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18)
EP.418 418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7)
418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7)
– 차진철
교도들을 죽이지 않고 아우렐리아를 만나려면 조건이 필요하고, 그 조건은 내가 맞출 수 없다.
지하에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대체 언제야?」
“…”
반나절 정도 더 흐른 후, 마침내 대화창이 깜빡였다.
이은솔 : 차진철 시작!
“오래도 기다렸다!”
— 파아아아!
“으악!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이계의 별 조각을 소환해서 감옥 중앙을 향해 굴린 후 꼬맹이처럼 비명 질렀다.
저 끔찍한 물건은 나랑 아무 상관 없다는 것처럼.
“뭐야? 저, 저건 뭐야!”
“이상한 돌조각입니다! 한번 확인 -”
“감옥이 괴상하게 변하는 것 안보이냐! 다들 물러서라!”
반쯤 무너져가는 지하 감옥을 자연스럽게 빠져나오자 수십 명의 교단 사람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리기 꼬락서니가 눈에 들어왔다.
“저게 대체 뭐야!”
“지, 지반이 무너지게 생겼습니다!”
이계의 별 조각은 이보다 더 요란하기가 힘들 정도로 굉장한 존재감을 가진 유산.
당연히 교도들은 바닥에 놓인 별 조각에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고,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은 피할 수 있어도 지형은 피할 수 없다.
별 조각은 모두의 눈앞에서 서서히 지반을 무너트리기 시작했다.
“서, 성녀님 모셔 와라!”
결국 성녀를 찾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 어떤 성녀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누구든지 간에 당장 -”
“미로 님은 지금 출타 중이십니다!”
이거지!
미로가 사라진 악마 추격을 핑계로 잠시 학교 외부로 나간 시점.
나는 이때를 기다렸다.
지금, 교단에 남은 성녀는 한 명뿐이다.
“아우렐리아 님을 모셔 와라!”
아무리 아우렐리아가 정신적으로 무너졌다 해도 이 상황에선 무조건 온다.
교단이 망하게 생겼는데도 안 올 거면 성녀 때려치워야지.
“인마, 이제 네 차례다. 알지?”
「뭔가 긴장되네.」
“아우렐리아 님! 이쪽입니다!”
마침내 얼굴 한번 더럽게 보기 힘들었던 아가씨가 나타났다.
“… 감옥 쪽인가요?”
교도들과 함께 걸어오는 아우렐리아는 확실히 대단한 미인이었는데, 솔직히 아리마가 탐낼 만 했-
아오! 마녀의 사고방식을 왜 자꾸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차진철 이 새끼야, 적당히 좀 하자!
“그렇습니다! 괴상한 돌이 – 어? 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별 조각은 돌려보냈다.
애초에 진짜 지하 도시를 무너트릴 생각은 없었으니까.
— 쾅!
콘크리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내 몸 전체가 벼락처럼 움직였다.
동시에 ‘찰나’의 힘이 발현하며 세상의 시계가 느리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크으!
말 몇 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고양감이 끓어오른다.
사람이 점프 한번 했는데 콘크리트가 터지며 몸이 미사일처럼 날아간다.
여기에 ‘찰나’의 힘을 더하면, 고릴라도 놀랄 괴력을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다룰 수 있다.
폭발적인 괴력과 칼로 깃털을 벨 정도의 섬세함.
이 모든 힘이 나, ‘차진철’이라는 인간에게 응축되었다.
이 얼마나 대단한 힘이냔 말이다!
호텔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실패한 격투가 지망생, 나이는 먹었는데 그럴듯한 경력 하나 없는 인생 꼬인 30대 아재.
딱 이 수준의 엿 같은 인생이었는데, 호텔은 내게 영웅으로 거듭날 기회를 주었다.
언젠가부터 난 더 이상 호텔을 원망하지 않았다.
망상은 이쯤 하자!
찰나가 세상 전체를 느리게 만드니 나도 모르게 여유를 부렸다.
놀라서 입을 벌리는 남자, 그는 몸을 던지며 날 막으려 한다.
상체를 스프링처럼 퉁기며 어깨로 밀쳐내었다.
다음에는 군인처럼 입고 있던 남자가 느릿하게 소총을 들어 올렸다.
아무리 용기의 축복이 있고, 찰나가 의식을 가속했다 한들 난 슈퍼맨이 아니므로 총알보다 빠를 수는 없다.
그러나, 총알을 피하기 위해 총알보다 빠를 필요는 없지.
즉시 바닥에 몸을 던지며 전방을 향해 구르며 조준을 피했다.
어느새 내 앞에는 아우렐리아가 있었다.
그녀는 조금은 당황한 듯하면서도 피하려 하지 않았다.
나 정도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난 아우렐리아를 죽이러 온 게 아니니까.
— 덥썩!
아우렐리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
“…”
“…”
짧은 침묵이 흘렀다.
내가 느낀 감각은 도무지 말로 딱 떨어지게 설명할 수 없었다.
굳이 어설프게 표현하자면, 오랫동안 내 몸과 마음을 짓눌렀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
내 등 위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 있었는데 막 사라진 것 같다.
더 쉽게 요약하면 해방감이다.
마침내 아리마가 내 몸을 떠났다.
*
– 이은솔
상황을 정리해보자.
104호에 다시 들어오며 우리가 세운 목표는 간단하다.
유산, 신성한 태양을 얻기 전에 이게 대체 뭐 하는 물건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가 유산에 만들어 둔 함정을 제거하거나 약화할 수 있으면 더욱 좋고.
그래서 우린 교단을 손에 넣은 채 104호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가인이는 지하 도시의 성역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 성역은 성녀만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성녀 쪽 일이 애매하게 풀리고 있다.
“이상하게 진철이 쪽은 계속 상황이 꼬이네.”
“그랭?”
“…”
미로는 책상 3개를 붙이더니, 그 위에서 고양이 식빵 자세를 취했다.
진지한 이야기 중인데!
“너, 좀 진지하게 들어.”
“왕 진지하게 듣는 중.”
“자세가 그게 뭔데?”
“잘 듣고 있는데? 와~ 은솔이 방금 무슨 선생님인 줄!”
내가 선생님이면 얘 머리통을 다섯 대는 쥐어박았겠지!
미로는 원래도 아이 같은 성격이었지만, 최근 ‘성녀님! 성녀님!’ 소리를 듣더니 더욱 기세가 등등해졌다.
— 쿵! 쿵!
“꺅!”
— 쿵! 쿵!
“아, 아리야! 이, 이거 성녀 모독죄야!”
“난 악마 역할이니까 괜찮아.”
아리가 옆에 있다가 네 대 쥐어박으니 마음이 편안해졌어.
미로가 은근히 아리 앞에선 꼼짝 못 하니까.
“할아버지랑 감옥 쪽으로 가서 대화창으로 대화해봤어. 진철이 말로는 아리마가 아우렐리아 몸에 들어가긴 했다는데?”
아리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왜 또 칩거 중이지?”
“글쎄….”
“혹시 육체 강탈이 실패했나? 아우렐리아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어.”
“그랬다면 차진철을 죽이지 않았을까?”
— 쿵!
“왜 또 때려!”
“담배는 또 어디서 났어?”
“학교에서 주웠는데?”
“왜 그런 걸 주워? 그리고 왜 피우려고 해?”
“잘 생각해봐! 저주의 방 밖으로 나가면 우리 몸은 풀 컨디션으로 돌아가잖아? 그러니까 -”
“그러니까 여기서 담배 한번 피워보겠다 같은 소리 하면 다섯 대 추가야.”
“…”
아리와 미로가 한숨 나오는 시트콤을 찍는 사이, 나는 승엽이를 바라보았다.
“결국 네가 영혼의 함에 담아야 하는 것 알지?”
“네.”
“상현 씨하고는 이야기해봤어?”
승엽이를 아우렐리아와 만나게 하는 건 학교 경비 역을 맡은 상현 씨의 일이다.
“그런데요, 담았더니 아리마가 아니라 아우렐리아면 어떡해요?”
“… 그러게.”
복잡한 가능성을 떠올리던 중, 옆에서 빼액 하는 소리가 나왔다.
“왜 나한테 자꾸 그래! 은솔이는 아까 담배 피웠단 말이야!”
“너랑 은솔이가 같 – 어? 은솔아, 너 담배 피웠어?”
미로는 왜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아리 네 엄마랑 있다 보면 손이 저절로 담배로 가.”
“피우는 줄 몰랐는데.”
“끊은 지 10년 넘었으니까.”
“그런데 피워?”
“잘 생각해봐. 저주의 방 밖으로 나가면 우리 몸은 풀 컨디션으로 -”
아리가 갑자기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미로에게 이상한 것 좀 가르치지 마. 어쨌든, 내가 미로랑 같이 성역에 다녀올게.”
미로랑 같이?
아하, 존재감 없는 소녀를 쓸 생각이구나.
“으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미로의 성역 출입 문제는 좀 피곤한 결론이 나왔어.”
성역은 본디 성녀만 들어갈 수 있는 장소다.
미로를 성녀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 문제에 관해 교단에서 제법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미로 혼자서 들어가는 건 허락할 수 없고, 아우렐리아와 같이 들어가야 한다는데.”
재밌게도 아우렐리아는 허락했다.
원한다면 같이 성역에 들어가자는 것.
그때, 미로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갈게!”
“…”
“후후! 아우렐리아, 이 요망한 것. 네가 날 어찌할 수 있다 생각한다면 -”
— 쿵!
“또, 또 때렸어!”
“미안. 방금 말투를 들으니까 내 손이 나도 모르게 움직였어.”
미로가 약간 삐진 표정을 지은 채 교실 밖으로 나갔다.
아리는 어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로를 바라보았다.
“참, 미로는 가끔 보면 신기해.”
“…”
“여기 그래도 저주의 방인데. 아무리 1층이라 해도 저렇게까지 겁이 없을 수가 있어? 이게 -”
아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것 아니야.”
“어?”
“전쟁 영화에서 종종 나오지 않아? 머리 위에서 총알과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옆에서 동료 머리가 터졌는데 유치한 개그나 하는 사람들.”
“… 가끔 봤어.”
“정신력이 강해서 나오는 행동이 아니야. 깊이 생각하면 너무 무서우니까 저러는 거지.”
그 말과 함께 아리도 교실 밖으로 나갔다.
“…”
“…”
고개를 돌려 승엽이를 보았을 때, 승엽이도 날 보고 있음을 알았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두 사람의 기묘한 연대 의식이랄까?
아리의 분석에 따르면 현실 도피적인 유치함을 드러내기 시작한 미로.
그 미로를 사랑하며 가엾게 여기면서도 위험한 장소로 데려가야 하는 아리.
호텔이란 참 잔인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혹한 여정이 끝나면, 우리는 대체 어떤 존재로 변해있을까?
마음이 복잡해졌다.
승엽이도 분명, 비슷한 생각 중일 거야.
얘가 중학생이긴 해도 은근히 속이 깊어서 –
“누, 누나!”
“응?”
“아리 누나랑 미로는 진짜 너무 예쁜 것 같아요!”
“…”
“교, 교복까지 입고 있으니까 진짜 고개를 들기 힘들어서 -”
— 쿵!
“으악!”
*
– 미로
— 또각! 또각!
“… 기분이 어때?”
“…”
— 또각! 또각!
“이상한 생각 들지 않아? 잊고 있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막 튀어나온다던가!”
“…”
— 또각! 또각!
대체 이 분위기는 뭐람?
아우렐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나와 아리를 데리고 지하 도시의 비밀스러운 장소로 움직였다.
“…”
조금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혹시 아리마가 아우렐리아에게 잡아먹힌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랑 아리는 우리 약점까지 파악한 아우렐리아와 싸워야 해.
이길 수 있을까?
이겨도 문제 아니야?
아우렐리아가 심하게 다치면 주가 개입할 수도 있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
만약에….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에….
주가 ‘이번 호텔 파티는 영 아니다’라고 판단했다면….
— 꿀꺽!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훗! 아우렐리아, ‘아버님’이 널 아직도 딸이라고 생각할까?”
“…”
“어쩌면 그분의 마음은 이미 내게 기울었을지도! 날 봐봐! 귀엽고, 재능있고, 똑똑한데 어리기까지 하잖아? 너랑 비교할 수 없는 -”
— 철컥!
아우렐리아가 벽을 건드리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가라.”
“…”
“의문을 풀기 위해 왔을 텐데? 너희가 궁금해하는 것, 이 아래에 답이 있다.”
“… 좋아, 그렇다면 -”
“너만 허락한다.”
“…”
‘너만 허락한다.’
이 말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음을 알고 있다는 소리다.
결국 아리가 위장을 풀었다.
“알고 있었나 보네. 하긴, 넌 일반인이 아니니까.”
“…”
“그런데,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할까? 난 위험한 장소에 미로만 보낼 생각 없는데?”
아우렐리아가 침착한 눈으로 아리를 바라보았다.
“내 말을 믿어라. 넌 그분의 위광을 버틸 수 없다.”
“무슨 근거로 -”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한가인, 김미로. 그 두 사람만 아버지의 위엄을 버틸 수 있나니….”
“그니까,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냐고!”
“김아리. 내 말을 믿어. 너흰 날 동료로 받아들일 생각 아니야? 영혼의 함에 담아서? 그런데 내 충고를 무시하겠다고?”
순간, 나와 아리의 말문이 동시에 막혔다.
이 여자는 아리마로부터 우리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미로, 내려가. 내려가서 모든 의문을 풀어. 아버지께서 모두를 위한 판을 준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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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