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59)
EP.459 459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1)
459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21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가인 카디로프라는 이름을 얻으며 깨달았다.
‘독재자’라는 직업은 상상 이상으로 무지하게 힘든 일이라는 사실을!
애초에 ‘독재자’란 어떤 존재인가?
입법, 행정, 사법으로 대표되는 3권분립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 모든 권력을 움켜쥔 탐욕스러운 정치가를 말한다.
모든 권력을 다 쥐었다는 이야기는 전부 다 내 일이라는 소리다.
아침마다 책상 위에 올라오는 수많은 서류, 낙원이 지배자에게 전달한 무한한 요구사항들!
이 두려운 사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묘안을 떠올렸다.
“가인 카디로프 님, 조금 전에 -”
“들어오지 마라!”
“… 카디로프 님?”
“지금, 내게 신성한 계시가 내려오고 있나니…. 위대한 의지께서 내게 속삭이신다.”
한 20번째 반복 중인 ‘성인(聖人) 코스프레’를 본 비서가 평소와 달리 물러서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 이건 의회나 행정부 보고가 아니라 인포서 쪽 보고입니다.”
“야! 그건 바로 가져다줘야지!”
현재 인포서를 통제하는 사람은 시장에게 권력을 상당 부분 넘겨받은 송이고, 묵성 할아버지도 인포서에 속해 있다.
즉, 인포서 쪽 보고는 곧 호텔 동료들의 보고다.
“… 계시는요?”
“그 편지가 바로 계시야. 줘봐.”
편지의 내용은 다소 놀라웠다.
“바로 출발할 테니 준비해.”
“알겠습니다.”
*
– 카디로프, 이 개자식들!
– 총 맞아 뒈져라!
– 이 악마 같은 새끼!
일반 시민은 접근할 수 없는 비밀 감옥.
복도를 걷는 내내 사방에서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때마다 감시하던 인포서들이 때리거나 전기충격을 가했지만, 그들의 분노를 억누르기엔 불충분했다.
“…”
낙원이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이유는 매일 불굴의 이성에 제물을 바쳐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인신 공양은 극히 소수만 아는 기밀이니, 이렇게 정식 사법절차에서 벗어난 비밀 감옥이 필요하다.
“…”
필요한 시설이다.
그래서 나랑 송이가 도시 지배권을 넘겨받고도 폐지하지 않았다.
“…”
제물은 선량한 시민이 아닌 흉악 범죄자들이다.
낙원의 엄한 법률을 생각하면, 불굴의 이성이 아니어도 어차피 사형인 사람들.
‘원칙은’ 그렇다.
실제로는 어떨까?
해당 임무를 담당하는 비밀 요원들에겐 할당량이 주어진다.
주기적으로 정해진 수의 흉악 범죄자를 잡아낸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
굳이 한명 한명 조사해보지 않아도 저들 중 몇몇은 억울하게 잡혀 왔겠지.
머리로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새삼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으흠, 카디로프 님. 여기서부터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사교도 놈들을 격리한 구역입니다.”
“그러지.”
도시에서 사교도라 함은 곧 마왕 교단을 말한다.
— 철컥!
문이 열렸을 때, 나는 수갑을 찬 동료를 보았다.
“가인 군,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아저씨, 고생 많으셨습니다.”
“… 아저씨?”
“예?”
“아닙니다.”
근처의 인포서를 내보낸 후 – 당연히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 나와 아저씨는 대화를 시작했다.
“가인 군, 본격적인 주제로 들어가기 전의 애피타이저 같은 이야기입니다.”
“애피타이저? 뭔가요?”
“시장은 왜 마왕 교단을 숙청하지 않았을까요?”
“네?”
“이상하지 않습니까? 시장은 마왕 교단의 존재를 알고 있습니다.”
“…”
맞는 말이다.
시장을 비롯한 도시 수뇌부는 마왕 교단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다.
애초에 알고 있으니까 상현 아저씨를 비롯한 비밀 요원을 교단에 파견하지 않았겠는가.
“힘이 없어서? 당연히 아닙니다. 교단 구성원을 몰라서? 교단에 침입한 비밀 요원들이 진즉 다 보고 했습니다.”
“…”
“짐작하고 있는 것 같군요.”
시장이 마왕 교단의 존재를 알면서 내버려 두는 이유는 뭘까?
정답은 단순하면서도 잔혹하다.
“낙원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톱니바퀴와 같습니다. 모든 이에겐 각자의 역할이 있죠. 흥미롭게도, 이 법칙은 마왕 교단에도 적용됩니다.”
도시의 모든 이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으며 마왕 교단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이 보기에 마왕 교단은 훌륭한 제물 후보입니다.”
레온 카디로프는 정말이지 강철같은 인간이다.
물론, 나와 송이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으나 레온과는 다르다.
내가 시장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건 206호가 근본적으로 ‘내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에 도착한 후에도 내가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인류를 위해 필요하다면 가족과 친구들이라 해도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악마에게 바칠 수 있을까?
자신 없다.
애초에 난 시장과 달리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모든 사람이 시장처럼 피도 눈물도 없을 수는 없다.
이는, 시장의 명령에 따라 제물을 잡아 오는 비밀 요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불굴의 이성은 매일 제물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제물이 부족할 때마다 무고한 사람을 잡아 오는 일은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요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 알고 있습니다. 시장의 부하들이 다 시장 같은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글쎄, 나는 시장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리 양이나 묵성 요원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이들이 양심이 없는 악인은 아닙니다.”
“…”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명감이 동정심을 억눌렀을 뿐이지요. 여하튼, 이런 이유로 낙원에는 평범한 도시와 달리 꼭 필요한 게 있습니다.”
“…”
“말하자면, 비상식량 혹은 양식장이죠.”
낙원에는 제물 양식장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잡아 올 수 있는 ‘사냥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마왕 교단이 200년 가까이 버틴 겁니다. 그들 또한 도시에 필요한 존재니까.”
“…”
“아시고 계셨지요? 지금은 통치자가 되셨으니.”
“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서론을 이리 길게 늘어놓은 건, 도시와 교단의 관계를 한번 짚어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낙원에게는 마왕 교단이 필요하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잡아 죽일 수 있는 사냥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장은 어지간해선 교단의 씨를 말리지 않았다.
교단은 자신들을 200년 가까이 주기적으로 죽여온 카디로프 가문을 더더욱 증오했다.
잠시 후, 아저씨는 ‘성역’에서 겪은 일을 내게 자세히 전했다.
“으음….”
“이해하셨습니까?”
“네. 교단의 역사는 잘 알겠고, 다음 부분이 흥미롭네요.”
마왕은 처음부터 신처럼 행동한 게 아니다.
처음에는 그냥 자연재해, 폭풍, 악마 같은 존재였으며, 이는 내가 1회차 때 마왕과 충돌하며 겪은 감상과 같다.
따라서 교단은 ‘결사를 증오했기에’ 마왕을 섬겼다.
흥미로운 부분은 다음이다.
신처럼 섬긴 세월이 100년 이상 이어지자 어느 순간, 마왕이 변화했다.
적어도 교단을 상대로는 정말 신처럼 행동하기 시작한 것.
신도에게 계시를 내리고, 시련과 보상을 통해 초능력을 준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들이 아닌가.
듣자마자 벼락같은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이거, 생각해보면 이미 알고 있던 원리네요.”
“그렇습니까?”
“1회차 후반부와 2회차 때 심층부에서 벌어진 일. 마왕은 인간의 악몽 혹은 끔찍한 공상을 현실로 끌어냈죠.”
“마왕은 본래 거울과 같은 존재다?”
마왕은 원래 인간의 상상에 반응하는 존재다.
괴담을 현실로 끌어내는 힘이야말로 그 증거다.
“불길한 상상에만 반응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죠. 신앙심에 반응한 겁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인간의 괴담에 반응해 괴물을 만든 것처럼, 신앙심에 반응해 기적을 일으킨 셈이죠.”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은 근본적으로 시간의 지배자 때문이겠죠?”
“예?”
의사 선생님이 살짝 당황했다.
아무래도 이 부분까진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불굴의 이성이 마왕을 가둔 원리 말입니다. 불굴의 이성이 마왕과 동격이어서가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순수한 힘 대결로 따지면, 어린애가 공룡을 힘으로 누르는 것 이상일 – 아하!”
아저씨가 이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왜곡 때문에 불굴의 이성이 수백 배 이상 강한 출력으로 마왕을 누른 것처럼, 이 현상이 마왕 교단에도 생겼다?”
“마왕은, 교단이 200년 가까이 만들어낸 ‘신앙심’을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폭발적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좋습니다, 좋아요. 이제 뭔가 가닥이 잡혀가는 느낌입니다.”
“아저씨. 그런 말은 불길하니까 자제하죠.”
“하하, 그리하지요.”
내심, 나도 아저씨의 의견에 동의했다.
3회차가 시작하기 전 아저씨가 예측한 것처럼, 정말 해답에 가까운 무언가가 마왕 교단에 있었다!
이제야 206호의 해결에 다가서는 것 같다.
교단이 일으킨 현상을 더 넓은 범위에서 발생시킬 수 있다면….
전 인류가 마왕을 신으로 섬긴다면!
“크흠, 흠. 가인 군, 이건 별것 아닙니다만.”
“네?”
“그, 아저씨보다는 선생님이 어떻습니까.”
“…”
문득, 심층부로 내려간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지금쯤이면 미로를 깨우지 않았을까?
*
– 미로
…
…
…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알림과 함께 깨어났다.
206호에서 처음으로 눈을 떴다.
그리고….
세상이 멈춰있음을 알았다.
“… 저기, 아리야?”
— 쿠구궁!
손으로 살짝, 아주 살짝 아리의 어깨를 톡 쳤다.
그러자 아리의 몸 전체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 으엑!”
느릿하게, 허공을 헤엄치듯이 벽을 향해 날아가는 –
“으아앗!”
황급히 다가가서 아리의 팔을 잡고 바닥에 내려놓으려는 순간.
— 또각!
아리의 팔이 부러졌다!
“꺄악!”
— 슈우웅!
이번엔 내 고함이 만든 ‘충격파’에 휩쓸린 승엽이가 둥실둥실 날아간다.
괜히 손댔다가 승엽이 팔까지 부러질까 무섭잖아!
어찌 됐든, 이 시점에서 확실히 알았다.
— 콩닥!
2단계까지 강화한 내 축복, 불변이 낙원 심층부의 시간지연에 저항하고 있다.
모든 이가 느려진 세계에서 나만 정상 속도로 움직인다?
관점을 바꿔보면, 지금 나는 초가속 능력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어!
— 콩닥콩닥!
믿을 수 없는 전능감!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압도감’을 느끼며 덜덜 떨었다.
미로 ‘님’이 마침내 신이 되고 말았잖아?
하, 호텔 너희 진짜 실수한 것 아니야?
일단 위험하니까 동료들에겐 벗어나자.
— 쾅!
빨리 벗어나기 위해 가볍게 뜀박질하는 순간, 연구소 바닥에 금이 가며 내 몸이 느릿하게 날아올랐다.
“휴우….”
심호흡하며 행동을 가다듬었다.
물론, 그 심호흡이 만들어낸 충격파가 페로를 넘어뜨리긴 했지만.
밖에서 회의할 때, 심층부로 가는 사람들끼리 무슨 말을 했었지?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지상과 시간 흐름이 다르니 10분만 지체해도 위에선 하루가 지날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말을 했었지.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야.
나는 반대로 최대한 느리게 움직여야 한다.
“우선…. 읍! 조용!”
주변을 돌아보니 연구소 내부에 적이 많았다.
군인들이 보기엔 외부 침입자가 소장을 납치한 상황일 테니까.
연구소부터 정리할까?
통로 쪽으로 움직이자 긴장한 표정의 진철이와 대치 중인 군인들이 보였다.
이대로 싸운다면, 진철이도 큰 부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
내가 해결해주지!
끝없이 느려진 세상, 군인들 앞에 섰다.
당당하게 외쳤다.
“꺼 져!”
그 ‘외침’과 가벼운 발구르기로 충분했다.
— 콰과광!
내 입이 만들어낸 충격파와 발구르기가 만들어낸 진동이 단박에 군인들을 날려버렸기 때문!
“헤헤! 진철이 너, 밖에 나가서 나한테 고맙다고 해야 – 읍!”
아, 진철이 쪽을 보면서 말한 건 실수네.
덕분에 진철이가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어.
괜찮아.
진철이는 몸이 튼튼한 게 장점이니까.
어쨌든!
이런 느낌으로 연구소를 정리했다.
내가 입 한번 열면 사람들이 날아가고, 발구르기 한 번에 콘크리트가 으스러진다.
손가락으로 툭 치면 방탄복이 뚫렸고, 뼈가 부서졌다.
적이 강해서 문제인 게 아니라, ‘내가 너무 강해서’ 힘 조절이 피곤할 정도다.
믿을 수 없다.
정말, 내가 너무 위대해서 참을 수 없다!
울었어.
내 위대함에 울었어.
올 마이티 갓-미로가 너무 대단해서 울었어!
나는 신이야.
나는 갓 미로라고!
“토끼 공주 미로, 오늘부터 슈퍼히어로가 됩니다!”
나는 –
“어?”
본능적으로 알았어.
조금 전, 축복을 강화하며 얻은 ‘불변력’이 다 사라졌다.
“…”
부, 불변력은 내가 다칠 때 나 대신 소모되는 힘이다.
다친 적이 없을 텐데 왜 사라진 –
“…”
깨달았다.
축복은 날 시간지연으로부터 보호해줬을 뿐, 돌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준게 아니었으니까!
수백 배 빨라진 내 몸을 보호해준 건 불변력이었다.
이제 그 힘을 다 써버렸네?
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
얘들아, 아리야.
나 큰일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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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5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