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23)
EP.423 423화 – 파티 타임 (3) – 마지막 NPC는 어디에?
423화 – 파티 타임 (3) – 마지막 NPC는 어디에?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76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은솔 누나가 비장한 표정으로 탐욕의 손을 사용하자 알림이 떴다.
「참가자의 요청으로 특별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
.
.
오늘의 특별 이벤트 : 1층 및 2층 전면 보수공사!」
1층, 2층 전면 보수공사? 갑자기?
뜬금없는 알림에 모두가 당황하는 것도 잠시, 호텔 전체가 요란하게 진동하더니 사방의 디스플레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우르릉!
「손님 여러분, 호텔 파이오니어는 앞으로 3일 동안 전면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공사는 앞으로 10분 후에 시작합니다. 1층 및 2층을 폐쇄하기 전에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진철 형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소, 소원 정확히 비신 것 맞죠? 숨겨진 -”
“…”
누나는 대답 대신 잠시 생각에 빠졌고, 아리는 재빨리 방호복과 윙 부츠를 가져오겠다며 달려갔다.
그걸 본 다른 동료들도 각자 필요하다 싶은 물건을 챙기기 시작했다.
나도 모래시계를 가져왔다.
모두가 다시 복도에 모였을 때, 이번에는 누나에게 질문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상황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1층과 2층을 모두 폐쇄한다면 멀쩡한 장소는 지하뿐이다.
*
허겁지겁 지하에 도착하자마자 아리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은솔아, 혹시나 해서 말이지만 소원 빌기 실수하진 않았지?”
“당연히 아니지.”
“그러면 답 나왔네. 숨은 NPC가 지하에 있다는 소리 아니야?”
상황 자체는 단순하다.
과거 거울의 방을 찾을 때 겪었듯이, 숨겨진 요소와 관련한 정보를 후원자가 직접 알려주는 건 금지되어있다.
예컨대, 조언을 써서 숨겨진 요소에 관해 물어보면 올빼미는 아예 질문을 무시한다.
은솔 누나의 후원자는 숨겨진 NPC가 있는 장소를 직접 알려주는 대신, ‘NPC가 없는 장소’를 전부 폐쇄해버린 것 같다.
여기까진 알겠는데….
“차라리 2층 어딘가에 있길 바랐는데.”
아리의 말에 모두가 한숨 쉬었다.
호텔의 지하는 무한에 가까운 공간이다.
작게는 술 마시는 바나 당구장, 넓게는 등산이나 스키장까지 존재하며, 얼마나 많은 시설이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지하 시설을 자주 이용하는 동료들은 갈 때마다 시설의 위치가 바뀐다는 소리까지 했다.
1층, 2층을 3일 폐쇄한다 해서 큰일이 난건 아니다.
지하의 편의시설 중엔 식사할 수 있는 장소도 많고, 잘 수 있는 장소도 있으니까.
그냥 3일 내내 지하를 뒤져야 한다 생각하니 벌써 피곤해졌을 뿐이다.
— 짝!
결국 누나가 손뼉 치며 말했다.
“가만 서 있는다고 NPC가 나타날 리는 없으니까 시작하자. 다들 지하 시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찾아봐.”
아리가 한 마디 덧붙였다.
“가능하면 평소에 잘 가지 않은 장소로 가봐. 이상한 장소에 숨어있는 모양이니까!”
이렇게 오랜만의 탐색이 시작됐다.
*
[수영장] [당구장]서너 번씩 가본 곳은 넘기자.
이런 데 있었으면 이미 찾았겠지.
[등산]이미 기념품 상점을 찾은 장소니까 여기도 패스.
방 하나에 둘이나 숨겨져 있진 않겠지.
[헬스장] [바] [PC방]헬스장은 할아버지랑 진철 형이, 바는 은솔 누나가 자주 갔으니까 없겠지.
PC방? 여긴 한번 확인해볼까?
— 철컥!
문을 열자 제법 고급스러운 PC방이 나타났다.
특유의 푹신푹신한 회장님 의자와 질감이 고급스러운 탁자, 비싸 보이는 컴퓨터 여러 대와 게임기까지.
놀기 딱 좋은 –
“승엽아?”
“…”
“승엽아.”
“아, 형!”
승엽이는 온 정신을 집중한 채 게임 중이었는데, 뭘 어떻게 봐도 탐색 중인 것 같진 않았다.
모니터에선 초록색 모자를 쓴 금발 소년이 괴물과 싸우거나 초원을 달리고 있었다.
“재밌어? 인터넷이 안 돼서 롤은 못 한다며?”
“형, 이거 롤 아니에요. 젤다의 전설이라고 -”
“아, 초록 옷 입은 애가 젤다야?”
“…”
승엽이가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때, 새하얀 조명 아래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안녕.”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닌텐도를 껐다.
“으아아악! 가, 가인 형! 세이브! 세이브 안 했는 -”
“야! 박승엽! 혼자 있을 때 유미 소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헉! 그, 그건 -”
“보는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아?”
“…”
결국 어색하게 웃으며 유미 쪽을 돌아보았다.
곱슬곱슬한 흑발, 갈색 눈동자, 104호의 아우렐리아와 닮았으면서도 살짝 어려 보이는 얼굴.
너무 실감 나서 이미 몸을 만들어낸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다.
“104호에서 나온 후로 처음이네. 유령 같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홀로그램에 더 가깝다고 해야 하나?”
그녀는 어딘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승엽이한테 들었어. 한동안 내 몸을 만들지 못하게 하랬다면서?”
“…”
이건 우리끼리 한 이야기를 그대로 유미에게 전한 수준이네.
“우리끼리도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널 꼭 의심해서는 아니야.”
“… 알겠어.”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곧 이런 생각도 들었다.
한 발 떨어져서 코칭하는 우리와 실제로 유산을 사용하는 승엽이의 관점은 다를 수 있다.
유미가 간절히 바라는 몸만들기는 허락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숨긴답시고 이유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둘 사이의 관계가 파탄이 날 수밖에 없겠지.
새삼스레 다른 NPC를 찾을 게 아니라면, 승엽이 입장에선 유미와의 관계도 신경 써야 한다.
기계적으로 아리나 할아버지 생각만 따를 필요는 없겠지.
승엽이의 생각도 이해가 가서 닌텐도를 다시 껐다.
“으아악! 왜 또! 또! 형 진짜 왜 그래요!”
“형은 다른 곳 찾아볼게~!”
“가인 형!”
*
[기차 여행]지하엔 정말 온갖 편의시설이 다 있구나.
문을 열자 실시간으로 이동 중인 열차 칸이 보였다.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그런 걸 따지기 시작하면 호텔에서 살 수 없다.
부드러운 일등석 양탄자의 촉감을 느끼며 걷던 중, 엘레나를 발견했다.
“앗! 가인 씨?”
“여기 있으셨네요. 뭔가 찾으셨어요?”
“아직이요. 하지만, 기다리다 보면 나올지도 몰라요.”
“그럴 수도 있죠.”
엘레나 앞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자 새하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광활한 설원, 흩날리는 눈과 여기저기 솟아난 침엽수들.
아름답긴 한데 어딘가 지루한 풍경이다.
엘레나는 어울리지 않게 입을 다문 채 바깥만 보고 있었는데, 오래전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 어렸을 때,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탄 적이 있었어요.”
“아~ 그거 저도 들어 봤는데. 엄청 유명하잖아요?”
“그때는 가족도 도망 다니는 일 없이 평화로웠는데….”
“… 그, 그래요?”
“이렇게 있으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요.”
이 분위기 뭐임?
혼자 열차에 앉아서 무슨 생각 중인가 했는데, 난데없이 어린 시절의 평화로운 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
“…”
지루하다.
무엇보다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NPC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엘레나, 방금 좋은 생각이 들었어요.”
“네?”
“혹시 열차 타면서 창문을 깨트린 적 있으세요?”
“예?”
엘레나가 대체 무슨 소리냐는 반응을 보였다.
상의를 손에 장갑처럼 두른 후, 창문 옆의 손 망치를 잡는 순간까지도 엘레나는 ‘설마’ 하는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는 남자다.
— 쨍그랑!
“꺄아악!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저는 이런 상황에서 고민하지 않는 사람 -”
“고민 좀 해요! 갑자기 창문을 왜 깼냐고! 춥잖아!”
엘레나는 살짝 화난 것 같았는데, 참 드문 일이다.
— 쉬이잉!
순식간에 열차 내로 쏟아지는 눈보라 덕분에 대화가 어려워졌다.
“들어봐요!”
“듣고 있어요!”
“숨겨진 NPC의 등장 조건이 까다롭다면!”
“그래서 갑자기 유리창을 깼다고! 진짜 미친 것 아니야?”
“주변을 잘 살펴봐요! 뭔가 나올지도 -”
“당장 밖으로 나가기나 해요!”
결국 나와 엘레나는 호텔과 연결된 문을 열어 [기차 여행] 밖으로 나왔다.
잠깐 사이에 우리는 눈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는데, 엘레나는 이 순간까지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가인 씨는 대체! 진짜 돌았어요?”
“하하! 이제 우울한 기분이 좀 사라지셨나요? 숨겨진 NPC를 찾지 못한 건 아쉽지만, 엘레나가 웃을 수 있다면 -”
“우리, 각자 다른 장소를 찾아보도록 해요.”
엘레나는 그 말과 함께 날 떠나갔다.
“…”
*
[레스토랑]“이야~! 지하에 식당이 따로 있었어?”
“…”
“아니, 105호에도 식당이 있는데 여기도 있네? 여기는 뭔가 달라?”
“…”
아리는 대답 대신 내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왜 그래?”
“아까 엘레나에게 들었는데.”
“…”
“네가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고 하던데.”
“하하! 엘레나도 참,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
“갑자기 열차 창문을 깨서 눈보라를 들이치게 했다던데.”
“…”
“나, 밥 좀 먹을 생각이니까 이상한 짓 하지 마.”
“물론이지.”
아리 앞에 앉자 호텔답게 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라기보다 마네킹을 닮은 존재들이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흡사 레스토랑 직원처럼 행동했다.
“손님, 주문하시겠습니까?”
곧 하얀 메뉴판이 내 앞에 나타났는데, 맨 위에 있는 ‘Amuse-Bouche’라는 단어부터 이미 알아들을 수 없었다.
“…”
아리가 한숨 한번 쉬더니 이것저것 주문하며 말했다.
“이상한 짓 하지 마.”
“무슨 소리야? 나도 그냥 밥 먹으러 왔어.”
곧, 고급스러운 새하얀 접시에 작은 비스킷만 한 크기의 관자 요리가 올라왔다.
생긴 것부터가 무슨 그림을 닮아있어서 먹기 아까웠는데, 막상 먹어보니까 애매했다.
“좀 시큼하네.”
“유럽 쪽 요리가 한국인 입맛엔 좀 셔.”
“이건 유럽 스타일 조개 요리야?”
“지중해 스타일인데 -”
“관리국에서 일하면서 이런 것 많이 먹어봤어?”
“관리국하고 상관없어. 그냥 월급이 많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해봤을 뿐.”
부러운 이야기다.
나가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으려나?
조개 요리를 먹고 조금 기다리자 분홍색으로 익힌 안심 스테이크가 나왔는데, 이건 확실히 맛있었다.
“이 붉은 소스는 뭐야?”
“아마 레드와인을 졸여서 스톡을 넣고 -”
이야기하다 보니 예전에 호텔 키친에서 아리가 상당한 실력을 뽐냈던 기억이 났다.
의외로 요리 쪽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요원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가끔 궁금했는데, 요원이라는 건 대체 어떤 사람이 하는 거야? 모두가 너처럼 초능력자는 아니잖아? 할아버지만 봐도 호텔에 들어오기 전엔 평범한 인간이었고.”
“…”
“아직도 비밀이야?”
“… 뭐, 이젠 말해줘도 되겠지. 넌 알 만큼 아니까.”
“그래.”
아리는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붙였다.
옆으로 누운 8, 무한이다.
“이걸 견딜 수 있는 사람만 요원이 될 수 있어.”
무한을 견딜 수 있는 존재.
“… 견딘다는 게, 혹시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의미야?”
“아마 맞을 거야.”
“어떤 사람이 견딜 수 있지?”
“다양해. 혼의 격이 높아져서일 수도 있고, 괴이한 사건에 얽힌 때도 있고. 이유 불명인 경우도 많고.”
“으음…. 관리국에선 그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내는데?”
“우리가 찾아낸다기보다 그 사람들이 티를 내지. 본인들이 생각하기엔 믿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상황이니까, 온갖 -”
“아, 찾았다!”
“뭐?”
아리가 당황하는 순간, 나는 현미경을 들이댈 기세로 스테이크를 살핀 끝에 마침내 살짝 탄 부분을 찾아냈다.
— 쾅!
주저 없이 주먹으로 탁자를 후려치자 아리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야! 너 -”
나는 어디까지나 NPC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야.
2층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은 NPC라고?
분명 등장 조건이 평범하지 않겠지.
그러니, 황당한 돌발 행동을 해야 한다.
“소, 손님? 어쩐 일이십니까? 무슨 문제라도 -”
“스테이크 꼬라지가 이게 뭐야아아! 이렇게 탄 걸 사람이 먹으라고오오!”
“다, 다시 준비해 -”
“다시고 지랄이고 주인장 나와!”
아리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