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6)
45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5)
45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5)[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8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이은솔(교사) : 나와
시작됐다.
기숙사 방의 시계는 새벽 1시. 이 정도면, 야간 숙직 교사나 경비들 말고는 대부분 잠들었을 시간. 오늘 우리는 이곳을 탈출한다.
*
교과서 몇 권과 라이터를 준비한 후 방을 나섰다.
탁. 탁.
발소리.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데도 아무도 없는 야간의 기숙사에선 내 발소리가 울린다. 잠깐 고민하다가 신발을 벗고 양말로 걷기로 했다.
내 방 위치는 3층. 매 층 경비원이 있는 건 아니므로 1층까지는 쉽다. 문제는 1층 기숙사 정문. 경비원이 입구 앞을 지키고 있고, 문은 잠겨 있다.
계단 위쪽에 화재감지기가 보인다. 이걸 이용해서 1층의 경비원을 끌어내는 계획인데 잘되려나? 일단 책들을 서너권 쌓고 불을 붙였다. 학교 다니는 동안 교과서 태워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소원을 이루는구나.
—-띵! 띵! 띵! 띵!
딱 적절하게 1층에 도착할 때쯤 경보기가 울렸다. 벽 뒤편에서 경비실을 주시하자, 경비원이 뛰쳐나오는 게 보였다.
경비원이 사라진 사이에 1층 정문 근처에 도착했다.
한가인(학생) : 지금 도착!
—-삑!
잠금이 풀리는 소리와 함께 은솔 누나가 교사카드로 문을 열었다.
“바로 가자. 앞에 세워놨어”
곧바로 문밖으로 나가자 검은색 SUV 한대가 있었다. 여자들은?
고개를 돌리자 이미 엘레나와 아리가 뒤편에 타 있고, 앞좌석엔 묵성 할아버지가 있었다.
5인의 탈출이 시작됐다.
*
“빨리 나오셨네요?”
“그냥 아리 따라갔더니 아리가 당당하게 정문으로 가서 경비원을 쳐다봤거든요? 그랬더니 스스로 문을 열었어요”
예전에 나에게 걸었던 최면. 그걸 경비에게 걸었구나.
“셋 다 조용. 너희는 들키면 안 되는 거 몰라? 맨 뒷칸 가서 이거 덮고 누워”
휙 하고 검은 천 비슷한 게 날아왔다. 의자와 비슷한 색깔. 밤이기까지 하니 이걸 덮으면 거의 안 보이겠네.
다 같이 의자 뒤쪽 짐칸으로 가서 천을 뒤집어썼다.
“헛, 죄송합니다. 잘 안 보여서”
“아니, 괜찮아요”
“조용하랬지!”
좁은 공간에서 셋이서 숨는 것도 완전 힘드네. 손이나 발이 자꾸 물컹거리는 것과 부딪친다. 그게 뭔지는 그만 생각하기로 하자…
*
—텅 —텅
“늦은 시간에 웬일이십니까?”
“수고하십니다~ 잠깐 시내에서 볼일이 있어서요.”
“카드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여기요.”
“이은솔 교원 확인되셨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심야 외출은 미리 신청하셔야 되거든요.”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급한 일이고 뭐고, 안 됩니다.”
“허허 참. 젊은 친구. 수업 교보재로 구할 게 있어서 나가는 건데, 이렇게 빡빡하게 할 거야?”
“헛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수업 교보재를 구하신다니요?”
“사는 게 아니고, 받아오는 거야. 시내에 아는 사람이 챙겨뒀거든”
“어…”
“허, 참. 자꾸 이럴 거야! 교원 명의도 확인하지 않았나.”
“알, 알겠습니다. 그래도 다음번엔 꼭 미리 신청해주세요”
*
대충 나갈 수 있는 분위기다.
그나저나, 이놈의 나이로 깔아뭉개기는 이 기괴한 호텔고에서도 통하는구나. 하기사, 어제는 근육으로 깔아뭉개기도 통했지. 이놈의 입시명문은 이상한 데서 K 문화가 통한다.
학교 정문을 통과하자 긴장이 놓인다.
이걸로 탈출인가? 학교 밖으로 나왔으니 딱히 얽힐만한 게 없지 않나?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다들 천을 치우고 일어났다.
“이제 된 것 같죠?”
“글쎄. 일단 학교는 벗어난 것 같네. 이대로 길 따라가다 보면 탈출인가?”
“엄밀히는 아직 학교라네. 내가 어제 교무실에서 이런저런 서류를 살펴보니, 이 터무니없는 학교는 정문 밖의 광대한 토지를 전부 학교법인 소유로 가지고 있거든.”
“그러면, 그 법인 소유 땅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겁니까?”
“모를 일이지. 한 20분은 가야 벗어날 정도라서.”
“차로 20분? 속도 좀 더 내시죠?”
“이거 똥차야. 시속 50km도 안 나오는 구만. 부장 놈은 이런걸 차라고 참”
그렇게 긴장이 풀린 채 다들 이런저런 잡담을 하고 있던 중.
위기가 시작됐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
“어어엇! 이건 뭐죠?”
“추격대네”
“추격대? 아니 대체 뭔 놈의 고등학교에 추격대가 있어!”
“사이비 종교가 점령해서 사람을 바꿔치는 고등학교엔 추격대가 있을 수도 있지.”
“할아버지! 속도 못냅니까?”
“미친 이 똥차 속도 안 나온다! 아니 이게 대체?”
——— 정지하라! ———–정지하라!
차 뒤쪽을 바라봤다. 헤드라이트 불빛 수로 미뤄볼 때, 최소 4, 5대. 속도도 훨씬 빠르다.
“언니! 이거 어떡하죠? 대체 어떡하죠?”
“몰라! 어차피 이제 무르기는 늦었어. 할배! 죽어라 밟아봐요. 설마 하니 교사랑 학생이 있는 차에 거칠게 굴겠어? 어떻게든 이 학교 소유 땅만 벗어나면 뭐가 될 것 같은데?”
———탕! ——-탕! ——-탕!
교사와 학생이 있으니 거칠게 굴리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니 얘네 미쳤어?
이상하다.
이렇게 막 나가는 집단이라면, 애초에 우리가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총 들고 협박해서 구교사로 데려갔으면 되는 것 아닌가?
입시명문이라는 허울 좋은 명칭. 구교사로 데려가기 위해 시험이나 철인 3종 같은 ‘명분’을 준비하는 행동.
이전에는 분명히 뭔가‘감추려는’티라도 냈는데, 지금은 마치 다 필요 없다는 듯한 극단적인 대응. 비슷한 생각을 한걸까? 아리에게서 반응이 나왔다.
“우리가 역린을 건드렸어.”
“저들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뭔가를 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이 정도 극단성은 설명 못해.”
“탈출 시도 때문인가? 우리가 104호에서 나가려고 하니까-”
“탈출시도 때문은 맞을거야. 그런데 원인을 그런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무대 내의 관점’에서 생각하는게 어때?”
무대 내의 관점.
맞다. 이 ‘무대’가 호텔이 만든 세계라는 사실은 ‘삼키는 자’ 같은 극도로 초월적인 존재들만 인지하는 사실.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모른다.
무대 내의 관점. 이들은 사람을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하는 사이비 종교다.
“외부 세계에 노출되는 걸 피하려는 건가?”
“결국 사람을 바꿔치는 게 목적인데, 그걸 위해 입시학교를 만들고, 광대한 땅을 사고, 진짜 입시 교육까지 실제로 하고 있어. 최대한 ‘티 안 나게’ 하려고 애쓰는 거야.”
이들은 외부 세계의 이목을 사는 걸 극단적으로 꺼린다.
그걸 이용한다면 – 정면에서 상대방의 차가 나타났다.
—-탕! —탕! – 탕! 쨍그랑!
끼이이이이익! 쿵!
차가 빙글빙글 돌았다.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야수처럼 춤을 추던 차가 도로 밖을 벗어나더니 옆의 언덕과 거세게 충돌했다. 잠깐 사이에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온몸이 욱신거렸다. 정신없이 운전석 쪽을 살피자 –
묵성 할아버지의 머리가 터져 있다.
…
호텔에 들어온 이래로 잔혹한 장면은 쉼 없이 봤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장면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토악질이 나오는걸 억지로 참았다.
아리는 말없이 다가가서 할아버지의 눈을 감겼다. 은솔 누나 쪽은… 이쪽도 몸에 구멍이 뚫려 있다. 누나의 눈은 내가 감겼다.
잠깐 사이에 교사팀이 전멸했다.
숨이 멎는다. 형언할 수 없는 절망감이 나를 덮쳤다. 이렇게 끝이야? 이대로 학교로 끌려가서 교체당하는 결말?
그 순간. 아까부터 말이 없던 엘레나로부터 이변이 발생했다.
*
‘엘레나’는 속이 울렁거린다고 생각했다.
‘왜 나는’
‘왜 나는 이렇게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다들 축복이나 리더십, 무력, 신비한 도구 등으로 나름의 역할을 얻었는데.
나는 이 순간까지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탈출 조차도 그저 아리 뒤만 쫓아다녔을 뿐. 이렇게 총까지 쏘는 추격대가 와서 모두를 죽이려고 하는데도 –
모두를 죽이려고 하는데도?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머리가 맑아진다.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지식이 떠오른다.
지식? 이걸 지식이라고 해야 할까? 그보다는 어떤 감각 같기도 하다.
내면의 깊은 곳.
영혼? 마음?
알 수 없는 어딘가에 하나의 천칭이 섰다.
사람의 죄악을 재는 천칭.
정의란 무엇인가. 죄를 지은 자는 그 응보가 따라야 한다.
머나먼 고대의 로마시대 사람들조차도 믿었다. 세상 어딘가에 죄악을 저울로 재어 올바른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신이 있기를. 정의의 여신의 천칭이 세상에 질서를 가져오기를 바랐다.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
“제압했습니다! 선생 둘은 사망! 뒷좌석 학생들은 어떻게 할까요?”
“애들까지 죽이진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 타락한 어른이야 늦었지만, 아이들에겐 아직 구원의 길이 있음이라. 살려서 데려와라.”
—-털컥
“나와라. 너희의 죄가 작지 않지만, ‘주’의 품은 한없이 넓으니. 너희는 아직 용서 받을 수 -”
—-퍼억!
마치 거대한 하늘의 망치가 사람을 내리친것 같다. 한순간에 사교도가 으깬 감자처럼 짓눌렸다.
잔혹함에 놀라기 이전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넋이 나갔다.
“뭐지? 대체 무슨 일이냐? 갑자기 무슨-”
—-퍼억!
또 으깨졌다. 반쯤 작살난 차 안에서 억지로 나와서 엘레나를 돌아봤다.
무언가 – 황금색으로 빛나는 도구. 저울? 저울이 엘레나의 주변을 공전한다.
—-퍽! —-퍽!
마치 하늘에서 거대한 망치가 내리찍기라도 하는 것처럼 추격대가 순식간에 터져 나갔다.
—-탕! 탕! 탕!
뒤늦게 추격대가 총을 쏘기 시작했다.
의미 없는 저항.
엘레나는 애초에 딱히 차에서 나오지도 않고 있고, 반쯤 망가진 차는 훌륭한 방패였다.
그렇게 엘레나는 차 안에서 멍하니 하늘을 쳐다 보면서 20명이 넘는 추격대를 전부 터트렸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태연하게, 호기심 어린 아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정의’의 힘이야?”
“응”
“메커니즘이 대체 뭐야? 조건이 복잡해서 강할 줄은 알았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글쎄요… 아직은 나도 이해중이랍니다. 나가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네요.”
“그것도 맞네”
“대화는 그쯤 하고, 우리 그러면 당장 탈출합시다. 차로 꽤 많이 온 상태니까, 걸어서 1시간 정도면 이 빌어먹을 학교 땅을 벗어날겁니다.”
“안 돼요.”
“엘레나양? 그게 무슨-”
“정의란 곧 공정한 것. 자의적으로 처벌 받을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별해선 안 되는 것. 일단 ‘집행’이 시작됐으니, 저는 끝까지 해야 합니다.”
“끝까지 해야 한다. 그 말은 설마 학교로 돌아가서?”
“그 말인 모양인데? 학교로 돌아가서 다른 사교도까지 다 죽여야 해? 일단 축복이 시동 걸리면 자신도 멈출 수 없는 건가?”
“다 죽여야 하는 건지는 저도 가 봐야 알겠지만, 돌아가야 해요.”
꽤 피곤한 능력이다. 손도 대지 않고 수십 명을 터트릴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위력.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그 어떤 축복도 이런 임팩트는 없었다.
그러나 조건도 황당할 정도로 많다.
1. 인간 비슷한 존재를 대상으로 할 것
2. 사악한 행위를 인식할 것
여기까진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 3이 있었구나.
3. 집행을 시작하면 자의로 멈출 수 없다.
“어떻게 하지? 엘레나는 선택권이 없는 것 같고, 아리 너랑 나라도 도망칠까?”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니라너희에게도 선택권은 없나니
하늘에서 – 천사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