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41)
EP.441 441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6)
441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6)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394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른 아침, 새하얗고 부드러운 침대 위에서 깨어났다.
4급 시민은 결코 누릴 수 없는 사치지만 지금의 내겐 별것 아니다.
나는 신이니까!
“…”
아침부터 미친 소리가 저절로 나오네.
신까진 아니지만, 신의 선지자 행세 중이긴 하다.
내 공적인 신분은 여전히 4급 시민이지만 마왕 교단, 아니지 ‘한가인 교단’ 내부에는 3급 및 2급 시민 다수가 포함되어있다.
덕분에 광산 일은 며칠 전부터 때려치우고 괜찮은 집도 한 채 구했다.
물론, 신도들의 충성심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패트릭, 이 새끼가 길 가다 벼락 맞고 죽게 해주세요!’
“… 기도 내용 한번 험악하네.”
나는, 여러 가지 의미로 반쯤 신이 되었다.
*
집 밖으로 나오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좋은 아침입니다. 엘레나, 선생님.”
“좋은 아침!”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운전석의 선생님이 시동을 걸며 말했다.
“어제, 요원들에게 공식적인 지령이 내려왔습니다. 더 이상 교단을 감시하지 말라더군요. 명분이야 종교의 자유입니다만.”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206호는 지구의 비틀린 미래이므로, 당연히 종교의 자유 같은 개념은 있다.
‘제발 교수님 독감 걸려서 휴강! 독감 걸려서 휴강!’
“… 교수님 독감? 이게 기도냐 저주냐?”
“가인 씨?”
“아닙니다.”
개념만 있다.
누가 인간의 권리 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고 다니면 인포서들이 끌고 가서 불굴의 이성에 집어넣을 뿐이지.
따라서 ‘한가인 교단’에 대한 박해가 멈춘 것은 무슨 인권 때문이 아니라 도시의 실권을 쥔 송이가 명령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교단은 이제 공개적인 집회를 할 수 있다.
“교단 세력을 불리기 편해져서 좋긴 한데, 반발하는 사람들은 없었나요?”
“많죠. 정신 나간 여자애가 권좌에 앉았으니 도시가 망할 징조라고 난리입니다.”
“… 그렇군요.”
“오래전부터 계승을 준비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갑자기 송이 양에게 충성하면 그게 더 이상합니다.”
그 말에 엘레나가 당황했다.
“그, 그러면 어떡해요? 송이에게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선생님이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무슨 상관입니까?”
“예?”
“엘레나, 우리가 이 도시를 10년 20년 통치할 것도 아니잖습니까. 지금이 14일 정도 흘렀었나?”
방 제목부터가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이다.
이제부터 길어야 3개월 내로 결판이 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도시가 개판이 나든 말든 상관없어.
반란? 부작용? 당장 두어 달 내로 일어나는 것 아니면 별문제 아니다.
이게 회귀자의 방식이다.
“가인 군, 며칠 전에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206호에도 관리국 혹은 유사 조직이 있을 수 있다는 말?”
은솔 누나와 송이를 비롯한 ‘도시지배 팀’에서 내린 결론이다.
“글쎄…. 있다고 해도 지금은 정상이 아닐 것 같네요.”
정상이라면, 첫 번째 시도에서 마왕이 강림하려 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나타났어야 한다.
“그건 맞습니다. 아마 조직 자체는 무너졌고, 소수 생존자가 개인 단위로 있는 정도가 아닐지.”
“몇 가지 키워드가 떠오르긴 하네요. 페로, 미로, 시조 등.”
“설정상 미로가 비밀 조직의 고위층이었다거나?”
“비슷한 느낌으로 시조는 그 조직의 말단 직원이었을 수도 있죠.”
이렇게 보면 미로가 봉인 당한 존재인데도 미묘하게 존재감 없는 이유나 시조가 미로를 모르는 이유 등이 설명된다.
물론, 실제로는 전혀 다를 수도 있고.
“시나리오 이해는 확인하셨습니까?”
“네.”
마왕 교단을 먹었다는 의미는 도시 바깥으로 향하는 루트 또한 우리가 확보했다는 의미다.
덕분에 나는 축복을 쓸 수 있게 되었고, 당연히 시나리오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다만, 시나리오는 며칠 전부터 갱신이 멈춘 상태다.
그래서 내용을 다 외워서 떠올릴 수 있다.
「시나리오 :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도시를 지배하는 시장의 권력은 사실상 참가자 송이 손에 들어왔다.
도시를 지탱하는 하층민의 영혼은 참가자 한가인에게 농락당하기 직전이다.
마침내 호텔파티가 낙원의 상층부와 하층부를 동시에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
그러나 시장과 교단의 비밀을 얻어냈음에도, 206호의 비밀은 아직도 그 끝을 모른다.
결국 호텔파티는 시조와의 접촉을 꾀하게 되는데….」
“시나리오 갱신이 멈췄어요. 시조랑 만나봐라. 송이에게 전달하셨죠?”
“물론입니다. 송이 양이 지금쯤 수를 쓰고 있을 겁니다.”
“으음.”
“왜 그러십니까?”
“표현이 미묘하게 불쾌해서.”
“표현?”
“아닙니다.”
아니, 송이는 단순히 ‘시장의 권력이 손에 들어왔다’라고 표현했잖아?
교단을 세운 난 ‘하층민의 영혼을 농락하기 직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뭐야?
미묘하게 나에 대한 표현만 악의적이다.
가뜩이나 기분이 살짝 불쾌해지려 하는데 기름을 끼얹는 듯한 기도가 들려왔다.
‘주, 주님. 저는 오브라이언입니다. 오, 오늘 엘레나 양에게 제 마음을 전할 생각입니다. 제발 고백이 성공하기를 -’
“으악! 에, 엘레나!”
“가인 씨? 왜 그래요?”
설마 동명이인은 아니겠지?
“엘레나 혹시 오브라이언이라는 사람 아세요?”
“예? 방송국 PD 중 한 명인데, 가인 씨가 그 사람을 어떻게 -”
“오늘 방송국 일정 있어요?”
“저녁에 간단한 예능 출연이 있긴 해요.”
“그거 취소하세요. 독감 걸렸다고 하죠.”
“예?”
“저녁에 방송국에서 폭탄이 터질 수도 있어요. 방금 미래를 봤어요.”
“폭탄?! 갑자기?”
나는 건방진 오브라이언을 교단에서 쫓아내기로 했다.
“가인 군, 도착했습니다. 아, 이제부터는 ‘주님’이라고 부를까요?”
선생님은 이 모든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
“그러므로 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은 가장 신실한 양이니, 무궁한 영광과 복락이 기다릴 것이니라!”
— 와아아!
교단의 집회는 더 이상 어둡고 탁한 지하에서 벌어지지 않았다.
대낮에, 도시를 밝히는 불빛 아래에서 거대한 운동장을 빌려서 진행했다.
당연히 여기저기 숨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인포서들이 보였지만, 그래 봤자다.
시장이 건드리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인포서들이 뭘 어쩌겠어?
“응~ 억울하면 네가 시장 해!”
“가인 군. 방금 속마음이 입 밖으로 나온 것 아닙니까.”
“앗! 설교가 끝나면서 긴장이 살짝 풀렸네요.”
“… 이럴 때는 평범한 사람 같기도 하군요.”
“네?”
“아닙니다. 타시죠.”
선생님이 가볍게 웃으며 마치 교주를 모시는 운전기사처럼 문을 열었다.
“너무 대놓고 움직이시는 것 아닌가요? 그, 시장 직속 감찰대인가? 조직에서 선생님을 의심하진 않나요?”
“그쪽에선 내가 운전기사로 ‘잠입’해서 가인 군을 감시한다고 생각 중입니다.”
“하!”
송이는 더 이상 교단을 감시하지 말라고 명령했는데, 감찰대는 어린 시장이 정신 나갔다고 생각하며 명령을 무시하고 감시 요원을 파견했다.
그런데 그 요원이 선생님이니 사실상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
여러모로 웃기는 구도라서 웃음이 나왔다.
‘주님, 오늘 집회는 정말이지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침내 영광의 길을 밟는 교단의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거 이거, 신도들의 반응이 아주 좋네요.”
“… 기도가 들린다고 하셨지요?”
“네.”
“정확히 어떤 느낌입니까? 오랜 동료로서, 숨김없이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갑자기 진지한 태도를 보여서 조금 당황했다.
애초에 유산 관련 정보를 굳이 숨길 생각도 없는데.
“무, 물론이죠. 그러니까 -”
‘아~ 신님. 선지자 저 새끼 좀 사짜 느낌인데, 진짜 맞습니까? 내가 연설해도 저 새끼보다 훨씬 잘하겠네!’
“그럼 네가 해 이 새끼야!”
“가인 군?”
“… 아닙니다.”
신성한 태양이 신앙과 기도를 모으기 시작한 후, 내게는 항상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편의상 ‘목소리’ 같은 표현을 쓸 뿐 실제로는 귀를 막아도 들린다.
대부분은 별 내용 없이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정도였으나 어떤 기도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었다.
물론 그 소망이 꼭 바람직한 소망은 아니다.
설명하던 중, 선생님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 소망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네?”
“…”
“…”
“집회 중 가인 군을 계속 관찰했습니다. 보다 보니 이 부분은 연기구나, 이 부분은 진심이구나 하는 게 조금씩 구별되더군요.”
“그럴 수 있겠네요.”
“중간중간 신도들하고 소통하는데, 신도들이 말한 적도 없는 과거사를 읊으시더군요. 이것도 신성한 태양의 권능입니까?”
“비슷하죠.”
“대단히 신비해 보였습니다. 유산의 힘인 걸 알고 봐도 신기했으니, 다들 의심 없이 가인 군을 메시아로 여길 겁니다.”
“… 저 새끼 사기꾼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 말에 선생님이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한두 사람의 예외에 과몰입할 필요는 없다.
“으흠, 그, 그런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여하튼, 거기까진 좋았는데 중간중간 당황스러운 지점이 있더군요.”
“당황스러운 지점?”
“다시 묻겠습니다. 신도들의 소망을 들을 때 무슨 생각이 듭니까?”
“…”
딱히 내가 해준 건 없지만, 본인의 성공을 신의 도움 덕분이라며 기뻐하는 신자가 있었다.
나 또한 그 남자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
아들이 난치병에 걸렸는데 치료비가 없다며 슬피 우는 여인이 있었다.
나 또한 그 여인의 손을 잡고 가슴 아파했고, 부유한 신자들의 후원금을 모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신도들의 마음을 읽어내던 가인 군은 굉장히 ‘진심’으로 보였습니다.”
“…”
“당신이 가인 군이 아니라 은솔 양이나 진철 군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겁니다. 그들은 본래 그런 감수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인 군은….”
“…”
“본래라면, 아줌마. 니 아들 병으로 죽기 전에 저주의 방이 사라져서 죽을 테니 쓸데없는 말 그만하쇼! 정도의 반응이 -”
“아, 아니! 그건 그냥 개새끼잖아요! 내가 그 정도 쌍놈은 아닌 것 같은데?”
“예시를 든 겁니다. NPC들의 이야기에 그리 몰입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 말이지요.”
말 자체는 이해했다.
과거 올빼미가 말했던 흰 물감과 검은 물감의 비유가 떠올랐다.
신성한 태양은 나를 마도서와 ‘다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한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패트릭 이 인간 좀 죽여주시면 안 돼요?’
“… 근데 선생님.”
“듣고 있습니다.”
“패트릭이 누구죠? 그…. 같은 사람의 기도를 듣다 보면 기도하는 사람의 정체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렇습니까?”
“아침부터 엘레나가 계속 패트릭을 죽여달라고 기도하고 있네요.”
“…”
*
– 유송이
낙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푸른 나무로 가득한 정원.
멀리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클래식 음악과 고급스러운 테이블 위의 신선한 안심 스테이크까지.
지금도 광산에서 구르고 있을 4급 시민들은 상상도 못 할 호사다.
이 순간, 나는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며 침을 삼켰다.
꿀꺽!
다른 두 사람은 아니었다.
“스테이크가 참 맛있구나. 너도 더 먹지 그래?”
“… 아닙니다.”
갈색 단발을 가진 귀여운 얼굴의 소녀.
그녀는 외견에 어울리지 않게도 낙원의 최연장자다.
누군가는, 이 소녀를 ‘시조’ 혹은 ‘용사’라 부른다.
식사가 끝날 무렵, 그녀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나와 레온을 바라보았다.
“그래, 레온. 시장을 이 아이에게 물려주겠다고?”
“그렇습니다.”
“조금 이르지 않아? 이 애는 좀 어려 보이는데.”
“이유는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네가 시한부니까? 카디로프의 권능을 계승한 존재는 이 여자애뿐이고?”
“잘 아시는군요.”
언제나 그렇듯, 레온은 내가 나이보다 뛰어나다는 둥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대신 꼭 필요한 이유만 언급했다.
“흐음….”
시조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시장을 살피더니, 다음에는 날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카디로프 가문의 계승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만.”
“그렇지. 그런데 레온,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
“말씀하시지요.”
“너, 이 결정을 정말 네 순수한 의지로 내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