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20)
EP.420 420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9) Fin
420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Re (19) 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74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 – 저주의 방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X]
– 한가인
늦게나마 표정 관리하며 일어섰다.
“서로 할 이야기가 많으니 커피라도 타오겠습니다. 뭘 준비해드릴까요?”
“예? 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커피를 핑계로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과거의 나는 아우렐리아에게 낙원에 가지 말라는 쪽지를 보냈고 이 사실을 내게 숨겼다.
이유가 뭘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우렐리아의 자살 방지다.
그녀가 자살할 경우, 주의 신도였으니 영혼 자체가 신성한 태양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리마는?
아리마는 본질적으로 혼이 없는 정신 기생체이며, 지금은 아우렐리아를 잠식 중인 상황이다.
아우렐리아가 신성한 태양에 빨려 들어가면 아리마도 같이 사라진다.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자살하지 말라는 의미로 경고한 게 아닐까?
일견 합리적인 가설이지만, 중요한 부분에 허점이 있다.
이런 이유라면 아우렐리아에게 쪽지를 보냈음을 내게 숨길 이유가 없다.
혹시 시간이 없었나?
길게 적을 필요도 없고 ‘성녀, 자살x, 쪽지’ 이런 느낌으로 대여섯 글자만 적어도 대충 짐작 했을 텐데?
곧, 전혀 다른 가능성이 떠올랐다.
과거 상태창에 나타난 내 글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진득하게 묻어났었지.
비슷한 느낌을 쪽지의 문구에서 받았다.
「이것이 내 마지막 양심이요, 인간성이다.」
이런 단어는 평소의 내가 쓸법한 단어가 아니다.
쪽지를 적을 당시에 감정적으로 큰 동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단순하게 생각해봤다.
아우렐리아에게 쪽지를 준 이유는?
그녀는 예비 영혼의 함 후보이며 이는 곧 동료 후보라는 뜻이다.
그러니 문자 그대로 자비를 베푸는 의미에서 낙원에 가지 말라고 한 것.
내게 숨긴 이유는?
아우렐리아가 낙원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미래의 내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자연스럽게 104호의 핵심 특징 중 하나인 ‘비밀주의’가 떠올랐다.
교단은 자신들의 실체를 목숨 걸고 관리국에 숨기려 한다.
아폴리온이야 관리국에 들켰다간 토벌당할 수 있으니까 숨었으나 주는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202호의 어인처럼 대놓고 왕국을 차리는 건 어땠을까?
난데없는 세계 정복 같은 과도한 짓만 하지 않으면 관리국이 눈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모든 의문을 간단히 설명하는 답이 떠올랐다.
주가 교단을 만들어낸 목적이 지극히 사악하다면,
들킬 경우 관리국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라면,
낙원의 정체가 –
— 탁!
“여기, 아이스 아메리카노입니다.”
“네.”
생각을 멈췄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생각은 멈추는 게 낫다.
난 신성한 태양을 얻을 생각으로 돌아왔고, 얻은 후에는 당연히 쓸 생각이니까.
현실적인 생각, 눈앞의 아우렐리아에 대해 떠올렸다.
지난 몇 달간 아우렐리아는 우리가 교단을 구워 먹든 삶아 먹든 개의치 않았다.
저주의 방 내부의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미 마음이 ‘바깥’으로 향했고, 아우렐리아는 이미 50%는 동료다.
낙원이 어쩌고저쩌고하면서 아우렐리아의 마음을 흔들 필요는 없겠지.
“쪽지 줘보시겠어요?”
“예? 아, 네.”
— 지이익!
쪽지를 받자마자 찢어버렸다.
“앗? 가, 갑자기 -”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네?”
“이건, 당신이 난데없이 자살할까 봐 드린 겁니다.”
“…”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자살할 생각 없으시죠?”
“…”
이미 우리가 교단을 요리한 지 3개월이 흘렀다.
아우렐리아가 자살할 사람이면 이미 10번은 죽고도 남았겠지.
애초에 두 번째 시도 때 벌어진 일을 생각해보자.
신이 대놓고 목에 구멍을 뚫었는데도 이 악물고 도망간 게 아우렐리아다.
한가인 : 이미 반쯤 기울었음.
잠시 후, 바깥에서 상황을 살피던 동료들 여럿이 들어왔다.
*
“그러니까, 진철이가 참 요령이 없다니까!”
“누님도 참, 쓸데없는 이야기를 -”
“저, 저는 승엽이라고 하는데요 -”
조금 오바다 싶을 정도로 왁자지껄한 분위기다.
동료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 아우렐리아 혹은 아리마를 설득 중이었다.
영혼의 함에 담을 대상 중 그녀보다 뛰어난 존재는 찾기 어려우니, 그녀를 어떻게든 잘 융화시켜야 한다.
분위기를 보니 나름대로 잘 풀려가는 듯했다.
꽤 오랫동안 말없이 커피만 마시던 아우렐리아가 자연스럽게 끼어들기 시작했으니까.
가짜 성녀를 내세워 교단을 집어삼킨 악당들과 진짜 성녀.
언뜻 보면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관계다.
그러나 저주의 방 내부의 일을 일종의 영화처럼 받아들인다면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
영화 내에선 서로 죽일 듯이 다툰 주인공과 빌런이라 해도 영화 밖의 배우들끼리는 얼마든지 절친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동료들은 아우렐리아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밖에 나가면 더 이상 이런 조그만 학교에 갇혀 살 필요 없어! 관리국에서도 널 유용한 인재로 여길 테니까.”
은솔 누나는 바깥의 삶이 104호의 삶보다 나으리라 강조했다.
“난 영혼의 함을 벗어날 수 없을 텐데…. 이 애 근처를 벗어날 수 없겠지.”
“누, 누나!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세요!”
“얘는 바보니까 네가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어. 시종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
“… 아리 누나?”
승엽이와 아리는 불안해하는 아우렐리아를 안심시켰다.
“교도들은 걱정하지 마시죠. 죽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104호가 소멸하면 다 사라질 텐데?”
“그거야 모를 일입니다.”
“사라지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 아닌가….”
“3층 어딘가에 104호 사람들에게 안식을 줄 방법도 있을 겁니다.”
“…”
“나랑 같이 찾읍시다.”
선생님은 나름의 방식으로 교도들과 이별하게 된 아우렐리아를 위로했다.
잠시 후, 성녀가 승엽이를 바라보았다.
“내가 영혼의 함에 담겨서 나간다면, 유령 비슷한 존재가 될 거야. 맞지?”
승엽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철 형은 당황했다.
“어? 유령이 된다고? 그러면 아리마는 전에 무슨 소리를 한 거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아리마가 형에게 뭐라고 했어요?”
“아우렐리아의 몸은 예쁘 – 으흠, 성능이 무척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저 몸을 얻고 싶다고 했어.”
듣고 보니 이상하긴 하다.
어차피 가져가지도 못할 몸의 미모나 재능이 의미가 있을까?
그때, 아우렐리아가 승엽이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환마는 영혼의 함에 혼을 담은 상태로도 멀쩡히 육신이 있었어.”
“그건 영혼의 함의 힘이 아니라 ‘이혼마공’의 힘 아닌가요?”
“아리마에게 이혼마공은 없지만, 마법은 있지.”
아리마의 마법.
오래전의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
흉가에 가득했던 잔혹한 인체실험의 흔적, 집채만 한 괴물로 변하던 장면.
마녀에겐 사람의 몸을 점토처럼 주무르는 힘이 있다.
“김아리라고 했지?”
“응. 이제 이름은 다 외웠네.”
“보온병 좀 빌려줘.”
“어?”
아리는 당황하며 품속의 보온병을 꺼냈다.
“병 속에 담은 물건은 방 안팎을 오갈 수 있는 것 맞지?”
“‘식자재’의 범주에 속한다면.”
호텔 기준으론 사람의 몸도 식자재고, 그래서 아리는 저 병에 피를 담아 여분의 배터리처럼 쓴다.
“빌릴게. 이번 한 번이면 충분해.”
“어? 어?”
성녀가 주저함이 없이 보온병에 담긴 아리의 피를 버리는 순간, 아리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곧 성녀는 손에서 빛을 뿜어내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본인 손가락을 거침없이 잘라냈다!
“으악!”
“괜찮아.”
“자, 잡아! 저거 진짜 자살하려고 -”
“자살 아니야.”
“가인아! 몸을 빼앗아서 -”
“자살 아니라니까?”
성녀는 별일 아니라며 세 번이나 강조한 후, 보온병에 머리카락과 대량의 피, 손가락과 기타 살점 일부를 넣기 시작했다.
미로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뭐 하는 거야?”
“104호 밖으로 내 몸을 가져가려고.”
이후로도 그녀는 알 수 없는 괴이한 사술을 부리며 보온병을 꽉꽉 채웠다.
기괴한 광경을 바라보던 아리가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거 내가 쓰는 병인데!”
마녀는 코털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피비린내 나는 작업을 이어갔다.
잠시 후, 아우렐리아인지 아리마인지 모를 존재가 날 바라보았다.
“한가인.”
“음?”
“아까 내게 물었지? 지금 내가 아리마냐, 아우렐리아냐고?”
그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이 조용해졌다.
다들 굉장히 신경 쓰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우렐리아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전의 모습은 너무나 마녀 같았다.
“질문 자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 회색은 검은색과 흰색 중 어디에 속할까?”
이미 뒤섞여서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인가?
아리마가 진철 형의 몸에 스며들었을 때는 별도의 인격 같았는데, 지금은 아닌 모양이다.
“회색? 좋아. 중요한 건 색깔보다는 협력할 수 있는지가 -”
“굳이 따지자면.”
“…”
“지금은 아우렐리아에 가깝고 나간 후엔 아리마에 가까울 것 같아.”
“이해했어.”
“내게도 복잡미묘한 문제니까 이젠 더 묻지 마.”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승엽이가 물었다.
“그러면 이제 뭐라고 불러요? 아리마렐리아? 아우렐리마? 아, 아니면!”
“아니면?”
“이렐리아는 어떻 -”
“됐어. 그런 것보다는….”
성녀는 잠시 침묵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예전의 이름을 새삼스레 떠올리고 싶지 않아. 완전히 새로 지을래. 이제부터는 유미, 유미라고 불러줘.”
“… 고양이 같은 이름이네요.”
“뭐?”
이 대화를 끝으로 ‘유미’는 승엽이에게 자신을 담아달라 했다.
그리고, 이것이 기점이었다.
— 쿠르릉!
마시던 커피, 앉아있던 의자, 콘크리트 건물, 주변을 걸어 다니던 사람들.
그 모든 것이 파도에 휩쓸린 모래알처럼 무너지며 빛으로 돌아간다.
해결이다!
삽시간에 물리법칙이 사라진 공허한 공간 속에서 우리의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동료들이 모두 활짝 웃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 전체가 요동치며 몸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
‘주’가 나타났다.
…
…
…
빛나는 손길이 내 영혼을 잡아끈다.
머나먼 세상, 끝없는 시공간, 하염없는 지평선을 지나치고 또 지나쳤다.
…
목소리를 들었다.
「마침내 때가 왔느니라.」
각막이 파열하며 투명한 액체가 흘렀다.
머리가 터질듯한 통증이 뇌리를 강타했다.
이 존재는 아마도 ‘진짜 주’.
신성한 태양에 담긴 분신 따위가 아닌 진실한 초월자.
“당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군요.”
「아이야, 참으로 섭섭한 말이구나. 우리의 관계는 이제 시작이거늘, 어찌하여 끝을 논하느냐?」
마지막 순간이 오면 꼭 한번 묻고 싶었다.
그는 정말 신성한 태양에 담긴 분신을 자기 자신이라 생각하는 걸까?
어쩌면 본체는 저주의 방을 나갈 방법이 없으니 정신 승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막상 이 순간이 오자 입이 열리지 않았다.
흡사 살아있는 태양과도 같은 압도적인 위엄에 짓눌렸기 때문일까?
「거래를 기억하라. 나는 너에게 많은 것을 베풀었나니…. 너 또한,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그 이야기는 이미 끝났습니다.”
주를 본다.
아니다, 각막이 파열했으니 ‘본다’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
주를 느꼈다.
그 어떤 때보다 예민해진 감각, 혹은 육감이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내게 속삭였다.
확인하고 싶었다.
과거의 내가 상태창에 적은 정보 중 가장 괴상한 정보가 진실인지를!
점을 느낀다.
헤아릴 수 없는 점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점묘화의 존재를 인지했다.
백만, 천만, 억, 조 – 아니, 이런 식의 숫자 계산이 무의미할 정도로 끝없이 많은 점!
…
「그대, 저주받을 호기심을 풀었는고?」
“…”
사그라드는 의식 속에서 깨달았다.
신성한 태양은 방주다.
저주의 방이라는 연옥에서 주와 신도들이 탈출하기 위한 방주다.
또한 신성한 태양은 주의 분신이요, 주의 축소판이다.
뒤집어 말하면 신성한 태양을 확장하면 곧 주다.
그러니까….
주 본인 또한 방주였다.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학생을 죽이려고 작정한 학교, 정체를 알 수 없는 암중 집단의 음모!
이 모든 것이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미친 신의 음모였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나저나, 참 오래 걸렸습니다. 그렇지요?
104호의 문제가 이렇게까지 발목 잡을 줄은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답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감 잡았으면서도 의심스러운 보상 때문에 주저하신 점, 이해합니다.
물론, 보상의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 봐야겠지만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104호는 이것으로 끝!
유산과 관련한 문제, 미친 신과 맺은 계약.
이런 것은 미래의 일 아니겠습니까?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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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중 최종 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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