한 미르코늄을 다 흘리고 있잖아!”
“죄송합니다. 더 집중해서 -”
“너, 오늘은 점심 없다.”
“…”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
오전 일과가 끝난 후, 수레는 우리를 더 깊은 탄광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내가 하는 일은 두꺼운 삽으로 사방에서 떨어지는 모래를 걷어내는 일이다.
늙수그레한 노인이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반장, 물, 물 한 모금만….”
물통을 지키고 있던 반장이 짜증을 내며 노인을 걷어찼다.
“무슨 놈의 물! 닥치지 못하겠어?”
그 모습을 본 다른 광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피, 피터슨! 벌써 3시간째 일하는데 물 300mL로 어떻게 버티라는 말이냐?”
그 말을 들은 반장, 피터슨은 되려 눈을 부라렸다.
“뭐가 어째? 네놈들이 어제 게으름을 피워서 생긴 문제 아니냐!”
“게으름이라니 -”
“할당량을 4%나 펑크냈잖아! 로이, 닥치고 일이나 해라. 오늘도 할당량을 펑크내면 다음번엔 식사도 사라질 테니까!”
기세에서 눌린 광부들은 죄다 고개를 숙인 채 반장의 시선을 피하느라 바빴다.
“흥, 버러지 같은 새끼들 같으니라고!”
슬슬 넋이 나갈 것 같았다.
*
저녁 일과까지 마치고 돌아오며 차근차근 생각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이런 끔찍한 도시에 떨어져서, 4급 시민이라는 끔찍한 신분을 받고 종일 일만 하는 걸까?
천기누설이 알려준 206호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3자 대결, 창작물의 단골 소재, 날짜를 수시로 확인할 것.’
이게 지금의 엿 같은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 거야?
3자는 누구고, 이 상황을 설명해줄 단골 소재는 뭐지?
상태창 날짜는 매일 보고 있지만 아무 문제 없는데?
이것 외에도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하나하나 따져볼수록 의문이 사라지긴커녕 더욱 늘어났다.
방 제목이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인데, 마왕은 대체 뭘까?
같은 방을 쓰는 광부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되려 나보고 어린애도 아닌데 그런 걸 믿냐고 놀리기까지 했다.
NPC들의 비웃음 따위야 아무래도 좋다.
정말 당황스러운 건, 3일이나 지났는데 동료들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들 어디로 간 거야?
나처럼 4급 시민 역할을 얻어서 죽어라 곡괭이나 휘두르고 있나?
아니면 도시 내부의 업무를 담당한다는 3급이나 2급?
낙원 전체의 지배자라는 1급?
모르겠다.
상태창만 멀쩡했으면 동료 위치를 확인했을 텐데, 상태창 자체가 ‘불투명 시계’처럼 변해버려서 뭘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든 채 주변 광부들과 공동 숙소로 돌아왔다.
“뭐야, 이건 또 뭐시여?”
“씨발! 또 할당량 부족이라고?”
“터무니없는 소리! 아까 다들 봤잖아? 한 치의 빈틈 없이 수레를 다 채웠는데 -”
“반장, 반장 이 새끼!”
“반장?”
“반장 그 개새끼가 일부를 빼돌린 게 분명해!”
지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던 광부들이 죄다 힘이 펄펄 솟아났다.
그 원인을 제공한 안내문에는 간단한 말이 적혀있었다.
[할당량 재차 위반. 앞으로 이틀간 수면시간 10%를 삭감합니다.]이 순간만큼은 영혼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기 힘들었다.
눈앞에 반장 같은 놈이 다시 나타나면 뒷일을 생각지 않고 패 죽이고 싶었다.
“이봐! 이럴 때일수록 한시라도 빨리 침대에 눕자고!”
침대에 누워서 지난 3일간의 고통을 생각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어지는 지옥 같은 광산 노동.
식사로 주어지는 건 누가 재료를 삥땅 쳤음이 분명한 희멀건 옥수수죽과 누린내 나는 비곗덩어리.
수면시간은 잘 쳐줘야 5시간인데, 하루가 멀다 하고 삭감해댄다.
심지어 반장이라는 놈은 우리가 힘들게 캔 광물을 횡령하기까지 한다.
머릿속에 가득했던 혼란이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마왕이니 천기누설이니 하는 단어는 떠오르지도 않았다.
상태창이 맛이 가기 전에 올빼미가 해줬던 조언이 떠올랐다.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라.’
내가 가장 잘하는 것.
…
상황이 복잡해서 이해할 수 없다고?
아니지, 아니야.
상황은 너무나 단순하다.
내가 해야 할 일도 명확하다.
하나의 붉은 깃발이 뇌리를 스쳤다.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고, 그들이 얻을 것은 전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