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14)
EP.414 414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3)
414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7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이른 아침, 동료들이 마지막으로 정리하기 위해 다과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은솔 누나는 이미 깔끔한 차림으로 화이트보드 앞에 선생님처럼 서 있었는데, 익숙하다 싶으면서도 가끔은 신기하다.
이게 재벌 집 막내딸의 특성 그런 건가?
“104호의 대략적인 구도는 기억나지?”
화이트보드에 잘 정리되어 있었다.
「 호텔 파티 : 호텔고 학생과 교사
적대 세력 : 구교사 사교 집단
대적자 : 아우렐리아
죄수 : 주
」
“기본적인 세력 관계는 이런 식이야. 사교 집단은 학생들을 구교사로 끌어들여 세뇌하려 하지.”
기억나는 부분을 언급했다.
“A를 데려갔다면, A를 대체할 인형을 학교에 보내는 것 잊지 맙시다. 완전한 인간은 아닌 것 같긴 합니다만.”
“좋은 지적이야. 첫 번째 시도에선 혼란 속에서 여러 사람이 죽어 나간 후, 가인이와 아리가 학교에 대혼돈을 불러와서 탈출했지.”
나는 아우렐리아를 암살 시도하려다 주를 만나 죽었고, 아리는 학교를 통째로 태워버린 끝에 경찰에 잡혀갔다.
“이 과정에서 우린 한 가지 사실을 알았어. 사교 집단은 외부 세력, 즉 ‘관리국’에 들키는 일을 피하려 해.”
“그렇죠.”
“두 번째 시도에선 초장부터 사교 집단을 공격했어. 교도를 쓰러트리자 아우렐리아가 나타났는데, 그녀는 주에게 계시받아서 엘레나의 정보를 알고 있었어. 덕분에 제법 힘든 싸움을 벌였지.”
바로 거기서 위기가 시작됐다.
“아우렐리아가 쓰러지니까 104호의 유산이자 주의 분신인 신성한 태양이 나타났어. 분신은 등장과 동시에 가인이의 강림을 제멋대로 사용하더니, 모두를 죽이려 했지.”
“제가 마도서로 저항하기도 했고, 모두가 최선을 다한 끝에 탈출했습니다. 저는 페로의 몸에 깃들어서 도주했었죠.”
“이후에 우린 아우렐리아를 포섭하고, 주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기간을 노려서 구교사를 재공략했어. 주는 이미 새로운 성녀를 뽑은 상태였고.”
“최종적으론 제가 탈출 버튼을 써서 탈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귀한 아이템이었는데….”
이 정도로 104호 관련한 과거 진행을 정리했다.
“여기서 핵심! 오래전부터 다들 궁금해했지? 대체 주는 왜 이렇게 제멋대로 날뛸 수 있을까?”
내가 다음 말을 받았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진짜 주’는 첫 번째 시도 때 이후로 개입한 적 없습니다. 그때 한번 개입해서 내게 강림을 내린 게 끝이죠.”
그렇다면 두 번째 시도부터 우리와 죽어라 싸운 존재는 대체 누구인가.
“이후에 우리를 위협한 존재는 다름 아닌 신성한 태양입니다.”
주는 신성한 태양을 또 다른 자신으로 여긴다.
신적인 존재이기에 ‘정체성’에 대한 생각이 인간과 다를 수 있겠지.
호텔은 어떨까?
호텔이 생각하기에 주는 정신병 걸린 신이고, 신성한 태양은 자아를 가진 유산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신성한 태양이 104호에서 제멋대로 날뛸 수 있는 이유는 별것 아니다.
호텔이 보기엔 죄수가 아니니까.
그냥 제법 강력한 ‘에고 유산’에 불과하니까.
아리가 테이블을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예전에 얻은 힌트들도 고려하자.”
104호와 관련해 호텔이 준 힌트들.
첫째, ㅁ는 아버지를 ㅁㅁ하는 법.
“힌트의 첫 글자는 딸이야. 아버지에 해당하는 건 당연히 주고. 즉, 아우렐리아가 ㅁㅁ하게 해야 하는데, 난 이걸 ‘배신’이라고 봐.”
딸은 아버지를 배신하는 법.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건 천기누설.”
‘미러전의 위험성, 교단의 신화와 교리, 적의 탄창을 비워라.’
이번엔 내가 입을 열었다.
“미러전의 위험성이야 이미 지독하게 겪었죠. 주는 호텔 파티를 공략하듯 대응했으니까요. 적의 탄창, 즉 강림은 이제 다 썼으니 신성한 태양이 갑자기 절 조종할 수단은 없을 테고.”
마지막은 교단의 신화와 교리다.
“즉, 우리는 교단 자체에 대해 더 살펴야 합니다. 이런 점까지 고려해서 104호의 과거 진행을 살피면, 주 혹은 신성한 태양이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이 보이죠.”
첫 번째 시도, 우리가 학교를 탈출하려 하자 아우렐리아는 폭발적인 힘을 휘두르며 나타났다.
교단의 관점에서 보면, 호텔고의 괴이함을 느끼고 탈출한 사람은 관리국에 신고할 확률이 높으니 상당한 위기였다.
여기에 내가 성녀를 암살 시도하자 주가 직접 개입했다.
두 번째 시도, 우리가 교단을 뒤집어엎자 신성한 태양은 대놓고 강림해서 판을 으스러트렸다.
듣고 있던 진철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는 항상 교단이 위기에 처해야 개입할 수 있는 건가?”
“그렇죠. 물론, 성녀와의 간접적인 소통은 더 폭넓게 가능할 겁니다. 계시나 예지몽 같은 방식이겠죠.”
그때, 미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교단을 자극하지 말아야 해? 교단을 위기에 빠트리면 주가 개입하니까?”
아리가 바로 반박했다.
“그건 아니지. 두 번째 시도에서 우린 104호의 해결 조건도 알았잖아? 주가 직접 알려줬지. 교단의 몰살이야.”
그 말에 미로는 혼란스러워했다.
“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 해결하려면 교단을 무너트려야 하는데, 교단을 무너트리면 주 혹은 신성한 태양이 개입하잖아.”
바로 이것이 104호와 관련한 모든 문제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해결하려면 교단을 소멸시켜야 하는데, 교단을 공격하면 신에 가까운 존재가 개입한다.
진철 형이 표정을 굳혔다.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이거지? 하긴! 지금 우리 전력을 봐. 유산만 몇 개야? 이 정도면, 신성한 태양과 아우렐리아의 개수작 따위는 -”
“잠까아안!”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진철 형을 제지했다.
“어, 어? 가인아?”
“형. 그쪽으로 가는 순간 방향성이 틀렸어요.”
“으음….”
“잊지 마세요. 104호는 ‘1층’입니다.”
“…”
“형이 말한 방식은 이거죠? 교단을 작살내서 신성한 태양을 튀어나오게 한다. 그 반신적 존재를 우리의 막강한 전력으로 때려눕힌다.”
“이상하냐?”
“사실, 저도 예전엔 그쪽으로 생각했습니다. 신성한 태양은 지하 도시에서 나타난다, 주가 이렇게 알려줬거든요. 그래서 성녀를 지상으로 끌어내서 죽여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죠.”
“지금은 달라?”
“첫째, 성녀는 ‘상황에 따라선’ 지상에서도 힘을 씁니다.”
첫 번째 시도 당시 성녀는 분명 지상에서 힘을 썼다.
“주 혹은 신성한 태양이 지상에서도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이 있나? 아니면 성녀에게 미리 부여한 힘을 소모했나? 어느 쪽인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지상에서도 힘을 쓸 때는 쓴다는 거죠.”
아리가 간단한 가설을 언급했다.
“어쩌면 신성한 태양은 지하에서만 나타나지만, ‘진짜 주’는 조건만 충족하면 위치의 제약은 없을지도 모르지.”
“다른 이유는?”
“천기누설이 교단의 신화와 교리를 생각해보라고 했는데, 이런 건 교단을 때려 부수기보다는 가까이 가서 이해해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아하!”
“마지막, 애초에 주가 생각한 해결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면 주의 의도에 놀아날 뿐이죠. 다른 방식을 써야 합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반신을 힘으로 때려죽이는 방향은 틀렸다는 이야기네. 이해했다.”
이 정도로 104호와 관련한 논제를 쭉 정리했다.
말없이 듣고 있던 선생님이 화이트보드 쪽으로 움직였다.
“회의를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군요.”
「첫째, 교단, 특히 성녀를 섣불리 해쳐선 안 된다.
둘째, 교단의 신화와 교리에 대해 고민해볼 것.
셋째, 해결 방식은 1층 수준의 저스펙으로 가능해야 한다.」
이 세줄 요약에 모든 핵심이 다 들어가 있다.
“자…. 여기까지 이해했다면, 슬슬 어떻게 풀어야 할지 보이죠?”
내가 찾아낸 해결법은 ‘현실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7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 딩 동 댕 동~!
깨어남과 동시에 호텔고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104호 답게 현자의 조언 등 상태창 주요 기능은 막힌 상태다.
물론, 밖에서 조언을 이미 써가며 계획을 짰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다.
There have been many –
앞에서 뭐라 뭐라 영어를 떠드는 교사, 지루한 표정으로 고개를 까딱거리는 학생들.
주변에는 다소 피곤한 표정을 지은 동료들이 보인다.
하품하는 아리, 교복을 입은 엘레나, 앵무새를 얹고 있는 송이.
다시 봐도 황당하네.
무슨 교실에 앵무새를 데려오는 사람이 있어?
슬슬 시작하는 게 좋겠 –
「그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
「굳이 이렇게 악독한 수를 쓸 필요가 있는가? 애초에 해결 방법에 대해 왜 고민하지? 그냥 구교사로 가서 성녀를 쓰러트리고 아버지를 불러내라.」
“…”
「그리하면 아버지가 알아서 해결하신 후, 너와 협상하실 터.」
이 부분도 마무리 회의 중 동료들과 나눈 이야기다.
이런 부분 역시 104호의 기묘함이다.
다른 방과 달리 104호의 죄수, 주는 방의 해결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손으로 방을 해결하려 한다.
그의 목적은 신성한 태양을 호텔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며, 이걸 위해선 방의 해결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한 고민은 쓸모없다는 계시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내 말 들리지?’
「…」
‘네 말대로 최후의 순간엔 결국 주와 협상해야겠지. 우리도 이 방에서 그놈의 신성한 태양을 챙겨가기 위해 왔으니까.’
「그렇다면 -」
‘더 들어. 협상 테이블로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어.’
「해야 할 일이라….」
‘우리가 더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해야지. 그걸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일은 필요해.’
「…」
‘생각해. 너는 강림 때문에 태어난 또 다른 나지? 이게 무슨 의미겠어? 넌 주보다 한가인에 더 가까운 존재야. 그러니 주의 견해를 대변하려 하지 말고 내 입장에 서.’
이런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레 생각했다.
관리국 사람들이 종종 말하는 내 영혼의 격.
이것이 부족했다면, 지금처럼 계시가 내 말을 경청했을까?
절대 아니라고 본다.
진즉 날 집어삼켰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아닌 한가인의 입장에서 선다….」
‘정말 주를 아버지라 여기는 모양이지? 그러면 이런 방향으로 생각해.’
「…」
“아버지 역할이 뭐야? 원래 때 되면 적당히 죽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거 아니야? 왕위는 계승하는 -”
…
마지막 문장은 실수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수업 중이던 선생님은 물론이고, 주변 학생들까지 죄다 날 쳐다봤다.
“하, 한가인! 너 인마!”
“…”
“이 새끼가 수업에 집중은 안 하고! 그리고 뭐? 아빠는 때 되면 뒤지셔야 한다?”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습니다만….”
“너 이 자식! 수업 끝나고 – 아니다, 지금 당장 여기 나와서 엎드려뻗쳐!”
귀찮은 일이 생기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그다지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교탁 쪽으로 나아가자 영어 선생님이 나무 막대를 위협적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걸로 절 때리시게요?”
“한가인! 너 말투가 왜 이래? 인마, 뭐, 핸드폰으로 찍어서 SNS 올리게?”
“아니요.”
“그럼 당장 엎드려서 -”
한가인 류(流) 비기 – 순간이동 몸통 박치기(Teleport Body Slam)!
— 우당탕!
학생을 사이비 교단에 바쳐대는 정신 나간 교사의 허리가 뒤로 접히는 데에는 단 한 방으로 충분했다.
그러고 보면, 내 계획을 들은 은솔 누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명명했지.
‘프로젝트 테라포밍’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