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
3화 – 호텔 탐색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2]
훌륭한 식사였다.
스파게티랑 스테이크만 열심히 먹어서 사실 다른 음식은 잘 모르겠지만, 이 두 가지는 맛있었다고 볼 수 있다.
식사 전만 해도 혼란과 두려움과 분노 등으로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이었는데 배부르게 맛있게 먹고 나자, 그래 일단 밥이 잘 나오니 대충 됐다 싶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은 결국 동물인가…
다들 표정을 보니 나와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은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때쯤, 혹시나 해서 시계를 봤다. 점심식사 시간은 12시부터 1시 30분, 현재 시각은 1시 24분 정도.
식사 시간이 끝날 때까지 6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나 말고도 시계를 확인한 사람이 있었다.
“그, 일단 다들 식사를 대충 한 것 같은데 장소를 옮겨야 하지 않겠어요?”
“으음… 은솔 언니, 대화도 그냥 여기서 더 하면 어떨까요. 뭔가 커피 같은 것도 나올 것 같은데”
“우리 아까 다들 경험했잖아? 식사 시간이 끝나면 아까처럼 서로 안 보이는 상태가 될 거야.
‘프라이버시’를 지켜 준다는 대단한 호텔이니까. 그런 대단한 곳이 왜 우리를 납치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직도 서로 할 말이 많아.
장소를 옮겨야 해. 진철씨는 어때요? 팔은 이제 괜찮은가?”
“이제는 괜찮습니다. 좀 긁힌 거였죠. 그리고 누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린 아직 결정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장소를 옮깁시다.”
“옮기자는 말은 맞지만,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밖으로 나가면 또 그 괴물이 있을 테고, 방 안은 1시 30분이 되면 또 각자 사라질텐데…”
그 순간, 안내문이 나타났다.
사랑하는 고객 여러분! 식사 잘하셨는지요?저희 호텔 파이오니어는 고객 여러분의 훌륭한 식사를 위해 매일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여, 엄선된 주방장의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냅니다.
항상 즐거운 식사를 하실수 있기 바랍니다.
오늘의 깜짝 이벤트 : 세상에 나쁜 동물은 없다. 가 종료되었습니다.
다 같이 일시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대화에 참 시기적절한 안내문을 보내네요.”
“아주… 시기적절하지. 이 정도면 사실상 이 호텔의 뭔가가 우리를 매 순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네.
괴물 이야기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이벤트 종료라… 이제는 바깥은 안전하다 그런 건가?”
“나쁜 동물이 없기는 개뿔이. 세상에 사람 잡아먹으려고 칼 들고 날뛰는 원숭이가 나쁜 동물이 아니면 대체 뭐가 나쁜 동물 이라는 거냐?
진짜 미쳐 돌아가는 호텔이구만. 대체 뭐 하다가 이런 곳에 온 건지”
“동물은 원래 사람을 보면 두려워서 다소 폭력적일 때가 있어요.
꼭, 그 막 사악하고 폭력적이라기보단 오히려 자기들이 더 겁을 먹어서 나오는 과격한 방어행동? 그런 느낌으로…”
동물을 좋아하나? 송이의 대답은 다소 뜬금없다.
“아니, 송이양이 생각하는 ‘방어 행동’ 이라는 게 혹시 원숭이가 칼 들고 내 팔을 찌르는 것까지 합쳐서 말하는 거야? 세상에 그런 ‘방어’가 있어?”
가뜩이나 덩치만으로 위압감을 주는 차진철씨가 목소리를 높이자, 원래도 소심해 보이던 송이는 다시 거북이 같은 느낌으로 크게 움츠러들었다.
그걸 보자 차진철씨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헛… 아니 내 말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니… 아니 일단 내가 목소리가 좀 컸구만.
미안 합니다. 아까 찔리고 그래가지고 원숭이만 생각하면 조금 화가 나가지고는… 송이 양에게 뭐라 한 게 아니예요.”
아무래도 이 형님은 생각보다는 좋은 성격인 것 같다.
“자자! 이제 진짜 한 1분 남았다. 일단 다 일어나서 나가자! 나가서 이야기 좀 해야지.”
어느샌가 완전히 무리의 리더처럼 당당하게 은솔 누나가 외쳤다.
무척 자연스러웠고,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이건 단순히 이 누님의 나이가 우리 중 제일 많다, 이런 문제가 아니다.
뭔가… 이 사람은 원래도 누군가를 휘어잡고, 이끄는 일에 익숙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은솔 누나의 외침에 다들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식당 밖으로 나선 후, 105호의 문을 열었다.
[동료에 대해 약간 이해했다.]깨끗하다.
어처구니없게도, 바깥은 무척이나 깨끗했다.
분명 오전에 괴물과 싸우느라 괴물도 사람도 이거저거 던져가면서 싸웠던 것 같은데…
그새 ‘부끄러움 많은 직원들’이 다 치웠단 말인가?
사실 그 난투의 흔적은 무슨 ‘청소’로 해결될 것이 아니고 대규모 수리가 필요한 지경이었던 것 같은데.
새삼스럽다. 이젠 이상한 일에 일일이 의문을 가질 필요도 없다.
프런트쪽으로 향해 걸어가자, 프런트 반대편의 테이블에서 음료와 다과가 셋팅 된 것이 보였다.
인원수도 딱 맞았고, 커피, 주스, 탄산음료가 섞여 있었다. 마치 서로 다른 취향의 사람들을 배려한 것처럼.
“허허… 이 사람들 아주 뭐 꼼꼼~ 하구만. 이렇게 꼼꼼한 분들이 대체 부끄러움은 얼마나 많길래 털끝 하나 보이시질 않는 거냐?
아주 그냥 나오는 대로 멱살을 쥐고 흔들어서라도 물을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어이없는 것 이상으로… 좀 소름이 돋을 정도네 이 맛은”
“맛이 뭔가 이상해요? 은솔언니?”
“이상한 게 아니고, 너무 내가 좋아하는 그 맛이야. 설탕 비율도 우유 양도… 아마도 원두 종류까지.
딱 보자마자 색깔이 너무 내가 아는 그 색깔이라 설마 했는데. 여러분도 한번 보세요.
내 생각엔 여러분이 가장 바라는 음료수가 딱! 맞춰져 있을 느낌인데.”
나는, 어찌 됐든 펩시 제로 라임향을 즉시 마실수 있어서 이런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어찌 됐든 맛있는 걸 먹고 마시는 건 좋은 일 아닌가. 더 깊이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천천히 한잔 하면서 긴장을 풀고 나자 역시나 대화의 시작은 차진철씨였다.
“대체 뭐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아까부터 핸드폰이 전파를 못 잡는다는데, 다 똑같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구만… 이런 일은 재난관리국 관련된 기사에서나 봤던 것 같은데 내가 엮일 줄이야.
일단은 다들 어떻게든 나가는 게 목표 아니겠습니까?
정문부터 가 봅시다. 사실 이 정도 상황에서 쉽게 보내줄 리는 없어 보이기는 하는데 확인할 건 확인해야겠지.”
다행히 프론트 데스크 옆에는 건물의 대략적인 구조도가 있었는데,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다 함께 프론트 데스크에서 반 층 내려가서 좌측으로 꺾은 후 복도를 쭉 걸어가자 건너편에 정문이 보였다.
그리고 정문에 도착했을 때 우리 모두는 다시 한번 말문을 잃었다.
하늘이다.
정말로, 하늘이었다. 문밖으로는 그냥 시퍼런 하늘만 쭉 펼쳐져 있고, 한참 밑에 구름이 보인다. 땅은 어찌나 멀리 있는지 숫제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문을 열고 밑을 살짝 확인하려는 순간, 알람이 떴다.
[도구 없이 하늘에서 문을 여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아… 아… 문을 열면 안 된다고 하네요.”
“가인이 너 진짜 문 열려고 했던 거냐? 비행기 탈 때도 창문 못 여는데 당연히 하늘에서 문 열면 안 되는 거지. 난 그냥 문 가까이 가는 줄 알았네.”
“하하하… 그러게요. 너무 황당한 상황이라 저도 모르게”
“아니 이게 진짜… 이놈의 호텔은 무슨 하늘을 날아다니기라도 하는 건가? 살다 살다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
얼빠진 표정의 은솔누님도 동의했다.
“나름대로… 이 나이때까지 잘 먹고 잘 살면서 외국도 많이 다녀봤고 신기하고 재미난 것 많이 보고 살았다 자부했는데 헛살았네.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보다니”
“최소한 여기로 나갈 수는 없겠네요. 날개라도 달린 게 아니라면야. 하하 세상에 제주도가 이렇게 대단한 섬인 줄 상상도 못 했네 하늘을 나는 호텔이 다 있다니”
“저기! 여기 뭐라고 써있어요!”
송이의 목소리에 다들 뒤돌아보자 정문 우측 벽에 기묘한 낙서가 새겨진 것이 보였다.
대체 뭘까. 탈출루트 2? 그러면 1도 있다는 건가?
아니 그보다도 정문이 진짜 탈출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뒤에 있는 ‘특수한 도구’는 또 무엇인가.
하늘을 나는 도구라도 되지 않고서야이런 곳으로 나간다는 게 가능한가?
게다가 이 글을 새긴 사람은 누구일까? 호텔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의 방식을 보면 호텔은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이 호텔에 우리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다? 조금 섬뜩해지기 시작했다.
떠오른 생각을 즉시 전달했다.
“탈출루트 2 라고 적혀 있네요. 1은 무조건 있다는 것이고, 뭐 3이나 4나 5도 잘하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최소한… 하늘을 나는 방법을 찾기보다는 쉬운 방법이 있을 것 같네요.”
낙서를 한 사람이 누구인가의 문제는 그냥 아껴두기로 했다. 섬뜩한 일 따위는 이미 너무도 많아서 새삼스레 분위기만 끔찍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 말을 들으니까 좀 낫네. 일단은 아까 커피 마시던데로 돌아가자. 부끄러움 많은 직원분이 커피는 자알 내리시는지 괜찮더라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빠른 탈출이 무산되자 다들 약간의 허망함을 느끼며 테이블로 돌아왔다.
당연하다는 듯이 모두가 먹고 마셨던 테이블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깔끔하게 음료도 다과도 다시 셋팅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새삼스럽게 신기하다는 둥의 이야기를 말하지도 않았다.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우선은, 호텔을 돌아다니면서 구조를 좀 살펴보는 게 어떻습니까? 좀 전에 이 구조도를 볼 때 좀 이상한 게 있었거든요.”
“나는 잘못느꼈는데. 뭐 있었나요?”
“계단이 없어요. 구조도엔 지하, 1층, 2층, 3층은 물론 체육관? 수영장 뭐 이런 온갖 시설이 다 나와 있는데, 황당하게도 계단이 한 개도 없어요.
엘리베이터만 있고. 뭐 호텔에서 계단 쓰는 일이 드물긴 한데, 보통은 비상계단이 다 있지 않습니까?
화재 지진 뭐 이런 것 때문에라도 꼭 있고, 그 비상계단이 구조도에 있어야 되는데 안 보여요.”
즉시 일어서서 구조도를 살피던 차진철씨에게서 바로 반응이 나왔다.
“진짜인데? 계단이 아예 없다. 원래 그 사람 달리는 모양에 퍼런색 표시 해가지고 재난시 여기로 탈출하세요 하는 계단이 없어.”
“음… 뭘 하든지 일단 이 호텔 구조를 대충 알긴 해야겠지. 우선, 마실거 다 마셨으면 일어나서 돌아다니면서 뭐 특이한 거나 확인 좀 하자.
아 그리고 웬만하면 다 같이 다니면서 하자. 뭔가… 느낌이 좀 그래. 혼자 다닐 만한 곳은 아닌 것 같다.”
은솔누님의 상황 정리를 끝으로, 다 같이 일어나서 호텔을 수색하기로 했다.
1시간 30분 정도의 수색이 끝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1. 지하엔 각종 편의시설, 1층은 프론트, 약간 내려가면 정문과 ‘소형’ 객실, 2층은 ‘중형 객실’, 3층은 ‘대형 객실’이 있다.2. 이 건물에 계단은 없다.
3. 층을 옮겨갈 수 있는 수단은 엘리베이터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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