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02)
EP.402 402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4)
402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4)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39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해피해피 낙원 뉴스」와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간 후, 나는 독방에 갇혔다.
더 이상 광산에서 일할 필요가 없으니 몸이 편해져서 기뻤다.
게다가 독방에 가뒀다는 행동의 의미가 뭐겠는가?
내가 이상한 짓 할까 봐 두려워서 가두긴 했으나 죽일 생각은 없다는 이야기다.
미르코늄 광산에서 벌어진 의문의 대량 살인사건에 관한 뉴스가 TV를 점령한 상황.
이 시점에 핵심 제보자인 날 죽인다?
언론사에 더 큰 먹잇감을 던져주는 일이다.
이러니까 일을 벌이려면 크게 벌여야 한다.
그렇게 긴장의 끈을 살짝 놓은 채 다음 계획을 떠올리던 중.
갑자기 독방의 문이 열렸다.
— 끼익!
어둠 속에서 나타난 두 명의 거한이 내 머리에 후드를 씌우는 순간, 나는 내 계산의 어디가 틀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안녕.”
“…”
“잘 있었어? 네 이름 기사에서 봤어.”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방 내부의 변수로 계산할 수 없는 존재가 개입했을 뿐이다.
날 납치한 두 명의 거한은 할아버지와 진철 형이었고, 두 사람을 빼돌린 사람은 은솔 누나였다.
“아니, 누나는 2급이에요?”
“그렇더라.”
“와! 나는 시작부터 4급 받고 광산에서 구르는데 은솔 누나는 시작부터 귀족? 이 무슨 부조리한 -”
“미안한데, 내 말 좀 할게. 여유시간이 거의 없어. 8분 내로 널 돌려보내고 나도 근무 장소로 돌아가야 해.”
은솔 누나의 이 말은 중요한 사실을 암시했다.
4급 시민들은 하늘처럼 여기는 2급 시민조차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
결국 그들도 도시의 감시를 받는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동료들 신분부터 알려줄게. 뒤에 할아버지와 진철이도 들으세요.”
한가인 : 4급 시민, 광산 노동자.
박승엽 : 4급 시민, 보육원.
“승엽이는 부모 잃은 아이 역할이에요? 황제에서 갑자기 -”
“바쁘니까 말 끊지 마.”
차진철, 김묵성 : 3급 시민, 인포서.
엘레나 : 3급 시민, 배우.
김상현 : 2급 시민, 특수 요원.
“다 들었지?”
“셋이나 빠졌는데요?”
“미로, 아리, 송이. 셋은 내가 파악할 수 있는 리스트에 없어.”
“그 말은 -”
“셋 중 하나야. 첫째, 봉인. 둘째, 1급 시민. 셋째, 등급외.”
“…”
“봉인이야 알 테고, 1급 시민은 레온 카디로프와 주변인이야. 이들의 신분은 일부를 제외하면 철저히 숨겨져 있어. 등급외는 한국으로 치면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들이야. 대부분 범죄조직에 속해있지.”
“이해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내가 전해주려는 정보야. 이제부턴 네가 말해야겠지. 대체 광산에서 그 난리를 일으킨 이유가 뭐야?”
시간이 촉박했기에 핵심만 전달했다.
“단순히 일이 힘들어서 사고를 친 게 아닙니다. 다들 유산이나 축복을 잃었죠? 그냥 일반인이 된 상태입니다. 이러면 낙원의 통제에서 벗어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아하, 초능력이 없어서 자력으로 낙원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낙원 전체를 한번 조져보기로 했다?”
“…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우리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겠죠.”
“설득력 있어. 계속 그렇게 해. 내가 지원해줄 테니까, 죽창으로 다 찌르든지 해.”
누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최선을 다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일으키라고 했다.
은솔 누나는 재벌 집 막내딸이다.
…
그래, 이런 게 또 호텔의 묘미지.
“잘하고 있어. 시간이 없으니 헤어져야겠네. 참, 내일부터 수사기관이 널 부를 거야. 준비는 했어?”
“그럼요.”
“믿을게.”
*
다음 날, 꼭두새벽부터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날 2급 고등 법무관에게 데려갔다.
새삼 도시에서 이 일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이 실감 났다.
겨우 4급 시민 몇 명 죽었을 뿐인데?
이렇게 볼 일이 아니다.
광산 관리인 루퍼트의 의도대로 매몰 사고로 끝났다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이건 ‘살인사건’이기 때문이다.
도시 전체의 치안과 관련한 문제다.
곧, 고등 법무관의 질문이 시작됐다.
“4급 시민, 한가인. 지금부터 오롯이 진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라.”
“맹세하겠습니다.”
“내 앞에서 하는 말에 단 하나의 거짓말이라도 있다면 즉결 처형임을 알라.”
“물론입니다.”
“이제부터 질문하겠다. 그대가 「해피해피 낙원 뉴스」의 기자와 나눈 인터뷰에 따르면, 3급 시민 루퍼트와 그 사용인들이 24명의 광산 노동자를 살해했다. 맞나?”
“그렇습니다.”
그 순간, 건너편에서 듣고 있던 루퍼트가 분을 참지 못했다.
“야! 이 악마 같은 새끼가 -”
— 탁!
고등 법무관이 나무망치로 탁자를 치며 눈을 치켜떴다.
“루퍼트.”
“… 네.”
“내가 말하는데 다시 한번 끼어들면 몸 성히 나가지 못할 줄 알게.”
“죄송합니다. 존경하는 법무관님, 다시는 끼어들지 않겠습니다.”
“한가인, 재차 질문하겠다. 자네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루퍼트는 이렇게 반박했다.”
역시 나보다 루퍼트에게 먼저 사실관계를 물어본 모양이다.
이런 부분에서 4급 시민과 3급 시민의 대우 차이가 느껴졌다.
루퍼트는 뭐라고 반박했을까?
모든 사실관계를 무작정 부정하며 제로베이스에서 거짓말을 짜낸다?
이러면 오히려 상대하기 쉽다.
아무렇게나 지어낸 거짓말은 잠깐만 들어봐도 빈틈이 드러날 테니까.
“우선, 그는 24명의 광산 노동자가 살해당했음은 인정했다. 이 전에 밝혔던 갱도 붕괴로 인한 사망은 본인의 거짓 보고였음을 인정했다.”
“…”
“참고로 여기까지만 해도 루퍼트 그대는 파면이다. 인정하는가?”
“그렇습니다. 저 또한 광산 운영 미숙에 대한 처벌은 받아들이겠습니다.”
사고사가 아니라 살인사건인 것까지는 인정했구나.
본래 루퍼트는 커리어가 망쳐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사건을 덮으려 했었는데, 일이 커져서 살인죄를 뒤집어쓰게 생기자 커리어고 자시고 다 포기한 셈이다.
“루퍼트의 다음 말은 그대가 말한 사실관계와 전혀 다르다.”
“듣겠습니다.”
“살해당한 24명의 피해자는 광산에서 ‘반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업무 특성상 다른 광산 노동자들에게 원한을 사기 쉬운 위치라 한다. 이 부분은 그대가 언론에 밝히지 않았다.”
“… 인정합니다. 다만 법무관님, 제가 피해자들의 직책을 감춘 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필요가 없다?”
“우린 모두 함께 광산에서 일해왔습니다. 당연히 모두가 친한 형 동생처럼 친근함을 느꼈고, 어렵고 힘든 일도 항상 함께해왔죠. 그러니 누군 노동자고, 누군 반장이라 구분할 필요가 -”
“야! 뭐가 어째? 반장을 친한 형, 동생처럼 느껴? 이 미친 사기꾼 새끼가 -”
— 탁!
고등 법무관은 이번엔 입을 열지도 않은 채 가볍게 손짓했다.
— 쾅!
“으헉!”
법정의 질서를 지키는 인포서들이 무자비하게 루퍼트의 머리를 탁자에 내다 꽂았다.
“이해했다. 반장과 노동자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지?”
“어차피 다 같은 4급 시민 아닙니까?”
지금 내 대답은 먹혔다.
법무관의 표정만 봐도 느껴진다.
애초에 하늘 같은 2급 시민이 4급 따리가 죽어 나가는 광산 일에 관해 뭘 알겠는가?
관심도 없을 테고, 반장이니 뭐니 해봐야 법무관이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다.
“한가인, 그대가 피해자의 직책을 언론에 밝히지 않은 이유는 해명되었다. 그러나, 루퍼트는 자신이 24명의 노동자를 해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쯤에서 나도 퍼포먼스 한번은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내 입으로 피해자와 형, 동생 같은 사이라고 했으니까?
“루퍼트 이 개자식이! 네놈이 지하에 묻어버린 형제들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단 말이냐! 정말이지 -”
— 쾅!
당연히 인포서들이 내 머리도 나무 탁자에 내리꽂았다.
아프긴 했지만, 이 행동으로 내 ‘진심’이 법무관에게 전해졌다면 나쁘지 않은 교환이다.
“… 쿨럭. 추태를 보여 죄송합니다.”
“루퍼트의 주장에 따르면, 24명의 피해자를 해친 살인자들은 자네를 비롯한 480명의 광산 노동자다. 동기는 아까 이야기한 반장에 대한 원한이고. 어떻게 생각하지?”
“존경하는 법무관님, 우리가 피해자들을 해쳤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찾기 쉽지 않으리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루퍼트 본인이 부하들을 부려서 그 증거를 열심히 없애버렸으니까.
“없다. 그러나 루퍼트가 해쳤다는 증거도 없다.”
누가 살인자인지 가려낼 증거가 부족한 상황.
이건 내게 불리하다.
나를 비롯한 광산 노동자는 4급이고, 루퍼트는 3급이기 때문이다.
눈앞의 법무관이 하늘 같은 2급이다 보니 루퍼트가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얻어맞는 초라한 신세가 됐지만, 루퍼트는 엄연히 4급이 아닌 3급이다.
증거가 애매하면 법원이 누구 편을 들까?
당연히 3급이다.
그러므로 루퍼트는 증거가 없어도 되겠지만 나에겐 증거가 필요하다.
그래서 증거를 준비했다.
“존경하는 법무관님, 아닙니다. 루퍼트가 반장을 해쳤다는 증거는 있습니다.”
“말하라.”
“며칠 전, 「해피해피 낙원 뉴스」와 인터뷰할 때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미처 말하지 못했으나 얼마 전 떠올랐습니다. 법무관님, 24인의 피해자는 모두 광산에서 죽은 게 아닙니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법무관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무어라?”
“정확히 기억합니다! 11반 반장 에릭슨! 그는 피투성이가 된 채 루퍼트의 마수에서 벗어나 광산 밖, 지상으로 탈출했습니다.”
광산과 지상의 차이.
광산은 그 특성상 내부가 어둡고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감시 카메라가 없다.
반면, 지상에는 광산 노동자를 감시하기 위한 카메라가 온 사방에 있었다.
이 카메라 때문에 우리가 뭐 하나 실수할 때마다 식사와 수면이 줄어들었지.
이제 그 보답을 받아낼 시간이다.
“지상엔 물경 수백 대의 감시 카메라가 있습니다! 분명 어딘가 피투성이가 된 에릭슨이 탈출한 흔적이 남아있을 겁니다. 데이터가 지워졌다면 복원해서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법무관이 반응했다.
“크로드!”
“예.”
“영장을 내어줄 테니, 당장 인포서들을 데려가서 17번 구역 미르코늄 광산의 감시 카메라를 압수 수색하라!”
“출발하겠습니다.”
지하에서 죽은 23인의 반장을 누가 죽였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다.
하지만 지상에서 죽은 1인의 반장은 다르지.
광부들은 모두 광산에 갇혀있었는데, 피해자 중 한 명이 지상에서 죽었다?
가해자가 광부는 아니란 이야기다.
애초에 이건 진실이다.
지상에서 죽은 1인의 반장을 죽인 사람은 정말로 루퍼트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지상에서 죽은 반장과 지하에서 죽은 반장을 구분하지 않으리라.
고개를 돌렸을 때, 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절망에 빠진 루퍼트를 보았다.
…
이제 재판 문제는 끝났으니, 다음 단계로 가야 한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One for all, all for one)
나는 광부 전체를 위해 살인죄를 벗겨주었다.
이젠 광부 전체가 날 위해 나서줄 시간이다.
*
– 유송이
“아가씨! 어딜 자꾸 나가려고 하세요?”
“… 답답해서요.”
“어머머! 바깥은 위험하다고 아버님이 말씀하셨잖아요?”
“…”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나 말씀하세요. 무엇이라도 가져다드릴 수 있으니까요.”
“알겠어요.”
나는 송이 카디로프.
1급 시민이며, 낙원의 지배자 레온 카디로프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