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24)
EP.424 424화 – 파티 타임 (4) – 수상할 정도로 쉬운 이벤트
424화 – 파티 타임 (4) – 수상할 정도로 쉬운 이벤트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76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 복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안타깝게도 지배인 역할의 마네킹이 나올 때까지도 숨겨진 NPC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 대신, 직원들이 내 어깨를 붙잡아 레스토랑 밖으로 끌어냈다.
아리도 같이 쫓겨났다.
“너 때문에 나까지 쫓겨났잖아!”
“그럴 수 있지.”
“너 또 이상한 소리 하려고 하지?”
“그럴 수 있어.”
대충 그럴 수 있다고 둘러대며 다음엔 무슨 방에 들어갈지 고민했다.
아리는 엘레나와 달리 날 따라오기 시작했는데, 이유가 아주 명쾌했다.
“나만 당하면 억울해.”
“…”
“가자. 이번엔 나랑 같이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아리는 설마 내가 무슨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아는 건가?
“혹시 내가 무슨 승엽이처럼 철없이 장난치는 줄 아는 건 아니지? 진지하게 NPC 찾는 거야.”
“나도 왕 진지해.”
이 말투는 살짝 미로 같았다.
[동물원]“가인아, 여기 어때? 아까 송이가 들어갔어.”
“송이가 들어갔으면 우리가 들어갈 필요는 없겠네.”
“… 레스토랑은 내가 있어도 들어왔잖아.”
불평하는 아리 목소리를 듣다 보니 좋은 생각이 났다.
“아니지, 동물원도 한번 가봐야겠어. 잠깐 방호복 좀 챙겨올게.”
“난 윙 부츠 챙겨올게~.”
*
아주 오래전에 송이가 동물원에 대해 했던 말이 있다.
우리가 아는 평범한 동물은 거의 없고,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괴한 생물이 가득하다는 이야기.
동물원에 들어오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이 났다.
“이게 진짜 뭐지? 아리 넌 알아?”
“거미의 일종 아닐까?”
“이런 거미도 있어? 관리국에서 봤어?”
“그럴 리가.”
아리는 대답 대신 입을 반쯤 벌린 채 괴생물이 갇힌 유리창을 건드렸다.
“동물원이라기보다는 ‘괴물원’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데. 어째 좀 불안하네.”
“가인아, 계획은 그냥 접자. 여기서 일 벌이는 건 솔직히 불안해.”
“바로 그 불안한 마음이 호텔의 노림수일 수 있어. 이럴수록 더 부숴야 한다니까?”
“…”
그때, 동물원을 탐색 중이던 송이가 나타났다.
“둘 다 동물원 왔네? 무슨 일이야?”
“…”
“오빠? 방호복은 왜 입고 계세요? 아리 신발 그거 윙 부츠 아니야?”
“우, 우리도 동물원 구경하려고.”
그 말에 송이는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주변 동물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얘는 1억 3,000만 년 전에 레스토 행성에 살았던 리토기라고 하는데요 -”
“…”
“이건 2억 1,000만 년 전 지구에 살았다고 해요. 시각 기관이 전후방에 모두 달려있어서 신기하죠? 세상 전체를 동시에 볼 수 있었을까요?”
“…”
“오빠, 이거 봐요. 230만 년 전 인류의 친척이었다는데 -”
“…”
송이가 동물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이런 괴상한 신비 동물학을 좋아하는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멍하니 듣고 있던 아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동물들이 유리 벽 속에 있으면서도 널 좋아하는 게 느껴지네.”
“응? 헤헤, 그거야 내 축복의 힘이지.”
“잘됐다. 여차하면 네가 통제할 수 있겠지.”
“응?”
“가인아, 시작하자.”
아리의 결정이 떨어지자 나 역시 방호복을 입은 채 자세를 잡았다.
“위험할 수 있으니 송이는 나가 있어.”
“오, 오빠! 그 자세는 뭐죠? 갑자기 무슨 펀치라도 날릴 것처럼?”
“…”
심호흡하며 힘을 모았다.
내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
호텔에서 쌓아온 필생의 업을 손끝에 담았다.
한가인 류 – 순간이동(瞬間移動) 핵 펀치(Nuclear Punch)!
“이야압!”
“꺄아악! 이게 뭔 짓이래!”
— 쿵!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유리 벽 전체가 요동친다.
송이는 어찌나 놀랐는지 바닥에 주저앉았고, 아리는 이미 윙 부츠를 신은 채 둥실둥실 떴다.
“방호복의 위력이 담겼는데도 힘이 모자라네. 이번엔 몸통 전체를 -”
다음 순간, 번쩍하는 섬광과 다양한 관점에 의해 내 시야가 잠시 암전되었다.
“…”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래! 진짜 오빠 돌았어요?”
“… 송이야. 잘 들어봐 -”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 잘 들어봐. 2층 후반인데 아직도 나오지 않은 NPC가 -”
“진짜 이 오빠 정신이 이상한 건 진작 알고 있었는데!”
“아니, 내 말을 좀 듣고 -”
“모, 모른 체 하려고 했지만, 내 어깨, 어깨 -”
“어깨?”
“어깨에 하, 하, 하트 모양 점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는데!”
“그게 지금 이것과 무슨 상관이야?”
“당장 말해!”
아무 맥락 없이 튀어나온 점 이야기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위에서 구경하던 아리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내려왔다.
“점은 또 무슨 이야기야?”
“나, 나도 몰라. 왜 이런 이야기를 -”
“은근슬쩍 넘어가지 마! 내, 내가 206호에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즈, 즉흥적으로 떠오른 말일 뿐이고 -”
“즉흥적으로 그런 게 떠올라요? 그러면 아리 허리에 -”
아리 허리?
이건 또 무슨 –
그때, 아리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송이 입을 막고 뒤로 끌어냈다.
“읍! 아리도!”
“우린 나갈 게~! 가인이 알아서 동물원 부수든지 말든지 해. 방호복 있으니까 괜찮겠지~!”
“읍! 아리 허리에도!”
“…”
두 사람이 떠났다.
…
“안되네.”
혼자 남은 후로도 여러 번 동물원 유리 벽을 깨트리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주먹으로 치든 방호복째로 몸을 던지든 유리 벽을 살짝 흔드는 게 한계였고, 금이 가거나 하진 않았다.
“진철 형에게 말해서 별을 써보자고 할까….”
“하하, 그건 제발 자제해주시죠.”
그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몸인지 촉수인지를 붕대로 감싸 인간 형상을 흉내 낸 괴물.
호텔 NPC중 한 명, 상인이다.
“오랜만입니다, 가인 군.”
“… 그렇군요.”
“하하! 아침부터 기운도 좋으십니다. 열차 창문을 깨시고, 레스토랑을 망치시더니 이번엔 동물원입니까?”
“…”
진철 형은 상인을 볼 때마다 격한 혐오감을 드러냈는데,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붕대 밑의 형상이 인간이 아님을 알아서일까?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불쾌하고 혐오스러웠다.
물론, 상인은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겠지.
“좀 봐주시죠. 무슨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왜 이렇게 호텔을 부수고 다니십니까.”
“어차피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전부 고칠 수 있잖아.”
“허허…. 가인 군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 일종의 자원을 소모하죠.”
“…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해.”
그때, 상인이 갑자기 내 쪽으로 바짝 붙었다.
“으익! 떨어져!”
“왜 그러십니까? 방금은 무슨 여중생 같았습니다.”
“개소리하지 말고 떨어지라니까?”
“전 가인 군이 참 좋은데요?”
— 퍽!
“…”
방금은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방호복을 입고 있는데도 이렇게 역한데, 맨몸이었으면 진짜 토했을지도 몰라.
그도 그럴 것이, 붕대로 덮은 형상 아래서 무언가가 끊임없이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하하! 가인 군도 참, 부끄러움이 많으십니다.”
“너 진짜 또 지랄하면 -”
“고상한 취미.”
“뭐?”
“PC방, 당구장, 수영장. 이런 것들도 나쁘진 않은데, 이곳은 고급 호텔 아닙니까. 고상한 취미를 좀 가져보시죠.”
“… 조금 더 말해줘.”
“하하! 아예 떠먹여달라고 하실 셈입니까? 이 정도 말했으면 알아들으셔야죠.”
‘고상한 취미’라는 키워드와 함께 상인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밖에 나오자 아리와 송이가 어느새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
상인이 준 힌트를 전하자 둘 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고상한 취미라.”
“클래식 감상? 뮤지컬?”
“골프장?”
“몸을 쓰는 취미에 고상하다는 표현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인데.”
“그런가?”
“도자기 만들기?”
“가인아, 그런 방을 본 적이 있어?”
“아니.”
셋이서 이런저런 단어를 떠올리며 걷던 중, 눈앞에 팻말이 나타났다.
[호텔 미술관]“이, 이거다!”
*
고요한 침묵으로 가득한 공간을 거닐며 생각했다.
만약 이 장소가 답이라면, 2층이 다 끝나가도록 숨겨진 NPC를 찾지 못한 이유는 간단하다.
동료 중 미술관에서 조각이나 그림을 감상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
벽면에 걸린 괴상한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아리가 다가왔다.
“우주공간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그림이네.”
“우주공간?”
“여기, 이 검은 배경은 우주를 표현한 거야. 중간의 반짝이는 점은 창백한 세상의 별을 묘사한 것 같네. 가운데 하얀색 빛은 성운인가? 여하튼 -”
말없이 그림 밑에 적힌 설명을 가리켰다.
「‘새까맣게 탄 돈까스’
Klef aidoleon의 작품.
검은색 배경은 프라이팬이며, 가운데 하얀 공간은 덜 익은 튀김옷이다.」
“… 이런 바보 같은 사진을 걸어둔 이유가 뭔데.”
“김아리를 낚았으니까 제 역할은 했네.”
황당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송이가 다가왔다.
“오빠, 여기서도 불 지르거나 그림을 찢을 생각이에요?”
그럴 필요는 없었다.
“어머! 완전 무서운 사람들이네.”
NPC가 예술품들 사이에서 제 발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베레모를 쓴 백발 소녀가 어딘가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났다.
“이렇게 오랫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으면서 오자마자 뭐라고? 그림을 태워버릴까?”
“…”
세 사람이 단체로 침묵하며 바라보자 그녀는 자신을 소개했다.
“다시 인사할게. 안녕? 난 ‘화가’라고 해.”
의사, 상인, 신비의 장인에 이어서 나타난 4번째 숨겨진 NPC의 정체는 ‘화가’였다.
그녀는 바로 손을 뻗어 날 가리켰다.
“너, 가만히 있어 봐.”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화가가 재빨리 종이를 꺼내더니, 엄청난 속도로 펜을 움직였다.
“갑자기 이게 뭔 -”
“가만히 있으라니까. 내가 너흴 해칠 것 같아?”
들어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숨겨진 NPC는 호텔의 히든 요소, 보상의 일종이지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상인, 의사, 신비의 장인 이들 중 누구도 우릴 해치려 한 적 없다.
“…”
5분 정도 흐르자 화가가 간단한 흑백 스케치를 보여줬다.
“어때?”
“고, 고마워.”
아리와 송이도 다가와서 구경했다.
“와아~ 잘 그렸다. 오빠랑 엄청나게 닮았네요.”
“에이. 이건 좀 미화한 것 아니야?”
“나름 비슷하지 않아?”
“얼굴은 몰라도 비율은 이 정도 아닌데?”
두 사람이 나 듣는 앞에서 품평하는 사이, 화가는 이번엔 아리를 보며 재빨리 펜을 움직였다.
잠시 후, 다음 그림이 완성됐다.
“…”
내 스케치와 달리 이건 무슨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다.
아리가 날 놀리냐는 표정으로 화가를 바라보자 화가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네가 아리구나. 넌 안 되겠다.”
“… 왜 내 그림만 이 모양 이 꼴이야?”
“네 기억 속에 끔찍한 내용이 너무 많아.”
끔찍한 기억이 그대로 드러난다.
화가의 그림에는 우리의 경험이 담기는 걸까?
그 사실을 듣고 나니 이번엔 내게 의문이 생겼다.
“끔찍한 기억이라면 나도 꽤 많이 생겼는데.”
“아, 호텔에 들어온 후의 기억은 반영하지 않아.”
그 말을 듣자 이해했다.
호텔에 오기 전의 난 평범한 대학교 신입생이었으니, 아리처럼 끔찍한 무언가가 나올 수 없다.
화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어쨌든, 날 찾은 걸 축하해. 조금 더 빨리 와줬다면 좋았겠지만, 뭐, 너희 취미가 천박하니 할 수 없지.”
“갑자기 천박하다니.”
“초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내 생각은 이래. 초상화에는 모름지기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담겨야 해.”
“인간의 삶?”
“또한, 사람의 진면목은 극한 상황에서 튀어나오지.”
극한 상황?
“숨겨진 NPC를 찾았으니 보상이 궁금하지? 간단해. 이제부터 너희의 가장 끔찍한 기억을 보여줘.”
인간의 삶, 극한 상황, 끔찍한 기억.
화가는 이런 불길한 키워드를 통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을 설명했는데, 듣다 보니 의외로 익숙한 이야기였다.
“한빙지옥에서 했던 안식의 기도랑 비슷한데?”
“맞아. 차이점이 있다면 타인이 아니라 너희 자신의 악몽이라는 점. 또, 호텔에 들어온 후의 기억은 제외야.”
그 말을 듣자 화가가 아리보고 ‘넌 안 되겠다’라고 한 이유를 깨달았다.
아리는 호텔에 오기 전부터 관리국 요원이었으니, 온갖 끔찍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송이가 질문했다.
“그 이벤트를 하면 우린 뭘 얻을 수 있어요?”
“미리 말해주면 재미없지!”
“…”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탐욕의 용이 호텔 상층을 3일 동안 무너트렸었나? 3일이면 충분하고도 남아.”
“그래요?”
“너희 중 한 사람만 하면 돼. 골라. 기다릴 테니까 바깥 동료 데려와도 되고.”
이쯤에서 상황을 정리했다.
숨겨진 NPC의 정체는 화가.
해야 할 일은 안식의 기도에서처럼 본인의 끔찍한 기억에서 빠져나오는 것, 호텔에 들어온 후의 기억은 제외한다.
한 사람만 하면 되고, 누구든지 상관없다.
시간은 3일이면 충분하다.
송이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거, 그냥 저나 오빠가 하면 되는 것 아니에요?”
“…”
관리국 사람들은 무조건 제외하자.
러시아 비밀 요원을 피해 도망 다녀야 할 엘레나, 이루지 못한 꿈에 갇혀 정신적으로 고통받을 진철 형, 형제자매들과 수상한 싸움을 벌였다는 은솔 누나까지도 빼는 게 좋겠지.
의사 선생님은 잘 모르겠지만, 역시 인생 역경이 복잡할 것 같다.
나, 박승엽, 유송이.
이렇게 셋 중 한 명이 하면 날로 먹는 이벤트 아닌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중고생이 고생해봐야 뭘 얼마나 했겠어?
아무리 봐도 너무 쉬운 이벤트다.
그래서 불안했다.
호텔에 너무 쉬운 일 따위는 없다.
“… 내가 할게.”
“오빠?”
딱히 영웅적인 결단을 내린 건 아니다.
206호에서 엘레나가 말한 것처럼, 나는 나 자신을 신뢰할 뿐이다.
“좋아!”
— 짝!
화가가 싱긋 웃으며 손뼉치는 순간, 의식이 흐릿해졌다.
「악몽 : 한가인 – ‘뼈대 있는 가문’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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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