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50)
EP.450 450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5)
450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5)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7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 치이익!
소리만 들어도 벌써 좋네.
“다들 수고 했어! 마침 휴식일도 하루 주어졌으니까, 오늘은 맛있게 먹고 쉬자!”
무슨 회식이라도 하는 분위기다. 실제로도 회식인가?
“에헤이! 할배, 돼지고기랑 소고기는 같이 올리는 것 아닌데!”
“인마! 고기가 다 고기지 무슨 상관이냐? 멧돼지 같은 놈 아니랄까 봐 이상한 데서 까다롭네!”
언제나 그렇듯 친구처럼 독설을 주고받는 진철 형과 묵성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부드러운 상추에 새우젓을 올린 두꺼운 삼겹살 한 점, 여기에 파절임 한 젓가락과 명이나물까지 조금 올려서 크게 한 쌈.
다음은 소고기다.
손가락 두 개 두께의 안심 한 점, 굵은 소금 몇 알 올린 후 고추냉이까지 살짝 찍어서 한입.
키야…!
우리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해 문명을 발전시킨 것 아닐까?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무슨 고층 빌딩이나 핵무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이 돼지고기, 소고기 한 점을 입에 넣기 위해서 –
“유미도 부를까요?”
“안돼. 우리끼리 편하게 쉬고 있잖아.”
“엇! 그, 그래도 우리끼리만 이렇게 고기 먹으면 섭섭해할지도….”
“승엽이 네가 아무 말 하지 않으면 모르겠지.”
“…”
이 와중에 옆에선 웃기는 말이 들려왔다.
“큭, 아하핫! 아리야, 너무한 것 아니야?”
“아닌데?”
아리는 필요에 따라 영혼의 함에 ‘다른 존재’를 담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해야 유산의 잠재력을 완벽히 살릴 수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교체할 수 있는 유미와 과하게 친해지는 걸 경계하는 것.
그러므로 아리는 유미에게 무슨 심술을 부리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부품처럼 생각할 뿐 – 이게 더 심한데?
은솔 누나가 픽 웃으며 끼어들었다.
“아리 네 생각은 알겠는데, 별 의미 없지 않을까?”
“…”
승엽이는 아리가 아니니까.
내가 볼 때, 승엽이가 영혼에 함에 담은 존재를 교체할 가능성은 없다.
…
이런 느낌.
삼겹살과 안심 스테이크, 약간의 맥주와 웃음 나오는 동료들과의 대화가 섞인 시간.
역겨움과 혐오감으로 들끓었던 뒤틀린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아간다.
이 사실을 자각하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하!”
그 말에 아리가 반응했다.
“왜 그래?”
“… 아주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것 같은데, 삼겹살하고 소고기 먹다 보니까 다 잊었어. 너무 동물적인 것 아니냐?”
“원래 그래.”
“원래 그렇다고? 관리국 사람들도 이래?”
아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그럼. 3일 전에 왕 개구리가 사람 40명을 잡아먹었어도 오늘은 소고기 먹으면서 마음 풀어야지.”
“나는 관리국 사람들은 투오데시마 아틸레오같은 괴상한 약물을 투여해서 해결하는 줄 알았는데.”
“투오 뭐? 그런 약물이 있어?”
“아무 말이나 해봤어.”
“… 매번 약물을 투여하면, 요원들 혈관에 피보다 약물이 많아지겠지.”
문득, 이번 일은 선생님 의견대로 사고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창의 보호를 잃자 유산을 통제하지 못하고 휘둘린 것.
따지고 보면 신성한 태양만의 문제도 아니지.
마도서도 상태창 없이 쓰면 정상적으로 쓸 수 없고, 나는 이 사실을 203호에서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물론, 신성한 태양이 품은 위험성을 한번 경험했으니 더 이상 유사한 사고가 생기지 않게끔 신경 써야겠지.
그러니까 –
“저기, 선생님.”
“엘레나 양? 하실 말 있으신지?”
“방에서 제게 뭔가 이상한 일이 있었나요? 아까 가인 씨가 덜덜 떨면서 절 보던데.”
“… 이야! 이거, 등심이 참 적절하게 구워졌군요. 한 점 드시죠.”
불필요하게 예리한 감각이 엘레나가 선생님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감지하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에겐 적당히 얼버무리긴 했지만, 엘레나와는 한번 진지한 대화를 해야겠다.
식사가 끝날 때쯤, 은솔 누나가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내일은 호텔이 준 휴식일이야. 그러니까 계획은 내일 세워도 될 거야. 어차피 내일이 되어야 가인이 조언도 쓸 수 있고, 오늘은 피곤하니까….”
누나는 말하면서 슬쩍 내 쪽을 살폈다.
평소라면 그래도 이야기는 좀 하다가 자러 갔을 것 같은데, 아까 내가 보인 반응이 신경 쓰여서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때, 아리가 끼어들었다.
“서로 궁금한 것, 떠오르는 것만 몇 개 이야기해보자. 대단한 계획은 내일 세우고.”
“그 정도야….”
궁금한 것?
느낌이 아리 본인에게 질문이 있는 모양인데.
과연, 누나가 자연스럽게 105호 한편에 비치된 화이트보드 쪽으로 움직이자 아리가 크게 말했다.
“첫 번째 질문!”
“말해봐.”
“가인아!”
나한테 질문이 있었던 거야?
혹시 아까 왜 토했냐고 묻는 거면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조금 –
“아까 날 어떻게 찾아왔어?”
다른 질문이었다.
“낙원 심층부는 빛이 부족한데다가 상당한 규모의 지하 도시가 있어서 길 찾기가 꽤 힘들어. 심지어 1분에 한 번씩 터무니없는 괴물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지. 가장 큰 문제는, 시간의 흐름이 지상과 다르다는 점이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의 기본적인 정보는 이미 서로 전달한 상태다.
“상태창으로 내 위치를 알아냈어? 203호에서처럼 북서쪽으로 7km 이런 식으로 나와? 그렇게 위치를 알아내고 신성한 태양을 써서 날아온 건가?”
아리의 가설을 듣자 감탄이 나왔다.
“이야! 그런 식으로 찾아갈 수도 있었겠네.”
“에?”
“내가 쓴 방법은 아니지만.”
낙원 심층부에선 동료 위치정보가 어떤 식으로 나올까?
나도 모른다.
일말의 과장 없이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촉박해서 미로의 봉인조차 풀지 못했잖아?
그렇게 시간 없는 와중에 상태창을 건드릴 수 있었을 리가 없지.
동료들이 ?를 띄우며 날 보았다.
“그러면 어떻게 찾아왔어?”
나는, 한 장의 그림을 모두의 앞에 꺼냈다.
“짜잔!”
“전에 받은 그림 아니야?”
바로 이거다.
뼈대 있는 가문의 보상으로 화가가 준 그림, ‘꿈의 왕국’!
이 대단한 그림에는 나도 ‘어제’ 알아챈 놀라운 비밀이 있었다.
“설명해줄게. 조금 긴 설명이니까 잘 듣고 -”
그때, 은솔 누나가 제지했다.
“벌써 재밌긴 한데, 우선 질문부터 모으자. 그래야 대화가 편해. 다른 궁금한 것 있는 사람?”
다음 질문은 의사 선생님이 던졌다.
“아시다시피 206호에서 내 신분은 마왕 교단에 잠입한 비밀 요원입니다. 덕분에 교단을 오랫동안 관측하면서 생긴 의문입니다. 그들과 마왕의 관계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시겠어요?”
“결사의 분석에 따르면, 마왕은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존재입니다. 한 차례 싸워본 가인 군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인격신이라기보다는 우주적인 자연재해 같은 존재죠.”
같은 생각이다.
“교단은 그런 자연재해 같은 존재를 숭배하며 초능력까지 받아냈습니다.”
“확실히 특이하네요. 그 부분 한번 이야기해보죠. 다음?”
이번엔 송이였다.
“마지막에 시조가 세운 쉘터에 숨어서 탈출했거든요?”
“들었어.”
“그런데, 그 쉘터와 관련 설비는 카디로프 가문도 전혀 몰랐단 말이죠.”
“오! 시조가 카디로프 가문에도 숨기면서 만든 건가?”
“시조에게 뭔가 저력이 더 있는 것 같아요.”
“그럴 수 있겠네.”
들어보니 그럴듯하다.
낙원 심층부의 결사야 시조를 별것 아닌 중간 간부 취급했지만, 시간적 간극을 생각하자.
소장이 심층부에서 시간을 뒤튼 사이 시조는 낙원에서 120년에 달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긴 시간 동안 쌓아둔 게 전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미로가 마지막으로 손을 들었다.
“나! 나! 다들 생각해봐! 왜 내가 봉인 당했을까?”
잠시 질문 리스트를 확인했다.
1. 내가 낙원 심층부에 있던 아리를 찾아간 방법.
2. 마왕 교단과 마왕의 관계.
3. 시조의 숨겨진 저력.
4. 미로가 봉인 당한 이유.
미로가 봉인 당한 이유?
이 문제의 답은 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대여기가 사기라서 아니야?”
아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다들 한 번씩 했던 생각 아닌가?
시간대여기의 가장 큰 약점은 소환체를 직접 통제할 방법이 없다 정도인데, 우리 파티의 가장 큰 장점이 서로 간의 신뢰다.
즉, 미로가 우리 중 누굴 소환하더라도 공격당할 일은 없다.
이 시점에서 시간대여기의 가장 큰 약점이 사라졌으니, 사기성만 남는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다른 유산이 아무리 강력해도 시간대여기를 능가하기 어렵다.
시간대여기가 바로 그 유산을 소환하면 그만이니까.
게다가, 물론 그럴 리 없겠지만, 우리끼리 싸우는 상황이 온다 해도 시간대여기는 가장 강력하다.
소환체를 소환하자마자 미로가 총으로 쏴서 죽이면 즉시 미로의 승리로 끝난다.
생각하면 할수록 말도 안 되는데?
“어? 어? 아니 나는 다른 이유를 생각했는뎅….”
미로 특유의 ‘뎅’하는 발음이 미묘하게 귀여웠다.
그와 별개로,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는 말에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데?”
“아까 아리가 날 깨웠잖아? 봉인은 풀지 못했지만.”
“그랬지.”
“아리가 혼자 소장의 기억을 살피는 동안 나도 바깥을 봤어.”
“기억나.”
“그래서 아리가 나한테 뽀, 뽀뽀를 -”
“… 그 부분은 넘겨.”
왜 넘겨?
엄청 흥미로운 부분인데?
다들 벌써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는데?
“바깥을 느끼면서 뭔가 이상했어. 엄청나게…. 어마어마하게 ‘느리다’라고 느꼈거든.”
?
“군인들의 움직임, 로버트의 동작, 가인이의 행동. 모든 게 거북이처럼 느리게 느껴졌어. 그걸 깨닫고 돌아오니까, 이번엔 아리도 느리게 -”
이, 이거 설마 –
“잠까아안!”
아리가 경악하며 미로를 멈춘 채 정신없이 떠들었다.
“모든 존재가 느리다? 시, 심층부가 어떤 상태지? 시간이 엄청나게 느려진 장소야! 정상적으로 시간이 흐르는 외부 세계에서 수십 년이 흘러도 심층부에선 고작해야 며칠이 흐르는 -”
정상적인 시간이 흐르는 외부에서 보기에 심층부의 변화는 극도로 느리다.
미로는 어느 시점부터 심층부의 모든 것이 ‘느리게’ 느껴졌다.
다시 말해서.
“우와앗! 설마 불변의 축복이 시간 변화에 저항하는 거야? 시간이 느려진 장소에서 혼자 정상 속도로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뭐 그런 거야?”
경악하는 동료들과 함께 나 또한 진심으로 감탄하고 말았다.
이윽고 아리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어버렸다.
“와아아~! 우리 엄마 완전 대단해!”
“그, 그랭?”
“유산도 사기더니, 축복도 무슨 치트키 같네! 완전 주인공인 듯!”
이 와중에 할아버지가 어이없어했다.
“호텔 이 새끼들이 사람 차별하는 것 아니냐? 파업이라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