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16)
EP.416 416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5)
416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5)
– 이은솔
소란스러운 복도를 거닐며 한가인이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다.
성별은 남성.
외견은 제법 잘생긴 청년.
스펙은 K 대학교 신입생.
여기까진 흔하디 흔한 프로필이네.
하지만, 이제 이런 단어는 가인이에게 의미가 없어.
나이는 계측불가.
종족은 반 인간 반 초월체.
마도서의 주인이자 강림 사용자.
이 쪽이 더 적절한 수식어가 아닐까?
다른 동료들에 대해선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떤 사람인지 이해했는데, 한가인 만큼은 모르겠어.
예전에, 그러니까 102호에 처음 들어갈 때의 경험을 되새겨보자.
그때도 가인이는 제법 똑똑하면서 순발력이 상당했다.
스포츠 식으로 표현하면, 그때부터 유망주였다?
그러니까 올빼미가 다른 후원자들이 언급할 정도로 적극적인 개입을 마다하지 않았겠지.
경험이 쌓일수록 점점 더 지혜로워졌다.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현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한다.
이런 일에서 그 녀석의 비중이 점점 높아졌고, 가인이는 점점 거리낌이 없어졌다.
생각과 행동에 거리낌이 없다.
결정을 내리면 주저하는 법이 없다.
합리적으로 필요한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긍정적인가?
조금 뒤틀린 예시를 들어 표현할 수도 있지.
자신과 호텔 동료를 제외한 존재를 배제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해쳐야 한다 싶으면, 어린아이라 해도 일말의 주저함 없이 목을 벤다.
합리적으로 필요하다면, 인신공양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부정적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열반경에 군맹무상(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짐)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님 여럿이 모여 코끼리를 만지더니, 각자 만진 부위에 따라 전혀 다른 말을 했다는 것.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려 드는 어리석음을 비꼰 고사다.
내가 바로 이런 함정에 빠진 게 아닐까?
인간을 벗어나지 못한 내가 우리 중 가장 멀리 간 사람을 평가하려 하니 헛소리 중인지도 모르지.
203호에서 나온 후, 나는 가인이에게서 까마귀 형상의 괴인을 보아왔다.
얼마 전, 가인이에게 이 사실을 솔직히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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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눈에 그렇게 보이고 있을줄은 몰랐네요. 어쩐지, 누나가 절 볼 때마다 움찔움찔하더라니!”
“…”
“그래서 104호로 다시 가는거죠. 내 균형이 무너졌다면, 신성한 태양이 다시 잡아줄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야.”
“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응?”
“그 녀석들, 진짜 별 것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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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는 가인이는 정말 별 일 아니라는듯 킥킥거렸다.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마도서 혹은 강림의 영향을 별 것 아니라 여길만한 이유?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야.
그 판단이 정확하길 빌 뿐이다.
상념은 집어치우고 일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한민국에는 악명높은 사교 하나가 있었는데, 이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다.
내 자랑스러운 조국이 어떤 나라야?
자칭 예수만 스물이요, 보살과 선지자를 합치면 세자릿수가 나오는 위대한 나라!
와~! 국뽕 미쳤는데?
…
이런 나라에서 일개 사이비 종교가 악명을 떨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무언가 특별해야 한다는 의미고, 그들의 특별함은 다름아닌 ‘포교 방식’에 있었다.
그들의 주요 먹잇감은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교회를 통째로 먹어치우는 테라포밍이야말로 그들의 장기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테라포밍 1단계 : 이간질.」
마침, 뚱땡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으, 은솔 선생! 나, 나비는 대체 어디로 갔습니까?”
*
내 앞에서 당황중인 뚱보는 박 집사라고 불리는데, 교단과 학교를 연결하는 사람 중 하나다.
“모, 모르겠어요! 갑자기 나비가 제 몸에서 마구 튀어나왔는데, 이젠 사라졌어요!”
학교를 단박에 혼란에 빠트리기 위해 모두가 힘을 쓰긴 했지만, 그건 말하자면 1단계.
2단계에선 몇몇을 제외하곤 ‘악마에 홀렸던 평범한 사람 행세’를 시작한다.
“마귀, 마귀입니다! 마귀가 학교를 점령한 게 틀림없습니다! 아아, 주여! 아버지시여! 아우렐리아께서 모두를 구하실지니 -”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우렐리아요? 요전에 말씀하신 교의 성녀님 말하시는거죠?”
“물론입니다! 곧 성녀님께서 나타나셔서 -”
살짝 찔러보자.
“왜… 왜 지금 우릴 도와주시지 않는 거죠!”
“으, 은솔 선생?”
“학교가 이 난리가 났는데! 아이고 선생이고 가릴 것 없이 마귀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데! 대체 성녀님은 어디서 뭘 하시길래 -”
“조용히 하지 못해!”
“…”
“…”
“죄송합니다.”
“흠, 흠. 은솔 선생, 내가 너무 흥분했습니다. 우선, 밖으로 나갑시다. 분명 외부에서 -”
— 쾅!
일어서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흥분한 교사들이 나타났다.
“성녀는 대체 어디 갔습니까!”
“아버지, 아버지! 우릴 버리시나이까!”
“아아, 질서가 무너지며 세상이 도탄에 빠졌으니 -”
열댓명의 교사를 이끄는 건 할아버님이었는데, 날 보자마자 슬며시 미소지었다.
할아버님은 최근에 강화한 축복의 힘, ‘군중심리’를 사용중이다.
“대, 대체 저게 뭡니까? 이 개같은 새끼들이 -”
흥분하는 뚱보의 팔을 붙잡았다.
“집사님, 고함 지르시지 말고 우선 합류합시다. 설득은 다음에 하면 되죠.”
“그, 그럽시다!”
*
“아우렐리아님! 대체 어디 계십니까? 부디 우리를 버리지 마소서!”
“부디 우리를 버리지 마소서!”
딱 10분 컷.
할아버님이 뚱보 집사를 ‘설득’하는데 걸린 시간이야.
옆에서 구경한 군중심리를 간단히 요약하면 미로의 ‘목소리’의 상위호환 느낌?
능력 자체는 비슷한데, 범위가 더 넓다.
강도는 더 약한것 같긴 한데, 덕분에 옆에서 봐도 ‘초능력’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즉, 은밀성은 한 수 위라는 이야기다.
제법 대단한 능력이라 그런지 할아버님의 표정도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 틱!
그때, 신호음과 함께 다음 단계가 시작했다.
「테라포밍 2단계 : 시련」
“부, 불이 꺼졌어요!”
“꺄아악!”
“으헉!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우오오오!
갑자기 조명이 반쯤 꺼지며 학교 전체가 어두워지더니, 사방에서 음산한 소리가 들려온다.
바닥을 적시는 붉은 액체, 그 위에서 형체를 드러낸 불길한 형상. 칠흑의 소녀.
언뜻 보기엔 어린 소녀를 닮았지만, 이 자리의 그 누구도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허어억! 귀, 귀신이다!”
“성녀님성녀님성녀님성녀님성녀님성녀님성녀님성녀님-”
“하늘에계신아버지간절히기도하니저희에게-”
공포가 사방을 잠식해간다.
엘레나와 아리의 솜씨임을 알고 있는 나와 할아버님조차 섬뜩할 지경이니, 평범한 인간이 견뎌낼 수 있을리가 없지.
— 찰박!
그랬기에 아리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을 때도 피하거나 저항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아버지와 성녀의 도움을 기다릴 뿐 –
— 서걱!
“꺄아아악!”
“으아아악!”
거리ᅟᅡᆼ너래;ㅑ저배ᅟᅣᆨ러ᅟᅢᆼ냐ᅟᅥᇂㄹ;ㅣᅟᅡᆫㄹ어프ㅏㅣ;얼;ㄷ지ㅏ버가ᅟᅵᆼ느마ᅟᅵᇁ;얼퓨ㅏㅐ;벋ㄱ재
김아리이미친년이그냥겁만준다했으면서진짜사람을둘이나썰어죽여???
으악피피피피내장이건뭔데동맥인가아진짜나랑할아버님도옆에있는데이런짓을으아악목이구른다굴러내옆에목이굴러와서
“으, 은솔아! 지, 진정!”
“하아악!”
“와! 저거, 저거 쥔짜 돌아삔거 아이가!”
간신히 심호흡하며 주변 상황을아씨발동맥이내쪽으로피를뿜어대잖아!
이은솔 : 진짜 죽이진 않을거라며!
김아리 : 어땠어?
이은솔 : 미쳤어? 이런 짓을 할꺼면 미리 말해!
김아리 : 몰라야 네 연기가 리얼하지.
그니까 내 연기를 현장감 있게 만들기 위해 교사 둘을 썰어죽였다고?
아무리 얘네가 NPC라 해도 그렇지!
“으아아악!”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절망 속에서 비명지르는 교사들을 보며 생각했다.
가인이가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면, 물론 마도서의 영향이 제일 크겠지만 두 번째 원인은 바로 저 미친 관리국 아가씨라고!
김미로 : 나 이제 나가?
그래, 그래. 진정하자.
아리는 나이가 무척 많으니까 슬슬 치매걸릴때도 됐지.
그보다 침착하게 계획을 진행해야 한다.
다음 장면에선 나도 힘을 써야 하니까.
이은솔 : 시작!
“라아아~! 아아아~!”
계단에서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피와 꿈틀거리는 내장 – 아오 김아리! -으로 가득한 복도의 지옥 같은 분위기와 전혀 다른 목소리.
어둠을 가르며 그녀가 나타났다.
허리 아래에서 찰랑이는 은발, 보석처럼 붉게 빛나는 신비로운 눈동자,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이목구비.
사람이라기보다는 요정을 닮은 소녀, 미로.
순백으로 가득한 그녀의 모습은 어떤 의미에선 숭고해보이기까지 했다.
고작 외모에 불과하다기엔, 저런 외모는 그 자체가 카리스마 아니겠어?
물론, 약간의 신비함은 필수다.
— 틱!
“어? 어? 부, 불이 돌아옵니다!”
신호음과 함께 꺼졌던 조명이 돌아온다.
“꺄아아악~!”
불길한 아우라를 뿜어내던 칠흑의 소녀는 비명지르며 도망갔다.
그 틈에 할아버님 등 뒤에 숨어 브로치를 열자, 신비롭게 빛나는 나비들이 미로 주변을 감싸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테라포밍 3단계.
「여왕벌 교체」
*
신령한 소녀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걸어간다.
그녀가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어둠은 사그라들었고, 사특한 마귀는 비명 지르며 도망갔다.
아리가 참 비명을 잘 지르는구나.
그 와중에도 의심 가득한 눈을 보이던 몇몇 ‘불신자’들은 송이가 두어번 손을 까딱하자 곧 경건한 자세로 미로를 바라보았다.
성스러운 소녀, 성녀다.
몇몇 교인들은 벌써부터 아버지께서 새로운 딸을 내리셨다고 떠들어댔다.
진짜 성녀인 아우렐리아와 가짜 성녀 미로를 구분하지 못하는 꼴이 우스웠지만, 저들에겐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주’와 상시 연결된 존재는 아우렐리아뿐이니까.
나머진 성녀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의 은혜를 느껴왔을 뿐.
그러니 또 다른 기적을 보면 이 또한 주의 선택이려니 할 수밖에 없다.
이윽고 수백명의 사람들이 미로를 따라 운동장으로 나왔다.
새로운 성녀는 아름답게 미소지으며 모두를 향해 돌아섰다.
“아아…! 신이시여!”
“이 영광을 눈에 담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으며 -”
“조, 조용히 하라! 성녀님께서 하실 말이 있으시다!”
모두가 성녀의 새로운 계시를 기다렸다.
…
기다렸다.
…
쟤 뭐함?
김미로 : 얘들아.
이은솔 : ???
김묵성 : 뭐하냐?
김미로 : 나 대사 까먹었어.
모녀가 쌍으로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