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06)
EP.406 406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8)
406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8)
– 김아리
“우리도 참전하죠.”
내 결정이 떨어지는 순간, 주변의 신도들은 환희의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단의 수뇌부부터 신도들까지 예외 없이 무기를 챙겨 시위대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내가 사도라는 높은 직책에 앉아있지만, 교단 내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교단은 긴 세월 카디로프 정권의 가혹한 압제에 시달려왔다.
교도들에게 혁명이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모두가 고함지르며 전장에 나서는 그 순간.
나는 슬며시 몸을 뺐다.
“사도님?”
눈치 빠른 녀석이다.
“나는 혹시 카디로프가 심은 비밀 요원이 있는지 찾아내겠어.”
“그, 그렇군요! 믿겠습니다!”
뭘 믿어?
그냥 도망치는 건데.
분노한 사람들을 피해 도시의 지하로 파고들었다.
이미 여러 차례 다녔기에 눈 감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루트, 낙원 바깥으로 향하는 길이다.
왜 다른 장소도 많은데 하필 낙원 바깥으로 가는가?
여기엔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다.
— 끼익!
도시 외벽을 밀치고 밖으로 나왔다.
신선한 공기와 부드러운 잔디.
조금 과장하면 어딘가의 국립공원이 연상될 정도로 괜찮은 풍광.
“하나, 둘!”
숫자를 세며 두 발을 가볍게 움직이며 호흡을 조절했다.
“후우…. 이번엔 제발 추락하지 않았으면.”
처음 윙 부츠를 얻었을 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신발이 엔진처럼 추진력을 만들어내니까 평범하게 몸이 위로 떠 오르지 않을까?
곧, 동료들은 몸 전체가 아닌 발‘만’위쪽으로 떠오르며 허공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걸 막으려면, 양발의 각도를 대각선으로 틀어서 –
…
원리는 이쯤 하면 됐고, 중요한 건 무지하게 어렵다는 것이다.
내 직업이 관리국 요원인 만큼 초자연적인 도구의 사용엔 남들보다 능숙하다.
그런 내게도 윙 부츠 사용법은 도가 지나치게 어려웠고, 나 말고는 비행을 성공한 사람이 없다.
— 탁!
지면을 박차며 부츠를 작동시키는 그 순간 –
경쾌한 소리와 함께 양쪽 신발 모두가 강력한 추진력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악물고 전력을 다해 양쪽 발을 이리저리 틀어가며 균형을 맞췄다.
— 쉬이익
마침내 내 몸이 쏜살같이 허공을 갈랐다.
도시 내에서 시위대와 카디로프 정권이 난장판을 벌이는 시점.
나는 도시 밖으로 나와 윙 부츠를 통해 낙원 최상단으로 움직였다.
마침내 레온 카디로프가 거주하는 부유 저택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게 바로 내 계획이다!
시장이 도시에서 시위대와 치고받는 사이, 그의 거점인 저택을 털어서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 계획이야.
“… 어라?”
부유 저택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일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음을 깨달았다.
계획대로면 아무도 없는 집을 나 혼자 뒤질 생각이었는데!
저택 내부엔 두 명의 사람이 있었고, 한 사람은 너무나 잘 아는 동료였다.
그리고 –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
아무래도 난 낙원의 가장 큰 비밀을 알게 된 것 같다.
*
– 유송이
“이 남자를 죽이면 저도 자살하겠어요!”
내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소리가 튀어나오는 순간, 세상이 멈췄다.
레온 카디로프, 주변의 인포서들, 뒤편의 가인 오빠.
그리고 나까지 모두 놀랐으니까!
“꺄악!”
나도 모르게 놀라서 소리치자 오빠가 뒤에서 속삭였다.
“치, 침착! 침착!”
이 상황에서 어떻게 침착해!
애초에 지하에 오자마자 들은 소리가 ‘전 송이와 미래를 약속한 사이입니다’라고!
잠시 후, 시장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중얼거렸다.
“얘야….”
“…”
“네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니?”
“우, 운명?”
으악! 또 부끄럽잖아!
“운명이라니….”
별수 없어.
이런 상황을 표현할 때 ‘호랑이 등에 탔다’라고 하잖아?
지금은, 약혼이든 결혼이든 뭔 개소리라도 해서 일단 가인 오빠라도 살려야 한다.
“우린 약혼한 사이에요!”
시장은 한참 동안 입을 뻐끔거리다가 간신히 말문을 열었다.
“혹시 이놈이 4급 치고 잘생겨서 이러는 거라면, 배우 여러 명을 소개해주마.”
…
헉! 순간적으로 잘생긴 오빠들이 내 주변을 둘러싼 장면을 상상하고 말았다.
“그, 그런 것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부끄러운 말 좀 그만하게 해.
‘사랑하는 송이 얼굴 봐서 널 살려주마.’
이 말이 그렇게 어려워?
시장은 어딘가 지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알 수 없구나. 그래, 감정이라는 게 본디 마음대로 통제가 안 되는 법이지.”
“…”
“아버지라 해도 딸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은 통제하기 어렵구나.”
뭔가 설득이 된 건가?
그 순간, 천장이 흔들리며 요란한 외침이 들려왔다.
— 와아아아아!
시민군이 내는 소리다.
인포서들이 막으려 애썼지만, 숫자 차이가 워낙 심했기에 방어에 실패한 것!
“…”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지금 상황이 어떻지?
시민군이 밀고 들어오면 레온 카디로프는 산채로 오체분시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엄청난 위기 상황인데 레온에게 그다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내뱉었을 뿐.
“이젠 더 늦추기 어렵구나. 할 일은 해야겠지.”
“… 아빠?”
“송이야. 일단 같이 집에 가자꾸나.”
“갑자기 무슨 -”
“소원대로 그 녀석은 한 번 살려주마. 하지만, 너도 곧 알게 될 거다.”
대체 시장은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네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무가치한지 보여주마.”
시장은 인포서를 시켜 가인 오빠를 꽁꽁 묶어 바닥에 내던진 후, 나와 함께 낙원의 최상단에 있는 부유 저택으로 올라갔다.
*
저택 창문을 통해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개미처럼 바글거리는 수많은 사람이 보였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도시를 불태우며 시장을 찾았다.
“참, 우습지도 않아.”
“…”
“저들은 정말 날 죽이면 모든 고통이 사라지리라 믿는구나. 넌 어떻게 생각하니?”
“…”
“계속 대답을 피할 셈이니?”
“피하는 게 아니에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뿐.”
“…”
시장은 저택을 느긋하게 거닐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도시의 풍경조차도 그에겐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때, 시장이 씁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말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네?”
“나 하나 죽어서 도시의 고통이 끝난다면, 기꺼이 죽어줄 수 있다.”
“…”
지금의 말은 평소의 레온 카디로프답지 않았다.
아니다.
이 말을 적어도 내가 해선 안 된다.
어쩌면, 레온 카디로프는 원래 이런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문제는, 내가 죽는다 한들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이지. 내 역할을 할 사람이 달라질 뿐이다.”
“아빠의 역할이 뭔데요?”
시장의 눈이 날 향했다.
그는 여태껏 내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보여주마.”
그리고 –
그의 품에서 작은 동전이 튀어나왔다.
“동전?”
“…”
“그게 뭐죠?”
“오래전에, 도시가 세워질 적에.”
“…”
“시조께서 카디로프 가(家)에 맡기신 보물이다.”
시조가 카디로프 가문의 시조에게 맡긴 보물.
“지하에 있는 불굴의 이성과 대등한 힘이지.”
유산, 불굴의 이성과 대등한 격을 가진 물건.
또 하나의 유산.
“나는 이것을 ‘원 모어 찬스’라고 부른다.”
— 팅!
동전이 허공을 한 바퀴 돌았다.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다오!”
주위의 풍경이 엄청난 속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빠르게 뒷걸음질 치며 공장으로 돌아가는 시민들.
뒤로 주행하며 인포서 본부로 돌아가는 경찰차.
타오르던 불길은 순식간에 가라앉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 하나하나가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다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일어서 역시 뒤로 움직이고, 시체들조차 거짓말처럼 몸을 일으킨다.
부유 저택을 제외한, 낙원 전체의 시간이 뒤로 돌아간다.
레온 카디로프는 회귀자다.
낙원의 시간을 뒤로 돌리는 유산의 소유자다.
충격적인 깨달음 속에서 전신을 떨었을 때, 자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얘야, 이제 알겠니?”
“…”
“네가 말하던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겠니? 너와 약혼했다는 그 청년은, 이제 널 기억하지도 못하겠지.”
“…”
“이게 도시의 지배자,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다. 그러니 너 또한 -”
다음 순간, 허공에서 회전하던 동전이 기묘한 빛을 발했다.
그러자 날 바라보던 레온 카디로프의 시간 또한 과거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 뭐지? 분명 부유 저택은 회귀 범위에서 제외했는데 -”
시장은 유산이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난 이해했다.
유산, ‘원 모어 찬스’가 주인에게 생긴 이상을 감지한 것이다.
“…”
레온 카디로프의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다.
눈동자에 가득했던 딸에 대한 사랑이 사그라든다.
사랑의 온기가 빚어낸 사람의 마음이, 얼어붙은 독재자의 강철같은 정신으로 돌아간다.
깨졌다.
호텔이 부여한 나의 강력한 힘, ‘사랑받는 자’.
시장의 영혼에 균열을 만들었던 사랑의 저주가 풀렸다.
“… 이런 것이었나.”
조금 전과 전혀 다른 말투.
극단적인 초이성,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을 톱니바퀴로 여기는 철인.
시장의 눈동자가 날 향했다.
“네게 이런 힘이 있을 줄은 몰랐다.”
“…”
손을 쓸 수 없었다.
‘원 모어 찬스’가 매 순간 시장의 시간을 제어하며 보호 중이었기 때문이다.
“널 원망하진 않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 철컥!
거짓된 아버지의 손에 들린 총이 날 겨누었을 때.
생각했다.
새삼스레 죽음이 두렵진 않으나, 남은 사람들이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시장의 족쇄가 깨졌다.
훨씬 힘든 시간이 기다리리라.
— 탕!
의식을 잃기 직전, 창가 너머에서 입을 쩍 벌린 채 내부를 바라보는 아리를 보았다.
덕분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68일 차(+36)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태앵! 태앵!
“으윽…. 벌써 아침이야?”
“조금 전에 잠든 것 같은데?”
“씨부럴! 수면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
4급 시민 파울로, 욕설 감지하였습니다.
…
졸려서 죽을 것 같다.
어젯밤의 수면시간은 고작해야 4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집합! 집합!”
그 말과 함께 오늘의 고된 노동 교화가 시작되었다.
광산에서 곡괭이를 휘두르고, 캐낸 원석을 처리한다.
지쳐 쓰러질 때쯤, 희멀건 옥수수죽 한 그릇을 먹고 더 깊은 탄광에 내려간다.
이런 지옥 같은 일과를 종일 견뎌냈다.
…
저녁 일과까지 마치고 돌아와 차근차근 생각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왜 이런 끔찍한 도시에 떨어져서 반노예 취급받으며 고통받아야 하지?
천기누설이 알려준 206호의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3자 대결, 창작물의 단골 소재, 날짜를 수시로 확인할 것.’
이게 지금의 엿 같은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 거야?
3자는 누구고, 단골 소재는 뭐고, 날짜는 –
날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