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60)
EP.460 460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2)
460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2)
– 미로
털끝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가만히 멈췄어.
내 몸을 보호하던 불변력이 다 떨어진 지금, 섣부른 움직임은 매우 위험하니까.
아까처럼 콘크리트에 금이 갈 정도의 속도로 움직인다?
내 다리부터 으스러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만 해도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애초에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게 신기해.
세세하게 따지면 내 심장도 지금 한 100배속으로 뛰고 있는 것 아니야?
그렇다면 불변력이 떨어지자마자 죽는 게 맞을 텐데, 또 그렇진 않다.
비슷한 느낌인데, 주인이 100배속으로 움직였는데도 옷은 멀쩡하다.
하긴, 슈퍼맨도 지구 시간을 뒤로 돌리기 위해 초광속 비행하는 와중에도 쫄쫄이 옷은 멀쩡했으니깐.
이런 소소한 건 호텔에서 그냥 봐주는 것 같아.
아니면 불변력이 옷까지 보호했다?
모르겠다.
중요한 점은 여기서 내가 섣불리 움직이면 온몸이 망가진다는 사실!
생각한다.
생각한다.
생각한다.
살면서 지금처럼 열심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
…
생각이고 자시고, 엄청난 위기에 처하니까 딱 두 사람 얼굴이 생각났다.
그 둘 중 지금의 나를 살려줄 수 있는 사람.
한 명 있었다.
— 철컥!
곧, 눈앞이 일렁거리며 한 청년이 나타났다.
*
– 김아리
— 쿠르릉! 쾅!
온 세상이 무너질듯한 천둥 같은 폭음 속에서 모두가 정신이 나갔다.
나도, 진철이도, 승엽이도, 엘레나도 다 같이 입을 떡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본다.
혼돈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체감상 길어야 10초? 아니면 그 미만?
갑자기 폭음이 가라앉았다.
“아, 아리 누나!”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있던 승엽이가 내 팔을 가리켰을 때, 뒤늦게 팔이 부러졌음을 알았다.
— 두둑!
“됐어.”
“으어…. 그, 그걸로 됐어요?”
내 몸은 보통 사람과 다르니, 이 정도는 금방 재생한다.
그때, 차진철이 중얼거렸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좀 심한데.”
불변이 시간지연에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미로에게 들었다.
그러니 봉인에서 벗어난 미로가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생각했는데….
“기껏해야 3배에서 4배 정도 빨라질 줄 알았는데.”
“그러게.”
근거 없는 추측은 아니었다.
의학적으로 볼 때, 그 이상의 속도는 인간의 몸이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아무리 호텔이 개념 없는 쓰레기들이라 해도 그렇지, 봉인 당한 동료가 깨어나자마자 죽는다?
사인은 심장이 200배로 빨리 뛰어서?
이건 좀 아니잖아!
“그, 그러면 미로는 지금 멀쩡할까요?”
“…”
“1초라도 빨리 미로를 찾아서 -”
“오고 있네. 지금은 뭔가 해결한 것 같은데?”
곧 발소리와 함께 미로가 나타났다.
“…”
뭔가 뭔가야.
보는 순간 알았어.
“… 가인아?”
“우와! 어떻게 보자마자 알았어?”
행동 하나하나에서 뭔가뭔가 티가 났다.
곧 가인이가 간단히 설명했다.
갑자기 연구소 지하에서 깨었는데, 미로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저주에 당해 움직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로 몸에 들어갔어?”
“들어가고 좀 있으니까 마도서가 알려줬어.”
일시적인 초가속이 미로의 몸에 엄청난 부하를 줬다는 것.
그 부하를 축복을 강화하며 얻은 불변력으로 메꿨지만, 불변력이 전부 떨어졌다는 것.
“지금 넌 괜찮아?”
“그렇네.”
불변의 주인이 몸을 빼앗기자 축복도 일시 정지한 모양이다.
“…”
“…”
“…”
잠시 장내에 침묵이 흐른 후, 엘레나가 입을 열었다.
“군인들은 대부분 기절하거나 죽은 것 같아요.”
“미로가 10초 만에 연구소를 쓸어버렸어.”
“우와…! 엄청나!”
승엽이의 순수한 감탄을 듣자 왠지 모르게 내가 기뻤다.
그건 그거고 상황이 좀 괴상해.
“원래는 미로를 깨웠으니 보상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
“그 미로가 혼자 폭주하다가 몸을 네게 넘겼어.”
“그러게.”
“뭔가 알아낸 건 없어?”
미로 가인이가 고개를 젓자 머리를 긁던 진철이가 의견을 냈다.
“시나리오 확인은 못 하냐? 아, 지금은 네 몸이 아니라 무리인가? 잠깐 네 몸에 돌아가서 – 돌아간 사이에 미로가 죽을 수 있으려나?”
“으아, 이거 상황이 까다롭네요. 아까 깨자마자 시나리오를 볼 걸 그랬나?”
그건 아니다.
“아니야. 바로 미로 몸에 들어간 게 잘 한 거야. 네 기준으론 바로 들어갔어도, 미로 기준으론 굉장히 늦게 들어갔을 테니까. 바로 들어가지 않고 넋 놓고 시나리오 구경했으면, 미로는 그사이에 죽었어.”
“그렇네.”
승엽이가 질문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요?”
“…”
“바, 바로 도시 제어장치로 이동?”
“안돼.”
미로의 봉인을 해제한 데에 따르는 보상은 분명히 있다.
있어야만 한다.
그걸 얻어내기 전에 206호를 섣불리 종료해선 안 돼.
다 같이 머리를 맞댄 채 고민에 빠졌다.
미로가 연구소 군인들을 박살 낸 상태였기에 고민할 시간은 있었으니까.
다행히 모든 문제에는 나름의 답이 있었다.
*
– 미로
…
…
…
어둠 속에서 깨어났다.
“으악! 깨, 깨면 안 되는데! 나 죽어!”
“…”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내 앞에 나와 닮은 소녀가 있었다.
“아리야앙! 나 죽는다니까!”
조심스레 아리에게 다가가서 손으로 툭 –
“… 참 귀엽게 노네.”
그때, ‘정상적인 속도’로 아리의 말이 들려왔다.
“어? 어? 어떻게 한 거야? 아리는 불변이 없 -”
얇고 하얀 손가락이 훅 다가와서 입술을 누른다.
“조용. 말은 생각을 방해해.”
“…”
“생각해봐.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해봤잖아.”
비슷한 경험.
어렴풋이 깨어난 채, 몸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큰 문제 없이 아리와 대화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래.
이 비슷한 일을 얼마 전에 겪었다.
“여긴 현실이 아니구나.”
“네 정신 속이야. 저번처럼, 난 오래된 피의 힘으로 이곳에 들어왔지.”
“…”
“네가 잠들어있는 동안 네 몸으로 연구소의 각종 장치를 건드려봤어.”
“뭔가 발견했어?”
“아니. 별것 없었어. 애초에 특별한 게 있다면 저번에 찾았겠지.”
“…”
동료들이 연구소에 도착해 ‘소장의 몸’을 확보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봉인 당한 존재를 깨우면 호텔은 보상을 줘. 항상 있었어.”
201호에서 깨어난 가인이는 사실상 혼자 방을 해결했다.
202호에서 깨어난 엘레나는 이수호와 해신에 대한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
203호에서 깨어난 아리는 AI를 능가하는 권한을 사용해 잊힌 역사를 알아내는 등 활약했다.
205호에서 깨어난 가인이는 배화교주를 쓰러트렸고, 이것이 해결의 핵심 요소였다.
분명 나에게도 무언가가 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설프게나마 방의 해결과 연결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생각해봐. 뭔가 떠오르지 않아? 소장조차 잊고 있던 비밀 정보? 아니면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엄청난 일?”
“…”
소장조차 잊고 있던 비밀 정보.
결사의 일원에게 망각이란 평범한 인간이 단순히 까먹는 것과 결이 다르다.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정보니까, 그 정보를 보유할 자격이 없으므로 강제로 잊는 경우가 있다.
“… 아.”
“뭔가 떠올랐어?”
“‘종말 대책 회의.’”
“뭐? 종말 대책 회의?”
특별한 기억이다.
결사의 고위층으로서 온갖 신비한 일을 접해왔던 소장에게조차 불가해한 경험.
그래서 잊었다.
잊어야만 했다.
소장의 계급은 궁극에서 한 발짝 아래, 9=2 Magus(대간부)였으니까.
이 정보는 오직 10=1 Ipsissimus(궁극자)에게만 허락된 정보였다.
그러나, 소장에게 가해졌던 기억금제술은 내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시간 왜곡조차 저항하는 불변의 권능을 ‘고작’ 결사의 기억금제술이 당해낼 수는 없었으니까!
“아, 아, 아….”
굳게 닫혀있던 실타래가 단박에 풀리는 것처럼, 단단한 자물쇠가 용암에 녹아내리는 것처럼, 끔찍한 기억이 머리에 스며든다.
아주 오래전의 기억.
…
…
…
「종말 대책 회의
회의장의 상석에 앉은 가면을 쓴 존재를 본다.
공포에 질린 채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
그중 한 명이 나, 아니 ‘소장’이었다.
가면을 쓴 자가 입을 연다.
“친애하는 결사의 동지 여러분, 아시다시피, 세상의 운명이 경각에 달했습니다. 마왕을 억누르기 위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늙은 남자가 발작하듯 외친다.
“그, 그럴 리 없소! 불굴의 이성과 시간의 지배자, 그 위대한 힘이 마왕을 잠재웠으니 -”
“너 스스로도 믿지 못 하는 말을 하지 말아라.”
“흐어억!”
가면을 쓴 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시간의 지배자로 불굴의 이성을 증폭해 마왕을 잠재운다. 그렇게 번 시간 동안 도시를 건설해 인류의 영적 질량으로 마왕을 억누른다.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 심지어 소장조차 덜덜 떨며 몸을 움츠렸다.
긴 세월 인류를 위협해온 악마와 신, 사교도와 괴물에 맞선 이성의 결사.
그런 조직의 고위층들에게도 종말의 두려움은 견디기 힘든 것.
그리고, 궁극자의 말에서 드러난 사실.
결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시간의 지배자도, 불굴의 이성도, 도시 건설도 전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마왕과 관련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겨, 결단? 사전 연락도 없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그리고 –
아, 아, 아!
머리가 아프다.
이 남자, 이 여자, 아니 이것?
삽시간에 비명 지르며 넘어지는 사람들.
목소리를 들었다.
“여러분, 나는 이미 구원받았습니다. 그러니 기도하십시오.”
삐익—!」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38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미로 각성. 도시 제어장치 확보.]
– 한가인
“날짜가 얼마나 지났습니까?”
부유 저택에서 나 대신 한참 동안 서류를 들여다보던 ‘형’이 물었다.
“481일인가? 그때 들어왔으니까 한 58일 정도 지났네요.”
“그러면 40일 정도 남았군요. 언제쯤 이 방을 종료할 생각입니까?”
“… 글쎄요.”
방을 종료한다.
어딘가 기묘한 표현이다.
마치, 우리가 원한다면 언제든 206호의 진행을 멈추고 나갈 수 있다는 느낌.
그런데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얼마 전, ‘누군가’가 상태창을 건드려 중요한 정보를 전했기 때문이다.
‘미로 각성, 도시 제어장치 확보.’
이 시점에서 탈출 확보다.
제어장치를 가동해 현재 생존한 인류 전체를 불굴의 이성에 들이부으면, 심층부에서 진행 중인 마왕의 폭주가 꽤 긴 시간 멈추기 때문이다.
“도시 제어장치를 확보했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 그러게요.”
“지하의 미로 양이 가인 군을 불러낸 모양입니다. 상태창 조작을 통해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지요?”
“시간 흐름이 달라서 불편하지만 가능은 하죠.”
“그러면, 가인 군이 ‘이제 끝내자’ 신호하면 되겠군요.”
“그렇죠.”
“신성한 태양의 충전도 거의 끝났지요?”
“… 네.”
“다행입니다.”
언젠가부터 상현 ‘형’은 내게 넌지시 말해왔다.
정보도 알 만큼 알아냈고, 해결 방법도 감을 잡았다.
게다가 신성한 태양의 충전도 거의 끝났으니, 슬슬 끝내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자고.
“조금만 기다려보죠. 참, 일정이 있어서 나갔다 올게요.”
“알겠습니다.”
상현 형은 가벼운 목인사로 날 배웅했다.
*
송이가 좋아하는 부유 저택 외곽의 정원에 도착하자 할아버지가 보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긴급 연락 버튼을 다 누르고?”
“… 주변 사람 모르게 할아버지 좀 보려고요.”
“주변 사람? 네 주변에 지금 의심스러울 만한 사람이 있나? 사용인 중에 시장 스파이라도 있냐?”
“아니요.”
요즘, 내 주변 사람은 한 명뿐이다.
“의심 가는 놈은 상현이에게 말해봐라. 그놈이 경력이 얼마나 다양하냐? 어지간한 놈은 상현이가 한번 딱 보면 -”
“바로 그 사람이요.”
잠시, 정원이 조용해졌다.
“자세히 말해봐라.”
“…”
이상하다.
무어라 딱 단언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이상하다.
그러니까….
“제가 최근에 상현 형을 아저씨라고 불렀거든요?”
“…”
“아주 싫어하면서 차라리 선생님이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그게 이상해?! 인마! 그건 당연히 기분 나쁜 거야!”
“그, 그런가요? 그래서 다음엔 형이라고 불렀는데.”
“훨씬 낫다. 설마 그게 상현이를 의심한 이유냐?”
“어….”
이게 다는 아니야.
뭔가 더 있는데….
“방을 슬슬 끝내고 싶어 한다?”
“흠. 나도 슬슬 피곤하긴 하다만. 206호는 한번 한번이 너무 길지 않냐.”
으음.
“이미 많이 알아냈다, 할 건 다 했다, 이런 말을 대놓고 한다?”
“오! 그건 좀 특이하네. 원래 우리끼린 ‘이제 다 끝나갑니다’ 같은 소리는 재수 없다고 자제하잖냐.”
“…”
“조언은 써봤냐?”
“이상하다는 생각 자체를 오늘 처음 시작했죠. 지금 쓰죠.”
[조언 : 3 -> 2]‘김상현의 현재 상태는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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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6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