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47)
EP.447 447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2)
447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2)
– 김아리
후원자가 말하기를, 호텔의 각 층 마지막 저주의 방은 특별히 어렵다고 한다.
206호가 2층의 다른 저주의 방보다 더 어려운 이유가 뭘까?
마왕의 성향이 극도로 파괴적이고 소통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른 방, 예컨대 103호처럼 죄수가 도와준다거나 202호처럼 죄수와 협상할 여지가 없다.
그런 주제에 마왕은 터무니없이 강하기까지 하다.
갈등을 피할 수 없는데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없는 존재가 바로 마왕이다.
그런데, 이 대단한 마왕을 억누르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한 집단이 있다.
이들은 이성의 결사라고 하며 206호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품은 세력이다.
그래서 나는 낙원 심층부로 내려왔다.
첫째, 마왕을 최초에 봉인한 방법과 마왕의 약점을 알아내기 위해서.
둘째, 미로와 페로를 찾아내기 위해서.
*
“위에서는 100년 넘게 지났을 텐데, 슬슬 무슨 일이 생기기 시작했나 봐?”
“…”
“걱정하지 마. 지금 좀 소란스럽긴 하지만, 곧 마왕을 잠재울 수 있을 테니까.”
‘시간의 지배자’
이것이 이성의 결사에서 시간을 뒤흔드는 보물을 부르는 이름이다.
원본의 성능은 낙원에서 레온 카디로프가 쓰던 열화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소장의 말에 따르면, 시간 역행은 물론이고 시간 지연, 가속 등 다채로운 기적을 부릴 수 있다고 하니까.
관리국 요원으로서 장담컨대, ‘시간의 지배자’는 인간이 만든 물건이 아니다.
물론, 작금의 문제는 저 보물의 정체 따위가 아니지만.
“8, 8번 구역 폐쇄! 격리 개체 탈 – 으아악!”
“3번 구역 마왕 -”
사방에서 실시간으로 비명이 들려오는데도 소장의 태도는 침착했다.
마치, 이런 희생 따위는 아무 일 아니라는 것처럼.
마왕이 가하는 과도한 압박이 이 여자의 정신을 무너트렸을까?
아니지, 그렇게 심지가 약한 사람이면 관리국 비슷한 조직에서 ‘대간부’라는 거창한 직함을 달 수 없어.
뭔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게 있다.
시간의 지배자를 믿는 건가? 아니면 시간의 지배자를 이용해 만들어낸 어떤 현상?
매우 흥미롭다.
또한, 나는 그 비밀을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문제는….
“마왕을 곧 잠재울 테니 걱정하지 말라 하셨죠?”
“그렇다니까?”
“소장님께, 아니, 결사에는 어떤 최종 해결책이 남아있는 모양이네요.”
“… 지금 난 무척 바쁘니까 -”
“그게 뭔가요? 시간의 지배자? 아니면 뭔가 다른 수단?”
“…”
이 여자는 그 비밀을 나와 공유할 생각이 없어.
나를 달래기만 할 뿐, 의미 있는 정보를 주지 않는다.
어째서?
나는 잘 쳐줘야 아이라바타와 비슷한 ‘계급’이니까.
1회차 때 시조는 지하에서 올라온 미로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낙원 주민들이야 평범한 인간들이었으니 그녀를 ‘시조’니 ‘영웅’이니 하면서 받들어 모셨지만, 결사가 보기엔 잘 쳐줘야 중급 간부 혹은 그 미만이었다는 의미다.
이해한다.
나도 요원 일 하면서 말단에게 이러쿵저러쿵 설명한 적 없어.
게다가 지금은 긴급 상황이니까 더더욱 시간이 없지.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 여자가 뭘 준비하고 있든지 간에, 그건 반드시 실패한다는 사실을!
시간이 있다면 평화로운 대화로 풀어볼 생각도 있지만, 지금 내겐 시간이 없다.
분명 바깥의 시간은 아주 많이 흘러있을 테니까.
“…”
“아리라고 했지? 지금은 무척 바쁘니까 -”
“미안.”
“에? 무슨 -”
— 탕! 탕!
“으아악!”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겨서 소장 근처의 군인 둘을 죽이고, 소장에게 달려들었다.
— 그라라라!
기다렸다는 듯, 페로가 그로테스크로 변신해서 우렁찬 포효를 터트려 외부 군인들의 개입을 막았다.
“이 미친 -”
험한 말을 하는 못된 미로의 멱살을 잡아채려는 순간, 미로의 몸이 갑자기 반투명해지며 손이 허공을 스쳤다.
과거에 자정의 미로가 선보였던 시간대여기의 응용 기술이다.
설마 했는데, 소장이 진짜 시간대여기를 쓸 수 있을 줄이야!
— 철컥!
바늘이 움직이는 소리.
“로버트! 이 미친 여자를 떼어내!”
허공을 일그러트리며 나타난 ‘로버트’는 흡사 인간형 로봇처럼 생긴 존재였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진짜 미로가 썼을 때처럼 가인이가 튀어나오지 않아서?
— 쿵!
벼락처럼 뛰어온 그로테스크가 박치기로 로버트를 튕겨냈 – 실패!
어처구니없게도 사이보그는 한 손으로 페로의 돌진을 막아내더니, 다른 쪽 손으로 총을 쐈다.
— 탕! 타당!
손으로 총을 들고 쏜 게 아니라 손에서 총알이 나가잖아!
저건 또 무슨 괴물이야? 인간이 아니라 무슨 사이보그 병기 아니야?
삽시간에 그로테스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신음하는 사이, 나는 이 악물고 미로의 목을 조이며 눈을 마주쳤다.
“으으읍! 이거 놔 -”
좀 그만 버티고 암시에 빠지라고!
나한테 정보를 다 토해내고, 진짜 미로도 깨어나라고!
“으으읍!”
“그만 좀 버텨!”
“너, 너…. ‘너는 나를 해칠 수 없다.’”
미로의 ‘목소리’까지 쓸 수 있어?
“해치는 것 아니라고!”
“으으읍!”
오래된 피의 암시가 통하지 않아!
어째서지?
설마 불변의 축복까지 쓰는 건가?
그렇다기에는 불변력 2단계는 쓰지 못했는데?
아니면 축복이나 유산과 무관하게 시나리오적인 힘?
유사 관리국 조직의 간부니까 정신 저항력이 강하다?
잠깐 수 많은 물음표가 뇌리를 스쳤다.
어느 쪽이든, 내게 남은 선택지는 ‘더 강한 암시’ 뿐이었다.
— 으적!
혀, 입술, 볼 안쪽 등 입 안쪽 살을 마구 깨물자 격렬한 고통과 함께 진득한 피가 입을 채웠다.
그 상태로 미로의 입에 내 피를 들이부었다.
“으으으읍!”
온몸을 뒤틀며 저항하던 소장의 몸이 축 늘어졌다.
마침내 나는 소장의 방대한 정신세계로 들어갔다.
*
문득, 단순한 최면을 넘어서 정신 그 자체에 파고드는 일은 꽤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최근에 한 게 언제였을까?
승엽이가 악몽 나비에 잠식당했을 때?
그 뒤로 엘레나에게 한번 했던 것 같기도 하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느 쪽이든, 언젠가부터 이런 종류의 일은 내가 하지 않았다.
타인의 정신에 파고들어 정보를 얻어내는 일은 가인이가 훨씬 잘하기 때문이다.
…
침착하게 소장의 기억을 살폈다.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미국 최상위 공대에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했고-’
대단하긴 한데, 관리국에 이런 사람 길에 깔렸어.
‘학부 시절 작성한 혼돈체 격리 관련 논문이 결사의 이목을 끌고 –’
혼돈체 관련 정보가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일반 사회에 퍼져있던 세계인가?
‘말단 시절 현장에서 실수가 잦았으나, 연구 쪽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
시간대여기라는 사기적인 유산을 지녔음에도 몸싸움은 되게 못 하더니, 현장 일에는 재능이 없었네.
이런 건 나보다 못한 듯!
소장이라는 인간의 인생을 축약한 기억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대부분은 별 가치 없는 정보였다.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생각하니 속이 답답해졌다.
이래서 내가 이런 노가다를 잘 하지 않는 건데!
가인이였다면 그냥 10초 정도만 빙의해 있으면 마도서가 알아서 필요한 기억 딱딱 찾아주잖아!
오래된 피는 이게 문제야.
능력의 다양성 면에선 대여섯 개의 유산을 합쳐놓은 것처럼 많은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전문화한 유산의 하위호환 느낌.
예전엔 다양성이라는 장점이 워낙 크니 큰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미로의 시간대여기를 보고 나니까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다.
유산으로 유산을 쓸 수 있는 시간대여기야말로 최고의 사기 유산 아닐까?
이렇듯, 내가 소장의 방대한 기억 속에서 속만 끓이고 있던 시점.
“에? 아리야?”
타인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는 장소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다.
“… 미로.”
“어? 어어! 아리가 내 봉인 해제했구나!”
“…”
이런 식으로?
미로가 직접 날 찾아오는 전개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시간을 들여 소장의 정신을 주무르거나, 다음 회차에서 은솔이를 데려와서 피리를 불어야 할 줄 알았는데.
“미로.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하는 알림 떴어?”
“알림? 그런 거 못봤는뎅….”
아직은 봉인이 풀린 게 아니다.
그냥 소장의 마음속에 갇혀있는 미로를 찾았을 뿐, 몸의 통제권은 여전히 소장에게 있는 것.
급한 일부터 하자.
“내 옆에 앉아서 -”
“아리야! 아리야!”
“… 왜?”
“이, 입에서 이상한 냄새 나! 나 뭐 이상한 것 마셨어?”
“…”
“으악! 바, 방금 봤어!”
아무래도 정신이 깨어나자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아리가 왜 나랑 키, 키, 키 -”
“조용히 하고 내 말 듣지 못해!”
“… 네.”
“닥치고 옆에 앉아서 마왕에 대해 생각해! 그러면 그 기억이 떠오를 테니까.”
미로가 당황하면서도 내가 시키는 대로 했다.
잠시 후.
‘하늘에서 종말의 씨앗이 떨어졌다.’
10시간짜리 영상을 보다가 하이라이트가 나오는 순간 일시 정지하면 이런 느낌 아닐까!
나는 온 정신을 집중해서 소장의 기억을 살폈다.
이 대목부터는 한 글자도 놓칠 수 없으니까!
…
…
…
이제야 알았다.
이성의 결사가 낙원을 건설하기 전, 최초로 마왕을 억제한 방법이 무엇인지 알았다.
마왕이라는 존재가 대충 어떤 존재인지도 알았다.
… 하지만.
여전히 마왕이라는 미증유의 재앙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이성의 결사도 그 방법을 몰랐기 때문에 당했으니까.
“해결 방법은 나가서 고민해야겠지. 우선은 탈출부터.”
그러니까 –
“아리야! 아리야!”
미로가 다급하게 날 흔들었다.
“왜 그래? 봉인 때문이라면 미안해. 널 밖으로 데리고 나갈 방법을 모르겠어.”
은솔이의 피리처럼 정신 쪽에 특화한 힘이 있어야 –
“아니, 그게 아니고! 네가 기억을 보는 사이에 노버트? 그 로봇이 페로를 죽이고 널 죽이려 했는데 -”
어머나 세상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을뻔했네.
“…”
미로의 그다음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가인이가 나타났어!”
“에?”
*
나 혼자서 현실로 돌아왔다.
소장의 방대한 정신세계에서 찾아낸 미로의 자아를 밖으로 끌어낼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찬찬히 연구하면 뭔가 있겠지만, 시간이 없었다.
“…”
내가 소장의 정신 속에서 씨름하는 동안 페로는 붉은 살덩이로 변한 지 오래였다.
그 사이, 소장이 소환한 ‘로버트’라는 사이보그는 ‘새로운 주인’을 섬기고 있었다.
“너, 대체 -”
로버트를 통제해 다른 군인의 접근을 막고 있는 나의 동료, 한가인.
그를 보자마자 머릿속에서 수많은 질문이 스쳤다.
어떻게 이 장소에 나타났지?
우리가 돌아오지 않으니까 뒤늦게 들어왔다?
말이 안 되잖아!
은솔이처럼 어둠 속을 꿰뚫어 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승엽이처럼 행운이 따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연구소를 찾아냈다고?
— 덥석!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가인이가 다급한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았다.
“어떻게 들어온 -”
“설명은 나중에!”
그는, 어울리지 않게도 긴장감으로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리야! 제발! 뭔가 알아낸 거 맞지?”
“어? 어?”
“당장 해! 지금 당장!”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79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하늘에 신이 있다면, 아리를 지금이라도 깨워줘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206호의 제목은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이다.
99일 차다.
[조언 : 3 -> 0] [미로의 몸에 당장 빙의하고 아리 지시에 따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