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53)
EP.453 453화 – 휴식일 – 회의, 206호 재진입 (3)
453화 – 휴식일 – 회의, 206호 재진입 (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8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김묵성 : 일어나라
…
김묵성 : 이놈아! 해가 중천이다!
…
김묵성 : 이런 수까진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군.
“으아악! 뭐, 뭐야?”
우렁찬 나팔 소리를 들으며 깨어났다!
심지어 지금도 요란한 소리가 귀를 마구 찌르잖아!
한가인 : 할아버지 이게 무슨 장난이죠?
김묵성 : 이놈아! 곧 점심시간이다!
아….
꿈의 왕국을 쓰느라 새벽까지 잠을 설친 탓에 늦잠을 잔 모양이다.
*
다과 테이블 쪽으로 이동하자 이미 동료들이 모여있었고, 은솔 누나가 손을 흔들었다.
“왔어? 오늘은 많이 피곤했나 봐?”
“죄송합니다.”
“아니야. 이런 날도 있지.”
도착하자마자 슬쩍 눈을 굴려서 엘레나와 송이를 살폈다.
엘레나는 왜 그러냐는 듯 싱긋 웃는 것이 어젯밤의 일을 전부 잊은 모양이다.
아무래도 마지막까지 깨지 못했으니까.
반면 송이는….
“오빠, 꿈 여행은 재밌었어요?”
“… 좋은 아침.”
“지금 아침 아닌데.”
“…”
꿈에 들어갔다는 말을 대놓고 하는 걸 보니 이미 아리가 그림의 사용법에 관해 이야기해준 모양이다.
물론, 아리가 말하지 않았으면 내가 말할 생각이었으니 별문제는 없 –
“이야아~! 완전 재밌었겠다! 누구누구 꿈에 들어갔어요? 아리랑 나까진 100%인데!”
이상하게 나만 혼나는 분위기잖아!
어차피 기억하는 사람은 송이뿐이니까 우겨보자.
“네가 마지막이었어. 기억하지? 송이 네가 콜라 해일을 만들어서 날 벽으로 던졌잖아. 그래서 -”
— 탁!
커피잔을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엘레나가 내 말을 잘랐다.
“이건 거짓말이네요.”
아니, 거짓말 탐지 능력을 쓰고 있었어?
“우와! 대놓고 거짓말까지 해! 오빠, 우리 사이의 신뢰는 어디로 갔어요? 얼마나 이상한 짓을 했길래 -”
이, 이건 위기다!
엘레나의 거짓말 탐지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 아리가!”
“아리가?”
“아리가 꿈의 왕국 가져갔어. 그, 그래서 난 더 쓰지 못했다고!”
공을 아리 쪽으로 넘겼다.
그림을 아리가 가져간 건 사실이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그리고,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
“…”
조금 전까지 나, 송이 여기에 엘레나까지 장난스럽게 주고받고 있었으니, 이번엔 아리까지 포함해서 한 바퀴 돌 줄 알았는데.
장난치는 대신 모두가 힐끔거리며 눈치를 본다.
문득, 평소라면 진작 끼어들었을 미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아리는 미로 반대편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의자에 기대 있었다.
김묵성 : (개인 메시지) 아리랑 미로 새벽에 엄청나게 싸움.
“…”
대체 뭔 상황이야?
어제 미로 꿈에 들어간다면서 꿈의 왕국을 빌려 가더니 갑자기 싸웠다고?
은솔 누나가 헛기침하며 분위기를 환기했다.
“으흠! 으흠! 그림의 사용법을 알아서 다행이네. 회, 회의 시작할까?”
*
본격적으로 시작한 회의의 첫 주제는 2회차 탈출 방법에 대한 평가였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자. 2회차에서 아리랑 가인이는 이성의 결사가 준비한 최종 수단을 통해 마왕을 잠재웠어. 그런데 왜 해결이 아니라 탈출일까?”
206호의 두 번째 시도, 나와 아리는 낙원 심층부에 이성의 결사가 마련해둔 ‘도시 제어 시스템’을 사용해 극소수를 제외한 전 인류를 불굴의 이성에 바쳤다.
분명 엄청난 희생이었지만, 무지막지한 규모의 인신 공양이 만들어낸 억제력이 마왕을 다시금 잠재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왜 해결이 아닐까?
“사람을 너무 많이 죽여서…. 는 아니겠죠?”
송이가 중얼거리다가 본인이 생각해도 아니다 싶었는지 말끝을 흐렸다.
아리가 담담한 투로 답했다.
“아니라고 봐. 인명피해는 201호, 203호에서도 엄청났으니까.”
길게 끌고 싶지 않았는지, 아리가 바로 답을 말했다.
“불굴의 이성을 통한 마왕 봉인은 끊임없는 제물을 요구해. 바로 그게 문제야. 엄청난 희생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위기는 막았지만, 더 이상 바칠 인간이 없어.”
23억 4천만 인간을 모아 만들어낸 ‘펀치’로 깨어나려던 마왕을 다시 눕히는 데까진 성공했다.
그다음은?
생존자가 너무 적으니 더 이상 바칠 인간이 없지 않은가!
“더 이상 불굴의 이성을 작동할 원료가 없어. 아마 몇 달 혹은 몇 년 내로 마왕은 다시 일어설 테고, 그때는 속절없이 끝이겠지.”
송이가 허무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러면 이성의 결사는 이런 무의미한 수단을 왜 준비했어?”
“왜 무의미해?”
“23억이나 바쳐서 종말을 고작 몇 년 늦췄을 뿐 -”
“가만두면 오늘 죽을 환자를 3년 더 살게 하는 치료가 의미 없는 거야?”
“… 그, 그런가?”
그때, 선생님이 가볍게 손뼉 치며 말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마침내 ‘재현할 수 있는 탈출 방법’을 알아냈다는 점이지요.”
재현할 수 있는 탈출 방법이라.
“아시다시피, 1회차 때 사용한 탈출 방법은 더 이상 쓸 수 없습니다.”
1회차 때는 내가 강림 쓰고 마왕을 막는 동안 불굴의 이성과 원 모어 찬스를 동시에 사용해서 탈출했었지.
강림이 없으니 더 이상 쓸 수 없는 방법이다.
반면, 2회차 탈출 방법은 다시 쓸 수 있다.
낙원 심층부로 가서 연구소를 점령하고 도시 제어장치를 사용하면 된다.
“3회차가 시작하면 몇몇 분은 바로 심층부로 출발합시다. 연구소도 점거하고, 미로 양도 이번엔 깨워야겠죠. 미로 양?”
“…”
“미로 양?”
“아, 아. 음, 응.”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을 미로에게 넘기자 혼자 고민에 빠져있던 미로가 살짝 당황했다.
“불변의 힘으로 지하의 시간 제어에 저항할 수 있다고 하셨지요?”
“아, 아마도?”
“그렇다면 3회차는 미로 양의 활약을 기대하면 되겠군요.”
“여, 열심히 해볼게.”
이렇듯, 동료들이 다음 회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의견을 나누는 동안 나도 고민에 빠졌다.
큰 틀에선 이전 회차와 유사하게 진행할 것 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젠 ‘해결’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라는 것.
206호, 이 괴상한 방을 대체 어떻게 해결하지?
“…”
탈출 방법을 알아내면 해결 방향도 감이 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마왕은 인간을 잡아먹으려고 난리인 상황이며, 종말을 잠시라도 늦춰 탈출을 확보하려면 어마어마한 인신 공양이 필요하다.
그 인신 공양하고 나면 더 이상 바칠 인간이 없으니 해결은 불가능.
“이게 뭐야….”
머리가 아파지려는 순간, 평소엔 조용히 있던 승엽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와, 와! 방금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네가?”
“… 아리 누나. 그 말투 대체 뭐죠?”
“아니야. 말해봐.”
“에헴! 시장이 웡 모어? 그 동전 썼을 때요! 죽은 사람들이 다 부활했다면서요?”
송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시간을 돌리니까 죽은 사람이 부활했어.”
“그, 그러면! 20억인가? 바쳐서 마왕을 가둔 후에 시간을 돌려서 죽은 사람을 되살리면 되는 것 아닌가요!”
“…”
“…”
잠시 주변이 조용해졌고, 아리가 한숨을 쉬었다.
“승엽아. 불굴의 이성에 제물로 바쳐진 사람은 시간을 돌려도 부활하지 못해. 아마 영혼을 태워버렸기 때문이겠지.”
“… 그런가요.”
“너는 쿠키나 좀 먹고 있어.”
“…”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의사 선생님 입에서 폭탄 발언이 튀어나왔다.
“서, 선생님?”
“… 위험한 일이니, 나 혼자 시도하겠습니다. 탈출이나 도시 통치, 교단 운영 등은 이번엔 저 빼고 진행하시지요.”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48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0]
늦은 시각, 105호 앞에서 기다린 끝에 아리를 만났다.
“거기서 뭐 해?”
“널 기다리고 있었어.”
“왜?”
“꿈의 왕국.”
“아, OK. 돌려줄게.”
둥그렇게 말린 꿈의 왕국을 아리에게 건네받으며 살짝, 아리 표정을 살폈다.
“미로랑은 어떻게 됐어?”
“… 화해했어.”
“다행이네.”
화해한 것 자체는 아까 봤다.
다만, 내가 궁금한 건 애초에 왜 싸웠는가이다.
“…”
“…”
내 질문을 짐작한다는 듯, 아리가 가볍게 잘랐다.
“사적인 이유야.”
이렇게 말하니 더 묻기가 힘들어서 고개를 까딱하고 들어가려는 순간.
— 덥석!
아리가 내 팔을 잡았다.
“음? 왜 그래?”
“그림을 보관하다 보면, 가끔은 쓰겠지.”
“헛! 오,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어제는 그림의 사용법을 연습하는 차원에서 -”
“네 엉큼한 욕망을 혼내려는 게 아니야.”
“우와앗! 큰일 날 소리 하네! 엉큼한 욕망이라니! 어디까지나 -”
“조용히 하고 들어. 미로의 꿈에는 들어가지 마.”
“… 뭐?”
“위험해. 미로의 꿈은 아주 위험해.”
“그게 무슨 -”
— 철컥!
아리는 더 설명하는 대신 방으로 들어갔다.
“…”
아니…!
설명도 없이 이런 말만 툭 던지고 자러 가면 어떡해?
미로 꿈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미친 듯이 궁금하잖아!
…
다음 날 아침, 우리는 206호의 세 번째 시도를 시작했다.
*
– 유송이
“아.”
부유 저택의 정원에서 세 번째로 깨어났다.
“…”
— 또각! 또각!
어제 온종일 이어졌던 회의를 떠올리며 정원을 거닐던 중,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젠 돌아보지 않아도 정체를 아는 사람이야.
“아빠, 오셨어요?”
“그래. 산책 중이었니?”
“네.”
평범한 아빠와 딸 같은 대화다.
아직 ‘사랑받는 자’를 쓰지 않은 상태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 날 대놓고 박대하진 않으니까.
“…”
돌아서서 레온 카디로프를 바라보았다.
혼자 복잡한 생각에 빠져있던 시장은 곧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쪽을 본다.
“왜 그러니?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
예전엔 이 정도 타이밍에 사랑받는 자를 썼지.
도시의 지배자가 날 아낀다면 진행이 편리해지리라 생각했으니까.
“… 아빠.”
어제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다.
사실은 이것부터가 잘못된 진행 아니었을까?
사랑받는 자를 시장에게 쓴 결과, 나와 이 남자는 매번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매번 거짓 사랑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원 모어 찬스, 시조의 도움.
이것 외에도 정신 보호를 위한 모종의 수단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왜 그러니?”
그러니까….
“아빠.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번에는 초능력 없이 정공법으로 해보자.
*
– 김상현
“여러분! 오늘의 말씀은 ‘평등’에 관한 것입니다. 모두가 영광된 자손이며, 위대한 시선 아래 각자의 계급은 허울과 같고 -”
저놈의 사이비 설교!
어떻게 매번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똑같지?
이젠 눈을 감아도 다 외울 지경인데, 매번 똑같은 설교를 들으며 감동하는 신도들도 참 대단한 인간군상이 아닐 수 없다.
“아니지. 이런 반항적인 태도는 고쳐야 한다….”
나는 마왕 교단에 잠입한 2급 비밀 요원이다.
이번 회차에서 위험천만한 일을 시도해야 하는 사람이다.
“후우….”
나 자신을 가다듬는다.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반감, 신을 자처하는 마귀들에 대한 분노.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철저히 억누르며 ‘순종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 의미 있을까?
이제부터 내가 조우할 존재는 인간의 얕은 마음 따위는 손쉽게 읽을 수 있을 텐데?
모르겠다.
이번 일은, 나로서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으니까.
“오랜만에 시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연단의 연설을 들으며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내가, 바로 내 입으로 꺼낸 아이디어에 대하여.
***
“똑같은 말을 반복 중이긴 합니다만…. 마왕 교단 쪽에 분명 무언가 비밀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즉흥적인 아이디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으며, 괴상한 생각.
“조금 끔찍한 생각입니다만.”
‘조금’ 끔찍한 생각?
“저주의 방은 우리에게도 생존의 문제 아닙니까. 윤리적인 문제는 내려놓고 -”
서론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지, 아리 양이 단호히 끊었다.
“그런 건 100년쯤 전에 관리국이 휴지통에 버렸으니까 그냥 시원하게 말해.”
결국,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마왕 교단은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마왕의 진실한 하수인이 된 상태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니까…. 아예 다 같이 마왕 쪽으로 노선을 갈아타는 건 어떻습니까?”
그 순간, 모두가 입을 반쯤 벌린 채 침묵에 빠졌다.
“늑대는 오랜 세월 인간과 싸웠지만, 그들은 결코 인간을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
“동족을 배신한 늑대는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오늘날까지 번성하지 않습니까?”
***
심장이 거칠게 뛴다.
이번 회차, 나는….
마왕의 주구가 될 것이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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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5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