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54)
EP.454 454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6)
454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17)
– 유송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2회차 때의 일을 돌이켜본다.
시장, 레온 카디로프는 어떤 인간인가?
계급이 낮은 시민은 도시를 위해 언제든 희생할 수 있는 사람.
피를 나눈 가족을 포함해 그 누구도 진심으로 믿지 않는 사람.
분명 선량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도시에 대해서만큼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사람.
신기할 정도로 관리국 요원 같네.
정작 진짜 요원 비슷한 신분인 시조는 감성적으로는 평범한 인간 같았는데….
여하튼, 시장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도시의 지배권을 얻으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시장 본인이 시한부라는 사실을 알릴 것.
둘째, 내가 도시를 지탱할 그릇임을 보일 것.
여기에 한 가지를 추가한다면 무엇이 좋을까?
“아빠. 드릴 말씀이 있어요.”
“할 말이 있어?”
이제 시작이다.
“며칠 전, 심층부에서 올라온 이성의 결사 생존자와 접촉했답니다.”
“…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 남자가 말했어요. 낙원이 위기에 빠졌으니, 도시 책임자와 만나봐야겠다고.”
“터무니없는! 시조께서 말씀하셨다. 심층부와 연락이 끊긴지 100년이 넘었다고. 지금까지 생존자가 있을 리 있겠느냐?”
과연, 시장은 심층부의 ‘시간지연’에 대해 전혀 모른다.
“… 엄밀히 말해 살아있는 상태는 아니었죠.”
“뭐라고?”
*
— 쏴아아!
소금기 있는 바람이 코끝을 간질인다.
“이야! 이번엔 바닷가야? 여긴 어디야?”
“…”
아마도 강릉의 주문진 해수욕장이다.
어릴 때 가족들과 자주 왔던 기억이 나네.
그때만 해도 부모님 사이가 괜찮았는데.
“사람이 없어서 좋다! 수영도 할 수 있겠는데?”
“…”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장소, 꿈이다.
본래라면 타인이 있을 리 없어야 할 텐데!
저주받을 호텔은 최후의 안식처, 꿈조차도 안심할 수 없는 장소로 만들었어.
“저기…. 송이야?”
“…”
“저, 저거 해일 아니야? 아니 한국 해변에 쓰나미가 – 으악! 송이야아아아!”
나의 조그만 세계는, 내 분노에 쓰나미로 화답했다.
덕분에 옆에 있던 가인 오빠는 쓸려가지 않기 위해 근처의 나무를 붙잡고 매달렸다.
“왜, 왜 나만 쓸려가! 너도 바로 옆에 있는데 -”
“내 꿈이니까. 이얍! 멈춰라!”
“…?”
“어? 왜 해일이 안 멈추지?”
“으아악!”
*
파아앗-!
하는 느낌과 함께 침대에서 깨어났다.
“…”
침대의 균형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나보다 무거운 사람이 옆에 누워있기 때문이지.
오빠가 머리를 싸매며 불평했다.
“이번엔 합의해서 들어왔는데 왜 해일이야?”
“오빠가 모르나 본데, 내 꿈은 원래 지옥 같은 해일과 운석 충돌로 가득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
“다음엔 화산지대와 공룡이에요.”
“공룡은 좀 보고 싶은데.”
“…”
앞으로도 꿈속 환경을 지옥처럼 만들 생각이야.
그래야 이 방심할 수 없는 남자가 내 꿈에 함부로 들어오지 않겠지!
“뭐야? 옷이 왜 이렇게 더러워요? 완전히 흙투성이인데?”
“몰랐냐? 나 밖에서 노숙했어.”
“그게 무슨 – 아.”
생각해보니 불굴의 이성 범위 내에선 꿈의 왕국을 쓸 수 없을 것 같다.
가인 오빠는 전 회차를 통해 알게 된 통로를 통해 낙원 바깥으로 나간 건가?
노숙하면서 꿈의 왕국을 썼으니 이렇게 더러운 상태인가 보다.
이 그림은 여러모로 까다로운 도구긴 하지만, 정말 유용한 도구야.
꿈의 왕국이 없었다?
가인 오빠가 부유 저택에 들어오는 것부터가 상당한 난관이었을 텐데.
“잠깐 있어 봐요. 곧 시장이랑 만날 텐데 좀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야! -”
“아니, 좋은 생각이 났으니 바로 가자.”
“… 좋아요.”
*
— 끼익!
문을 열자 늦은 시간까지 서류를 살피던 레온이 고개를 들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 그 남자가 나타났어요.”
“뭐? 보안 시스템은 그 어떤 침입도 감지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
천하의 시장이라도 결사의 생존자를 자처하는 정체불명의 괴인이 저택에 난입했다고 하면 당황하는구나.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어딘가 비밀을 감춘 소녀처럼, 최대한 신비로운 느낌을 흉내 낼 수 있도록.
‘아리처럼’
“왜 이리 놀라시나요? 얌전히 있으세요. 곧 그분이 오실 테니까.”
철없다고 생각했던 딸에게서 이변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때, 다른 쪽 문을 열고 저택 호위를 책임지는 거대한 체구의 남자가 나타났다.
“로버트!”
“…”
“방금 송이에게 들었다. 저택에 괴한이 들어왔다고 하니, 빨리 보안 시스템을 가동해서 -”
“시장, 좋은 곳에 사시는구려.”
쇠꼬챙이로 철판을 긁는 듯한 괴이한 음색.
명백히 로버트가 아닌 누군가의 목소리.
몸을 조종하는 건 마도서로 했겠지만, 저 목소리는 뭐야?
엘레나에게 혐오스러운 목소리 발성법이라도 배웠나?
“… 너는 누구냐.”
“부럽다 부러워! 우리는 지옥보다 더한 장소에서 고통을 감미로움처럼 여기며 살아왔거늘! 어찌 너만 이리 호사를 누린단 말이냐?”
시장의 표정이 조금, 창백해졌다.
말투도 자연스럽게 공손해졌다.
정말 결사에서 온 사람이라면, 시장의 상급자나 다름없다.
“겨, 결사에서 오셨다면, 사람처럼 행동하시길 바랍니다. 날 위협해서 얻을 것은 없습니다.”
“얻을 것이 없어? 정녕 그리 믿는가?”
“무슨 말을 –”
— 우당탕!
“크으읍!”
다음 순간, 괴인이 난데없이 달려들어 시장의 목을 움켜쥐었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 초자연적인 힘, 악마적인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연기라는 걸 알면서도 감탄이 나오네.
내가 이 정도면 시장은 맨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벅차지 않을까?
“신선한 몸이다! 네 펄떡이는 심장이 참으로 탐스럽구나!”
“크으윽! 제, 제발 진정 -”
“아이야, 나는 인류를 위해 평생을 봉사하였느니라. 빛 한점 없는 심연에서 부귀도 명예도 없이 썩어 문드러졌노라.”
“고생, 고, 고생하셨습니다. 알겠으니 -”
“그러니 너도 날 위해 몸 정도는 바쳐야 하지 않겠느냐?”
“으으읍!”
… 우와!
이 분위기 완전 공포영화 같아.
시장은 모르겠지만, 가인 오빠가 시장의 몸을 빼앗는 것 역시 고민했던 시나리오 중 하나야.
그쪽 시나리오는 폐기했다.
낙원을 지탱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시장의 위업을 존중하는 차원 – 같은 건 아니고.
우리가 시장 역할을 맡으면 무의미한 행정 업무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했거든.
슬슬 내가 끼어들 타이밍이다.
— 파아앗!
팔찌가 뿜어낸 차가우면서도 예리한 빛이 집무실을 꿰뚫었다.
단숨에 타락한 마도사의 광기를 몰아낼 것처럼!
다음 순간, 시장의 멱살을 잡고 있던 거한이 전신을 뒤틀더니 눈을 크게 떴다.
“어? 어? 시, 시장님! 이게 무슨 -”
“크윽! 로, 로버트! 정신을 차렸다면 날 내려놓고 -”
로버트는 이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저택 방비를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의식을 잃었다가 정신 차려보니 상관의 멱살을 잡고 반쯤 죽이려 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의 끔찍한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으, 으악! 내 손이 – 내 손이!”
로버트의 오른손이 꾸물거리는 지렁이처럼 춤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손을 본 로버트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처음엔 오른손, 다음엔 팔목까지, 조금 있으니 오른쪽 어깨부터 상반신까지.
독사의 맹독이 손에서부터 상반신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그가 통제할 수 없는 신체 부위가 점차 넓어진다.
마치 악마가 인간을 희롱하는 것 같은 모양새.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시, 신이시여! 시조시여!”
내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으니까.
내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니까.
위대한 초월자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지.
다행히 이번에는, 로버트에게도 구원이 있었다.
— 파아앗!
다시 한번 팔찌가 빛을 발하자 로버트의 팔이 제 자리를 찾았다.
시장과 로버트의 시선이, 모종의 힘으로 악마를 억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게 향했다.
“소, 송이 님!”
“송이야! 팔찌로 괴물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냐?”
팔찌로 마도서의 힘을 억제할 수 있을까?
빙의를 알아채는 것 정도는 가능한데, 그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데.
애초에 이 모든 건 연기에 불과하니까.
그러니 조금 더 믿음직한 태도를 보였다.
“네. 두 분 다 얌전히 있으세요. 후우우 -! 카인!”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야, 악마적인 존재는 무게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 법이니깐.
“카인, 나와 싸울 생각인가요? 이만 모습을 드러내시죠.”
— 끼익!
다시금,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온다.
그때, 정처 없이 좌우로 떨리는 시장의 눈동자를 보여 깨달았다.
이 남자는 가인 오빠를 두려워한다.
초자연적인 공포에 압도당했다.
지금까지의 모든 쇼는 바로 이 감정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
– 김상현
마왕에겐 모순이 있다.
부족하나마 마왕을 봉인한 결사가 남긴 기록, 어설프게나마 마왕과 힘을 겨룬 가인 군의 경험에는 공통된 내용이 있다.
마왕은, 인격체라기보다는 소통할 수 없는 우주적인 자연재해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존재에게 어떻게 ‘신도’가 있을 수 있지?
신도들이 알아서 섬기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본래 인간은 태풍이나 번개 같은 자연 현상조차 신으로 섬기곤 하니까.
그러나 태풍은 인간에게 계시를 내릴 수 없다.
2회차에서 마왕은, 신도들에게 한가인이 거짓 선지자라는 계시를 내렸다.
마왕은 사실 소통할 수 있는 존재인가?
아니면, 마왕과 별개로 교단에 어떤 비밀이 있는가?
둘 중 하나는 무조건 참이다.
나는 그 비밀을 알아내고자 한다.
*
“카디로프는 우리를 속였습니다! 그는 우리를 끝없는 고통의 굴레에 빠트렸으며 -”
— 따각!
집회가 진행 중인 낙원의 지하 공동.
누군가가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근처의 신도들이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평신도에게 아리는 신이 존재한다는 살아있는 증거와 같으므로.
아리가 내 앞에서 멈췄다.
“…”
“…”
그녀의 눈이 마지막으로 말한다.
‘정말 계획대로 할 거야?’
바깥에서 회의할 당시, 아리는 마지막까지 내 계획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눈으로 답했다.
‘진행합시다.’
그리고 – 벼락처럼 날아든 작은 손이 내 멱살을 쥐었다.
“잡았다!”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주변 사람이 웅성거리고, 설교하던 사람도 놀라서 우리 쪽을 본다.
“뭐, 뭐시여? 아리 님? 이게 무슨 -”
“다들 주모옥! 내가 카디로프의 간자를 찾아냈다!”
지하 공동에 모인 마왕 교단 사람들이 가장 혐오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존재는 시장이다.
바로 그 시장이 보낸 간자라는 말에 모든 사람이 놀랐다.
어느새 모여든 사람들이 당황하면서도 내 몸을 결박하고, 아리는 내 품속을 뒤져서 ‘신분증’을 찾아냈다.
“다들 이것 봐요! 2급 시민, 김상현!”
마왕 교단은 교도를 계급으로 차별하지 않으므로 2급 시민인 것 자체는 문제없다.
문제는 다음 단어다.
“시장 직속 감찰 요원! 보이죠!”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올 뻔했다.
아리도 이 상황이 어이없지 않을까?
관리국 요원인 아리나 특수부대 경험자인 내가 보기에 이 상황은 3초만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어떤 멍청한 비밀 요원이 신분증을 이렇게 허술하게 가지고 다니겠나.
“으어억, 지, 진짜다! 시장의 감찰 요원이다!”
“저, 저 새끼 뭐야!”
“이 개 같은 놈이 -”
“이런 놈인 줄 몰랐는데 -”
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속이기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속인 것도 아니지 않나?
206호 설정상 난 진짜 비밀 요원이니까.
— 탁! 퍼억!
흥분한 교도들의 구타가 이어졌다.
아리가 살짝 당황해서 제지하려 했지만, 진정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괜찮다. 이 정도는 호텔 오기 전에도 별일 아니었으니.
다행히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당황한 표정의 교단 수뇌부가 달려왔다.
“감찰 요원이라고? 이 무슨 황당한!”
“이 버러지 같은 놈! 산채로 피부를 벗겨서 -”
“잠깐!”
날카로운 목소리가 좌중을 진정시켰다.
교단 장로 중 가장 높은 사람, 레이먼드다.
전 회차에서 가인 군이 가짜임을 제일 먼저 알아챈 사람이기도 하다.
“죽이기 전에 심문부터 해야겠지. 이놈을 -”
“내가 심문할게.”
아리 양이 침착하게 말하자 장로들이 술렁거린다.
전 회차 때도 느꼈지만, 교단 고위층끼리 모인 회의에선 아리의 입지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
설정상 어린 소녀이기 때문이겠지.
“내가 잡았잖아? 피의 힘 몰라?”
그래서 아리 양이 날 잡는 쇼를 해야 했다.
적어도 이 상황에선, 아리 양의 발언권이 강해져야 하니까.
“… 그렇게 하시게.”
슬슬 시작이군.
…
그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한 압박감이 마음을 짓눌렀다.
호텔에서 쌓아온 경험과 아리 양의 도움이라면 교단의 ‘인간’을 속이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마왕은 ‘참가자 쪽의 접촉 시도’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모르겠다.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괴담 호텔 탈출기-45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