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61)
EP.461 461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3)
461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3)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38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0
미로 각성. 도시 제어장치 확보.]
– 한가인
묵성 할아버지와 나, 상현 형이 자리 잡은 테이블.
조언이 권고한 대로 솔직하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조언을 썼습니다.”
“그렇습니까? 무슨 질문이었지요?”
그는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현 형이 정상적인 상태냐고 물어봤어요.”
“…”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에게도 다소 충격적인 말이었는지, 그는 잠시 침묵한 후 되물었다.
“… 어떤 답이 나왔습니까?”
모두가 볼 수 있게 종이에 있는 그대로 적었다.
질문 1 : 김상현의 현재 상태는 정상인가?
답 1 : 의심하기보다 대화가 우선.
내용을 본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대화하러 오셨군요. 질문 1이라고 적힌 걸 보니 질문 2나 3도 있는 모양입니다.”
“조언은 총 두 개 썼어요.”
질문 2 : 마왕 교단의 성역에서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의미인가?
답 2 : 마음가짐의 변화에 꼭 마술이나 초능력이 필요하진 않다.
“이건….”
“저랑 할아버지는 이 답변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마왕 교단이 초자연적인 수단을 써서 형을 뒤튼 건 아니다. 하지만, 형의 마음가짐이 바뀌긴 한 것 같다.”
“…”
“원래 사람의 생각이라는 건 설득과 대화를 통해서도 바뀌죠. 꼭 정신 지배나 세뇌가 있어야 바뀌는 게 아니라.”
다음 말은 할아버지가 받았다.
“그래서 말인데, 선생. 성역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당신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있는 그대로 말해주시오.”
“…”
침묵하던 형은 곧 성역에서 겪은 일과 본인의 변화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성역에서 불가해한 존재를 만났고, 그에게 다양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
그러나 그는 김상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 오길 바라고 있었다는 것.
“아마 궁극자는 가인 군을 만나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나를?”
“짐작일 뿐이니, 확실한 건 아닙니다.”
신도들의 충동 혹은 믿음에 영향받는 마왕의 본질을 깨달았다는 것.
마왕을 인간의 친절한 신 같은 존재로 바꾸는 게 해답이라 생각한다는 것.
여기까진 이미 들었거나 짐작하던 이야기인데, 다음 부분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번 회차에선 이미 앞서 발견한 해결 루트로 갈 수 없다는 것.
“시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남은 시간은 길게 잡아야 한 달 내외지요. 이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 도시 사람들 대부분을 마왕 신도로 개종하겠습니까?”
“…”
“가인 군의 초능력으로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도시가 낙원 하나가 아님을 잊지 마십시오.”
이해했다.
남은 시간이 고작 한 달이고 도시는 낙원 하나가 아니라 최소 10개가 더 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절반 이상의 생존자를 개종시키는 일은 신성한 태양의 초자연적인 카리스마를 동원해도 불가능하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들었다.
낙원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 도시의 NPC들을 개종시킨다?
이건 한 달이 아니라 100일을 써도 어려운 일 아닌가?
내가 100일 내내 여러 도시를 날아다니면서 마왕 사도 행세하며 포교라도 해야 하나?
이 부분은 뭔가 이상했다.
호텔이 정말 이런 해결을 의도했다면, ‘손쉬운 개종을 위한 수단’이 206호 내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빨리 나가자고 한 겁니다. 어차피 해결은 불가능한 회차이니, 더 힘 빼지 말고 가인 군 신성한 태양만 충전한 후에 탈출하는 게 낫다는 말이지요.”
논리적이다.
너무 논리적이어서 나와 할아버지 둘 다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호텔을 진행하며 여러 번 느꼈지만, 인간의 체력과 정신력은 절대로 무한하지 않다.
무한했다면 203호에서 원시시대에 떨어진 동료들이 정신적으로 허덕이지도 않았겠지.
해결할 수 없는 회차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빨리 접어야 한다.
“…”
할아버지는 잠시 나를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선생 의견은 간단하군. 해결 방법을 알아냈는데, 이번 회차에선 실현 불가능하니 빨리 접고 나가자는 말 아닌가?”
“요원님, 맞습니다.”
“그 의견에는 한 가지 전제가 깔려있네. 바로 해결 방법에 대한 확신이지.”
“…”
“206호의 사람들이 마왕을 숭배하면, 마왕이 지금보다도 더 신처럼 행동할 테니, 신도들 또한 생존을 보장받으리라는 믿음 말이오.”
“틀렸습니까?”
틀린 생각인가?
적어도 현재까지 206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보면, 설득력이 있다.
할아버지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찾은 증거들은 실제로 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 그리고, 이 모든 증거가 속임수는 아닐 것 같다. 분명 그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
“…”
“다만 불쾌한 방식이구려.”
“… 어떤 의미입니까?”
“선생,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난 무신론자라네.”
이 말은 정말 이상하게 들렸고, 나와 형이 동시에 눈을 크게 뜨고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하! 둘 다 이렇게 생각 중이지? 호텔을 오르면서 보니 신이 무슨 동네 아저씨처럼 방마다 있는데, 그걸 보면서 무신론 소리가 어떻게 나오냐고?”
정확하다.
“단순해. 나는 그 ‘자칭 신’들을 정말 신이라 생각하지 않네. 그저 인간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괴물에 불과하지. 너무, 너무 강하니까 심신이 나약한 사람들이 신이라 믿을 뿐.”
“…”
자칭 신이 널려있고, 우리도 신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할아버지 역시 신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고.
그러나, 할아버지에게 그런 표현들은 대단히 강한 존재에 대한 비유적인 의미였을 뿐, 정말로 숭배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형이 어색하게 웃었다.
“요원님, 혹시나 해서 말인데, 나도 마왕을 진심으로 숭배하는 건 아니고 -”
“알지, 알지. 나도 오해한 적 없어. 호텔은 우리에게도 생존의 문제니까. 앞서 말한 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 신념일 뿐, 생존보다 중요하진 않아. 선생도 같은 생각이겠지.”
“… 그렇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게. 생존의 유일한 길이 마왕숭배라면, 내가 제일 먼저 제단을 쌓을 것이니.”
진심으로 마왕을 믿겠다는 게 아니다.
그냥 저주의 방 해결을 위해 도구적인 맥락에서 마왕숭배 사상을 퍼트리겠다는 것.
이 정도에서 형과 할아버지의 의견이 한데 모였고, 나와 할아버지는 곧 의심한 것을 사과했다.
물론, 형은 웃으면서 그럴 수 있다고 했다.
…
…
…
형과 할아버지의 의견은 일치한 모양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문득, 밝히지 않은 ‘세 번째 조언’의 내용을 떠올렸다.
‘여전히 김상현의 의견이 껄끄럽다. 이유가 뭘까? 뭔가 놓치고 있는 건가?’
「답을 김상현에게 구하지 말고 너 자신에게 구하라.」
“… 답은 나에게 있다.”
열흘 후, 신성한 태양의 충전이 끝났다.
그다음 날, 세 번째 시도의 끝이 다가왔다.
*
– 김아리
미로의 기억에서 많은 정보를 알아내고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는 그 정보를 분석한 끝에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결사의 수장, 궁극자는 약 200년 전에 이미 마왕에 물든 사람이었어. 사실상 마왕을 최초로 숭배한 사람일지도 모르지.”
진철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 참, 그런 놈이 인류의 수호자였다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었군.”
“뭐, 본인은 마왕숭배가 인류를 위한 길이라 믿은 모양이니까.”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왜 200년이 다 가도록 마왕 교단이 박해받은 거야?”
“…”
언뜻 생각하면 이상한 부분이다.
결사 수장부터가 마왕 숭배자였다면, 진작 손을 써서 별 전체를 마왕 숭배자로 채웠으면 되는 것 아닌가.
현실은, 우리가 심층부로 내려오기 전날까지도 낙원은 ‘사교도’를 불굴의 이성 밥으로 던져줬다.
“그때는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으니까.”
“적절한 시기?”
어렴풋이 여러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그 시점에선, 결사도 전 인류를 완전히 손에 넣은 것처럼 통제할 수는 없었어.”
그 시기엔 ‘낙원’이 없었다.
당연히 ‘도시 제어 시스템’ 같은 것도 없었다.
“슬슬 제어 시스템으로 이동하자.”
*
두 번째로 보는 제어 시스템은 외견상 조금 큰 컴퓨터에 불과했다.
곧 다시 소환된 가인 – 미로가 제어 시스템을 이리저리 건드렸다.
소장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았고, 여유시간도 제법 있는 상황.
여유롭게 제어 시스템을 조작하자 과거와는 다른, 숨겨진 프로토콜이 나타났다.
「‘진실한 믿음’을 시행하시겠습니까? (Y/N)」
여기서 모두가 정지했다.
“…”
“…”
보는 순간 알았다.
저것이 바로 결사의 수장 궁극자가 준비한 ‘원터치 개종 시스템’.
누르면 현시점 인류 생존자 상당수가 마왕 숭배자로 변한다.
원리는 솔직히 모르겠다.
관리국에 인간을 세뇌하기 위한 수단은 많지만, 많아야 몇백 명을 세뇌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 번에 10억 이상의 인간을 마왕 숭배자로 세뇌해?
현실 관리국 수뇌부들이 와서 봐도 놀라서 자빠질 규모야.
물론, 그렇게 따지면 관리국에선 개발 실패한 ‘영혼의 화로’를 결사는 ‘불굴의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도시마다 배치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애초에 결사의 기술력이 관리국보다 한참 윗줄이었다는 의미.
“…”
이걸 누르면 해결인가?
아니면 거대한 함정인가.
모르겠어.
불안한데, 어딘가 이상한데.
왜 이리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수십억 인류를 세뇌한다는 사실이 양심에 찔려서?
살아남은 인류가 마왕 같은 괴물의 신도가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 끔찍해서?
… 내가 이렇게 감상적인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저기…. 아리야앙! 이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와중에 가인이는 미묘하게 여중생처럼 말해서 날 짜증 나게 했다.
“그 말투는 뭐야?”
“아리야앙~! 야앙~! 아앙~!”
이 와중에 장난이나 친다고?
어이가 없어서 노려보니 가인-미로가 픽 웃었다.
“다들 너무 심각해서 그렇지.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역시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차진철과 엘레나의 시선이 가인-미로에게 옮겨갔다.
“그냥 감이긴 한데, 이것도 해결 방법이 맞긴 할 것 같아.”
“…”
“마왕을 인류의 신으로 만든다. 그 결론을 유도하기 위한 증거가 206호 전체에 얼마나 많았어? 1회차 후반에 나온 ‘괴담’부터가 따지고 보면 증거였지. 마왕이 인류의 상상에 반응했다는 증거니까.”
“…”
“이 모든 증거가 다 구라다? 호텔이 우릴 속이려고 판 함정이다? 아닐 것 같네. 물론 호텔이 정신 나간 놈들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
승엽이가 조심스레 끼어들었다.
“정신 나간 놈들 맞지 않아요?”
“… 아무튼. 함정은 아니고 이것도 해결에 해당한다고 봐. 무엇보다 이 방법을 누가 알려줬어?”
이 방법을 알려준 존재는 누구인가?
“봉인에서 깨어난 미로잖아. 봉인이 풀릴 때 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번 확인했어. 이것까지 전부 거짓말이라고?”
이 모든 것이 전부 함정이라면, 전부 거짓말이라면, ‘봉인’이라는 2층의 기본 시스템부터 속임수라는 소리다.
아무리 호텔이 개념이 없어도 이럴 리는 없다.
“이게 해결은 맞아. 결사의 수장이 200년 전에 찾은 해결법이야. 다만, 30점짜리 해결이지.”
“30점짜리 해결.”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지금 티켓 0.5장 남았지?”
관문의 방에서 1장.
202호, 203호, 204호에서 각 0.5장.
201호와 205호는 얻지 못했다.
총 2.5장을 얻었고, 1장은 김상현, 1장은 미로를 위해 썼다.
“0.5장 맞아.”
가인이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0.5장 부족한 것 채워야겠네. 한 번 더, 다른 방식으로 해보자. 분명 더 좋은 답이 있을 테니까. 사실 나도 이 방법이 혐오스럽거든.”
날 포함한 모두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만, 마지막 표현은 살짝 의아했다.
‘혐오스러울 것까지야….’
— 쿠르릉!
이것이 세 번째 시도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한가인
— 화르르!
206호의 세 번째 시도가 마무리되는 현시점.
세상은 아주 뜨거워졌다.
2번째 시도 때처럼 심층부 동료들이 모든 생존자를 불굴의 이성에 바치는 선택을 한 것.
할아버지, 송이, 상현 형은 시조가 마련한 쉘터로 들어간 지 오래다.
“…”
나는, 낙원의 끝을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나왔다.
– 꺄아아악!
– 으, 으허억!
– 뜨거워…. 뜨거워!
비명 지르는 시민들을 바라보자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내 신도였기 때문인지, 예전처럼 무감정하게 느껴지진 않았으니까.
“…”
그날 이후로 나와 할아버지, 상현 형은 별다른 회의를 하지 않았다.
‘전 인류의 마왕숭배’라는 답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혹은, 다른 답을 떠올리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
상현 형은 그 답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할아버지는 마음에 들진 않지만 유일한 답이면 따르겠다고 했지.
“…”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절대로 그따위 계획을 시행할 생각이 없다.
“…”
그날, 질문하는 내게 올빼미는 되물었지.
「답을 김상현에게 구하지 말고 너 자신에게 구하라.」
왜 나는 김상현을 의심했는가?
원인은 형이 아니라 나에게 있었다.
형이 찾아낸 답이 너무 싫었으니까.
그런 혐오스러운 계획을 시행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자꾸 싫은 소리를 하니까, 사람 자체가 의심스럽게 느껴진 것.
나는 왜 마왕숭배 계획이 그토록 싫을까?
“…”
하.
하하.
하하하!
아니, 병신이야?
존나 쉬운 답을 왜 몰랐지?
내 거잖아?
이 방의 영혼은 내 소유라고?
처음 206호에 들어올 때부터 그렇게 계획했는데!
어떤 병신 호구 새끼가 내가 먹을 음식을 다른 놈에게 바친단 말인가?
“흐, 흐흐! 하하하!”
그러므로 마왕숭배 따위의 가당찮은 계획은 기각이다.
“여긴 전부 내 것이야.”
내가 ‘깨어난’ 순간부터 206호의 모든 것은 내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다른 해결법을 찾을 것이다.
그랬기에 –
나는, 파멸 속에서 어린 양들에게 고했다.
(1:1) 작고 작은 아이들아, 내 일찍이 너희를 내 우리에 거두었느니라.
(1:2) 너희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내 것이니, 두려워 말라.
누구도 내것을 빼앗을 수 없다.
설령 마왕이라 해도!
이것이 세 번째 시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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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