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08)
EP.408 408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10)
408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10)
낙원의 중심부에 있는 시장의 업무실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이대로 보낼 순 없어요. 아아! 나 혼자 남게 된다면, 나는 -”」
낙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였는데, 여주인공의 미모가 특히 탁월했다.
레온의 비서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시장님도 이런 걸 보십니까?”
“…”
TV를 꿰뚫어 볼 것처럼 바라보던 시장의 눈이 비서에게 향했다.
“헛! 아, 아닙니다. 워낙 인기 있는 드라마니까요. 재, 재미있죠.”
“…”
“제가 주제넘은 말을 -”
“티모시.”
“예?”
“드라마의 대사는 보통 누가 만들지?”
“대사…. 말입니까? 보통은 드라마 작가 아니겠습니까?”
“대사, 전개 등이 현장에서 갑자기 바뀐다면, 누구 영향일까?”
티모시는 크게 당황했다.
드라마 제작 과정 따위에 관심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직원이 있었다.
“보통 그런 경우는 배우의 애드립이거나 감독의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
“…”
“그리고? 왜 하던 말을 멈추지?”
“죄, 죄송합니다. 현장엔 2급 고등 인포서들이 배치되어있는데, 개입하는 경우가 잦거든요.”
“이해했네.”
계속해서 드라마를 보던 레온은 점점 더 심해지는 위화감에 한숨 쉬었다.
물론, 그가 통속 드라마 따위를 즐긴 적은 회귀 전이나 후나 한 번도 없었다.
다만 회귀 전엔 딸을 사랑했고, 송이가 ‘엘레나’라는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를 매번 놓치지 않고 봤을 뿐이다.
다르다.
회귀 전에 봤던 그 드라마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런 경우 답은 명확하다.
회귀를 인지한 존재가 있으며 그 존재가 방송 쪽에 끼어들었다.
어째서?
이유를 떠올리자면 너무 많으니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도 없다.
방송국을 손에 넣었을 때 도시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정말이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색출해야 한다.
—————————-
“엘레나, 뒤바뀐 드라마 전개를 본 레온이 무슨 생각을 할까요?”
“누군가 회귀를 인지하고 개입 중이다?”
“그렇죠. 레온은 아마 마왕 숭배자를 의심할 겁니다. 그들은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까요. 회귀 당시에 우연히 도시 밖에 있었다고 생각하겠죠.”
“가, 가인 씨, 시장이 절 포함한 방송 쪽 사람을 마구 죽이면 어떻게 하죠?”
“그럴 리 없어요. 그는 회귀자니까요.”
“예?”
—————————–
드라마 제작에 개입한 놈 중 누가 마왕 숭배자인가?
밤새워 고민하던 레온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는 도시의 지배자로서 비밀 요원을 부려서 감독부터 배우까지 암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온은 잘 알고 있었다.
“이놈들 중 마왕 숭배자는 없다.”
회귀 전에 비밀 요원을 교단에 파견해 구성원 대부분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감독, 드라마 작가, 배우, 고등 인포서 등 촬영 현장의 그 누구도 마왕 숭배자가 아니다.
그러므로 결론은 명확했다.
“마왕 숭배자가 놈들에게 접근했나? 티모시!”
“네, 시장님.”
“다음 주 내로 이 리스트의 사람을 부르게. 명분은…. 드라마 재밌게 찍었으니 상 하나 준다고 해.”
“알겠습니다.”
—————————–
“드라마 제작진을 한번 만나서 심문하려 하겠죠. 본인이 직접 할 겁니다. 그의 부하들은 회귀를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그, 그러면! 저랑 레온 카디로프가 독대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그때 암살해야 하는군요!”
“…”
“… 아니에요?”
“아니죠. 레온이 엘레나를 믿지 못할 시점이니, 주변에 인포서가 있을 테니까요.”
—————————–
—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화려한 금발을 휘날리는 아가씨가 들어왔다.
“엘레나 양, 최근 ‘태풍과 함께 사라지다’는 인상 깊게 보고 있네.”
“어머! 시장님께서 제 드라마를 보고 계신다니 영광입니다.”
“영광까지야. 참, 엘레나 양.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해도 되겠나?”
“물론이죠.”
“혹시 최근에 특이한 사람이 접근한 적 없나?”
“…”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지?”
“시, 시장님….”
“하하, 오해할 필요 없네. 내, 엘레나 양에겐 그 어떤 문제도 없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본래 꽃에는 벌이 꼬이기 마련이지.”
“… 감사합니다. 사실, 최근에 좀 특이한 여자애를 만났거든요.”
“혹시 검은 머리의 소녀인가?”
“예? 그걸 어떻게 -”
“눈동자는 사파이어처럼 푸르게 빛나고?”
“어? 그건 아니에요. 보석으로 치면 사파이어보다는 루비였죠.”
“정말 만났군. 방금은 한번 시험해본 것이니 신경 쓰지 말게.”
“…”
“엘레나 양, 그 여자는 마왕 교단의 사도일세.”
“뭐, 뭐라고요?”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게. 이건 낙원과 엘레나 양 본인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이야기니까.”
*
늦은 밤, 한 여인이 홀로 집 밖을 나섰다.
도로를 따라 쭉 걷는가 싶더니 갑자기 왼쪽으로 꺾고, 그 방향으로 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뒤로 돌았다.
이렇게 혼란스럽게 걷던 그녀는 어느 순간, 골목길 담벼락에 기댔다.
— 똑! 똑!
“…”
“왔네.”
“네.”
“엘레나, 예전에 내가 했던 제안에 대한 답은 준비했어?”
“그럼요.”
“좋은 대답이길 바라.”
“…”
다음 순간, 엘레나의 허리춤에서 호루라기가 튀어나왔다.
— 삐이이이익!
“윽! 이게 무슨 -”
사방에서 달려드는 인포서, 충격받은 표정으로 도주하려는 흑발 소녀.
도주의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시장이 보낸 인포서들이 처음부터 엘레나와 아리가 만나기로 한 장소를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 인포서에게 끌려가는 아리와 엘레나의 눈이 마주쳤다.
아리는 ‘잘했어’라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
“아리와 만났다고 밝힌 후엔 어떻게 해야 해요?”
“팔아넘기세요.”
“예? 뭐, 뭐라고요?”
“아리도 동의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꼬, 꼭 그렇게 해야 해요? 다른 방법이 -”
“레온이 당신을 진심으로 믿게 해야 해요. 그래야 엘레나에게 기회가 올 테니까.”
—————————–
어딘가 지친 표정으로 담벼락에 기댄 엘레나의 곁에 시장이 다가왔다.
“수고했네. 이 일은, 분명 낙원의 미래에 큰 복이 되겠지. 물론, 자네 또한 나라는 후원자를 얻은 셈이니 -”
“시장님.”
“음?”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할 말?”
엘레나가 눈을 또렷이 빛내며 말했다.
“인포서들을 신뢰하시나요?”
시장이 당황하는 순간, 옆에서 경호하던 인포서들이 눈을 부라렸다.
“이봐! 인기 배우라고 해서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줄 알아? 뭘 믿고 -”
“조나단.”
“네?”
“나와 엘레나가 대화 중이지 않나. 누가 자네에게 중간에 끼어들어도 된다고 허락했지?”
“… 죄, 죄송합니다.”
“엘레나 양, 하려던 말 마저 하시게.”
“죄송합니다. 물론, 도시를 지키는 인포서들의 충심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요. 다만….”
“다만?”
“요전에 교단 사람을 만났을 때 – 무, 물론 그때는 교단 사람인 줄 모르고 만났어요!”
“알고 있으니 차근차근 말해보게.”
“요전에 교단 사람을 만났을 때, 인포서 쪽에도 심어둔 사람이 있다고 했거든요. 이름이…. 어, 차진철?”
시장이 눈빛을 빛내며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차진철은 분명 인포서 내의 배신자였기 때문이다.
“더 말해보게.”
엘레나가 껄끄러운 표정으로 주변 인포서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었다.
이들 앞에선 말하기 어렵다는 신호다.
레온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 시간 있나?”
“물론이죠.”
“낙원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와 저녁 식사하게 되어 영광이네.”
“감사합니다, 레온 시장님.”
—————————–
“참, 아리를 파는 김에 진철 형도 파세요.”
“…”
“팔 거면 떨이로 팍팍 팔아야 시장도 엘레나를 믿죠. 어차피 진철 형은 그 시점에서 죽었을 확률이 높으니까 딱히 손해도 아니고.”
—————————–
*
– 엘레나
낙원의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승강기를 탄 채 생각했다.
정말 성공했구나.
가인 씨와 아리가 만들었다는 ‘시장 암살 계획’.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는데, 성공 직전까지 왔어.
복잡하다면 복잡하지만, 핵심은 단순한 계획이다.
목적은 단 하나.
나, 엘레나 이바노프를 어떻게든 부유 저택으로 올려보내는 것!
내가 저택까지 가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
그 장소는 ‘불굴의 이성’이 우리의 초능력을 억누를 수 없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날 부유 저택으로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장이 날 믿어야 한다.
내가 마왕 숭배자가 아니며, 가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믿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포서까지 의심하게 하면 금상첨화.
성공했다. 정말로.
시장이 차라리 보통 사람이었다면, 드라마를 보고도 이변을 눈치채지 못했겠지.
이변을 눈치챘다 해도 드라마 제작진을 처리하려 했겠지.
회귀자라서 속았다.
회귀자니까 드라마의 이변을 눈치챘고, 드라마 제작진을 해치는 대신 뒤에 숨은 누군가를 찾아내려 했다.
— 띵!
“…”
마침내 부유 저택에 도착했다.
힘이 돌아옴을 느낀다.
단박에 끝내기 위해 불길한 상상을 끌어내려는 그 순간.
— 철컥!
저택 여기저기서 솟아난 기관총이 날 겨눴다.
부유 저택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어?”
“…”
이해할 수 없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지?
그때, 시장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 와서 앉게. 쓸데없는 짓 하는 순간 벌집이 될 테니 조심하고.”
“…”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나 보군.”
“…”
“자넬 여기로 보내는 판은 누가 짰나?”
“…”
“그 청년인가? 아니면 마왕 교단의 사도? 어느 쪽이든 머리가 제법 잘 돌아가는 모양이야.”
이 시점에서 받아들였다.
시장이 우리의 계획을 눈치챘다.
처음부터? 아니다.
처음부터 알아챘다면 여기까지 날 데려왔을 리가 없다.
중간에 알아챘다. 중간 언제?
혹시 승강기에서 내가 뭔가 실수했나?
“묻고 싶은 게 있어. 솔직히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뭔가요?”
“어쩔 셈이지? 여기서 날 죽일 셈이었나?”
“… 그렇다면요?”
“죽인 다음에는?”
점점 더 머리가 아팠다.
시장의 질문에 담긴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
“후우….”
어딘가 지친 듯한 한숨.
“그대는 아무것도 모르는군. 그냥 체스의 말과 같아. 체스를 두고 있는 친구는 뭔가 알고 있나? 아니면 그 친구도 마찬가진가?”
“무슨 말이죠? 아까부터?”
“이쯤 하지. 드라마는 재밌게 봤네. 고통 없이 죽여주지.”
가볍게 보안 시스템을 향해 손짓하는 시장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 인정할게.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장 당신 되게 똑똑해.
가인 씨랑 아리도 정말 똑똑한데, 당신도 그 못지않은 것 알겠어.
인정!
당신 머리 나보다 좋아.
하지만.
레온 카디로프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불굴의 이성이 만들어낸 ‘평범한 인간’의 세계에서 살아온 주민이기에 이런 함정에 빠졌겠지.
— 라아아아!
굽이치는 황금의 파도 속에서 – 오만한 시장의 눈이 충격으로 물드는 광경을 보았다.
“그러니까 딸은 아끼셨어야죠.”
이 위치에 내가 도착한 시점에서 시장에게 반전의 기회 따위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