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4)
43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3)
41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3)[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7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침착하자. 어차피 이 호텔에선 괴물 천지다.
사람 흉내 내는 무언가가 하나 추가됐다 한들 달라질 건 없다.
별일 없다는 듯이 잡담하면서 대화창부터 확인했다.
한가인(학생) : 박승엽. 내 말 들림?
…
한가인(학생) : 박승엽. 내 말 들리면 오른손 들어.
…
반응이 없다. 역시,눈앞의 존재는 승엽이가 아니며 ‘대화창’을 보지 못한다.더 대화해 봐야 정보가 새어 나갈 것 같고, 무엇보다 엘레나가 이미 표정 관리가 안 되고 있어서 대화를 마쳤다.
“형은 이따가 볼 시험 공부 좀 할게! 다들 일단 흩어집시다.”
“아 시험, 전 또 구교사 갈 것 같은데…”
“나도 이만 영어나 다시 볼게~”
그나마 아리가 호응이라도 해 줘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
이은솔(교사) : 뭐임?
한가인(학생) : 박승엽 위치 구교사 지하. 가짜 승엽 나타남
김묵성(교사) : 가짜인 것 확실?
유송이(학생) : 팔찌, 상태창으로 확인. 가짜맞음
이은솔(교사) : 성과 없지 않음. 구교사가 우릴 가두고 가짜 만든다 확인.
한가인(학생) : 컨닝준비?
이은솔(교사) : 국사/언어는 준비. 다른 과목은 쉽지 않을 것
*
쉽지 않다.
컨닝 계획에는 근본적인 난제가 있다. 교사팀이 전과목에 있는 게 아니라 국사/언어에만 배치된 상황. 나머지 과목은 그냥 풀어야 한다.
내가 이 악물고 푼다 해도 문제다. 어제야 객관식이니 내가 풀고 ‘대화창’에 답을 올리면 나머지 사람들이 빠르게 베꼈다.
오늘은 서술형이다. 내가 아무리 빨리 풀어봐야 10분도 안 남을 텐데, 송이가 뒤늦게 팔찌를 써서 내 시각을 빌린다 쳐도 10분 만에 서술형 답을 어떻게 베끼는가?
설령 베꼈다 쳐도, 엘레나까지 전달할 시간이 없다.
아리는 어제 느끼기론 알아서 잘 풀것 같지만 송이와 엘레나는 이 시험을 넘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심 끝에 오늘의 수업도 끝나고, 결국 피할 수 없이 다가온 저녁의 시험시간. 내 예상은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빗나갔다.
*
국사시험은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시험이 시작되자 자연스럽게 들어온 묵성 할아버지는 마치 시험감독을 하듯이 교실을 스윽 지나갔고, 자연스럽게 송이 쪽을 스치는 순간 송이가 할아버지에게 팔찌를 사용했다.
내 각도에선 정확히 안보였지만, 아마도 할아버지는 그 시점부터 적절히 미리 준비한 컨닝페이퍼를 보았고, 송이는 할아버지의 시각을 통해 컨닝페이퍼를 보았고…
멀리서 힐끔거리며 그 흐름을 인지한 내가 ‘적절하게’ 허리를 뒤로 빼며 기지개하는체 할때 쯤 나에게도 정보가 들어왔다.
마치 홀로그램처럼 책상 위에 떠오른 문자열들. 처음 겪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관점’이 만들어 내는 환상들은 정말 신기하다. 마치 고도의 증강현실 기술이 적용된 세계에 사는 느낌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답을 베껴넣으며 국사시험이 끝났다.
아~ 수능도 이런 식으로 봤으면 전국수석이었는데 아쉽다!
*
언어 시험시간.
역시 크게 걱정되진 않는다. 국사 시험처럼 하면 되는 것 아닐까?
긴장이 풀려간다.
대충, 기다리다 보면 내 차례 오겠네. 괜한 의심사지 않게 푸는 시늉은 하고 있어야지. 어차피 일부는 아는데 1/3 정도는 직접 풀까?
*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이은솔 선생. 그거 뭡니까?”
“네?”
“그거 뭐냐구요. 손에 뭘 자꾸 들고 뚫어져라 봅니까?”
“에? 아니 그냥 종이가 주머니에 꽂혀 있길래 뭔가하고-”
“헛소리하지 말고 이리 내 봐요!”
망했다. 감독으로 들어와 있던 다른 교사가 은솔누나의 컨닝페이퍼를 발견했다!
“갑,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어제 이상하다 했지! 뻔히 컨닝인데, 증거가 없다는 둥 해서 무슨 말인가했더니, 그거 컨닝페이퍼 아닙니까! 어떤 학생에게 주려고 한 거죠?”
“아니, 내가 누구에게 주는 거 봤어요? 그냥 어제 문제 내면서 생각한 모범 답안을 정리한 것뿐인데-”
“개소리 좀 하지 맙시다. 모범답안을 그 작은 종이에 적어서, 시험장에 들고 와서, 딱 손에 들어? 이거 진짜 말 안 통하네! 어이 차선생! 이 선생좀-”
내가 들어도 은솔누나의 말은 개소리다.
“그거, 내가 넣은겁니다.”
진철형?
“차선생?”
“이은솔 선생님이 탁자 위에 종이 두고 갔길래, 혹시 빠트리셨나 해서 내가 챙겼습니다.”
“아니… 대체 무슨 말을. 그걸 지금 말이라고-”
“내가 챙겨서 준 거라는데 왜 자꾸 못믿지? 한선생, 지금 나 무시하쇼?”
“아, 아니 누가 차선생을 무시했다고 그럽니까. 내 말은 어찌 됐든 컨닝페이퍼가 시험장에 들어왔으니 이선생이 책임을 져야-”
“내가 들고 왔다는데 왜 이선생이 책임을 집니까? 한선생 바보요? 거 책임 참 좋아하네. 뭐, 내가 들고왔으니 내가 책임 지지. 징계 받으면 될 거 아뇨?”
“아니, 어… 제 말은 꼭 차선생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고…”
“됐수다. 내 체육 교사라 뭘 몰라서 실수 좀 했으니, 혼나고 오지. 괜히 이선생 붙들고 지랄이나 하지 마쇼.”
…
이게 대체 뭐지.갑자기 진철형이 전부 자기가 했다고 뒤집어썼다.솔직히 말도 안 되는 말 같다.
그러나 190이 넘는 근육덩이 거한이 윽박지르자, 은솔 누나에게 따지던 ‘한선생’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휩쓸렸다.
진철형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이은솔(교사) : 대체 무슨 짓?
차진철(교사) : 감동 받음?
이은솔(교사) : 개지랄 말고 뭔데?
차진철(교사) : 길게 말하겠음. 어제부터 생각. 구교사.싸울줄 아는 사람 가야된다.애들만 가서 승엽이처럼 허무하게 당하면 무의미한 희생. 가서 제대로 알아내겠다.
*
이해했다.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 평범한 사람이 가서는 즉시 제압될 뿐이라는 건 승엽이를 통해 확인했다. 이 상황에서 나나 엘레나가 가 봐야 의미가 있을까.
물리적으로 강한 진철 형이나, 정신적으로 강한 송이, 아마도 양쪽으로 다 강한 것 같은 아리가 가야 최소한의 정보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새삼스레 형의 멘탈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은솔(교사) : 이해. but, 물리적 위험이라는 보장 x. 정신위험이면 너도 저항 못함.
차진철(교사) : 최소한 위험의 종류는 알 수 있음.
*
머릿속으로 이런 대화하는 사이에 상황은 대충 정리됐다. 터무니없어 보이던 진철형의 논리였지만, ‘컨닝페이퍼’를 준사람과 받은 사람이 모두 똑같은 진술을 반복하니 다른 교사들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은솔 누나는 결국 종이가 주머니에 꽂혀 있길래 뭔지 확인했다는 황당한 주장이 인정되며 혐의에서 벗어났다.
결국 진철형의 의도대로 형이 구교사로 징계를 받으러 가는 걸로 결정됐다. 새삼스럽지만, 대체 무슨 교사까지 징계를 구교사로 가서 받는다는 걸까.
진철형이 구교사로 출발하기 직전, 송이가 의견을 냈다.
유송이(학생) : 진철 당장 내게 올 것. 성소 때처럼 정신보호 가능. 10분 유지.
10분. 모호하다. 여기서 걸면 형이 구교사에 도착할 때쯤 거의 끝나지 않나?
어찌 됐든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는 법. 형은 송이에게 정신보호를 받은 채로 구교사로 떠났다.
혼란스런 와중에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 오늘의 시험은 난리 속에서 넘기기로 결정됐다.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기숙사로 돌아간 상태에서, 진철형의 보고가 시작됐다.
*
차진철(교사) : 겁나 뛰고 있음
…
차진철(교사) : 도착. 정신보호 얼마 남음?
유송이(학생) : 5분.
…
차진철(교사) : 불빛, 이상한 노래 들림. 진입하겠음
…
차진철(교사) : 엄청나게 예쁜 사람. 따라오라고 해서 내려가는 중. 머리 아픔
…
…
한가인(학생) : 형?
이은솔(교사) : 벌써 당함?
김묵성(교사) : 이래서야 이번에도-
차진철(교사) :크흐흐 개 시발 다섯정도 처죽였다. 방금 팔이 떨어졌다. 끔찍하구나. 오면 안 된다. 여기 와서 해결할게 아니다. 다 탈출해라. 여긴 아니다 절대 아니야! 나가라 이 학교 벗어나라 싸워서는 해결 못 한다 머리가 터질것 같다.
이은솔(교사) : 침착. 제발 침착. 나가서 우리 볼수 있어. 좀 더 자세히 설명!
차진철(교사) : 승엽이 깨어남
한가인(학생) : 그게 뭔-
박승엽(학생) : 세상이란고통절망슬픔으로가득 찼나니우리는합일로서평화얻으리아아주께서주셨노라안 온한평온이함께하니모이라모이라아아사랑이여여러분사랑해요다 같이불러봐요행복의세계로하나 되는세-
차진철(교사) : 승엽이 죽였다. 한계다. 이상한 종교단체같다. 다 튀어라. 난 자살하겠다.
…
더 이상의 보고는 없었다.
상태창을 켰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7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동료 위치정보(*)
박승엽 : 사망
차진철 : 사망]
한가인(학생) : 박승엽, 차진철. 모두 사망
이은솔(교사) : 다들 멘탈 잡을 것. 나가서 만나면 됨.
김묵성(교사) : 대화량 거의 끝임.
이은솔(교사) : 정리. 차는 머리아프다 말함. 정신 공격 존재. 팔이 떨어졌다고 함. 물리 공격 존재. 차가 다섯을 죽였고, 종교단체같다고 함. 수가 많은 듯. 각자 생각.
딱 거기서 대화량이 전부 소진됐다.
현재까지 알게 된 사실.
1. 구교사에는 정신적인 위험과 물리적인 위험이 모두 있다.
2. 종교단체? 다수의 사람이 있다.
3. 승엽이는 정신이 이상해졌고, 진철형은 다섯을 처죽인 후 승엽이도 죽이고 자살했다.
*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우리 중 물리적으로 가장 강한 사람의 판단.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다섯이나 죽였는데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건, 다섯정도로는 티가 안날 정도로 수가 많다는 의미.
언젠가 우리가 대량살상이 가능한 힘을 얻는게 아니고서는-
이곳은 현재 시점에선 클리어가 불가능한것 같다.
그렇다면 탈출해야한다.
1. 기묘한 가족에선 이상현상인 기묘한 가족들로부터 ‘거리를 벌리는 것’ 만으로 탈출이 인정됐다.
2. 공포의 저택에선 이상현상인 어르신이 진행하던 악마부활의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즉 ‘상대의 승리조건을 무너트려서 무승부를 만드는 것’으로 탈출이 인정됐다.
이 학교에선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학교의 이상현상인’구교사의 집단’의 ‘승리조건’이 뭔지를 모르겠으므로 두번째 방법은 불가능하다. 당장은 이 학교에서 도망치는 방법부터 생각해야하나?
*
다음날. 체육시간.
철인 3종 경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