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10)
EP.410 410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12)
410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1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72일 차(+40)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1]
– 한가인
레스토랑 천장이 무너지는 순간, 하늘에서 미사일이 떨어지듯이 미로가 테이블 위에 떨어졌다.
“꺅! 미, 미로?”
엘레나가 비명 지르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미로의 상태는 어딘가 이상했다.
초점이 없는 눈, 평소보다 창백한 피부, 어딘가 어색한 동작.
마치 누군가 조종하는 인형 같다.
“넌 누구야? 미로가 맞아?”
— 까득!
관절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
레스토랑 전체를 흔드는 기괴한 소음.
“에잇!”
— 팅!
엘레나가 기합과 함께 의자로 내리쳤지만, 무슨 쇠를 내려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엄청 단단해졌어요! 아무래도 빙의해보시는 게 -”
대답 대신 엘레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미로는 지금 봉인이 풀린 상태가 아니다.
누군가, 아마도 ‘마왕’이 저 몸을 조종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저 몸에 들어가는 건 그것대로 위험하다.
애초에 미로의 축복 ‘불변’때문에 빙의가 쉬운 일도 아니다.
“일단 나가요!”
레스토랑 문을 걷어차는 순간, 집채만 한 악어가 우리 쪽을 돌아보았다.
찰나의 순간 고민했다.
미로처럼 저것도 마왕이 직접 조종 중일까?
그렇다면 빙의는 위험할 수 있다.
— 펄럭!
서에서 뻗은 칠흑의 기운이 악어의 몸을 점했다.
곧, 괴물 악어는 반대편으로 움직여 새하얀 털을 늘어트린 거인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달려요!”
도시 바깥은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옥 그 자체였다.
“요호호! 오늘은 축제다!”
내 앞에서 3m가 넘는 키를 자랑하는 해골 선장이 시미터로 시민의 목을 베어 그 목을 집어삼켰다.
그 옆에선 뱀의 몸과 사람의 얼굴을 가진 괴물이 어린아이를 산채로 집어삼켰다.
이 순간에도 거미 다리가 솟아난 화물차는 옆으로 구르며 사람을 짓눌러댔다.
이 광경을 바라보며 엘레나는 급기야 토악질하기 시작했다.
“우욱!”
어지간히 잔인한 장면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지옥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르며 마도서의 힘으로 해골 선장이 뱀을 썰게 했다.
“으윽!”
“가인 씨?”
급격한 두통.
빙의했다가 마왕에게 조종당할까 두려워서 화신의 힘을 연거푸 썼기 때문이다.
화신의 힘은 길어야 10분 쓸까 말까 한 힘.
연거푸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다, 다른 사람은 있어요?”
“승엽이….”
“예?”
“승엽이가 살아있어요!”
나머지 사람은 아리를 포함해 전원 죽었다.
「동료 위치정보 (*)
박승엽 : 낙원 바깥」
구체적인 지명은 없고, 낙원 바깥이라는 단어가 전부다.
아리 말에 의하면 승엽이는 회귀 전에 이미 실종된 상태였다.
그때 이미 도시 바깥으로 나갔나? 그렇다면, 회귀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터다.
“다, 다행인가요?”
“큰일 난 거죠!”
다행은 무슨 다행?
내심 혼자 있던 승엽이가 탈출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죄수가 부활해 생자(生子)를 학살하면 당연히 그 와중에 승엽이도 죽을 것 아닌가!
어떻게든 우리가 뭔가 해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계신 시민 여러분 명심하세요! 당장 혀 콱 깨물고 나가 뒈져!」
이 와중에 빌딩에서 정신 나간 방송이 들려왔다.
나는 귀를 막은 채 정신없이 엘레나와 함께 뛰며 생각했다.
대체 뭘 어째야 하지?
엘레나가 물었다.
“가, 강림 써야 하지 않아요?”
“…”
나도 그 생각했어! 아까부터 했다고!
그런데 대체 언제 써야 해?
온 사방이 괴물이니까 지금 쓰라고?
이 괴물들은 딱 봐도 마왕이 불러낸 소환수 같은 존재인데?
강림의 힘은 절대 무한이 아니며, 시간 제약이 상당하다!
소환수만 열심히 죽이다가 강림의 힘을 다 소진하면 어쩌지?
그다음에 마왕의 본체가 튀어나오면?
엘레나가 머뭇거리는 내 생각을 이해했다.
“지금 쓰면 안 되나요? 일단 마왕이 나온 다음에 써야 해요?”
그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쓴다고 마왕을 이길 수 있는 거야?
마왕은 본체를 드러내기도 전에 도시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었다.
딱 봐도 호텔 밖에 있던 아폴리온 같은 허섭스레기랑은 차원이 다른 새끼잖아!
“허어억!”
겁이 났다.
꽤 오랜 시간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이 내 마음을 좀먹을 것 같았다.
죄수는 부활 직전.
승엽이는 탈출하지 못한 상황.
강림은 써야 할 타이밍도 못 잡겠어.
— 오오오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기묘한 노랫소리.
그 소리에 호응하듯, 도시 전체에서 음울한 찬가가 울려 퍼진다.
여기저기 숨어있던 시민들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건물 밖으로 나와 느릿하게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구원이다. 휴거다!
일찍이 복음서에서 이르기를,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 신실한 자는 천국으로 올라간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나 또한 부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분명, 저 하늘에 모두를 위한 왕국이 있을 것이니 –
— 짝!
“아, 아, 아….”
“가인 씨, 정신 차려요.”
“…”
잠깐 사이에 홀릴 뻔했다.
아무리 상태창 필터가 정신을 보호한다 한들, 결국은 내 마음 자체의 문제.
두려움에 휘둘리는 나약한 정신은 마왕의 유혹을 견뎌낼 수 없다.
엘레나는 역겨워하는 것과 별개로 겁먹은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이게 너무나 신기했다.
“무섭지 않아요?”
“그럭저럭요.”
“대, 대체 어떻게? 뭘 믿고? 탈출한 사람도 없고, 우리 힘으로 저걸 막아내야 하는데! 강림? 그것도 쓰기 애매한 타이밍이라고 -”
“예전엔 이런 일이 없었나요?”
“무슨 -”
“202호에서 해신이 부활했을 때, 203호에서 고래의 속임수에 다 같이 낚였을 때. 절망적인 정도는 비슷했던 것 같은데.”
“…”
“물론, 가인 씨와 내 차이는 있죠. 당신은 근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이고, 난 아니니까.”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내가 믿는 사람은 대체로 ‘나’다.
엘레나가 믿는 사람 또한 ‘나’다.
나는 날 믿지 못해서 공포에 떨기 시작했는데, 엘레나는 날 믿기에 그다지 겁먹지 않았다.
대체 이 무슨 아이러니일까?
— 우르릉!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는가 싶더니, 이번엔 붉은 날개를 가진 괴상한 요괴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 으하하하!
천지를 뒤흔드는 웃음소리, 하늘에서 내려온 악마들은 지상에 가득한 장난감들을 보며 웃음 지었다.
아직도 운이 좋아서, 혹은 운이 없어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고통 속에서 마귀들의 즐거움을 위해 학대당했다.
그리고….
벼락과 함께 다시금 미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안, 녕.”
아까는 움직임조차 어색했는데, 이젠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로를 조종하는 일에 더 익숙해진 걸까?
엘레나의 몸에서 불온한 파동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엘레나….”
“버텨볼 테니까 도망가세요. 가인 씨에겐 시간이 필요한 것 같으니까. 참!”
엘레나가 싱긋 웃었다.
“지금 든 생각인데, 이게 ‘원래 가인 씨’ 아닐까요?”
*
꿈틀거리기 시작한 도로를 달리며 생각한다.
‘원래 가인 씨’.
이건 무슨 의미일까?
… 사실 알고 있다.
나도 얼마 전부터 미묘한 변화를 감지했으니까.
엘레나나 아리를 볼 때마다 평소보다 거칠게 뛰는 심장.
도시에 가득한 악마와 괴물을 보자 당연하다는 듯 느껴지는 두려움.
며칠 사이, 내 마음은 느린 속도로 K 대학 신입생으로 돌아갔다.
어째서?
불굴의 이성이 나와 마도서의 연결을 장기간 끊었으니까.
“마도서가 날 검게 물들였다고 했지?”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았다.
또한, 슬픈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다.
“…”
— 요호호! 귀여운 친구들, 어디 숨어있니!
호텔에서 K 대학 신입생 한가인은 필요하지 않다.
이 자리에 필요한 존재는 인간성을 저버린 마도사다.
— 펄럭!
다시금 마도서를 불러내 두 손으로 꽉 쥐었다.
*
“꺄악!”
“허어억! 흐으윽!”
“아아아… 아아아….”
지하 전체가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하다.
귀가 아플 지경이지만, 그렇다 해서 ‘작업’을 멈출 수는 없지.
곧, 꿈틀거리는 촉수 덩어리가 작업을 이어갔다.
“얼마나 더 넣어야 하지? 벌써 꽤 많이 넣었는데!”
슬슬 초조해지려던 차, 뒤쪽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기가 막히는구나.”
누구지?
나이는 10대 후반 정도, 갈색 단발의 귀여운 소녀.
제법 예쁘긴 한데, 아리나 미로에 비할 바는 아니다.
“넌 카디로프의 후계자라도 되는 거야?”
“뭔 소리야? 카디로프는 -”
순간 말을 멈추자 그녀가 픽 웃었다.
“너랑 그 금발 아가씨가 카디로프를 죽였지. 잘 알고 있어. 그때만 해도 내심 기대했거든.”
“기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어떤 위대한 비전이 있을 줄 알았어. 그래서 내버려 뒀는데.”
소녀는 허탈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꺅!”
그때, 꿈틀거리는 촉수가 늙은 여인을 들어 잔불만 남은 ‘불굴의 이성’을 향해 집어 던졌다.
“… 결국 너도 이런 식이구나. 불굴의 이성을 다시 가동하려고?”
잔인하긴 한데, 당장은 이 수밖에 없어.
애초에 시장도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서 불굴의 이성에 사람을 매일 들이부은 것 아닐까?
“다른 방법이 있나?”
“나도 모르지. 모르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시장을 내버려 둔 건데…. 이럴 거면 시장을 왜 죽였어?”
“시장이 날 죽이려 했으니까.”
그녀는 지극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다였구나. 아아….”
“뭐, 계획이 없진 않아.”
“계획?”
“불굴의 이성을 어떻게든 다시 가동하면, 도시에 남아있는 괴물 상당수는 사라질 것 같은데, 아니야?”
“이미 깨어난 마왕은 돌이킬 수 없어.”
“그렇겠지. 거기까진 짐작했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
“너, 시조지? 한참 생각해봤는데 이 구도에서 갑자기 튀어나올 만한 사람이 시조 정도뿐이네.”
“…”
“3자 대결, 창작물 클리셰. 이거 역시 회빙환인가. 시장이 회귀, 우린 빙의. 넌 그러면 환생?”
“대, 대체 무슨 소리를!”
“진짜구나. 환생을 거듭하며 여태 살아있었어? 아무래도 좋아. 모든 게 끝나는 걸 막고 싶으면 날 돕는 게 좋을걸?”
“뭐?”
“지금처럼 도시에 괴물이 들끓는 상황은 대책 없지만, 저것들을 어떻게든 치워서 마왕과 1-1 구도가 되면 내게 나름의 수가 있어.”
“…”
“그러니까 도와. 불굴의 이성, 영혼의 화로가 꺼져서 이 난리가 났으니, 다시 불을 피워야 할 것 아니야?”
문득, 시조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음을 느꼈다.
오래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일어선 사람치고는 참 멘탈이 약한 것 같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녀가 중얼거렸다.
“얼마나 더 바쳐야 해?”
나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안다.
“필요한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