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51)
EP.451 451화 – 휴식일 – ‘꿈의 왕국’ (1)
451화 – 휴식일 – ‘꿈의 왕국’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7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0]
– 한가인
어쩌면, 미로는 206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시간 왜곡에 저항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은 모두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만들었다.
곧, 은솔 누나가 화이트보드로 다가갔다.
1. 가인이가 낙원 심층부에 있던 아리를 찾아간 방법.
2. 마왕 교단과 마왕의 관계.
3. 시조의 숨겨진 저력.
4. 미로가 봉인 당한 이유.
“불변으로 회귀나 시간지연에 저항할 수 있다! 4번은 명확한 답이 나왔어. 다른 질문 답 떠오른 사람?”
선생님이 답했다.
“2번하고 3번은 지금은 아무도 답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2번의 경우, 전 회차에서 교단 놈들이 내가 가짜 선지자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바람에 다 죽여야 했다.
다음 회차에선 죽이기 전에 정보를 조금 더 캐야 할 모양이다.
3번은 나보다는 송이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겠지.
남은 질문은 1번뿐이다.
동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내게 모였고, 나는 아까 하려던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 펄럭!
“이 그림 기억나시죠? 화가를 발견한 보상으로 받은 ‘꿈의 왕국’입니다.”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설명할게요. 정확한 날짜는 헷갈리는데, 며칠 전, 206호 내부에 있을 때 말이죠. 저랑 송이는 지상에서 큰 고민에 빠져있었죠.”
송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은솔 언니, 승엽이, 진철 오빠에 아리까지. 다들 심층부로 내려가더니 몇 달째 소식도 없고 올라오는 사람도 없었으니깐. 위에 남은 사람들끼리 정말 걱정 많았어.”
“차라리 죽었다면 죽었나보다 할 텐데, 상태창의 동료 정보에 따르면 분명 다들 살아있었으니 더 혼란스러웠죠.”
심층부의 시간 왜곡에 대해 몰랐던 지상의 우리에게는 참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몇 번이나 회의했습니다. 도시를 다스려야 하는 송이는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나랑 엘레나와 상현 선생님 셋이서 내려가 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죠.”
다음 말은 선생님이 받았다.
“회의 끝에 기각했습니다. 시간지연까진 예상하지 못했지만, 심층부에서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했으니 말입니다. 실종자가 더 늘어나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아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위에 남은 사람들은 심층부 상황을 몰랐으니 혼란에 빠졌다? 실종자가 더 늘어나면 큰일이니 내려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는 말이지? 탈출 방법은 어떻게든 위에서 찾아보고?”
“맞아.”
여기까지 들은 아리는 지당한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 넌 왜 내려왔어?”
“의도치 않게 그림을 사용했기 때문이지. 밤새 고민에 빠져있다가 잠을 설쳤거든.”
다시 한번, 모두의 시선이 잠시 꿈의 왕국을 향했다가 내게 돌아왔다.
모두가 내 설명을 기다리는 상황.
“으음….”
“…”
“그니까 이 그림을 어떻게 사용하냐면….”
“…”
“참 신비로운 물건임은 분명한데….”
“…”
“꿈의 왕국에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 -”
— 쿵!
할아버지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튕겼다.
“장난치냐? 뜸을 이렇게 오래 들이면 밥솥에 누룽지가 생기겠다!”
“쉬, 쉽게 말하면!”
“쉽게 말하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동료의 위치로 순간 이동할 수 있다?”
“조건이 뭔데?”
“사용하는 사람과 목적지에 있는 사람이 둘 다 잠들어있어야 한다?”
그 말에 모두가 잠시 벙 쪘다.
“뭐?”
“예컨대, 내가 아리에게 이동하려면 나와 아리가 둘 다 자고 있어야 해요.”
“자고 있는데 이동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애초에 네가 나타났을 때 난 자고 있지 않았는데? 아, 혹시 내가 아니라 미로를 찾아간 거야?”
“그건 아닐 것 같네. 미로는 봉인 당한 상태니까.”
초자연적인 수단으로 봉인 당한 참가자 앞에 순간이동 하듯이 나타나는 건 호텔 기준으로 반칙 아닐까?
당황하던 아리가 혼자서 답을 찾아냈다.
“그러면 내가 소장의 정신으로 들어간 게 수면 취급인가? 몸을 통제할 수 없고 정신이 무의식 상태니까?”
“아마도?”
“아마도가 뭐야 아마도가. 확실히 좀 말해봐.”
“더 써봐야 알 것 같은데.”
아직은 나도 딱 한 번 써본 상태라 여러모로 확신하기 어려웠다.
몇 번 더 써봐야 할 것 같다.
가능하면 오늘 밤이 좋겠지.
…
…
…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8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33]
– 한가인
“…”
깨어났다.
아닐지도?
[현자의 조언 : 333]정신을 집중하자 조언 숫자가 터무니없이 증가했다.
마침내 내 위대함이 올빼미를 압도하기 시작했는가!
“…”
그냥 꿈이기 때문이다.
동료들과 가벼운 회의를 끝낸 후, 나는 다시 한번 자각몽을 꾸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성공했으니 하는 말이지만, ‘자각몽을 꾼다’라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첫째, 애초에 꿈이라는 게 꾸고 싶다고 항상 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둘째, 꿈을 꾸는 데 성공했다 해도 그 안에서 깨어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첫 번째야 어느 정도는 운이고 두 번째를 위해 필요한 것이 이른바 RC 체크다.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을 시도해 성공함으로써 현실이 꿈임을 깨닫는 것.
누군가는 손가락을 뒤로 꺾고 누군가는 팽이를 돌린다지만, 내겐 훨씬 쉬운 방법이 있다.
[사용자 : 호텔의 신날짜 : 날짜는 내가 정한다
현재 위치 : 천국
현자의 조언 : 누가 감히 내게 조언하는가]
이거지.
“…”
지랄은 이쯤 하자.
몸을 일으켜 어제 침대 옆에 붙여둔 그림을 살폈다.
“… 후우”
바깥, 현실에서 볼 때와 전혀 다른 그림이다.
좀 더 몽환적이고, 좀 더 우주적이고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크다.
심지어 내가 이 그림을 ‘크다’라고 생각하니 눈앞에서 더 커졌다.
어느 순간, 나는 그림의 크기가 방 전체보다 훨씬 거대해졌음을 알았다.
벽에 걸린 그림이 벽을 포함한 방 전체보다 커지는 게 말이 되냐고?
당연히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이게 꿈이다.
“열려라…. 열려라 참깨!”
— 우르릉!
기다렸다는 듯, 왕국의 문이 열렸다.
*
문 너머에서 – 나는 다섯 개의 세상을 본다.
폭풍처럼 변덕스럽고, 갈대처럼 흔들리며, 거품처럼 사그라드는 다섯 세계.
어린 조물주의 손으로 빚어진 각 세계는 하나같이 어설픈 모형 정원과 같았지만, 더 위대해질 가능성이 엿보였다.
— 고오오오!
어딘가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는 시선을 느낀다.
우리의 꿈속에서 살아가는 정체불명의 존재.
어쩌면, 저것이 꿈의 왕국에 존재하는 가장 큰 위험일지도 모른다.
“휴우…. 출발하자.”
복잡한 상념을 마음 한구석에 밀어뒀다.
이성적으로 표현하면, 저 세계들은 동료들의 꿈이며 지금은 다섯 명이 꿈을 꾸고 있다.
우선 첫 번째.
— 찰랑!
…
…
…
“고등학교?”
처음으로 찾아간 ‘아리’의 꿈은 기이하게도 고등학교였다.
나는 어느새 교복을 입은 상태였고, 근처의 아리 또한 교복을 입은 채 머리를 책상에 박고 있었으니까.
“아니, 얘는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길래 꿈에서도 학교 수업을 듣는 거야?”
며칠 전 처음으로 아리의 꿈을 찾아갔을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이해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쓸리다가 갑자기 아리 근처에서 깨어났는데….
이번엔 진짜 꿈이고, 그때는 아리가 소장의 정신세계로 들어간 가짜 꿈이었기 때문인가?
— 툭!
“일어나.”
“…”
“아리야, 일어나 봐.”
아리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신기하지? 내가 어떻게 네 꿈에 들어왔을까! 하하, 이게 바로 -”
— 우드득!
갑자기 바닥이 보였다.
벼락같이 달려든 아리가 내 목을 후려쳐서 목을 꺾은 –
“으뤠에에부에엑!”
벼, 별일 아니야!
이건 꿈이니까 실제로 죽는 게 아니라고!
딱히 아프지도 않으니까 –
“목을 꺾어도 안 죽네. 역시 총으로 -”
“으아악! 너, 너는 학교에 총을 대체 왜 가져오냐!”
— 탕!
“으악!”
— 탕! 타당!
“가만히 좀 있어. 자꾸 다른 사람을 죽이고 있잖아.”
“총을 쏘지 말라고!”
세 번이나 더 죽은 후에야 아리를 깨울 수 있었다.
“오~! 그니까 이게 꿈의 왕국의 힘이구나? 동료의 꿈에 들어갈 수 있다라…. 들어간 상태에서 깨어나면 동료 위치 주변에서 깨어나는 원리지?”
“야, 넌 학교에 총을 왜 가져오는 거야?”
“쏘려고.”
“… 누구에게?”
“흠, 일단 이리 와봐.”
아리는 내게 손짓하며 바짝 붙더니, 총을 들이댔다.
“으악!”
“꿈인데 왜 이렇게 놀라?”
“아, 아무리 그래도 총을 겨누니까 -”
“같이 현실로 가자.”
“어? 아니! 아직은 안돼.”
“아직? 아하. 다른 여자애들 꿈에도 들어가려고?”
“그렇 – 아니, 왜 굳이 ‘여자애’라는 단어를….”
“그럼 진철이 꿈에 들어가게?”
“… 출발하자. 여기서 다시 문을 만들어낼 수 있어.”
잠시 후, 거대한 문이 다시금 교실을 집어삼켰다.
다음 순서는 송이다.
*
— 아그작! 아그작!
“맛있엉!”
“…”
“…”
— 와삭! 꿀꺽!
“너무 달아~!”
“…”
“…”
— 꼴깍! 촤아아!
“으~ 시원하다!”
송이는 뭐랄까, 굉장히 동물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산처럼 쌓여있는 마카롱과 카펫처럼 깔린 감자 칩, 여기저기 ‘부유하는’ 토마토 펜네와 송이가 입을 벌릴 때마다 나타나는 콜라까지.
“행복해 보이네.”
“그러게.”
잠깐 사이에 송이는 1,000칼로리는 넘을 것 같은 음식을 끝없이 들이켰다.
넋 나간 듯 송이를 바라보자 아리가 대신 변명해주는 느낌으로 말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애들은 날씬한 몸을 유지하느라 평소에 정말 많이 참는다고!”
“아, 아무리 그래도 꿈에서 이렇게 먹을 정도야?”
“그럴 수 있어.”
“너도 이런 꿈 자주 꿔? 살찌는 고민 없이 마음껏 무한대로 스테이크 먹는 상상?”
“… 이쯤 하고 깨우자.”
정신 차린 송이의 첫 반응은 공격적이었다.
“으악! 두, 둘 다 무슨 짓이야!”
“… 무슨 짓이냐니.”
“오, 오, 오빠는 사생활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사생활?”
“꿈처럼 사적인 공간이 어디 있어!”
들어보니 또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송이야, 여긴 아리가 오자고 했어.”
아리가 화들짝 놀랐다.
“뭐? 갑자기 무슨 소리를 -”
“아리가 분명히 ‘여자애들 꿈’에 가야 한다고 했어.”
“야, 한가인! 거짓말하지 -”
“닥치고 둘 다 꺼지지 못해!”
— 쿵!
농담이 아니라, 온 세상이 흔들릴듯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포효와 함께 콜라의 파도가 일어나서 나와 아리를 감자 칩 벽에 박아버렸다.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을 할 줄은 몰랐는데.
아리는 이 와중에도 불평했다.
“아 진짜! 한가인 네가 이상한 소리 하니까 송이가 삐졌잖아!”
“삐졌다니? 송이는 단지 꿈속에서 배고픈 소크라테스 대신 배부른 돼지가 -”
“둘 다 좀 나 가 라 고!”
— 쿠르릉!
*
…
…
…
“우와! 나 콜라에 익사해 죽을뻔했어!”
“… 참 신기한 경험이네. 그건 그렇고, 여긴 누구 꿈이야?”
“엘레나.”
“귀신같이 여자애들 꿈에만 들어가네.”
“네가 들어가자고 했잖아.”
“거짓말 좀 하지 마.”
시답잖은 말을 던지며 주변을 돌아보니, 꿈의 배경이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방송국?”
“엘레나는 꿈에서도 연예인 하고 싶은가 봐.”
“좋아, 아리야. 아까 했던 말 기억하지?”
“…”
“엘레나는 조금…. 위험한 생각에 빠져있어. 신성한 태양의 특징을 고려하면, 아주 심각한 문제지.”
“…”
“이런 문제는 관리국 요원인 네가 잘 알 것 같아서 같이 왔어.”
“관리국 요원이 무슨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의 다른 표현인 줄 알아?”
“…”
아리와 달리 엘레나의 꿈은 어느 정도 예상한 범주 내에 있었다.
101호에서 봤던 ABS 방송국 1층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아리가 엘레나를 향해 다가가자 곧 엘레나 역시 우릴 발견했다.
그녀는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가인 씨, 곧 촬영 시작이니까 올라가죠!”
“네?”
갑자기 촬영 시작?
그보다 나랑 아리가 본인 꿈에 나왔는데 왜 놀라지 않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려는 순간, 아리가 눈을 크게 떴다.
“으앗! 에, 엘레나 얘 진짜!”
“뭐, 뭐야?”
아리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처음 보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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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5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