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15)
EP.415 415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4)
415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4)
– 김아리
들어오기 전부터 수없이 했던 이야기가 있다.
104호의 해결은, 사실 무척 쉽다.
해결 조건은 구교사 아래의 지하 도시에 숨어있는 사이비 교단의 파멸이다.
첫 시도 때야 화기를 다량 보유한 교단을 대체 무슨 수로 쓰러트릴지 아찔했지만, 예전 이야기다.
지금 우리 힘이면 총을 든 군인 정도는 수십 명이 있어도 어렵지 않아.
굳이 위험하게 직접 싸울 필요도 없다.
한두 명이 밖으로 탈출해서 관리국을 끌어들이면, 관리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정리할 테니까.
더 쉬운 방법은 그냥 아우렐리아를 암살해서 신성한 태양을 불러내면 된다.
‘주’의 목적은 203호의 미친 고래처럼 방을 영원히 존속시킨다. 따위가 아니니까.
주는 우리보다도 간절히 104호의 해결을 바란다.
104호가 소멸한 후 주어질 보상, 신성한 태양이 주의 분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신성한 태양이 저주의 방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자신의 탈출이라 생각한다.
이 점이 104호의 가장 큰 문제다.
해결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해결 후에 주어질 보상 자체가 수상하다는 것.
물론, 엘레나나 묵성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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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시점에서야 신성한 태양이 우릴 뭐, 세뇌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어렵지 않을까요?”
“엘레나만 해도 ‘명경지수’를 얻었으니까 말이지. 가인이쯤 되면 아예 별일 없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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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가인이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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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죠. 유산의 영향은 분명 그런 식일 겁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바뀐다?”
“신성한 태양을 얻자마자 ‘난 이제 한가인이 아니라 주다. 모두 죽기 싫으면 내 앞에 꿇어라.’ 이렇게 변할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정신 차리고 보니 할아버지가 저녁마다 제게 기도할지도 모르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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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그럴듯한 예시다.
이미 그 비슷한 일을 겪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여하튼, 이런 이유로 우린 제법 복잡한 계획을 짰다.
“뭐야? 뭐야?”
“가인이가 갑자기 선생님을 팼어!”
“바, 방금 순간이동 한 것 아니야?”
“잘못 본 거야!”
“선생님 불러!”
난장판이 된 교실, 어느새 달려온 교사들이 가인이를 구교사로 끌고 갔다.
혼란 속에서 우리는 가인이의 신호를 기다렸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75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하여튼 요즘 애들은!”
“…”
“선생님이 어, 혼 좀 냈다고 어, 주먹이 나가? 제정신이야?”
“…”
귀찮아서 인솔 교사를 치우고 혼자 구교사로 갈까 고민했지만, 불필요한 일을 늘리고 싶지 않아 인내했다.
다행히 구교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데려왔습니다!”
“나가보라.”
이미 아우렐리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주가 그녀에게 계시나 예지몽을 내리지 않았을까?
그래서 대놓고 물었다.
“그래, 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우렐리아는 어딘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 아버지께서 이르시길, ‘이제 방황을 끝냈느냐’고 하신다.”
이 말은 내게 이렇게 들렸다.
‘병신아, 이제 내 앞에 대가리 박을 준비가 됐냐?’
“아버지. 일찍이 당신이 내린 힘을 모두 소진했나이다. 그러나 내게 남은 시련이 막중하니, 당신의 도움을 간절히 바랍니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아오! 강림 다 썼는데도 저주의 방이 남았네요. 유산이 더 필요한 것 같은데, 좀 도와주십쇼.’
“아버지께서 이르시길 -”
“그 문구는 이제 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일찍이 보였던 오만한 태도는 어디 갔는고?”
‘너 이 새끼야, 저번엔 탈출 버튼 누르고 우리 사이에 다음이 어딨냐며?’
“시련 앞에 선 제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아버지, 죄 많은 아들을 용서하실 수 있겠습니까?”
‘야, 야. 예전 일은 그만 잊자. 좀 봐주라고!’
“아들아, 네 모습이 참으로 애처롭구나. 그러나 자녀가 실수를 거듭하고, 때로는 버릇없는 모습을 보여도 부모는 자식의 참회를 기다리는 법이니라.”
‘등신 새끼. 한번 대가리 박아봐라.’
— 쿵!
나는 그 말을 듣는 즉시 아우렐리아의 앞에 무릎 꿇었다.
“아버지, 과거의 죄를 참회하나이다. 부디 제게 한 번의 기회를 주소서.”
‘이거면 됐냐? 야, 여기서 더 다치면 서로 피곤하니까 대충 넘어가자.’
“원한이란 흐르는 물에 떨어진 먹물과도 같으니, 과거의 일은 이미 잊혔다. 아들아, 네가 나에게 자비를 구하니, 실로 기쁜 날이다. 이제 날 따르겠느냐?”
‘봐줬다.’
“물론입니다. 다만, 아버지께서 일전에 내리신 힘은 전부 소진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 직접 손을 쓰기 힘드실 터이니, 제가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강림 다 썼다. 이번엔 주 당신이 직접 나설 수 없을 테니 내가 직접 교단을 처리하겠다.’
“그리하라.”
“‘그녀’의 목숨부터 거둬야 할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아우렐리아부터 죽이겠다.’
“허락한다.”
‘죽여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나와 주, 혹은 신성한 태양 사이의 대화긴 하나 분명 아우렐리아가 코앞에 있다.
우린 아우렐리아 바로 앞에서 대놓고 ‘104호를 해결하려면 교단을 무너트려야 하니, 아우렐리아를 죽이겠다.’, ‘그래. 죽여라.’ 따위의 대화를 나눈 상황이다.
아우렐리아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생 모셔 온 신이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을 짜셨나보다 하고 신의 뜻을 내게 전할 뿐.
“…”
아우렐리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그녀는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모아온 정보를 통해 내린 결론.
신성한 태양은 교단이 존망의 위기에 빠질 때 나타난다.
즉, 교단이 위기가 아닐 때 주는 ‘성녀’를 통한 간접적인 개입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 스르릉!
“가인 군? 그 칼은 뭔가요?”
교단이 멀쩡한 상황에서 이 여자만 무너트리면, 주는 의외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 서걱!
호텔에서 챙겨온 단검이 단박에 성녀의 목을 스쳤다.
“꺄아악! 가, 갑자기 이게 무슨 -”
일부러 공격을 한 템포 늦춘 채 또박또박 말했다.
“아우렐리아, 방금 듣지 않았느냐? 아버지께서 네 목숨을 거두라 하셨다.”
“무,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아버지께 살려달라고 해봐라.”
— 스르릉!
다시 한번 날아드는 단검, 충격과 공포에 빠진 채 바닥을 구르는 아우렐리아.
연거푸 휘둘러진 단검이 성녀의 상체 여기저기를 그었다.
그러나, 치명상은 한 개도 없었다.
“꺄아악! 아, 아버지! 아버지!”
성녀는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주에게 빌고 또 빌었다.
정신 차려보니 반쯤 벗겨진 상의, 여기저기 찔리고 베여서 피범벅이 된 몸.
거기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풍만한 –
… 저, 정신 차리자.
여하튼, 잠깐 사이에 험한 꼴을 당한 아우렐리아의 눈빛에 절망이 가득 찼다.
“아버지가 힘을 내리시지 않은 모양이네.”
“흐으윽!”
“바보 아니야? 아까의 대화, 지금의 무력함. 모르겠어? 네가 정녕 충실한 딸이라면, 얌전히 내 앞에 옷 벗고 목 내밀어야지.”
“오, 옷은 왜 벗죠!”
“… 옷은 됐어. 내 말은, 얌전히 좀 죽으라고!”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진 성녀에게 다가가며 생각했다.
평생 모신 신이 ‘날 위해 죽어라.’라고 명령했을 때, 그녀는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
나는 이 답을 두 번째 시도에서 알아냈지.
절망으로 가득했던 아우렐리아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이얍!”
— 탁!
쓰러졌던 성녀가 갑자기 다리를 쭉 뻗어서 날 걷어찼다.
타이밍 맞춰서 요란하게 바닥에 엎어질 때쯤, 마침내 지하 도시의 교도들이 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우렐리아 님! 무슨 일입니까!”
몰려오는 신도들의 발소리를 들은 성녀가 기세를 찾고 날 노려본다.
“이, 이 악독한 놈! 널 반드시 -”
이 정도면 됐다!
“안녕히 계세요~!”
즉시 몸을 일으켜 구교사 바깥으로 달리며 생각했다.
이제 아우렐리아는, 아버지가 자신을 ‘죽여서라도’ 무언가 이루려 함을 알았다.
나는 성녀의 마음속에 불신의 역병을 퍼트렸다.
*
– 김묵성
[한가인 : 지금!]신호가 떨어졌다.
곧,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우당탕!
“으아악, 차, 차 선생님! 갑자기 이게 무슨 -”
차진철은 비품실을 마구잡이로 때려 부수기 시작했고.
“나비, 나비다! 갑자기 나비가 -”
“꺅! 나비가 닿으니까 사람이 쓰러졌다!”
“이, 이 선생 대체 왜 이러십니까!”
은솔이는 ‘호접몽’을 써서 행정실 교사들을 다 도망가게 했다.
아이들은 잘 진행 중일까?
위층에 올라가 복도를 거닐며 상황을 살피니 그럴듯했다.
송이는 손을 까딱까딱하며 아이들끼리 주먹질하게 했고, 승엽이는 의자로 창문을 마구 깨트렸다.
아리는….
“어때? 나 예뻐?”
“어, 엄청 예쁜데!”
“이얍!”
“입 옆에 선은 직접 그은 거야?”
“… 에잇!”
아리가 하는 짓을 구경하다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보아하니 ‘빨간 마스크 괴담’을 흉내 내서 애들을 겁주려던 것 같긴 한데….
솔직히 귀신 흉내 내긴 너무 예쁘다.
입 옆에 빨간 선 좀 긋는다 해서 괴물처럼 보이진 않아.
그래서 아리는 그냥 애들을 힘으로 패기 시작했다.
“아리 네 취향도 참….”
어찌 됐든, 잠깐 사이에 학교 전체가 뒤집혔다.
이제 슬슬 나도 –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둥글게!”
“빙글빙글 돌아가며 춤을 춥시다!”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갑자기 수십 명의 아이가 노래를 부르며 교실에서 튀어나왔다.
이건 또 누구 짓인고 했더니, 맨 앞에 싱글벙글 웃는 미로가 있었다.
특유의 ‘목소리’로 아이들을 홀린 모양이다.
곧, 미로는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가서 ‘둥글게 둥글게’ 하며 놀았다.
“흠. 미로 쪽 취향이 아리보단 좀 낫네.”
“너, 방금 그 말은 좀 재수 없었어.”
어느새 아리가 지루한 표정으로 내 옆에 섰다.
“이 정도면 교단 놈들도 무슨 악마가 쳐들어왔나보다 하겠지. 안 그래?”
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아마도. 슬슬 기도하면서 주님~ 주님~ 하겠네.”
평소였다면, 이런 괴이한 일이 학교를 뒤집어엎으면 아우렐리아가 나섰으리라.
지금은 어떻게 돌아가려나?
가인이 녀석이 잘 처리했다면, 아우렐리아는 내적 혼란에 휩싸였을 텐데….
저주의 방이 항상 그렇듯, 모든 것이 우리 예상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 장담할 수 없다.
어찌 됐든, 나도 슬슬 할 일을 해야겠지.
“선배, 나 먼저 내려갑니다.”
“선배는 무슨…. 평소엔 그렇게 부르지도 않으면서.”
“다음엔 웃기지도 않은 빨간 마스크 말고 뱀파이어나 흉내 내고!”
— 탁!
아리가 내 뒤통수에 공을 던졌다.
*
행정실로 돌아오자 수십 명의 교사가 혼란에 빠져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교단에 직접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몇몇 교사들이 자기들끼리 모여 있었다.
이제 이놈들을 휘어잡을 시간이다.
[군중심리 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