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5)
44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4)
44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4)[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8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3일차.
시간표를 보자 체육 시간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그냥 공놀이나 하겠지?
그보다는 오늘은 수업 후의 시험을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했고, 중간에 들어온 선생님이 오늘도 시험을 보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했다. 교사들은 여전히 은솔 누나를 의심했고, 대책이 생기기 전까진 시험이 중단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오늘은 좀 편안히 쉬면서 탈출을 고민해 보자고 대화창에서 대화를 나누던 차.
철인 3종 경기가 시작됐다.
*
“체력은 국력! 너희들, 책상에 앉아서 책만 보면 성적이 오른다고 생각하냐? 착각이다. 입시란 곧 전쟁! 전쟁의 뒷심은 어디에서 나온다 생각하냐? 바로 체력이다. 체력을 기르기에 제일 좋은 운동이 바로 수영이고, 싸이클이고, 마라톤이지.”
단상 앞에 있는 ‘가짜’ 차진철은 아주 열변을 토하면서 체력의 중요성을 강변했다.
“내가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너희들 글러 먹은 체력을 아주 근본적으로 갈아엎고 싶어요. 그런데 나도 이해한다. 온종일 운동만 할 수는 없지.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제대로 굴러야 장기적인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다른 훌륭한 선생님들도 다~ 동의를 하셨어요.”
대체 이 미친 학교에 ‘훌륭한 선생님’은 어디에 있다는 건가.
“우선, 체육 시각은 1시간밖에 안 되니까 가볍게 런닝으로 몸만 푼다. 수업 끝나고 운동장으로 집합! 다들 들었지? 어제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어요. 그 부분은 내가 실수한 부분이 있으니 여러분께 먼저 사과를 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시험이 없습니다. 시험 대신, 선생님이 특별히 준비한 미니 철인 3종으로 체력을 기르는 시간을 가진다. 이겁니다.”
그 후로 가짜 차진철이 주절거린 내용은 별거 없었다.
대충 철인 3종인 수영 싸이클 마라톤을 개별 코스 길이만 줄여서 약식으로 하겠다는 것.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대체 왜 이리 창의적으로 괴롭히려고 안달이지? 이후 진행도 뻔하다. 늦게 들어오는 몇 명은 또 ‘구교사’로 보내겠지.
가만히 남아 있는 학생 측 멤버를 생각해봤다.
나, 송이, 엘레나, 아리.
자화자찬할 생각은 없지만, 내 체력이 고3 평균 미만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엘레나야 배우 지망생이니 여성 중에선 체력이 좋은 편일 것 같고, 아리는 뭘 해도 떨어질 느낌이 아니다.
문제는 역시 송이구나. 그냥 딱 봐도 체력이 있어 보이진 않고. 유산도 이런 무식한 체력싸움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 누굴 속이려 해도 운동장에 100명이 넘게 모여서 기록을 재는데 유산으로 한 명 속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송이의 생각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유송이(학생) : 마음의 준비 중.
이은솔(교사) : 힘들 것 같음?
유송이(학생) : ㅇㅇ. 체력 아끼고 탈락하겠음. 나쁘지 않음. 진철 오빠랑 다른 맥락에서 정보 수집 가능하다 판단.
정보 수집.
물론 어차피 구교사로 가야 한다면 정보라도 모으긴 해야겠지만, 한 명씩 줄어드니 불길함을 감출 수 없다. 이번엔 대체 몇 명이 탈출에 성공할까? 공포의 저택에서처럼 최후에 나 혼자 남는 상황은 정말 싫다.
이런저런 걱정 속에서, 어차피 시험도 안보겠다, 수업을 개무시하고 있다 보니 수업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
…
철인 3종의 첫 스타트.
수영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운동장이 조용해졌다.
사실, NPC니 뭐니 해도 어찌 됐든 평범한 고등학생과 다르지 않은 애들이 아닌가!
평소에도 엘레나나 아리를 보면서 덜덜 떠는 남자애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송이에게는 대놓고 쉬는 시간마다 매점에서 커피 하나씩 가져다 바치는 웃기는 애도 있어서, 대체 언제쯤 고백하는 놈이 나올까 기대했을 정도. 그나마, 송이까지는 ‘상식적인 선에서’ 고등학교에 있을 법한 외모였다면, 엘레나나 아리는 아예 다른 세상 사람.
너무 다른 세상이라 오히려 엘레나와 아리가 걸어갈 때마다 교실에서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다. 덕분에 ‘작전 회의’는 무척 편했다. 그냥 아무 장소나 가면 길이 열리고, 앉으면 주변이 비니까.
그런데 수영장. 수영복.
이건 솔직히 자극이 너무 심한 게 아닐까. 호텔에서 죽어라 구르면서 많이 봐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도 수영복 입은 상태로 보니까 뭔가 벙 쪘다. 남학생은 물론이고 여학생들까지 단체로 넋이 나갔다.
심지어 엘레나는 배우 지망생이라서인지 주변의 시선을 즐기는 분위기고, 아리는 애초에 수줍어한다거나 떤다는 모습이 상상도 안 가는 소녀.
덕분에 수영장 분위기는 완전히 배우들 화보 찍는 장소에 몰려온 일반인들끼리 구경하는 분위기가 됐다.
이 와중에 웃긴 점은 철인 3종경기를 진행해야 할 ‘가짜 차진철’도 넋이 나가서 엘레나를 보고 있다. 아니, 사실 원본 차진철도 엘레나 앞에선 덜덜 떨긴 했지…
차라리 이대로 다 같이 엘레나랑 아리를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기숙사로 돌아가면 생산적이지 않을까?
사실 입시에도 쓸모없는 철인3종 따위보다 눈이라도 맑게 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가짜 차진철’이 정신을 차리고 말았다.
“흠 흠. 이거 또 분위기가 들떴구만. 너희들! 수영장 와서 분위기 들뜬건 알겠는데, 우리가 놀러온 게 아니다. 자! 순서대로, 1반 입수!”
철인 3종이 시작됐다.
*
수영장의 들뜨고 행복했던 분위기. 무의미한 철인 3종보다 10배는 생산적이던 눈정화 시간이 끝나자 남은 건 지옥 뿐이다.
이 세상에 ‘뒤처지면 구교사 끌려가서 죽는 수영’ 따위가 어디 있는가?
정말 죽어라고 양팔을 휘저었다.
대체 이 개 같은 학교는 왜 고3들이 이렇게 체력이 좋지? 제발 이런 건 호텔에서 현실 고증좀 철저히 했으면 좋겠다. K 고3 체력은 저질 그 자체라고!
정신없이 수영장을 두바퀴 왕복하고 수영장을 나오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내 등수는? 와 시발… 중간도 안 되는구나!
입시 명문이라면서 무슨 애새끼들이 수영까지 이렇게 잘하지?
욕을 할 체력조차도 아까웠다.
정신없이 숨을 고르며 자전거로 달려갔다.
*
자전거는 솔직히 내심 기대했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 솔직히 자전거 타기 좋은 나라는 아니다. 아마 현실의 K 고3 상당수는 자전거를 제대로 못타지 않을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호텔의 고3은 K 고3과 너무 달랐다.
*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아직 마라톤은 시작도 안 했는데. 딱히 이 무의미한 철인 3종에서 1,2등 할 생각도 없었고, 그냥 평균 정도가 목표였는데도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마지막 바퀴인데 아무리 봐도 중위권보다 하위권에 가깝다.
아니 고3이 체력이 이렇게 좋아? 이게 말이 되냐고 호텔 개새끼들!
?
송이가 내 앞에 있다.
뭐지?
순간적으로 너무 당황했다. 혹시 호텔 고3이 대단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저질 체력이라 그냥 여고생보다도 체력이 구려서 이러고 있던 건가?
아. 지나가면서 깨달았다. 아직도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수영복.
나보다 빨라서 내 앞에 선 게 아니다.
나보다 너무 느려서 이제 자전거에 도착한 것이다.심지어 여학생들부터 출발하고 조금 후에 남학생들이 출발한 걸 고려하면, 송이는…
진짜 통과할 생각이 전혀 없구나.
그때쯤 송이는 그냥 자전거도 치우고 경기장 바깥으로 나갔다.
대놓고 난 더 이상 할 생각 없고 구교사로 보내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것.
나름대로 체력이 좋은 나도 이렇게 헉헉거리는 걸 보면, 어차피 송이가 이 체력 좋은 호텔 고3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 어차피 떨어질 거라면 체력이나 아끼는 게 맞겠지.
*
마지막엔 뛰기보다는 거의 걷다시피 하면서 간신히 철인 3종을 완주했다. 다행이도 싸이클 끝날 때 까지는 하위권이었는데, 마라톤에선 후반부를 걷다시피 했는데도 앞에서 까먹은 부분을 메워서 대충 중간은 했다. 이 정도면 일단 나는 살겠구나.
그 와중에 대단했던 점은 남/여는 시간을 따로 재는걸 고려 하더라도 아리가 거의 제일 앞에서 들어갔다는 거다. 일반인보다 체력이 좋을 배우 지망생도 겨우 여학생 기준 상위권 턱걸이에 낄 만큼 비정상적으로 ‘체력까지’ 좋은 호텔고 고3들 사이에서 최선두.
하기사, 송이에게 살짝 듣기로는 ‘날아다닐 수도 있는 것 같다’는 여자애가 아닌가! ‘고작’ 철인 3종 따위에서 체력 좋은 일반인에게 지면 그게 더 이상한것 같다.
그렇게 지옥 같은 철인3종이 끝나고 ‘보고’의 시간이 돌아왔다.
*
유송이(학생) : 정신 보호 가능. 따라서 반항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겠음.
*
송이가 세운 계획의 핵심. 진철형과 달리, 송이는 처음부터 반항할 생각이 없다. 그냥 유산을 주기적으로 써서 정신을 지키면서, 그냥 구교사에서 벌어 나는 일이 뭔지 이해 하려는 것.
어쩌면 당장 탈출에는 도움 되지 않는 정보일 수 있지만, 언제가 돌아와서 ‘해결’을 하기 위해선 모아둔 정보가 중요하겠지.
*
유송이(학생) : 들은 것과 비슷. 노랫소리, 광채
…
유송이(학생) : 이상할 정도로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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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송이(학생) : 정신 잃을뻔함. 거의 천사나 요정. ‘인도자’로 칭하겠음
…
유송이(학생) : 지하로 내려옴. 사람 엄청 많음. ‘인도자’는 숭배받는 분위기.
…
유송이(학생) : …
…
유송이(학생) : 여기 사람들 학교의 교사/학생들임. 이쪽이 ‘오리지날’인 듯.
…
유송이(학생) : 인도자 기묘한 연설.
…
유송이(학생) :속세는 고통스러운 곳. 미련을 가질 필요 없다. 승천이 다가온다. 주께서 우리를 내려다보시니, 구원이 다가오노라. 허물을 벗어라. 세상에 대한 허튼 미련, 나약한 마음, 삿된 생각. 그 모든 것을 허물에 담고 순수함으로 돌아가라. 주께서 낙원을 준비하셨도다.
…
유송이(학생) : 슬슬 한계를 느낌
…
유송이(학생) : 마지막 보고. 구교사에서 학교로 보내진 ‘가짜’들을 이들은 ‘허물’이라 칭함. 단순히 누구를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의 ‘종교관’에서 매우 중요한 절차. 구원받기 위해 허물을 버린 것. 이제 한계. ‘인도자’와 한번 싸워 보겠음.
…
…
보고가 끝났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8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동료 위치정보(*)
유송이 : 사망]
송이도 결국 죽었구나.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확실히 보다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려왔다.
1. 구교사의 실체
-> 정말로 기이한 종교집단이 점거한 장소였다.
2. 다섯 명을 죽여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은 이유.
-> 학교 내의 사람 대부분이 이미 ‘교체’됐기 때문이다. 학생만 수백명이 있는 학교이니, 당연히 구교사에도 최소 수백명이 있는 것!
3. 사람을 ‘교체’하고 가짜를 보내는 이유.
-> 저들의 ‘종교관’에 따르면, 구원의 과정이다. ‘주’의 선택을 받아 낙원에 가기 전, 인간으로서의 ‘허물’을 벗어 던지는 것. 그 ‘허물’이 바로 우리가 만난 가짜의 실체. ‘허물’을 벗은 진짜는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것까진 모르겠다. 정말 어디 낙원에 가나? 그리고, 허물을 벗었다면 ‘원본’은 몸을 잃는건가? 그런것 치곤 진철형은 원본 승엽이를 만났는데? 모르겠다.
4. ‘인도자’는 대체 무엇인가?
-> 알 수 없다. 대단히 아름다운 존재이며,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
뭔가 많이 알게 됐다.
그러나 막연하게 느꼈다. 이 정보들은 지금 당장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의 목표는 탈출. 이후에 ‘해결’을 위해 돌아와서 활용할 정보들이다.
이은솔(교사) : 기이함. 깨달음을 위해 허물을 벗는다. 불교 같기도 함.
김묵성(교사) : 자세한 분석은 나가서 할 것. 무력이 강한 차, 유산을 가진 유. 둘 다 사망. 해결 못함. 탈출이 목표.
이은솔(교사) : 우선은 학교 탈출시도 필요.
한가인(학생) : 수위가 많고 철저히 감시함.
이은솔(교사) : 수위 감시대상은 학생. 교사쪽은 자유롭게 이동 가능.
김묵성(교사) : 내가 차를 몰고 학생은 차에 숨어서 나가는 것 어떰?
이은솔(교사) : 차가 있음?
김묵성(교사) : 아까 부장 차 열쇠를 꼬불쳐둠
이은솔(교사) : 참 성실하게 살아오신 듯
김묵성(교사) : 말넘심
김아리(학생) : Stop. 언제 준비됨?
김묵성(교사) : 쇠뿔도 단김에. 오늘 저녁.
*
1차 탈출 계획이 세워졌다.
누군가의 자동차 열쇠를 훔쳤으니, 교사팀이 차를 운전해서 수위의 눈을 피하고, 학생팀은 차 후방에 숨어서 나가기로 했다.
언뜻 보기엔 빈틈은 없는 것 같다. 수위가 교사의 차를 자세히 뒤질 리가 없지 않나?
걱정스럽다. 이미 파티 전력의 많은 부분이 무너진 상황.
진철형의 무력도 사라졌고, 송이와 ‘다양한 관점’이 사라진 건 뼈아프다.
아직도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은듯한 아리의 정체불명의 힘이라도 기대야 하나?
*
그날 밤, 우리는 호텔에 도착한 이래가장 ‘압도적인 권능’을 보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초코칩촉님 후원 감사합니다. 성실연재로 보답하겠습니다. 읽고 계신 분들께 항상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