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49)
EP.449 449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4)
449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4)
– 유송이
「“시장 나와라!”
“카디로프는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거냐!”」
낙원을 비추는 스크린, 엄청난 규모의 시위대가 보인다.
이미 인포서들이 강경하게 대응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애초에 그 인포서들부터가 상당수 시위대에 합류한 상태고.
“큰일이네에…. 엘레나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요?”
언니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문제는 저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맞는 말이다.
시위대는 그저 결과일 뿐, 진짜 문제는 도시 전체를 뒤엎기 시작한 초자연적인 재해다.
「“꺄아악! 사, 살려주세요!”
“괴, 괴물이다! TV에서 괴물이 -”」
스크린에선 B급 공포영화 같은 장면이 재생 중이었다.
맨홀 뚜껑을 열고 자동차만 한 악어가 튀어나오더니 주변 사람을 덥석 삼켰다.
통나무보다 굵은 뱀이 자동차를 통째로 휘감자 자동차가 으스러지며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저거, 피자 같지 않아요?”
“뭐?”
“왜, 피자를 돌돌 말아서 손으로 쥐면 토마토소스가 흘러나오는데 -”
“…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시장 역할에 너무 심취한 것 아니야?”
‘시장 역할에 너무 심취한 것 아니냐?’
언니의 이 말에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생각해보면, 방금의 피자 이야기는 너무 아리 같은 태도 아니었을까?
지나치게 감수성이 풍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관리국 요원처럼 변하고 싶진 않았다.
“휴우…. 어쩌다가 계획이 이렇게 꼬였을까요?”
“그러게.”
원래 계획은 뭐였더라?
낙원 심층부로 내려간 사람들이 정보를 얻어낸 후, 그 정보를 전달받은 지상의 사람들이 탈출하는 거였지.
심층부로 내려간 사람들이 두 달이 넘도록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한 시점에서 계획은 무너지고 말았다.
“일주일 전에 가인 씨도 심층부에 갔는데.”
“그리고 가인 오빠도 실종됐네요.”
낙원 심층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어떻게든 탈출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의사 선생님은 연락 없으셔?”
“3일 전에 연락 끊겼어요.”
선생님은 가인 오빠가 떠난 후 교단에 머무르다가 연락이 끊겼다.
남은 사람은 나와 엘레나 언니뿐.
「“카디로프 나와라! 이 책임감 없는 -”」
멀리서 들려오는 거친 고함에 언니가 움찔거렸다.
물론, 내려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처럼 책임감 넘치는 지배자가 어딨어? 억울하면 너희가 올라오라고! 저택엔 잘 정비된 포탑이 가득하니까 -”
— 따각!
그때, 가벼운 체구의 소녀가 부유 저택에 갑자기 나타났다.
이쯤 되면 한번은 나타날 것 같은 사람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다.
“메이! 왜 이제야 왔어요?”
“…”
시조는 어딘가 황망한 표정을 지은 채 스크린을 바라본다.
사방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에게 고통받는 시민들의 모습이 그녀의 감수성을 건드린 걸까?
매번 느끼지만, 시조는 ‘관리국 요원’같은 사람은 아니야.
“… 카디로프.”
“네?”
“조금 전, 결사에서 내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예?”
갑자기?
결사의 마지막 명령?
심층부 세력과 연락이 끊긴 지 100년 넘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 표정, 질문이 많아 보이네. 그래도 지금은 참으렴. 한시가 바쁘니 가면서 설명해줄게.”
“… 네.”
시조의 말대로 참았다.
궁금증은 생존이 확보된 후에 해결하면 된다.
“이미 대부분은 선별했단다. 젊고 어린 나이, 선량한 품성, 뛰어난 오성. 여러모로 다음 세대의 아담과 하와로 적합한 아이들.”
뭘 선별했다는 거야?
다음 세대의 아담과 하와?
질문을 참기가 너무 힘든데?
“너는 한 가지가 걸리긴 했어.”
“예?”
“품성이 너무 악독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
사람 얼굴 보면서 이런 말 해도 되는 거야?
은근히, 아니 대놓고 기분 나쁜데?
“대의를 위해선 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면모도 필요하겠지. 가자꾸나.”
그때, 엘레나 언니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아까부터 무슨 말이죠? 뭘 선별했다는 -”
“너도 같이 가자.”
*
시조가 오랜 세월 준비한 쉘터에 도착한 후, 나와 엘레나는 상황을 이해했다.
신세계의 아담과 하와라는 무슨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마왕 부활을 막기 힘든 단계가 됐다?”
“그래.”
“그래서 낙원 사람들 전부를 제물로 바친다?”
“낙원 사람들 뿐만이 아니란다. 별 전체, 낙원 밖 도시의 인류까지도 남김없이 바치는 일이니까.”
지구 전체의 생존자.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10억은 넘지 않을까?
이 모든 사람을 불굴의 이성에 바쳐서 각성이 임박한 마왕을 다시 억누르겠다는 것.
나와 엘레나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스케일이 너무 크다.
상상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야기였기에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엘레나가 작게 신음했다.
“이래서…. 이래서 우리가 낙원에서 시작했어! 여기에 별 전체의 도시를 통제하는 수단이 있던 거야!”
“낙원에서 시작해? 그게 무슨 -”
“신경 쓰지 마세요.”
다행히 엘레나의 말실수를 변명할 필요는 없었다.
— 쿠르릉!
모든 것의 끝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
…
…
“에, 엘레나? 언니!”
이것이 206호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
– 한가인
“이 시점까지 살아남은 23억 4천만 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리라….”
소장의 기억을 뒤져 알아낸 시동어를 끝마치는 순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섬광이 온 세상을 뒤엎었다.
이것이 206호에서의 내 마지막 –
?
「무슨 일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의문을 떠올리는 순간, 이미 육신이 없음을 알았다.
호텔 규정상, 육신을 잃은 나는 더 이상 참가자가 아니기에 상태창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이 공간에 한가인이라는 인간은 사라졌다.
그러나 데카르트가 남긴 명언이 있지 않은가.
Cogito, ergo sum.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대체 어떻게 가능하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내게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졌다면 축복 아니면 유산인데, 축복은 사라졌으니 유산이 원인이다.
또, 마도서는 지금 같은 현상을 일으킬 수 없다.
범인은 신성한 태양이다.
…
빛으로 가득한 공간.
정처 없이 부유하는 나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목소리를 들었다.
– 주여…. 종말이 다가왔나이다.
–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아뢰나니, 미욱한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옵고
– 제발! 저는 살 만큼 살았지만, 케빈은 이제 7살입니다!
기도.
기도.
기도.
신도들의 강렬한 목소리가 날 ‘위’로 잡아끈다.
나는 저들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해야 한다.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므로.
「그러므로 심연에 웅크린 가장 사악한 마왕도, 미욱한 손으로 세상을 지키겠다는 결사의 오만함도 나를 막을 수 없느니라.」
…
…
…
의식이 점차 ‘위’로 향한다.
*
(1:1) 다가오는 종말 속에서 몸을 일으키자 광야에 밀집한 자가 물경 5만에 달했더라.
(1:2) 순박한 어린 양들이 하나같이 무릎 꿇고 울부짖으니, 듣기에 좋지 않았다.
(1:3) 작고 작은 아이들아, 무엇이 그토록 두려우나?
(1:4) 양들이 답하기를, ‘온 사방에 악마가 가득하니 어찌해야 합니까!’라고 하였다.
(1:5) 가여운 자들에게 온기를 베풀었다.
(1:6) 그러자 모두가 두려움을 잊고 찬양하며 노래 불렀으니, 이제야 보기 좋았다.
(1:7) 그때, 양 사이에 거하던 염소 한 마리가 있었으니, 순종을 모르는 자였다.
“가인 군, 맞습니까? 지, 지금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1:8) 나는 광야의 모든 이에게 구원을 내리고자 하는데, 왜 너는 믿음이 없느냐 물었다.
“… 나는 당신의 동료지 신도가 아닙니다.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은 몰랐는데.”
(1:9) 그 말이 재미나다 싶어 무엇이 네 계획이냐고 묻자, 염소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신도들의 두려움을, 음, 자극해서 신앙심을 고취할 생각이었습니다. 신성한 태양을 충전하면 당신에게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은 예상과 조금 다르군요.”
(1:10) 이제야 작금의 일이 어째서 벌어졌는지 알았도다.
(1:11) 비록 이 염소가 순종을 모르기는 하나, 쓸모있는 자로다.
(1:12) 그러니 마지막 순간에는 너 또한 방주에 태우겠다 알렸다.
“방주에 태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1:13) 다시금 광야에 모여든 양들에게 이르기를, 너희는 구원을 얻었으니 두려워 말라 하였고.
(1:14) 모든 이를 구하기 위한 영광스러운 불꽃을 일으켰다.
(1:15) 이윽고 작고 작은 아이들이 구슬프게 울며 불꽃에 몸을 던지니, 참으로 보기 좋았다.
(1:16) 오호라! 이것이야말로 닭이 스스로 털을 뽑고 끓는 물에 들어가는 것 아니겠는가.
“으악! 이, 이게 대체 뭡니까! 추, 충전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거였습니까!”
(1:17) 염소에게 이르기를, 이 허무한 세상에서 육(肉)은 곧 옥(獄)이니 아까워 말라.
(1:18) 그러므로 오늘은 진실로 기쁜 날이라 하였다.
(1:19) 나약한 이가 무릎 꿇은 채 덜덜 떠니 그 꼴이 자못 우스웠다.
“내가…. 내가 실수한 것 같습니다. 설마 가인 군이 몸을 잃은 상태일 줄이야! 몸을 잃으니 상태창의 보호가 사라졌고, 이 상태에서 과도한 신앙이 모여드니 유산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1:20) 한숨이 나왔으니, 이 어리석은 생각을 대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
(1:21) 달래고 또 달래기를, 너와 달리 나는 처음부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 있었도다.
(1:22)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 중이니 두려워 말라고 하였다.
(1:23) 그때, 광야에 모인 그 어떤 양보다도 거대하고 환하게 빛나는 혼(魂)이 다가왔으니, 잘 아는 이였다.
“… 이, 이건! 설마 엘레나?”
(1:24) 좋다 좋아! 참으로 좋다! 이 혼(魂)은 천지에 널린 작은 것들과 근본이 다르니, 호텔이라는 화로에서 수없이 제련했기 때문이라.
(1:25) 단언컨대 거짓 세계의 작은 닭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노라.
(1:26) 그때, 어리석은 이가 한탄하였다.
“죄송합니다. 이 문제는 밖에서 이야기해봅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
— 파아앗!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7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2, 복도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깨어났다.
익숙한 호텔 2층, 피곤한 표정을 짓는 주변 동료들.
“으읍! 속이 되게 울렁거리네. 탈출이지? 알림 본 사람!”
상황을 파악 중인 아리.
“응! 시조의 쉘터에서 대기하다가 탈출 알림 봤어.”
“다들 수고했어!”
탈출자인 송이와 기뻐하며 웃는 은솔 누나.
그리고….
“으응…. 머리가 아파요. 마지막에 갑자기 쓰러졌는데 무슨 일이지?”
당황하는 엘레나를 보자 숨이 턱 막혔다.
차라리 나 또한 기억을 잃었다면 속은 편했을 텐데!
선명하다.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운 기억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나는, 조금 전, 엘레나를 보면서….
‘잡아먹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참가자의 영혼은 평범한 인간의 영혼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으니까!
“헉!”
— 탁!
휘청이는 내 어깨를 단단한 손이 움켜쥔다.
“허어억…. 서, 선생님….”
“사고입니다.”
“예? 예?”
“아까 일은 사고였습니다. 심지어 가인 군 실수가 아니라 내 실수였죠. 진정합시다.”
어색한 분위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
“뭐야? 두 사람 무슨 일 있었어? 이상하네. 가인이는 마지막에 내 옆에 있었잖아?”
“우웨에엑!”
참지 못하고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