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34)
EP.434 434화 – 파티 타임 (5) – 후일담
434화 – 파티 타임 (5) – 후일담
– 한가인
한옥 바깥으로 나오자 서늘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어두운 시골집 내부에선 볼 수 없던 KD의 모습 또한 자연스레 드러났다.
단단한 체격과 남자다운 얼굴을 가진 사람.
외견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묵성 할아버지와 미묘하게 닮아 있었다.
물론,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다.
“하실 말씀은 뭔가요?”
남자는 대답 대신 작게 한숨 쉬며 중얼거렸다.
“네 이름이 한가인 맞지?”
“네.”
“미묘하게 여자 이름 같은데?”
“… 그러면 KD는 무슨 뜻인데요?”
“별것 아니야.”
“뭔데요?”
“내 이름이 김도현이거든. 그래서 약자 따서 KDH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마지막 H는 떼고 부르더라고.”
정말 시답지 않은 이유였다.
“별것 아니지?”
“진짜 그렇네요.”
“세상일이 으레 그래. 그럴듯해 보이는 일의 배경은 정말 시답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그 반대도 있지 않을까요?”
“맞아.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인데 알고 보니 심오한 이유가 있을 때도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잠시 주변이 조용해졌다.
“참, 이번 일의 뒤처리는 걱정할 것 없다.”
“네?”
“항아리와 재산에 얽힌 저주는 네 부모님이나 친척들에게 아무 일 없게끔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 네 동생도 이번 일은 다 잊을 거야.”
“…”
관리국이 원래 이런 일 하는 조직이니 당연한 소리고, 굳이 이런 말을 내게 할 필요도 없다.
나만 데리고 나온 것 보면 분명 나에게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이길래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거지?
“할 말이 있으시면 그냥 하시죠.”
“…”
“없으시면 저 갑니다?”
“신기하지 않냐?”
“네?”
“너랑 어르신이 내게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지? 그런데도 난 이 집에서 일어난 일을 다 알아.”
그건 분명 기이한 일이었다.
“신기하긴 하네요. 어떻게 하셨나요?”
“꼬마야. 너, 관리국에 대해 들어봤니?”
“약간은요.”
“이런 말 들어봤니?”
“네?”
“회사의 상층부는 미래를 안단다. 그건 정말이지 신기한 일이지.”
“…”
관리국 상층부에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예전에 아리에게 들은 이야기다.
‘우리도 계시를 듣고 들어왔을 뿐이야.’
‘예언자가 있다고 해둘게.’
‘관리국의 시초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존재’
당시엔 문자 그대로 미래를 볼 수 있는 초능력자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나는 관리국에서 말하는 ‘예언’의 의미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예언의 의미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 예언.”
“신기하지? 나도 관리국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미래를 안다는 건 정말 신비로운 -”
“미래를 아는 것과는 다르지 않습니까? 그 반대에 가깝지.”
끝이 다가옴을 느끼며 김도현을 바라보았다.
김도현 또한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날 보았다.
“… 넌 역시 보통 아이는 아니구나. 이런 말을 요원 앞에서 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상관없을 것 같네요. 아저씨가 한 말부터가 일반인이 들어도 되는 내용 같진 않으니까.”
예언.
이것은 관리국의 가장 큰 비밀 중 하나다.
아리는 이대로 가다간 내분으로 다 같이 죽어서 호텔에 갇히겠다 싶은 단계가 되어서야 내게 말해주었다.
이런 단어가 김도현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설마 했다.
“미안하구나.”
“…”
— 꽈아악!
거칠고 단단한 손이 내 목을 강하게 움켜쥔다.
이 남자는 처음부터 날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위에서 너에 대한 지령이 내려왔다.”
“으으읍!”
“이유는…. 미안하다. 나도 모르겠다. 우리 일이 원래 이렇거든.”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김도현의 눈을 보았다.
그의 눈엔, 숨길 수 없는 미안함과 양심의 가책이 담겨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 빠각!
“죽음은 평범한 인간의 끝이지. 하지만 네겐 기회가 더 있을 것 같다.”
이것이 ‘뼈대 있는 가문’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7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 미술관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다시 정신이 들었다.
깨어나자마자 상태창부터 확인해보니 그사이 또 하루가 지나있었다.
은솔 누나가 탐욕의 손으로 3일간 상층을 폐쇄한 건 376일 차 오전이다.
“지금 몇 시죠? 상층 벌써 열렸나?”
빙글빙글 웃는 백발 소녀, 화가가 답했다.
“호텔 시간은 아침. 72시간이 지나기까지 20분 정도 남았어.”
“그렇군요….”
주변을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다.
“동료 찾아? 다른 사람들은 다들 밖에 나갔어.”
“예? 어째서죠?”
“네가 아흔 살 노인의 몸에 들어간 시점 기억하지? 거기서 꿈을 자꾸 멈춰서 일이 꼬였잖아.”
“그랬죠.”
“자기들끼리도 자꾸 끼어드니까 실패한 것 같다면서 나가더라. 보고 있으면 동정심으로 또 손쓸 것 같다던데?”
“…”
덕분에 마지막 충격적인 전개는 나만 알게 되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화가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질문했다.
“어때?”
“…”
“충격적인 전개 아니었어?”
“이걸 보여주고 싶으셨습니까?”
반사적으로 묻긴 했으나 불필요한 질문이었다.
재미있어 미치겠다는 화가의 표정 자체가 답이었으니까.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기억을 본 소감이 어떻냐니까?”
“…”
“궁금해서 미칠 것 같지 않아? 그때 정말 죽었나? 죽었다면 이후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한 기억은 대체 뭐지?”
“…”
“아니면 살았나? 관리국 요원이 목을 꺾었는데? 널 구해줄 사람도 없었는데? 살았다고?”
“…”
나는 깊은 고민에 빠져 대답할 수 없었다.
곧, 화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이~ 조금 아쉽다. 너희가 날 일찍 찾았다면, 지금 장면이 꽤 충격이었을 텐데.”
“…”
“넌 이미 바깥을 다녀와서 관리국의 비밀에 대해 꽤 알잖아? 과거의 네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대충 짐작하지?”
“…”
“무슨 말이든 대답 좀 해봐. 나 혼자 떠드니까 이상한 사람 같잖아.”
“… 호텔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이곳은 현실과 상관없는 장소라 생각했습니다.”
“오? 호텔과 현실은 아무 관련이 없다?”
“돌아가야 할 장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현실이니까요. 이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옥이라 생각했죠.”
“지금은?”
“언젠가부터 느꼈습니다. 호텔에서 알게 된 다양한 정보, 수많은 수수께끼가 죄다 바깥의 현실을 가리키고 있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화가가 킥킥거리며 웃었다.
“하하! 그걸 알았으면 됐어. 거기서 딱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넌 가장 큰 비밀을 알게 될 거야.”
“가장 큰 비밀?”
백발 소녀가 허공에 손을 휘젓자 빛나는 숫자, 7이 허공에 나타났다.
“이제 많이 남지 않았어. 여섯 번째 큰 산을 넘으면, 일곱이지. 호텔에서 7이란 곧 결착이요, 해답이야.”
“…”
“조금만 더 힘내렴.”
그 말을 끝으로 화가는 가볍게 손뼉 치며 크게 외쳤다.
“다들 들어와! 이제 다 끝났으니까!”
곧, 미술관 문이 열리며 바깥에 있던 동료들이 반쯤 자다 온 분위기로 들어왔다.
“하아암! 가인아~ 잘 해결했어?”
“형, 결국 어떻게 깼어요?”
하품하는 미로와 궁금해하는 승엽이.
“너 분명히 밖에서 그냥 중학생이라고 안 했냐? 세상에 뭐 이런 중학생이 있냐?”
“가인 군도 잊고 있었겠지요. 아마 관리국이 기억을 지운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긴 한데. 참 요란하게도 살았다.”
나도 몰랐던 내 과거사 때문에 황당해하는 할아버지와 그럴듯한 해석을 덧붙이는 선생님.
“그래서, 널 발견한 보상은 뭐지?”
“가인이가 주로 해결했으니 가인이 개인을 위한 보상일 것 같지 않아?”
이미 보상에 대해 떠드는 아리와 은솔 누나.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저랑 한 방식과 다르죠?”
“언니, 다시 생각해보면 애들 목에 실 감는 건 좀 아니지 않았어요?”
“그, 그렇긴 하지만 그때는 다른 방법이 -”
어떻게 해결했는지 궁금해하는 엘레나와 송이.
“물이나 마셔라. 참, 샌드위치도 하나 먹어.”
마지막으로 내가 꿈에서 깰 때 갈증과 허기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진철 형까지.
동료들이 들어오자마자 미술관이 요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나와 화가는 더 이상 악몽 마지막의 충격적인 기억에 관해 언급하지 않았다.
흡사, 이 부분은 ‘한가인’의 비밀로 남겨두겠다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럭저럭 무난히 진행했어요. 핵심은 두 가지였는데, 증조할아버지의 몸은 굉장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점과 이름표 뺏기 게임에 횟수 제한은 없다는 점이었죠.”
실제 해결한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자 다들 감탄하기 시작했다.
“오오~! 밖에서 우리가 예상한 방식하고 큰 틀은 비슷하네!”
진철 형의 반응을 보니, 동료들도 여유를 가지고 대화하자 비슷한 방식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다만, 아리는 다소 다른 견해를 보였다.
“재밌게 들었어. 그런데, 진짜 중학생 한가인은 네가 말한 것보다는 소극적인 방식 아니었을까?”
“소극적인 방식?”
“어차피 한진성이 하려고 했던 게 네가 했던 것과 비슷하잖아?”
결과적으로 그렇다.
“그러니까 관리국에 신고해서 요원을 부른다거나 하는 건, 실제 역사에선 네가 아니라 몸을 되찾은 한진성이 하지 않았을까?”
설득력 있는 가설이다.
물론, 이미 해결했고 볼 건 다 봤으니 아무래도 좋아.
이 정도로 ‘뼈대 있는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고 다 함께 화가에게 다가갔다.
“자아…! 호텔의 네 번째 숨겨진 NPC, 화가는 어떤 존재인가!”
“…”
“호텔 2층 개방과 함께 나타난 비밀의 존재. 하지만 호텔 파티의 천박한 취향 덕에 더럽게 늦게 찾은 존재!”
천박한 취향이라는 말에 은솔 누나가 어이없어했다.
“얘 은근히 말 함부로 하네.”
“두구두구두구두구!”
“…”
“보상은 바로! 한가인 초상화입니다!”
“…”
전에 그려준 흑백 그림이다.
이게 뭔가 싶어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아리가 물었다.
“이건 뭐야? 특별한 힘이 있어? 그림을 찢으면 가인이가 죽는다던가?”
그게 무슨 보상이야?
나에 대한 저주잖아!
“아닌데? 이건 그냥 그림인데?”
“…”
장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들 반응 왜 이래? 호텔 최고의 화가가 그린 그림을 우습게 보는 거야? 아니, 겨우 그림 한 장에 무슨 마법이라도 걸려있을 줄 알았어?”
“…”
“너네, 모나리자 보면서도 무슨 마법 기대하니? 그림이란 본래 -”
“5초.”
“어?”
“4초.”
“참가자 김아리, 갑자기 왜 -”
“2초.”
허공으로 살짝 떠오른 아리가 윙 부츠로 불길을 뿜어냈다.
개소리를 더 늘어놓으면 미술관을 박살 내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느낄 수 있었다.
“1초.”
“아아앗! 진짜 재미없는 애들이네!”
화가는 결국 투덜거리며 손을 등 뒤로 뻗더니, 정체 모를 그림을 꺼내서 보여줬다.
모두가 두 번째 그림, ‘진짜 보상’에 주목했다.
“이건 문이야?”
“배경이 보라색이네요. 방인가?”
“바닥은 흙 같기도 한데….”
평범한 목제 문이 그려진 방이다.
유산이라면 물건을 얻는 순간 대략적인 사용법을 알게 되었을 텐데, 이건 유산이 아니라 그런 편리한 기능은 없었다.
“화가, 이건 뭡니까? 어떻게 쓰죠?”
화가는 어느새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되찾은 상태였는데, 그 미소를 보자마자 아리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재밌는 도구지!”
“네?”
“잘 써!”
“그니까 사용법을 -”
“아끼던 물건인데 아쉽다아~!”
“야! 사용법을 알려 달라고 했 -”
화가는 대답 대신 양손을 휘저으며 작별 인사했다.
“안녕! 언젠가 또 볼일이 있길 바라!”
— 쾅!
“…”
동료들이 다 함께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화가는 문 그림에 대한 설명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기묘한 힘을 써서 우릴 미술관 밖으로 쫓아냈다!
뒤늦게 송이가 벌컥 짜증 냈다.
— 쿵! 쿵!
“야! 문 열어! 당장 열어!”
미술관 문은 누가 굳게 잠그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뭔 놈의 호텔에 하나같이 사람 새끼가 없지? 송이야, 비켜봐라. 이깟 미술관 내가 별 조각 쓰면 -”
“그만 해라. 강제로 들어가 봐야 화가인지 뭔지 어딘가 사라지고 없겠지.”
별을 소환하려는 진철 형을 할아버지가 제지한 후,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곧, 3일 만에 호텔의 알림이 떴다.
「특별 이벤트 : 1층 및 2층 전면 보수공사가 종료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상층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참 시기적절한 알림이었다.
*
1층에 돌아오자마자 은솔 누나가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선 다 같이 좀 쉬자. 가인이도 피곤했겠지만, 우리도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꼬꼬마 중학생의 시골 생활을 보느라 힘들었거든.”
“그러죠.”
“가인아, 오늘 며칠 차니?”
“379일 차네요.”
“파티 타임 시작이 375일이었으니까…. 세상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잖아?”
그 말에 다들 두 배로 지친 표정을 지었다.
분명 파티타임을 되게 자주 가진 것 같은데, 제대로 쉰 기억이 별로 없어.
“점심까진 늘어지게 쉬든지 하자. 206호 이야기는 그때부터 하고….”
그 말을 끝으로 모두가 지친 몸을 이끌고 105호로 돌아갔다.
화가가 준 두 장의 그림, 내 흑백 초상화와 문 그림은 둘 다 당연하다는 듯 내가 챙겼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그냥 침대 옆에 걸어두고 잠이나 한숨 자기로 했다.
…
…
…
— 스르륵!
기묘한 인기척.
불쾌한 시선.
누군가 날 감시하는 듯한 오묘한 기분.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지친 몸을 돌려 그림을 살폈다.
“… 아 씨발.”
그렇지. 호텔은 원래 이런 장소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괴담 호텔 탈출기-43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