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42)
EP.442 442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7)
442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7)
– 유송이
“순수한 의지? 메이 님,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뭐야 뭐야 뭐야!
“직감이라고나 할까? 레온 네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반쯤 나가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채 다급히 동료들을 불렀다!
유송이 : 할아버지! 진철 오빠! 당장 집합!
김묵성 : 뭐? 아까는 함부로 오지 말라고 –
유송이 : 당장 오라고!
김묵성 : 하필 진철이가 없을 때!
최대한 침착한 태도를 가장하며 – 벌써 땀이 줄줄 흘러서 무리잖아!
“무, 무슨 말씀이시죠!”
시조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날 살피며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난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레온을 봤거든. 지금의 레온은…. 글쎄, 내가 아는 모습과 너무 다르네. 팔찌의 힘이니?”
이쯤에서 현실을 받아들였다.
시조는 내가 레온의 정신을 뒤흔들었음을 알아냈다.
다만, ‘사랑받는 자’라는 힘에 대해선 모르는지 다양한 관점으로 조종했다고 생각 중이다.
당황하는 나 대신 시조의 말을 반박한 건 우습게도 시장이었다.
“나는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낙원의 집무실에서 보내고 있고, 낙원에선 팔찌의 환각이 사라집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메이 님이 뭔가 오해 중이신 듯하군요.”
그 말대로다.
팔찌의 감각 제어는 낙원 내에선 통하지 않으며, 시장은 매일 낙원에 출근한다.
그러나, 시조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나도 알아. 그렇지만 레온 네 상태가 이상한 건 확실해. 네 딸에게 팔찌와 별개의 힘이 있을지도 모르지.”
뭔가 이상하다.
단순히 시장이 내게 친근하게 대하니 이상함을 느꼈다 정도로는 저 강한 확신을 설명할 수 없어.
초자연적인 수단으로 시장의 정신이 뒤틀렸음을 파악한 건가?
머리가 복잡해지려는 순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
“레온, 가만히 있어. 눈 감지 말고. 네 정신을 지금 고쳐줄 테니까.”
“예?”
나만큼이나 당황한 레온이 어물거리는 사이 시조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눈을 맞췄다.
느껴진다.
내 강력한 축복, 친화의 정수, ‘사랑받는 자’가 해제되고 있다!
이윽고 시장의 정신에서 얼어붙은 정신이 깨어났다.
이변을 깨달은 레온 카디로프가 차가운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 그 순간.
— 철컥!
차가운 총구가 시장을 겨눈다.
“허허 참…. 일이 갑자기 이상하게 돌아가는 모양인데….”
내 구원 요청을 듣고 묵성 할아버지가 시조와의 비밀스러운 식사에 난입한 것!
김묵성 : 뭔 일이냐?
유송이 : 사랑받는 자 들킴
김묵성 : 아이고!
상황은 ‘아이고’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무어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에 빠졌다.
사랑받는 자가 해제되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레온 카디로프는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으며, 지금까지의 내 행동은 시장이 보기엔 ‘반역’ 혹은 ‘찬탈’에 불과하다.
자연스레 첫 번째 시도 때의 일이 뇌리를 스친다.
당시, 원 모어 찬스의 힘으로 사랑에서 깨어난 시장은 주저 없이 날 총으로 쏴 죽였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또 떠오른다.
의사 선생님의 옛 동료들은 미로의 최면에서 깨어나자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는가!
레온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때, 시조가 입을 열었다.
“부하? 해, 핸드폰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불렀지?”
“가만히 있으시오. 시조께서 꿈틀거리실 때마다 내 손가락이 떨리고 있으니.”
“너! 이 자식이 -”
시조 본인이야 순간이동 능력의 소유자이니 총으로 겨누어도 소용없겠지만, 레온에게 그런 힘은 없다.
김묵성 : 시조에게 날 원거리에서 제압할 힘은 없다. 진정해라.
할아버지의 침착한 전언을 듣자 거세게 날뛰던 심장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말대로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시조에게도 순식간에 할아버지를 제압할 힘은 없다.
있었다면, 이미 할아버지를 제압해서 상황을 정리했겠지.
결국 시조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이따위 짓을 하고도 내 손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
이 여자가 정말 문제야.
레온 카디로프 한 명만 있었다면, 눈 딱 감고 쏴 죽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다음에 찾아올 시조의 분노는 어떻게 감당하지?
애초에 시조와 벌써 충돌해선 곤란해.
시장조차 알지 못하는 206호의 비밀을 꽤 많이 알고 있는 존재니까.
가인 오빠의 ‘시나리오 이해’ 또한 시조와 접촉해서 정보를 얻어내라고 했는걸?
다채로운 초능력의 소유자이니 죽일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고.
시장을 살려두면 시장이 날 죽이려 할 것 같은데, 시장을 죽이면 시조가 날 죽이려 할 것 같아.
유송이 : 어떻게 해요?
할아버지도 쓴웃음만 지을 뿐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레온이 입을 열었다.
“송이야.”
“…”
“송이야.”
“네.”
“며칠 전에 건강 검진 말이다. 1층에서 인포서 몇 명이 이상한 실수를 했다길래 무슨 소리인가 했지. 그때부터 네가 손을 쓴 거냐?”
“…”
“검진 결과를 조작한 건가? 이상하군. 그 후로도 재차 삼차 확인했지만, 결과가 똑같았는데….”
레온의 의문은 간단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시장 계승의 발단이 된 건강 검진 과정이 수상한데, 정작 결과 자체는 정확하다는 것.
레온 본인이 개인적으로 받은 다른 검진에서도 전부 같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조작한 적 없어요. 당신은 정말 병이 있으니까.”
레온은 우리가 손 쓰기 전부터 시한부였다.
“조작하려고 했는데, 조작할 필요도 없이 진짜 시한부였다?”
엇비슷해.
정확히는 결과를 조작하려고 한 게 아니라 질병을 만들려고 했다.
잠시 쓴웃음을 짓던 레온이 이번엔 시조를 바라보며 말했다.
“메이 님, 떠나시지요.”
“뭐? 무, 무슨! 내가 떠나면 이 여자애는 널 죽일 거야! 알고 있어?”
시장이 흔들림 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낙원을 유지하기 위해선 시장, 즉 불굴의 이성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합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죠. 특별한 힘의 소유자에게만 가능합니다.”
시간을 돌릴 수 있거나, 인간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거나.
“자격 있는 자는 둘 뿐인데, 그중 하나는 시한부군요.”
“너…!”
시조가 침음성을 터트렸다.
“그러니 당신이 송이를 죽이는 건 안 될 일입니다. 그러면 도시는 누가 관리합니까? 다음부터 시조가 직접 하시겠습니까?”
그 말을 듣자 뒤늦은 의문이 들었다.
애초에 시조는 왜 카디로프 가문이라는 도시 관리자를 따로 세웠을까?
본인이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나?
“레온! 너….”
“안녕히 가십시오.”
메이는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결국 크게 한숨 쉬며 사라졌다.
시조가 사라지자 잠시 주변이 고요해졌다.
— 달그락!
포크가 접시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
“…”
레온 카디로프가 천천히 안심 스테이크를 베어 물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는 듯, 고기 두 점을 더 먹은 후 입을 열었다.
“송이야.”
“… 네.”
“네 식사 에티켓이 이렇게 엉망일 줄은 몰랐구나. 밥 먹는 자리에서 이렇게 화약 냄새를 풍길 줄이야.”
“…”
“걱정하지 마라.”
“… 무슨 걱정이요?”
“이대로 메이가 널 적대할지 모른다고 생각 한 것 아니냐?”
“…”
시장은 무슨 독심술이라도 익힌 걸까?
레온 말대로 이제부터 시조가 날 적대할까 걱정 중이었다.
그녀에게 얻어내야 할 정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는 분명 인간이기에 감정적인 면이 있지. 그러나, 결국은 대의를 위해 희생을 감수할 사람이다.”
“…”
“그녀에게 대안은 너뿐이다. 널 죽이면 도시를 지탱할 방법이 없다.”
“…”
“인포서는 언제 포섭했고?”
“오래됐죠.”
할아버지야 206호 들어오기 전부터 내 편이었어.
“나한테 쓴 힘과 비슷한 힘을 인포서들에게도 쓴 건가?”
“…”
‘사랑받는 자’는 1인에게 쓰는 능력이다.
물론, 이런 약점을 함부로 떠들고 다닐 생각은 없다.
“이 건방진 인포서보고 총을 내려놓으라 할 생각은 없니?”
“제가 겁이 많아서요.”
“그래서 아버지에게 살해당하기보다는 아버지를 죽이는 쪽을 택하시겠다?”
“고민 중이죠.”
“그것참, 내가 딸 하나는 잘 길렀구나.”
“그러게요.”
나는 레온 카디로프라는 인간을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랑받는 자가 깨지며 나와 이 남자 사이의 신뢰 또한 깨졌다.
내가 레온을 죽이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 그로 인한 시조와의 충돌을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레온 본인이 직접 시조를 설득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생기든 신경 쓰지 말고 떠나라.
도시를 지탱할 수 있는 존재는 송이 카디로프뿐이니까 앞으로도 해치지 말라.
이 말에 시조는 설득당했다.
그리고 지금, 내게는 더 이상 시장을 살려둘 이유가 없다.
“스테이크가 맛있구나. 식사 정도는 마저 해도 되겠지?”
“…”
반대로 생각해보자.
꼭 이 사람을 죽여야 할까?
레온 카디로프는 굉장히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이다.
또, 시조와의 갈등 구도를 내게 유리하게 해결해준 것을 볼 때 나에 대한 적개심이 크지 않다.
그러니까 –
“눈에서 독기가 빠져가는구나.”
“네?”
“혹시 이런 생각 중이니? ‘아빠를 살려줘도 될 것 같다.’”
“…”
“머리도 잘 돌아가는 것 같고, 메이 님도 잘 설득해 줬으니 송이 네 편 같고.”
“… 아빠.”
“이건 어떨까?”
— 탕!
“크억!”
한발의 총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몸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어떻게?
시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레온에게 내가 모르는 초능력이 있었어?
아니면 부유 저택 여기저기 설치된 포탑을 통제했나?
이런 고민에 빠질 때가 아니다.
시장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서도 날 해칠 수 있으니까!
곧이어 팔찌가 시퍼런 빛을 뿜어냈다.
레온은 비틀린 감각으로 인한 고통을 느끼며 의자 밑으로 엎어졌고, 나는 바닥에 떨어진 할아버지의 권총을 주웠다.
— 철컥!
떨리는 손으로 총구를 아버지에게 들이댄다.
나는, 그러니까….
“조금 더 위를 겨눠야지.”
“아빠 당신은 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 인간을, 레온 카디로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손 안 대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날 죽일 수도 있었잖아?
1회차 때는 실제로 주저 없이 죽였으면서!
왜 죽이지 않았지?
본인이 시한부니까?
또 다른 후계자를 만들 시간이 없으니까?
어차피 날 죽일 생각 없다면, 대체 이 지랄은 왜 하는 –
“왜 이러는지 궁금하니?”
“…”
“나는 나를 못 믿겠다.”
“그게 무슨 -”
“또, 오늘에서야 알았다.”
“뭐?”
“내 딸이 참 썅년이었구나.”
시장의 입에서 나온 어울리지도 않는 욕설이 내 말문을 막히게 했다.
“뭐?”
“그래서 다행이다. 이 도시는 원래 선량한 사람은 통치할 수 없거든.”
“…”
“독해지거라.”
—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이제, 이 자리엔 단 한 명의 카디로프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