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66)
EP.466 466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5)
466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5)
– 유송이
양복을 입은 늙은 남자, 2급 시민이자 마스터 인포서(Master Enforcer) 토비아스.
그 남자는 거창한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도 극도로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난데없이 시장이 암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부유 저택에 마왕 교단의 사도가 잠입했단 말입니까?”
“흐으윽!”
“송이 님. 기억나시는 대로 확실히 말해주셔야 합니다.”
“기억이 아니에요. 부유 저택의 감시 카메라에 분명 그 악마, 아리가 찍혔을 거라고요!”
“알겠습니다. 이봐! 송이 님을 모셔라!”
아주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로 아리는 내가 시장의 일을 견학하는 동안 교단을 정리했고, 낙원 밖으로 나가 윙 부츠를 사용해 부유 저택에 합류했으니까.
다만, 아리가 도착했을 때 시장은 이미 시체 상태였을 뿐.
“감시 카메라 확인했습니다!”
“현장 검증 진행 중입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인포서들의 고함.
신기하게도 이들 중 누구도 날 의심하지 않았다.
여기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간밤에 저택에 합류했던 아리가 현장을 이미 망쳐버렸다.
아리의 말에 따르면, 증거를 모아 범인을 찾는 것보다 현장을 망쳐서 범인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게 하는 게 10배는 쉽다고 하니까.
둘째, 대내외적인 내 이미지는 철없는 소녀 그 자체다.
레온의 일을 반나절 견학하자 시장은 날 기특하게 여겼었지.
이 말을 뒤집으면, 평소엔 이런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게다가 내 외형도 으흠, 귀여운 여고생이잖아?
갑자기 아버지를 암살한다는 식의 의심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죽일 이유가 전혀 없기도 하고.
물증은 아리가 없앴으며 심증은 전혀 없다.
심지어 용의자로 의심되는 마왕 숭배자가 감시 카메라에 잡힌 상황.
완전범죄다.
인포서들이 목숨 걸고 쫓을 아리는 어떻게 하냐고?
알아서 잘하겠지.
내게는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
저녁 무렵.
부유 저택 외곽에서 창밖의 정원을 내다보던 중 인기척을 느꼈다.
보나 마나 시조다.
시장이 죽었으니, 이 여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가인 오빠나 아리처럼 연기를 잘할 자신이 없어서 ‘놀라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저절로 됐다.
시조가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으앗! 아앗! 이, 인포 – 읍!”
메이는 번쩍! 하며 다가와 순식간에 내 입을 막았다.
“얌전히 있어라. 내, 물을 것이 있으니.”
그리고 그녀는 잠시 내 모습을 훑었다.
산발이 된 머리 : 어제부터 감지 않음.
눈물로 적셔진 얼굴 : 주기적으로 양파를 비빔.
허름하고 흐트러진 옷차림 : 옷장에서 상태가 안 좋은 옷 찾느라 힘들었음.
어때? 느낌 오지?
누가 봐도 부모님이 갑자기 죽어서 정신적으로 무너진 소녀 아니야?
“…”
“읍!”
“얘야. 나는 네 아버지의 오랜 친구, 메이라고 한단다.”
“…”
나는 이미 여러 번 만나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상대는 날 오늘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
호텔 특성상 여러 번 겪은 일이지만, 매번 기묘한 기분이 든다.
“내가 확인한 레온의 기억에 따르면, 그는 죽기 얼마 전에 너와 있었다.”
‘내가 확인한 레온의 기억’이 대체 무슨 말이야?
설마 시장의 시체에서 기억을 읽어냈다?
여기까진 예상하지 못해서 순간적으로 숨이 탁 막혔다.
이런 짓은 우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가 ‘안녕히 주무세요’ 하면서 인사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이 살해당했단다.”
“… 그, 그런가요?”
그렇겠지.
그 말 하고 내가 총으로 쐈으니깐!
“다시 말해, 시장이 죽은 시점과 마왕 교단의 침입자가 저택에 잠입한 시간이 달라.”
“…”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
시조가 ‘내가 시장을 죽임’이라는 진실을 알아챈 것 같다.
206호도 벌써 4회차인데, 이 시점에서 이 여자가 여태 한 번도 쓴 적 없는 능력을 보일 줄이야!
하긴, 그동안은 딱히 시체를 검시할 일이 없었지?
유송이 : 시조가 진상을 알아챈 듯! 당장 오세요.
차진철 : 아오! 이게 또 뭔 일이래?
김묵성 : 당장 간다! 버티고 있어라.
“레온을 죽인 사람은 저택을 관리하던 사용인이나 경호를 담당하던 인포서가 아닐까 싶구나. 그래서 말인데, 네 권한으로 내가 저택 사용인을 심문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렴.”
에?
“예? 다, 다시 말해주시겠어요?”
내 당황한 태도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메이가 슬며시 다가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래, 이해한다. 네가 가장 힘든 상황이니, 정신이 혼란스럽겠지. 그러나 너는 카디로프의 후예가 아니더냐?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
유송이 : 정지! 정지! 진입하지 말고 정지!
차진철 : 또 뭔 소리야?
김묵성 : 뭐냐?
“낙원 내에서 내 신분은 다소 애매하게 처리되어있단다.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쉽지 않아. 그래서 대리인을 세울 생각인데, 그 사람에게 적절한 권한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구나.”
“…”
시조는 마치 친절한 언니라도 되는 것처럼, 내게 천천히 설명했다.
레온이 쓰러졌으니 누군가 도시를 관리해야 하고, 레온의 죽음과 관련한 진상도 파헤쳐야 한다.
관련 문제를 처리할 시조의 대리인은 있으나 법적인 권한은 시장의 외동딸인 내게 있으므로 –
대충 이런 느낌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연히 알았다.
이 여자는 날 전혀 의심하고 있지 않다!
알 것 같다.
레온의 시체에서 기억을 읽어내긴 했는데, 바로 그 레온이 죽는 순간까지 내게 죽을 미래를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죽였다는 정보는 없고, 딸과 보낸 ‘마지막 사이좋은 시간’에 대한 정보만 얻어낸 것 아닐까?
김묵성 : 어떻게 됐냐?
유송이 : 추후 설명. 큰 문제 없을 듯.
이전에도 느꼈지만, 시조는 다채로운 초능력과 별개로 미묘하게 허당인 사람이야.
시장은 어땠지?
과거 회차에서 그는 내가 자신을 세뇌했음을 알면서도 후계자로 받아들인다거나, 그러면서도 할아버지는 죽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점 때문에 우리는 ‘우리 대신 도시를 관리할 사람’으로 시장 대신 시조를 골랐다.
“부탁하마.”
“네. 근데 메이 님!”
“할 말이 있니?”
“한동안 요양해도 괜찮을까요? 그,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친구 집에서….”
“친구?”
“엘레나라고 해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
“아하, 알고 있지. 유명 배우 아니니? 그래, 너도 아픔을 씻을 시간이 필요하겠지.”
예측불허한 시장을 제거하고, 상대적으로 온순하면서도 속이 보이는 시조가 도시를 통제하게 했다.
이것으로 내 역할은 끝났다.
*
– 엘레나
나는 돈이 아주 많다.
신분이야 3급 시민이니 2급인 은솔 언니나 선생님보다 낮지만, 신분과 재산은 다른 문제니까.
구체적으로 따지면, 고위 공무원인 이은솔과 김상현, 인포서인 차진철과 김묵성 이 네 사람 월급을 다 합쳐도 내 1회 출연료 일부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 밑에 있는 4급 광산 노동자 가인 씨?
미안한데, 가인 씨 한 달 월급으로는 내가 매일 쓰는 화장품도 살 수 없어.
제대로 된 신분조차 없는 아리나 미로, 승엽이는 아예 논외고.
송이는 좀 다르다.
시장의 딸이라 ‘명목상 재산’은 나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그 애는 매우 정치적인 신분이라 재산을 마음껏 쓰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보면, 206호에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나야.
그래서 네 번째 시도에서 나는 다소 특이한 역할을 맡았다.
“우, 우왓! 정말 엘레나 양이군요!”
“…”
“죄송합니다. 어디에 두면 될까요?”
“이쪽 방에 넣어주세요.”
엄청난 양의 보존 식품과 물이 내 집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들은 앞으로 비축할 물자 일부에 불과하다.
“히야~! 이것들은 다 뭡니까?”
“…”
눈치를 줬는데도 배달부, 랜튼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는지, 질문을 이어갔다.
“냉장고가 없어도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식품들과 물이 엄청 많네요. 이것들은 공구? 엘레나 양. 무슨 종말 대비라도 하십니까?”
“글쎄요.”
괜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약간의 변명은 필요하겠지.
“랜튼 씨. 사실 이것들은 다음에 찍을 드라마를 위한 준비거든요?”
“오오! 여, 역시! 차기작은 생존물인 모양이죠?”
“비밀인 것 아시죠?”
“무, 물론입니다. 이 랜튼, 오늘 들은 놀라운 이야기는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무덤은 무슨!
가벼운 입과 행동을 보아하니, 집에 가는 대로 컴퓨터 앞에서 정신없이 키보드 두드리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대충 이런 느낌?
「ㅇㅇ(111.111) : 엘레나 신작 정보 떴다!
ㅇㅇ(222.222) : 인증 없음 뭐다?
ㅇㅇ(111.111) : 엘레나 집 정문 짤방. 내가 ~~ 구역 배달 담당인데 ~~」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끝까지 숨겨질 수 있는 일도 아니니까.
그보다 이왕 대화를 튼 김에 몇 가지 물어볼까?
“혹시 생존 물에 관심 있으세요?”
“하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가 생존 물 혹은 아포칼립스 -”
“정말 세상이 망한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음….”
생존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그는 꽤 진지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식량을 모았으니, 폭도들로부터 식량을 지킬 준비를 해야겠죠?”
“…”
“무대가 엘레나 양 집이라면, 집 자체를 좀 요새화해야 할 것 같고. 지하실이 있다면 -”
의외로 도움이 되는 대화였다.
그래서인지 대화가 끝날 무렵, 랜튼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저기, 사, 사인 한 장 가능하겠습니까! 제 아내가 엘레나 양의 열렬한 팬이라 -”
“물론이죠.”
행복한 표정을 짓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가 처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종말 대비라도 하십니까?’
정답이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54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206호에 진입한 후 첫날 저녁.
다른 사람들, 특히 아리와 송이는 첫날부터 제법 바쁘겠지만 난 아니었다.
1회차처럼 혁명을 일으킬 필요도 없고 2회차처럼 종교를 일으킬 필요도 없다.
괜히 일을 벌이면 상황만 복잡하게 만들 뿐.
그래서 농땡이 부리는 광부를 연기하며 하루를 때웠다.
… 편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어어? 뭐야? 이 시간에 -”
밖에서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싶더니 곧, 익숙한 남자가 양복을 입고 나타났다.
— 철컥!
“가인 군, 갑시다.”
상현 형이 날 데리러 온 것이다.
*
미르코늄 광산에서 고통받는 4급 광부들은 매일 해방을 꿈꾼다.
끝없는 노동의 고통이 제발 하루라도 멈추기를, 인간이 아닌 톱니바퀴 같은 삶에 평온함이 찾아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4급의 삶에 희망은 없다.
쥐꼬리만 한 월급은 입에 풀칠하기도 모자라고, 호랑이 같은 반장과 광산 관리인들은 광부들이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을 품는 것 같으면 즉시 채찍을 휘두른다.
설령 기적같이 도망친다 해도 의미는 없다.
낙원에 도망갈 장소는 없으니까.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외부의 개입이 없을 때의 상황에 불과하다.
광부들이 느끼기엔 하늘처럼 높은 ‘2급’ 시민에겐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다.
“하루 동안 잘 쉬셨습니까?”
“쉬어요? 미르코늄 광산에서? 농담이죠?”
“하하! 웃겼다면 다행입니다.”
“딱 하루 있으니까 벌써 혁명 마렵던데.”
“…”
“마음속에서 붉은 깃발이 휘날리고, 턱수염 많은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어요.”
“턱수염 많은 아저씨?”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
“그래, 형은 어떻게 오셨어요?”
“그냥 정문으로 왔습니다. 광산 관리인, 루퍼트에게 가인 군을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묻진 않던가요?”
“난 2급 시민이고, 요원입니다. 2급은 3급에게 행동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상위 계급이 까라면 깐다.
낙원의 단순명쾌한 법칙이다.
“그 말을 들으니까 떠오르네요.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 투쟁의 -”
“재미없으니 그쯤 합시다.”
“…”
조금 상처받았다.
“다른 사람들 일은?”
“송이 양은 시장을 처리했답니다. 중간에 시조 관련해서 ‘약간의 소요’가 있던 것 같긴 한데, 잘 처리됐습니다. 내일이나 모레쯤 시장의 죽음이 공식화될 겁니다.”
“엘레나는?”
“물자를 제법 비축한 것 같더군요. 2급 이사관, 은솔 양이 적극 협조 중이니 제법 그럴듯한 은신처가 만들어질 겁니다.”
아리에 대해선 굳이 묻지 않았다.
곧 직접 만날 테니까.
*
— 찰박!
“…”
“웅덩이가 많으니 배관 위로 걷는 게 낫겠습니다.”
“아니면 날아서 가든지. 아, 아직은 초능력 못쓰나?”
“…”
마왕 교단이 머무르는, 아니 ‘머물렀던’ 낙원 지하.
사방에 가득한 피 웅덩이와 시체들을 보니 메스꺼워졌다.
아리와 상현 형은 아무렇지 않은 기색이다.
하긴, 시체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 역겨워하면 그것도 웃기겠지.
“참, 다들 비위도 좋다.”
“그런 말을 너에게 들으니까 좀 기분이 나빠.”
“무슨 소리야? 나처럼 인간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 성역은 이쪽이야.”
곧, 마왕 교단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장소의 입구에 도착했다.
“가인 군.”
“…”
“밖에서 설명한 내용입니다만, 내부에는 유사 저주의 방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괴이한 장소가 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진행하다 보면 마지막 방에 정말 이상한 존재가 나타날 겁니다. 당시엔 누구인지 몰랐지만, 밖에 나와서 정보를 모아보니 -”
“궁극자겠죠. 그놈이 날 보고 싶어 한다면서요?”
결사의 수장이자 최초의 마왕 숭배자.
“분명 꿍꿍이가 있을 겁니다.”
동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시점에서 그놈이 절 위협할 수는 없을 겁니다. 신성한 태양의 충전이 끝났으니까요.”
“다행입니다.”
들어가기 직전, 아리가 내 팔을 잡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 돌아오는 대로 심층부로 가야 하는 것 알지?”
“알지.”
“최대한 빨리, 가능하면 하루 이틀 내로 확인하고 와.”
“노력할게.”
어제까진 딱히 할 일이 없었지만, 오늘부턴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 나다.
— 철컥!
성역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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