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07)
EP.407 407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9)
407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9)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68일 차(+36)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날짜가 바뀌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36일이나 지나간 상태다.
망치로 머리를 두드리는듯한 충격과 함께 깨달았다.
206호엔 회귀자가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다.
천기누설에서 말한 ‘창작물 클리셰’에 어떤 유형이 있는지 동료들과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중 회귀, 빙의, 환생 또한 예시에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회귀자라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불굴의 이성으로 초능력을 억제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적에게만 시간을 돌리는 힘을 줘?
이게 진짜 깨라고 만든 것 맞냐?
호텔을 욕한 일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이번엔 너무 심하다!
…
여유롭게 욕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생각해보자.
저주의 방에서 탈출한 후 다시 들어갈 때마다 모든 것은 리셋된다.
즉, 저주의 방 내부 존재들이 보기엔 우리야말로 회귀자다.
206호의 회귀자 또한 우리와 비슷한 존재다.
우리가 어떻게 하더라?
첫 시도에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한 후, 두 번째 시도에선 미리 파악한 위험을 배제하고 –
“이거 큰일 났네.”
미리 파악한 위험? 그게 바로 우리잖아!
…
철문에 붙어 귀를 대자 이미 여러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100%의 확률로 회귀자가 시작하자마자 날 죽이려 한다!
그때, 옆에서 눈을 비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잠이나 처 잘 것이지, 이 시간에 뭐하냐?”
공동 숙소에서 내가 혼자 이리저리 움직이니 피터슨이 옆에서 깼다.
“한가인 이 새끼, 아주 기운이 넘치는 모양이지?”
“…”
“넌 인마, 내일 작업 1시간은 더 할 줄 – ”
— 쿵!
“으, 으러어업!”
이런 놈하고 길게 떠들 시간이 없다.
대충 옆에 있던 장식물을 집어 들어 피터슨의 머리를 후려친 후 숙소 열쇠를 빼앗았다.
정신없이 달린 지 3분쯤 지났을까?
뒤늦게 내가 숙소에서 탈출했음을 깨달은 추격자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잡아!”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출입문 봉쇄해!”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라 소름 돋았다.
멀리 가지 못했고, 출입문을 봉쇄하면 나갈 곳이 없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
— 철컥!
복도에 있던 광부들의 숙소 문이 연이어 열리기 시작했다.
늦은 시간인데 바깥이 시끄러워졌기 때문에 자고 있던 각 방의 반장들이 죄다 깨어났다.
당연히 난폭한 반장들은 참지 못했다.
“뭐야? 에릭! 이거 무슨 소리냐?”
“나도 모르지! 위층에서 누가 뛰어다니는 모양인데?”
“어? 복도에 이놈은 또 뭐야? 너는 그러니까…. 피터슨 방 광부 아니냐? 이 시간에 왜 나와?”
숨이 턱 막혔다.
뒤에선 쫓아오는 인포서, 앞에는 다른 방에서 튀어나온 반장들.
“이걸 진짜 어떻게 하라고….”
새삼 회귀라는 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능력인지 깨닫고 절망한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
정말이지 상상도 못 한 사람이라 이 순간만큼은 내 눈을 의심했다.
허리 아래에서 찰랑이는 흑발.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그 색을 드러낸 붉은 눈동자.
“아리야? 이게 대체 -”
다음 순간, 아리 뒤에서 나타난 사람들이 반장들을 마구 밀치며 다가왔다.
“으아악! 다, 당신들 누구야!”
“대, 대체 오늘 무슨 일이 -”
어둠 속에서 나타난 아리는 단호히 외쳤다.
“나가자. 지금 당장!”
*
아리의 도움으로 광산에서 탈출한 후, 그녀에게 긴 설명을 들었다.
“이 사람들은 마왕 교단 사람들이라고? 넌 깨어나자마자 날 구출하러 왔고?”
“맞아.”
이 말은 두 가지 사실을 의미한다.
첫째, 아리는 회귀에 영향받지 않았다.
둘째, 아리는 회귀자가 날 노릴 것이라 예상했다.
“넌 회귀를 인지했어?”
“그래. 낙원 바깥에 있었거든.”
“낙원 바깥?”
“도시 지하에 바깥으로 향하는 틈이 있어. 그 밖으로 나가면, 불굴의 이성을 무시하고 초능력을 쓸 수 있지. 회귀도 마찬가지야. 시간이 돌아간 건 도시 내부뿐이니까.”
“회귀자는 레온 카디로프, 시장이라고 했지? 그 사람이 날 노릴 줄은 어떻게 알았어?”
“시간이 돌아가기 전에 네가 혁명을 일으켰으니까.”
순간 말문이 막혔다.
“혀, 혁 뭐?”
“혁명.”
“아니, 비유적으로 말하지 말고 좀 쉽게 -”
“비유가 아니라 진짜 혁명. 죽창 들고 지배층을 다 죽여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미의 혁명.”
“…”
1회차의 한가인 새끼는 미친놈이 아니었을까?
“흠, 으흠. 왜 시장이 날 죽이려 했는지는 알겠어. 다른 동료들 상황은 어떨까?”
그 말에 아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누가 죽었냐를 묻지 말고 누가 살았냐를 따져야 해.”
산 사람이 더 적다는 말이다.
“은솔, 묵성, 상현 여기에 송이까지 확실히 죽었어. 진철이도 살아남기 어렵겠지.”
“… 모두 혁명에 참여했어?”
“혁명에 직접 참여했다기보다는 널 도왔지. 시장은 그 사실을 알아챘고.”
“살아남은 사람은 우릴 제외하면 승엽이랑 엘레나 정도인가?”
“승엽이는 글쎄….”
“왜?”
“시간이 돌아가기 전에 이미 실종 상태였어. 어쩌면 탈출했을지도. 원래 혼자 있다 보면 괴상하게 탈출하는 재주가 뛰어난 편이니까.”
승엽이가 탈출했다면 다행이지만, 확실한 사실은 아니다.
지하를 걸어가며 상황을 차근차근 분석하자 아리가 굳이 언급하지 않은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아리 너, 마왕 교단을 사실상 희생했구나.”
“… 맞아.”
교단 사람들이 날 살리기 위해 광산을 덮쳤다.
아마 ‘사도’ 신분이라는 아리가 본인 직책을 이용해 신의 계시를 받았다는 둥 했겠지.
이런 짓을 벌인 이상, 시장이 교단을 살려둘 리가 없다.
“진짜 우리 둘 남은 느낌이네. 교단도 사실상 사라졌고.”
“…”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아니, 이거 너무 답 없지 않아?”
아리도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능력 봉인에 시공 회귀까지. 좀 심하지.”
“회귀 전에 발견한 약점은 없어?”
“몇 가지. 이능력 봉인이든 시공 회귀든 공간적 범위는 낙원 내부야.”
낙원 밖에선 축복과 유산을 쓸 수 있다.
시공 회귀 역시 낙원 내부의 시간만 뒤로 돌아간다.
“그것 말고는 더 없어?”
“또 하나. 우리가 이능을 잃은 인간이긴 한데, 레온 카디로프도 마찬가지야. 어차피 그쪽도 회귀를 제외하면 그냥 인간이야. 총알 한 방이면 죽는 보통 사람이지.”
그 말을 듣자마자 한 가지 목표가 떠올랐다.
“시장을 죽여야 하나?”
“… 글쎄. 어쩌면 포섭해야 할지도 몰라.”
“포섭은 다음 회차, 그러니까 탈출이라도 한번 하고 다시 돌아와서 하든지 하자.”
포섭은 적어도 이번 회차에선 무리다.
이미 혁명을 일으키는 바람에 시장이 날 극도로 경계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에선 무조건 그놈을 죽여야겠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랑 네가 죽어.”
“그 말도 일리 있네. 여하튼, 시장 세력의 마지막 약점을 말해줄게. 인포서들은 어지간해선 낙원 지하로 오지 않아.”
“…”
아까부터 좀 이상하긴 했다.
분명 인포서들은 광산을 통째로 날려서라도 날 추격할 기세였는데….
지하에 들어오는 순간, 추격이 사실상 멈췄다.
덕분에 나랑 아리는 이렇게 여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왜 지하엔 오지 않는 걸까?”
“지하엔 ‘바깥’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기 때문 아닐까?”
지하엔 낙원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틈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회귀 전에 상현이에게 들은 내용인데, 시장은 낙원 바깥에 대한 정보가 도시 내부에 알려지는 걸 바라지 않아. 당연히 인포서들에게 숨기고 싶겠지.”
“낙원 바깥의 정보라면, 바깥으로 나가도 생존에 지장 없다는 것 말이지?”
“응. 그래서 인포서들보다 훨씬 더 사상교육을 철저하게 한 비밀 요원들만 지하에 보내서 마왕 교단을 감시하게 하지.”
도시 내부의 가르침과 달리 실제론 멀쩡히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외부 세계.
시장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도시 내부 시민에게 철저히 숨긴다.
뭔가…. 뭔가 알 것 같았다.
분명히 이 정보는 206호의 중대한 실마리 중 하나다.
그때, 아리가 대화 주제를 현실로 돌려놓았다.
“다시 시장 암살 계획으로 돌아가자. 네 말대로 이번 회차에선 그놈을 죽여야 할 것 같으니까.”
“…”
“지하도 안전하지 않아. 당장은 3급 인포서들이니까 뒤로 물렸을 뿐, 시간이 흐르면 2급 비밀 요원들이 우릴 죽이러 올 거야.”
“아까부터 생각 중인데, 정말 쉽지 않네. 시장 본인의 무력은 별것 아니라지만, 항상 경호원을 끌고 다니던데.”
“으음….”
다시금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나와 아리가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생각났어.”
“나도.”
*
– 엘레나
“후우….”
고통스러운 촬영이 끝났다.
정말이지, 내가 방송 일을 이렇게 힘겨워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소위 B급 드라마나 비인기 예능이라도 나가기만 하면 즐거웠는데….
패트릭 같은 쓰레기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대본을 읊다 보니 나까지 지능이 낮아지는 것 같다.
한숨 한 번으로 힘겨운 일을 잊은 후, 집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
— 부스럭!
“…”
인기척이 느껴진다.
누군가 집에 침입한 상황.
평범한 아가씨, 엘레나 이바노프였다면 어찌할 줄 모르고 울었을지도 몰라.
나는 호텔에서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참가자다.
침대 옆에 기대어 둔 골프채를 잡았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단 한 번의 경쾌한 휘두름이다.
그렇게 문 옆에 선 채 침입자가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
— 끼익!
“이얍!”
일격필살(一擊必殺)의 기세를 담은 스윙이 어둠을 가르고 침입자의 몸을 강타하려는 순간 –
나는 침입자의 정체를 알았다.
“꺄아악! 가, 가인 씨!”
놀라서 골프채를 꺾으려 했지만, 세상엔 관성의 법칙이라는 게 있었다.
— 쾅!
“으악!”
*
가인 씨가 깨어나기까진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괘, 괜찮아요?”
“…”
“가인 씨, 제 손 보여요?”
“… 엄청나네요.”
“예?”
“회귀 후에 인포서들에게 쫓겼을 때보다 조금 전이 더 위험했네요.”
“…”
“시장이 보낸 200명의 인포서보다 어둠 속에서 골프채를 들고 덮친 엘레나가 더 위험 -”
“어, 어둠 속에서 몰래 침입하니까 그러죠!”
“으으…. 아리는 회귀 전에 아무 문제 없이 엘레나를 깨웠다는데!”
“그거야 아리가 더 잘 숨어 -”
지금 가인 씨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뭐? 회귀? 아리는 문제 없이 날 깨웠다고?
당황하는 순간, 가인 씨가 슬며시 미소 지었다.
“엘레나, 내 말 잘 들 – 으윽! 아니 이거 진짜 아프네!”
“…”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시장에게 회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제법 충격적이었다.
“이 집까지는 지하를 통해 오셨나요? 지하는 시장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으니까?”
“그렇죠.”
가인 씨는 왜 날 찾아왔을까?
“시장 암살 계획에 제가 필요한 모양이죠?”
“잘 들어봐요.”
한참 동안 계획을 들었다.
“이해했나요?”
“…”
정말이지 기묘한 암살 계획이다.
그러니까….
“시장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당하지 않을 수법이네요.”
“그렇습니다.”
이 암살 계획은, 오직 회귀자에게만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