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1)
40화 – 축복의 성소, 104호 진입
38화 – 축복의 성소, 104호 진입[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4일차
현재 위치 : 계층 ???, 축복의 성소
현자의 조언 : 3]
기묘한 공간. ‘성소’이기 때문일까?
마치 별빛 같은 광채가 끝없이 높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고,
땅에는 거대한 빛의 응집체와 호텔 여기저기서 봤던 디스플레이가 있다.
최소한 어떤 위험이 있는 느낌은 아니다.
긴장이 풀릴 때쯤, 디스플레이에 문자열이 떠올랐다.
/축복의 성소에 도달한 것을 축하합니다!도전자 여러분은 성소에서 자기 축복을 이해하고,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강화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 한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혼란스럽게 하던 통상적인 호텔의 안내문과 달리 ‘성소’의 안내문은 짧고 명료했다.
축복을 이해하고 강화할 수 있다. 강화에는 자격을 요한다.
다들 얼떨떨한 분위기로 서 있다가 상황을 이해했다.
“이거… 아무래도 딱히 위험한 장소는 아닌 것 같은데? 말 그대로 축복과 관련된 도움을 주는 장소인 모양인데.”
“이해, 강화. 둘 다 괜찮네요? 저처럼 상태창 딱 떠서 아 이게 내 축복이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도 자기 축복이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까. 강화야 말할 필요도 없이 좋고”
“정말 다행이예요. 솔직히 다들 뭔가 초능력 같은 게 생겼는데, 저만 그냥 ‘정의’라고 뜬구름잡는 단어만 알려주고 아무것도 없어서 너무 답답했는데.”
“그런데 ‘강화의 자격’ 이게 뭐냐? 애초에 강화가 되면 어떻게 좋아지는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지금 보다 더 세지면, 이제 주먹질로 콘크리트도 부수는 건가?”
“일단 저 빛으로 가보죠. 가보면 뭐라도 뜰 것 같네요.”
전원이 광원으로 다가가는 순간, 디스플레이의 내용이 바뀌었다.
1. 이해 2. 강화
크게 떠오른 두 글자.
뭔가 알 것 같아서 손을 내밀어서 ‘이해’를 터치했다.
곧바로 반응이 왔다. 아 이거 터치도 되는구나
한가인(20) – 지혜 -> 호텔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식 획득차진철(31) – 용기 -> 신체의 강화
유송이(17) – 친화 -> 혼돈체를 상대로 한 친화력 발생
박승엽(14) – 행운 -> 주기적으로 발현되는 행운
이은솔(32) – 부귀 -> HP 마켓의 접속과 보급
김묵성(64) – 소통 -> 참가자들간의 정신 연결
엘레나(23) – 정의 -> 악인에 대한 응징
김아리(16) – 암시 -> 자신과 타인에 대한 최면
대부분은 이미 짐작한 내용이다.
지혜, 용기, 친화, 행운, 부귀의 내용은 짐작했던 대로다.
암시도 짐작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역시나, 모두가 신기하게 여긴 건 ‘정의’ 였다.
“악인에 대한 응징?”
“엘레나양, 뭔가 짐작 가는 게 있으십니까?”
“여전히 전혀 모르겠네요. 애초에, 여태 호텔에서 사악한 존재를 자주 만났지만 한 번도 무슨 응징할 만한 능력이 생긴적이 없는데.”
“약간 알 것 같긴 합니다.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 ‘악인’ 이건 최소한‘인간 같은 존재’이긴 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그렇게 보면, 아타나시아들은 ‘인간’이 아예 아니고 농장가족이야 이제 와서 보면 전혀 악하지 않은 존재들이었으니 발동하지 않은 거겠죠.”
“103호 인간목장에선 가인이 말대로 ‘악한 인간’이 없어서 그랬다 치고, 101호 기묘한 가족에선?
걔네는 분명히 사악한 인간이었을 텐데.
102호 공포의 저택에서도 엘레나가 마지막으로 만난 빙의된 송이는 분명히 사악한 인간이고.”
103호는 쉽게 이해가 갔는데, 101호와 102호에서도 ‘정의’가 발동하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다.
다들 침묵하며 생각하던 중 아리가 입을 열었다.
“본인이 인지해야 작동하는 게 아닐까요?”
“엘레나가 상대가 사악한 인간임을 인지해야 한다?”
설득력이 있다.
101호 기묘한 가족에선 본인의 정신이 비틀어진 상태였으니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했을테니 ‘인지’하지 못했다.
102호 공포의 저택에선 자다가 죽었으니 빙의된 송이의 사악함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제 축복은 너무 제약이 심한 게 아닌가요? 이 호텔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는 것부터가 엄청 어려운데.”
“누나! 좋게 생각해요. 이 호텔은 약간 게임식이거든요. 조건이 많이 붙었으면 반대로 그 조건이 충족되는 순간은 엄청 강할거예요. 그래야 밸런스가 맞으니까!”
밸런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우리의 추론대로면 ‘엘레나’의 축복은 다른 축복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다.
이렇게 조건 충족이 어렵다면, 충족할 때는 그만큼 강한 능력이어야 균형이 맞겠지.
그 정도로 상황을 정리하고, 디스플레이의 다음 버튼을 눌렀다.
2. 강화
박승엽, 한가인, 유송이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딱 3명. 나머지 사람들의 이름은 없다.
이름 세 개를 보는 순간 모두가 ‘강화의 자격’이 뭔지 깨달았다.
저주의 방 탈출/해결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을 것!
101호는 승엽이 혼자서 탈출했고
102호는 솔직히 내가 거의 다 했다.
103호는 송이가 혼자 클리어까지 했다.
“약간 아쉽네. 나도 매번 머리 쓴다고 썼는데… 그래도, 저 3명이 맞긴 맞는 것 같다.
클릭해 봐. 강화라는 게 어떻게 될지 궁금한데?”
자연스럽게 ‘네’를 클릭했다.
/강화 진행 중————-완료!/
!!!
성소 한가운데를 밝히던 광채가 갑자기 나와 승엽이, 송이를 강타했다.
한순간에 의식이 몸에서 빠져나감을 느꼈다.
*
상승.
상승.
아, 나는 지금 하늘을 나는 걸까?
유체 이탈이라는 게 이런 건가?
지금의 나에게는 몸이 없다.
무언가 – 내 의식만 끝없이 위로 올라간다.
물리적인 개념의 ‘위’가 아닌 보다 근본적인 의미로서의 ‘위’
진정으로 지상을 초월한 장소
어디에도 없는 땅.
어느 순간 상승이 멈췄다.
거대한 – 새가 내 앞에 섰다.
올빼미.
무심코 보다가 깨달았다. 익숙한데?
호텔에 들어오기 전날 밤. 잡아들었던 조각상. 그 모양과 닮았다.
최근에는 실망스러웠다.
나에게 말한 것인가?
어리석은 자는 아니라 여겼는데, 아타나시아의 간단한 수작도 알아채지 못할 줄이야.
103호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저택에선 나쁘진 않았으니, 합쳐서 보면 가능성은 있다고 평하마.
이 자는 누구인데, 나를 평가하는 걸까.
너의 후원자라고 해 두지. 앞으로도 몇 번은 나를 보게 될 터…좀 더 얹어 주마. 다음번엔 유산 정도는 얻어내고 오길 바란다.
짧은 대화. 아니, ‘대화’라고 할 수 있을까? 일방적인 의사의 전달.
끝없이 드높은 공간에서 의식이 아래로 추락했다……….
*
[한가인(20) – 지혜 -> 이제부터 동료의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5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확인했다. 15일차.
어처구니없게도, 그 잠깐 사이에 하루가 삭제됐구나.
꿀같은 3일의 휴식.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보내고 싶었는데…
13일은 팔찌 시험, 14일 오전은 탐색으로 다 썼고, 14일 오후와 15일 오전은 그냥 눈감았다 뜨니까 삭제됐다.
심지어 뭐 좋은 말이라도 듣고 왔으면 모르겠다.
실망스럽다, 다음엔 유산이나 얻어와라
이런 욕나오는 ‘평가’나 듣고 오니 황당할 따름이다.
누가 이런 이상한 곳에 납치해 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냐?
어이가 없어서 욕지거리를 내뱉다가, 문득 상태창에 새로운 기능이 생겼음을 확인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5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동료 위치정보(!)]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자 전원이 계층 1, 휴식의 방에 있다고 나온다.
저주의 방에 들어가면, 더 ‘상세한 위치’를 알려주는걸까?
확실히 유용한 기능이다.
마침 식사 시간 도중인 듯해서 식당 쪽으로 가자 동료들이 있었다.
“햐! 이제 나오는구만. 어제, 셋이서 갑자기 쓰러져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아냐? 내가 다 날랐다 임마!
그리고 승엽이랑 송이는 진작 나왔는데, 너는 왜 이리 늦게 나오나 했다.”
“그래서 가인이 너는 뭐 얻은 거 있니?”
“네. 이제 ‘동료 위치정보’가 뜨면서 여러분 위치가 나오네요. 지금은 그냥 방만 나오는데, 아마 저주의 방에 들어가면 더 자세한 위치가 나오지 않을까요?”
즉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나와 달리 송이와 승엽이는 갸웃거리는 반응이 나왔다.
“음… 저는 주변에 ‘혼돈체’가 없으니 뭐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전 그냥 불투명한 창 하나만 생겼어요.[98%]이렇게만 있네요.”
“100%가 되면 ‘쿨타임’이 차는 모양이지. 그때가 되면 원하는 순간에 운이 좋아질 수 있나 보네. 98%면, 거의 다 찼구만.”
대략 축복의 변화에 대해 말을 나눈 후 나도 뒤늦게 저녁식사했다.
새삼 억울하네.
억지로 끌려왔는데, 제대로 못한다고 지적이나 당하고, 휴식날짜는 하루 삭제되고.
군대도 이렇게까지 개념이 없진 않을 것 같다.
*
식사까지 끝난 후, 본격적으로 토의를 시작했다.
안건은 ‘대체 HP 마켓에서 어떤 물건을 주문할 것인가.’
“어제도 말했지만, 하나는 캡사이신으로 할게. 내가 돌아다니면서 스프레이는 보이는 대로 모아서 지금 4개까진 만들었는데, 정작 캡사이신이 다 떨어졌어.”
“나머지 두 개도 무기로 합니까? 제 톤파같은 걸로?”
“그게 고민이야. 톤파든 뭐든 그런 물리적인 도구는 여자들에겐 그냥 캡사이신 스프레이만 못하다고 봐.
게다가, 이 호텔은 장식품으로 날붙이가 여기저기 있잖아. 가인이 은단검도 그냥 호텔에서 주운 거고.”
일리가 있다.
어차피 HP 마켓에 무슨 총이나 제대로 된 날붙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봐야 식칼.
그런 건 그냥 호텔에 여기저기 장식된 날붙이들보다 나은 점이 없다.
말없이 있던 아리가 한마디 했다.
“라이터”
“라이터?”
“불을 붙이는 도구는 어떤 식으로든 쓸모가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라이터는 못 봐서”
“나쁘지 않네. 그러면 하나-”
“누님, 우리가 어차피 뭐 담뱃불 붙이는데 쓸리도 없으니, 무기로 쓴다 생각도 하면 아예 토치가 어떻습니까?”
“형, 토치는 오히려 휴대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요?”
“그러면 캔들라이터로 하자”
“캔들라이터가 뭔가요?”
“고깃집 같은 데서 쓰는 그 주둥이 길쭉한 라이터. 보면 알 거다”
이후로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지만, 세 번째 물품으로 적합한 건 다들 떠올리지 못했다.
결국, 페퍼 스프레이 제작용 캡사이신이 어차피 소모품이니, 2통 주문하고 다른 하나는 라이터로 정한 후 그날의 하루가 끝났다.
이튿날, 16일차 아침. 우리는 104호로 진입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6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띵 동 댕 동~
익숙한 교복.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동료들. 그리고 수많은 학생 역할의 NPC들.
수능 끝난 고3. 대학 입학 직전 인생의 최대 황금기.
나는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그것도 ‘호텔고’라는 답이 없는 이름의 학교로.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00절정님, 미야오옹님 후원 감사합니다. 읽고계신분들께 항상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