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01)
EP.401 401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3)
401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6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미르코늄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은 총 24반이 있는데, 각 반은 1인의 반장과 20명의 광부를 포함한다.
즉, 24명의 반장과 480명의 광부가 있는 셈이다.
반장이라 해서 딱히 광부보다 계급이 높은 것은 아니다.
애초에 반장이란 광부 중 덩치 크고 성질 더러운 놈 하나 골라서 시키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광산 관리자들은 이 성질 더러운 양아치에게 광부들을 마음대로 다룰 권리를 준다.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명확하다.
반장은 양아치답게 광부들을 학대하며, 재물이든 음식이든 열심히 횡령한다.
광부들의 마음은 반장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찬다.
이렇게 4급 시민들끼리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하면, 3급 이상의 광산 관리자들은 한 발 떨어져서 신선놀음만 하면 된다.
이러다가 몇 달~몇 년에 한 번씩 도를 넘은 반장을 징계하면 그만이다.
광부들은 타락한 반장을 응징한 상위계급의 자비에 감사할 테니까.
광산 통제를 위한 잔혹한 법 또한 존재한다.
낙원의 특별법에 따르면, 지하에서 반장이 죽으면 해당 반에 속한 광부 전원을 살인죄의 공범으로 처리한다.
언뜻 생각하면 광부 전체에 연대책임을 묻는 황당한 법이나, 역사책을 뒤져보면 제법 유서 깊은 방식임을 알 수 있다.
바로 전근대 동아시아 국가에서 널리 시행한 오가작통법이다.
이 법 때문에 광부들은 반장에게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며, 혹시 누가 반장을 해칠까 봐 서로를 감시하게 된다.
*
모든 일의 시작은 간단했다.
이른 아침, 광산 수레에 앉은 피터슨 반장이 즉시 일어나 분개했다.
“어떤 새끼가 내 자리에 날카로운 돌 뒀냐? 누구야!”
광부들은 당황할 뿐,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피터슨이 얌전히 넘어갈 성격이면 반장에 뽑히지도 않았다.
“오~! 좋아. 다들 아가리 여물고 있겠다 이거지? 순서대로 한 놈씩 싸대기 칠 테니까 이리 나와!”
이 미친 새끼가 또 시작이구나.
광부들이 체념한 표정으로 고통이 다가오길 기다리던 그 순간.
4급 시민답지 않게 훤칠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청년이 일어섰다.
“피터슨, 오늘 당신은 너무 억지를 부리는 것 아닙니까?”
“뭐야? 한가인 이 새끼가 진짜 -”
다음 순간, 모두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가인의 멱살을 잡으려던 피터슨이 갑자기 균형을 잃으며 넘어진 것이다!
수레가 광산 지하로 빠르게 이동 중이었으므로 이는 매우 위험한 자세였다.
놀란 광부들이 일어서서 피터슨에게 다가갔다.
반장이 개새끼이긴 했지만, 이렇게 죽기라도 하면 애꿎은 광부들이 단체로 감옥에 끌려갈테니 별수 없었다.
바로 그 순간.
피터슨이 다시 한번 균형을 잃고 몸이 미끄러졌다.
“으악!”
그리고 –
“으, 으악! 손을 놓쳤습니다!”
청년의 당황스러운 외침과 함께 피터슨이 광산 수레에서 미끄러졌다.
“끄아아아악!”
— 콰직!
기껏해야 딱 5초.
모두가 숨 한번 돌리기도 전에 피터슨 반장이 떨어져 죽었다.
당연히 수레의 사람들은 죄다 넋이 나갔다.
“바, 반장이 죽었어!”
“이게 대체 뭐야? 어, 어떻게 된 거냐고!”
“조, 조지!”
“뭐?”
“네가 피터슨 반장 옆에서 다리를 걸지 않았어?”
“이 개새끼가 어디서 -”
광부들이 서로를 탓하며 미쳐버리려는 순간,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진정하세요. 싸워봐야 아무 의미 없습니다. 피터슨이 수레에서 미끄러지는데 조지 탓이든, 제임스 탓이든 광산 관리인 분이 신경이나 쓸까요?”
다들 얼이 빠진 채 청년을 바라보았다.
“이거 참 큰일입니다.”
“…”
“이제 모두가 살인자가 됐어요. 그렇죠?”
“…”
“어떻게 하죠? 이대로 복귀해서 반장의 죽음을 신고하면…. 다 같이 지하 감옥에 끌려가 죽느니만 못한 고통을 겪게 될 텐데.”
“그, 그래서 뭘 어쩌자는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명의 반장이 죽으면 스무 명의 광부가 살인자가 되죠. 그렇다면….”
“… 그렇다면?”
“20명의 반장이 죽으면 어떨까요? 그때도 관리자들이 400명의 광부를 살인자로 만들까요?”
모두가 넋이 나간 채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답했다.
“마음을 굳게 먹읍시다. 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
수레가 지하에 도착한 후, 흰 피부의 청년은 조심스럽게 오른쪽 반으로 이동했다.
“로이드 반장님!”
“뭐야? 넌 피터슨 쪽 광부 아니야??”
“역시 기억력이 좋으십니다. 피터슨 반장님이 하실 말이 있답니다.”
혹시 뭔가 또 삥땅 친 게 있나 싶어 로이드는 싱글벙글하며 피터슨 팀이 일하는 장소에 들어갔다.
“자, 피터슨은 어디 있냐?”
“…”
“피터슨은 어디 있냐고 -”
— 콰직!
곧바로 좌우에서 날아온 곡괭이가 로이드의 어깨와 머리통을 연거푸 연타했다.
으깬 감자처럼 변한 로이드를 바라보던 하얀 청년은 곧 로이드가 있던 장소로 이동했다.
“광부 여러분!”
정신없이 곡괭이를 휘두르던 로이드 팀의 광부들이 청년을 주목했다.
“로이드 씨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반장의 신상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은 로이드 팀이 깜짝 놀라서 옆방으로 이동했을 때, 그들이 본 건 육 편이 된 로이드의 시체뿐이었다.
“이, 이, 이게 대체!”
“왜 그러시죠?”
“왜는 무슨 왜야! 네놈들 설마 반장을 죽인 거냐? 이 미친 새끼들이 -”
“이것 참 큰일입니다.”
“뭐 이 새끼가 -”
“우리 쪽 피터슨 반장도 죽었거든요.”
로이드 팀 광부들이 충격에 빠진 채 눈을 부릅떴다.
“이제 두 명의 반장이 죽었으니, 40명의 광부가 살인자가 됐군요.”
“어, 어떻게 이런 일이 -”
“20명의 반장이 죽으면 어떨까요?”
광부들의 시선이 청년에게 모여들었다.
그는 한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을 굳게 먹읍시다. 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곧 광기가 광산 전체를 가득 채웠다.
어느 시점부터 광부들은 이게 정말 올바른 선택인지 아닌지도 생각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에겐 ‘명분’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증오스럽기 그지없는 반장을 쳐 죽일 수 있는 명분이.
*
한적한 오후.
3급 시민이자 미르코늄 광산 관리인인 루퍼트는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 루퍼트에게 충격적인 보고가 들어왔다.
“뭐, 뭐라고!”
“반장 한 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탈출했습니다! 그의 보고에 따르면, 광부들이 미쳐서 반장들을 때려죽이고 있다고 합니다.”
루퍼트가 진압 팀을 끌고 정신없이 광산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광부들은 어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주저앉아있었고, 스무 명이 넘는 반장들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순간, 루퍼트가 떠올린 감정은 살인 피해자에 대한 동정이나 광부들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이, 이건 파면이다! 내 경력은 끝이라고!’
낙원에서 4급 시민, 노동자의 목숨은 하찮다.
광부 한둘 죽어간다 해서 이런 ‘사소한 문제’가 루퍼트의 경력에 영향 주는 일은 없다.
…
하지만 20명의 반장이 죽고, 400명이 넘는 광부가 감옥에 끌려간다면 어떨까?
당연히 내일 조간신문 헤드라인은 확정이고, 광산주들의 열화와 같은 분노가 루퍼트를 덮칠 것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루퍼트의 영혼이 승천하려는 그 순간,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참 큰일입니다.”
루퍼트는 멍하니 고개를 들어 광부답지 않게 하얗고 훤칠한 청년을 바라보았다.
“반장 20명이 살해당했으니, 현장의 500명에 가까운 광부가 살인자가 됐군요.”
“…”
“세상에! 20건의 살인사건과 500명의 살인자? 내일 뉴스에서 난리가 나겠는걸요?”
“…”
“루퍼트 경은 무서운 책임을 지실지도 모릅니다.”
“이 버러지 같은 4급 새끼! 네 주둥이를 당장 -”
“경, 이건 어떨까요?”
루퍼트는 홀린 듯이 고개를 들었다.
광기와 시체로 가득한 광산, 이런 장소에서 태연히 미친 소리를 주절거리는 청년에겐 분명 어딘가 비범한 구석이 있었다.
“20명의 반장이 큰 사고를 당했다 쪽은 어떻습니까?”
“…”
“굳이 반장이라고 밝힐 필요도 없겠죠? 그냥 광산 통로가 무너져서 4급 노동자 몇 명이 죽었다?”
“… 살인을 숨겨달라는 거냐?”
미친 소리였다.
하지만 논리적이기도 했다.
그의 머릿속에 두 종류의 뉴스 기사가 떠올랐다.
한쪽에는 지하 광산에서 500명이 광기에 물들어 서로를 죽였다는 뉴스가 실려있었다.
볼 것도 없이 도시 전체가 시끄러워질 테고, 루퍼트의 경력도 여기서 끝이다.
다른 쪽에는 광산 사고로 4급 시민 20명이 죽었다는 뉴스가 실려있었다.
“…”
청년은 한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음을 굳게 먹읍시다. 다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루퍼트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을 때, 청년이 한 문장을 추가했다.
“참, 반장 한 명이 살아서 탈출하지 않았습니까?”
“… 자네가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모든 반장은 사고를 당했다네. 슬픈 일이지.”
이렇게 480명의 광부가 23명의 반장을 살해한 일은, 24명의 불행한 노동자가 사고사한 일로 뒤바뀌었다.
*
사고를 수습한 후, 루퍼트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상부에 보고했다.
광산 일부가 붕괴하여 4급 노동자가 약간 죽었다.
이 정도면 별일 아니지 않을까?
과연, 조간신문에 실린 미르코늄 광산에 관한 기사는 2면 구석 한쪽에 자리 잡았다.
4급 시민이 낙원에서 ‘소모’당하는 일은 정말이지 사소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광기 가득한 광산에서 태연자약한 태도로 사악한 말을 지껄이던 광부의 얼굴이 어렴풋이 뇌리를 스쳤다.
루퍼트에게도 생각은 있었다.
“조지.”
“루퍼트 님?”
“어제 내 앞에서 주둥이 놀리던 놈 이름이 뭐였지?”
“4급 시민 한가인일 겁니다.”
“… 그놈을 처치해야 할 것 같지 않나?”
“동의합니다. 제법 불쾌한 방향으로 머리를 굴리는 놈이니까요. 조만간 틈을 봐서 처치하겠습니다.”
“좋아. 참, 광산에 아직 신임 반장은 없지?”
“다음 주 중에 새로 뽑겠습니다.”
어떻게든 큰 위기를 넘겼다 싶어 루퍼트의 표정에도 미소가 돌아왔다.
분명, 광산은 다시 원만하게 돌아가리라.
이틀 후, 「해피해피 낙원 뉴스」에 충격적인 기사가 떴다.
「충격 실화! 17번 구역 미르코늄 광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해피해피 낙원 뉴스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기존의 ‘통로 붕괴’와 관련한 보도는 모두 거짓입니다.
그렇다면 광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4급 시민 한모씨의 비통한 증언에 따르면, 다수의 3급 시민이 폭력적인 태도로 4급 시민을 학대했으며 -」
기사를 읽던 루퍼트는 또다시 영혼이 나갔다.
어느샌가 이 사건은, 폭력적인 3급 시민들이 무고한 4급 노동자를 스물이나 살해한 사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