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38)
EP.438 438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
438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84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조명이 사라진 어두운 지하 갱도.
광부들을 이끌며 느긋하고 여유롭게 걸어갔다.
다들 이곳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벽에 부딪히는 사람은 없었다.
광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이 공포심을 자극했기 때문일까?
광부들이 조급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허억! 저, 젊은 친구! 다, 달려야 하지 않겠어?”
“내, 내 생각도 그렇다고!”
“직선으로 3분 정도 달리다가 우측으로 꺾으면 수레가 나올 거다!”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오전 내내 광산에서 일하느라 지치지 않았습니까? 뛰면 힘들 겁니다.”
이쯤 되자 몇몇 광부는 거의 울 것 같았다.
“흐으으…. 힘든 게 문제가 아니잖소! 아까부터 사방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리는데 -”
“여러분은 괜찮을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로이. 내 말이 의심스럽다면, 혼자 가시지요.”
“…”
광부들이 조용해졌다.
“내가 여러분을 힘으로 억압했습니까? 누가 여러분 목에 폭탄 목걸이라도 걸었습니까?”
“…”
“선택하시면 됩니다. 각자 갈 길 가든지, 아니면 내 말을 믿든지.”
— 쿠르릉!
그 순간, 광산 어딘가에서 또 요란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그러자 겁먹은 광부들이 어린애처럼 움츠러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날 떠나지 못했다.
조금씩, 이들에게 ‘신앙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믿으십시오. 믿음이 여러분을 구원할 것이니….”
광부들 앞에서의 연기와 별개로 주기적으로 들리는 ‘쿠르릉’ 하는 소리와 진동의 정체는 의문스러웠다.
무언가 거대하고 강인한 존재가 지반을 흔드는 느낌인데, 계획에 이런 소리를 낼 만한 무언가는 없었기 때문이다.
— 찰박!
“…”
“뭐야? 젊은 친구? 왜 멈췄지?”
“무슨 일입니까? 호, 혹시 뭔가 계시를 또 받으셨습니까?”
“… 아닙니다. 갑시다.”
시체를 밟자 피 웅덩이가 발을 적셨다.
새삼스레 잔혹함에 놀라 떠는 것은 아니야.
소고기보다 인간 고기를 더 자주 볼 수 있는 장소가 호텔 아니던가.
잔혹한 연극을 위해 손을 피로 적시는 일을 마다하지 않은 동료를 떠올렸을 뿐.
“슬슬 수레가 보이는군요. 마음을 편히 먹으세요.”
“예, 예! 호, 혹시 위, 위대한 분께서 무슨 말씀을 -”
“걱정하지 마시길.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불필요한 생각은 버리자.
이번 일의 목표는 본격적으로 세력을 만들기 위해 광부 일부를 포섭하는 것이다.
어제까지 평범한 광부였던 사람들을 광신도로 바꾸기 위해선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필요하다.
예컨대, 정체불명의 악마에 의해 광부들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 선택받은 자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다면 어떨까?
언젠가부터 광부들은 내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저, 저쪽이 수레입니다! 빛! 바깥으로 향하는 길이 보입니다!”
마침내 광산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로부터 들어온 어슴푸레한 빛을 발견하는 순간, 겁에 질린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그리고 –
— 쿠르릉!
통로 왼쪽 벽이 허물어지며 광산을 공포로 몰아넣은 흉수가 나타났다.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는지, 붉은색에 가까워진 거대한 강화복.
여기저기 덕지덕지 묻은 살점과 내장이 뿜어내는 강렬한 악취.
헬멧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광채까지!
방호복을 입은 아리다.
고백하건대, 눈앞의 존재를 마주하는 순간 광부들은 둘째치고 나부터가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미리 계획을 알고 온 나도 지옥에서 튀어나온 듯한 방호복 아리의 모습에 놀랄 지경인데,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광부였던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어떤 사람은 넋이 나간 듯 비명 지르고, 어떤 사람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으아아아-!”
“을그귺! 꽤에엑!”
“전능한 시조시여 죄 많은 자 로이를 용서하시고 -”
아까부터 들려온 ‘쿠르릉!’하는 소리는 아리가 방호복의 무게와 힘으로 갱도를 부수는 소리였어?
불굴의 이성이 방호복은 억누르지 못하는건가?
윙 부츠는 억누르면서?
지금 상황은 밖에서 말했던 계획과 좀 다르잖아?
원래는 아리가 마왕 숭배자들을 광산으로 데려와서 –
“…”
흥분을 가라앉히고 침착해지려 노력했다.
공포에 질린 광부들의 시선이 내게 모였기 때문이다.
지금 당황하는 태도를 보이면 여태 쌓아온 카리스마가 단숨에 붕괴한다.
신이 내린 선지자가 고작 이런 상황에 놀라면 되겠는가?
담담하게 걸어 나갔다.
이 정도 변수는 진작 예상한 것처럼, 위대한 존재가 모든 것을 내게 알려준 것처럼.
“그대…. 도시의 어둠에서 태어난 자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단어를 마구 던졌다.
도시의 어둠에서 태어난 자, 이거 다음에 대충 그럴듯한 단어 뭐 없어?
“어찌하여 내 앞을 막고 또 조악한 힘으로 위세를 부리는가?”
붉게 물든 헬멧 너머로 아리의 얼굴이 어렴풋이 보인다.
“물러서라! 믿음이 우리를 구원할지니, 아무리 타락한 마귀라 해도 의심 없이 순종하는 양을 해치지 못 하리라.”
그 말과 함께 양손을 뻗었다.
마치, 내 손바닥에서 정체불명의 장풍이 나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
아리가 이게 대체 뭐임 하는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다.
“물러서라!”
이번엔 더 요란하게 손을 뻗었다.
“…”
아니, 아리 쟤 뭐해?
장풍 모르냐 장풍?
여기서 이렇게 쿵 짝이 안 맞는다고?
신의 사도가 손을 딱 뻗으면!
보이지 않는 바람에 휩쓸린 것처럼 뒤로 한 바퀴 굴러야지!
“… 아.”
— 쿵! 덜거덕!
“꺄 아 아 아 악!”
아리가 뒤늦게 괴상한 소음을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광산 밖으로 나가기 위한 길이 열렸다.
“길이 열렸습니다!”
“오오! 바, 방금은 대체 무슨 기적이 -”
“밖에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모두 날 따라오세요!”
정신이 반쯤 나간 채 이제 살았다며 기뻐하는 광부들을 보며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의 어설픈 연기에서 이변을 눈치챈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서서히 ‘의심 없이 순종하는 양’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
광산 밖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운 좋게 탈출구 근처에 있던 광부들 때문에 지하에서 벌어진 일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광산 관리인과 인포서들이 지하에서 탈출한 광부들에게 진상을 캐물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애초에 진상을 아는 사람은 광부 중 나 뿐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광부들은 공포에 질린 채 지하의 악마에 대해 열심히 떠들며 관리인과 인포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한 충실한 이들이 내게 다가왔다.
“가인 님, 우리는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모두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충실한 믿음을 보이셨으니, 곧 주의 인도가 있을 것입니다.”
혼란, 호기심, 두려움 그리고 기대.
복잡한 감정이 깃든 신도들의 눈을 바라본다.
그중 한 사람, 로버트의 손을 잡았다.
“가, 갑자기 왜 -”
“로버트. 당신의 삶은 그동안 어떠했습니까?”
“예? 사, 삶 말입니까? 저는 뭐 -”
로버트의 눈을 꿰뚫어 보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부모님은 누군지 모르고, 11살까지 7구역 보육원에서 컸군요. 처음 일한 장소는 광산이 아니라 통조림 공장이었습니까? 그쪽에서 두어 번 실수하니 더 힘든 광산으로 보내졌군요.”
로버트가 말한 적도 없는 과거를 내가 줄줄 꿰자 그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침까지 흘렸다.
“대, 대체 그걸 어떻게!”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
전 회차에서 당신이 술 한잔하더니 열심히 떠들었지.
“하찮은 삶이었군요.”
난데없는 비하에 로버트의 표정이 굳었다.
“공장의 톱니바퀴나 다름없는 전형적인 4급의 삶. 자신이 살아갈 방향을 스스로 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짐승처럼 살아가며 인생을 허비했습니다.”
“이, 이봐! 당신이 어딘가 특별하다는 건 알겠는데 -”
고개를 들어 다른 광부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낙원에서 가장 낮은 신분. 끝없이 이어지는 가혹한 노동. 매일매일 10시간 이상 몸이 부서지라 일하는데 질 좋은 고기 한 점 먹은 적 없고, 푹신한 침대에서 잠든 적도 없습니다. 이게 여러분의 삶입니다.”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저주의 방 밖에도 많다.
내가 살아온 세상 또한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은 ‘어제까지의 여러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헐벗고 굶주린 자들의 눈에 처음으로 희미한 빛이 깃든다.
“어제 주께서 계시를 내리셨습니다. 보셨지요? 마귀의 손에서 여러분을 구해내는 힘을 보셨지요?”
사람들이 넋 나간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끝없이 고통받으면서도 그 어떤 보답 없는 삶.
선진국 상위 계층 사람들의 복락을 위해 가차 없이 갈려 나가는 고통.
가장 낮은 계급으로 태어났으니 피할 수 없는 운명일지 모르겠으나….
이런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꿈은 있다.
언젠가 기적이 일어나 기약 없는 고통이 끝나길 바라는 갈망이 있다.
“순종하십시오. 믿음이 여러분을 구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종교를 믿는다.
*
늦은 밤, ‘충실한 어린 양들’의 도움을 받아 숙소 밖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콘크리트 틈새에 기댄 아리가 있었다.
“늦었네.”
전 회차도 그렇고, 이번 회차에서도 아리는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출귀몰하게 광산 일대를 마음대로 돌아다녔다.
“지금 너 초능력 못쓰지?”
“응.”
“어떻게 이렇게 여기저기서 나오는 거야?”
“마왕 교단은 낙원 지하의 지리에 대해 인포서들보다도 정확히 알고 있어.”
“그 통로가 광산 쪽으로도 통해있어?”
“대충 그렇다고 해둘게.”
자세히 설명하려면 복잡한 모양이다.
“좋아. 아리야, 다음 계획은 -”
“야. 너 아까 이거 대체 뭐야?”
갑자기 아리가 내 말을 끊더니, 양손을 허공에 휘젓는 시늉을 했다.
지하 광산에서 ‘기적 쇼’를 벌일 때 내가 했던 동작이다.
“이걸 몰라? 장풍이잖아 장풍!”
“… 장풍?”
“허공에 손을 딱 뻗으면! 보이지 않는 바람이 나가서 사악한 존재를 뒤로 날리는 -”
“아니, 왜 그딴 해괴한 동작을 하는 거야?”
“해괴하다니?”
“평소엔 무슨 주문 같은 것 좋아하지 않았어? ‘주께서 가라사대, 타락한 자여 어둠으로 돌아가라!’ 이런 느낌의 대사를 기다렸는데!”
“그건 너무 유치하네.”
그 말에 아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풍은 유치하지 않고?”
“앞으로는 동작을 딱 정하자.”
“…”
“양손을 앞으로 뻗으면 장풍! 뒤로 굴러.”
“…”
“주문도 괜찮네. 어둠에서 일어선 타락한 자여! 당장 지옥의 구렁텅이로 돌아가라! 하면 바닥에 엎어져서 기절하기.”
“…”
“아, 이것도 괜찮다. 몸을 한 바퀴 돌면서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면 -”
“고생은 내가 다 하는 데 왜 멋있는 역할은 가인이 네가 다 하는 걸까.”
“…”
나와 아리의 회의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