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67)
EP.467 467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6)
467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26)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54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상현 형의 경험에 따르면, 성역은 축복과 유산이 뒤틀린 ‘우리’의 복제로 가득하다.
정황상 우리를 인지한 마왕이 제멋대로 구현한 것 아닐까?
우리의 정신을 흔드는 게 목적이었다면, 반은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처럼.
“켁! 케에엑! 혀, 혀엉…. 가인 형….”
“…”
— 으드득!
차갑게 식어가는 승엽이를 보고 있으니 복잡한 기분이 든다.
진짜는 밖에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마음 편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감정적인 씁쓸함이 아니었다.
“초반부터 상태창과 오래된 피를 가진 승엽이라니….”
성역의 시련 내용은 들어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끝에서 기다리고 있을 궁극자가 직접 말한 바에 따르면, 우리에겐 특제 시련이 대기 중이라고 했었지.
상현 형은 마왕 교단 사람들보다 훨씬 어려운 시련을 경험했다.
그리고 마왕은, 날 위해 더 피곤한 일을 준비한 모양이다.
대체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
상현 형은 오랜 시간을 들여 각 방의 복제가 무슨 능력인지 파악해가며 공략했다고 했지?
나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아리가 가능하면 하루 이틀 내로 돌아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
정신을 차리자마자 주변을 살폈다.
흙먼지 가득한 혼란스러운 대평원.
사방에는 반쯤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 하늘에는 전투기까지!
배경은 전쟁터인 건가?
그러면 나는 –
[조언 : 3 -> 2] [엎드려라.]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이미 바닥에 엎어졌다.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전장을 갈랐다.
— 탕!
“아니, 도착하자마자 저격 뭐냐고!”
마왕 이 새끼, 이건 좀 심한 것 아니냐?
호텔이 만든 진짜 저주의 방도 시작하자마자 총질은 안 한다고!
— 탕! 타당!
정신없이 바닥을 기어서 반파된 담벼락 뒤에 기댔다.
이 방의 적은 누구지?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서 귀신같이 총을 쏘는 걸 보아하니 승엽이나 송이 같은 사람은 아니다.
김묵성, 김아리, 김상현 이 3金 중 한 명이 틀림없을 –
— 슈우웅!
담벼락째로 날려버리겠다는 듯, 웅장하게 날아오는 대전차 로켓을 보며 생각했다.
여기부턴 나도 힘을 아낌없이 써야겠다고!
— 화르르!
불꽃이 타오르는 순간, 만물의 흐름이 느려졌다.
로켓은 어느새 느긋하게 떠다니는 풍선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여유롭게 뻗은 내 손이 로켓의 옆면을 강타했다.
— 콰광!
“아.”
영화에 나오는 슈퍼히어로처럼 손으로 로켓을 튕겨낼 생각이었는데, 튕기는 대신 그대로 터졌다.
아무래도 현실과 영화는 다른 모양이다.
물론, 지금의 나는 로켓이 코앞에서 터져도 살짝 눈이 아릴 뿐이니 별일 아니다.
— 타앗!
그대로 바닥을 박차 하늘로 떠오른 채 세상을 관찰했다.
“…”
신성한 태양의 힘은 본질적으로 강림과 비슷하다.
애초에 같은 존재가 만들어낸 힘이니까.
출력이 훨씬 낮은 대신 충전을 통한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하다 정도의 차이.
“…”
실시간으로 끝없이 확장한 내 인지능력이 주변을 구석구석 살핀다.
흙 속에 설치된 지뢰의 존재를 느꼈다.
머나먼 상공을 비행 중인 폭격기의 속도를 알았다.
낡은 목조 건물을 갉아먹는 흰개미의 탐욕을 보았다.
이윽고 부유하는 깃털과 그 주변의 미묘한 와류가 내 손끝에 잡히는 듯했을 때.
“찾았다.”
성냥갑 같은 콘크리트 건물 틈새에 숨은 채 내게 적의를 드러내는 인간을 발견했다.
— 쿠르릉!
500m가 넘는 거리가 좁혀지기까진 채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상대는 망원경으로 날 발견했는지 놀라서 도망가려 했으나, 거북이가 매를 피하려는 것만큼이나 의미 없는 행동이다.
이윽고 내게 총은 물론, 로켓까지 아낌없이 선물해준 적의 정체가 드러났다.
“어쩐지 무기를 잘 다루더라니, 형이었네.”
서로를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은 없었기에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피어오른 섬연한 불꽃이 대기를 불사르며 나아간다.
문득, 약간의 호기심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원리로 이런 불꽃을 쏘아대는 것일까?
“…”
유산이 으레 그렇듯, 힘을 쓰면서도 원리는 알 수 없었다.
굳이 표현하면 손끝으로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면서 코로 방향을 조절하는 느낌?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비유지만 이 이상 설명할 자신이 없다.
단백질로 된 인간 따위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닫기도 전에 재로 만들 불꽃이 건물에 도착한 순간.
— 번쩍!
새하얀 섬광이 삽시간에 내 오감을 차단했다!
“으윽! 설마 팔찌를 가지고 있을 줄은 -”
평소 송이를 보며 느꼈지만, 팔찌의 사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
즉 내가 팔찌의 범위에 들어간 시점에서 가짜도 이미 불꽃에 맞기 직전이었을 터!
그러니까 곧 저 가짜가 죽으며 환각이 해제 –
— 탈칵!
“씨발!”
어머나.
그 잠깐 사이에 지뢰 밟았네?
— 콰과광!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하늘로 퉁겨지며 생각한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멀쩡한 나도 어지간하긴 한데, 딱 이 장소에 지뢰가 있는 게 말이 됨?
비행하다가 팔찌 때문에 순간적으로 통제를 잃은 내가 정확히 어느 위치로 움직일지 대체 어떻게 예측하냐고!
아무리 내가 운이 없어도 –
“아.”
그 사이 반쯤 탄 고깃덩이가 된 김상현의 복제를 보며 생각했다.
이 새끼, 팔찌에 이어서 행운의 소유자였구나.
…
다음 시련으로 향하는 문이 생겨났다.
이제 슬슬 불안하다.
잠깐만 생각해도 매우 까다로운 ‘조합’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 휘이잉!
주변은 온통 새하얗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맹렬한 기세를 드러내는 눈보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 누구든지 좋으니까 제발 빨리 나오기나 해라.”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눈밭에 파묻히니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렸다.
다시 태양을 소환해서 날아갈까 했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
신성한 태양은 결국 소모성인데 적이 어디 있는 줄 알고 무작정 태양부터 쓴단 말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그 적을 찾아내는 일도 태양을 써야 편하다.
“그냥 태양 쓸까….”
— 바스락!
인기척이다!
심지어 매우 가깝다.
“에, 에취!”
기침하는 은발 소녀, 미로가 나타났다.
“…”
눈보라 속에서 나타난 은발 적안의 소녀를 보고 있으니 정말이지 꿈속의 한 장면 같았다.
평범한 감수성을 가진 남자라면, 누구나 이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겠지.
“으…. 추워! 가인아? 가인이 맞지?”
“…”
마왕이 흉내 낸 가짜일 뿐.
쓸데없는 일에 마음 쓸 것 없다.
주저 없이 마도서를 펼쳤다.
“어? 어? 그게 무슨 – 흐으읏!”
어차피 불변이 없을 테니, 굳이 빙의할 필요도 없겠다 싶어 마도서를 미로의 눈앞에 들이댔다.
곧, 가짜 미로의 망막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소녀가 파르르 떨며 눈밭에 쓰러졌다.
“… 뭐지?”
축복이든 유산이든 뭔가를 사용하며 내게 대항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다.
정말 아무 힘 없는 민간인처럼 죽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축복 혹은 유산이 전투에 적합하지 않은 종류였나?
예를 들어 부귀의 축복?
“…”
살짝 몸을 건드리며 확인했지만, 확실히 죽었다.
애초에 마도서를 이렇게 무저항으로 봤으니 평범한 몸으로 살 도리가 없다.
도무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기울이던 순간 –
— 라아아아!
새하얗게 타오르는 황금의 물결이 눈보라를 단박에 몰아내며 날 덮쳤다!
“으악! 이런 개수작을!”
그녀는 끝없이 회전하는 천칭과 함께 나타났다.
이번 시련의 ‘진짜 적’은 정의 미로였던 것!
“첫 번째 미로는 그냥 정의 발동용 트리거였냐!”
이럴 줄 알았으면 얘를 죽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 의미 없다.
비슷한 상황이 또 왔으면 분명 또 죽였을 테니까.
— 화르르!
다시금 태양이 타오른다.
이번에 내가 취한 행동은 도주였다.
*
평범한 인간은 삽시간에 얼려 죽일 수 있을 만큼 혹독한 눈보라였지만, 지금 나를 추격하는 자는 눈보라 따위가 저지할 수 없었다.
물론, 빌어먹을 정의 미로를 피해 도주 중인 나도 마찬가지고!
— 라아아!
이 정도면 어지간한 경비행기보다 빠른 속도 같은데도 거리가 벌어지지 않는다.
그냥 힘으로 싸워?
정의의 축복은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발동한다면 다른 축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의 나라면 싸울만하지 않나?
— 쿠르릉!
그야말로 하늘을 쪼갤듯한 충격파를 피해 몸을 뒤트는 순간, 압도적인 거력이 지면을 강타했다.
단박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산사태가 일어나는 광경을 보자 숨이 턱 막혔다.
이길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설령 힘으로 이길 수 있다 치자.
신성한 태양의 힘을 대체 얼마나 많이 써야 할까?
한번 한번이 귀한 저주의 방 회차를 두 번이나 소모해가며 무지하게 힘들게 충전했는데!
마왕도 아니고 마왕이 만든 인형 따위에게 이 아까운 힘을 낭비할 수는 없다.
“…”
살짝 고개를 돌려 가짜 미로를 바라보았다.
진짜 미로라면 결코 만들 수 없을 암석처럼 굳어있는 표정.
“…”
정의의 축복은 당사자의 정신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금 날 죽이려 드는 건 내가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아직은, 내 진짜 동료들도 내가 ‘두 번째 문장’을 이해했음을 모른다.
— 파지직!
찰나의 순간, 마도서와 신성한 태양을 동시에 발현하자 굉장한 두통을 느꼈다.
곧 허공에 밝게 타오르는 또 다른 가인이 나타났다.
새삼스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며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에서 발원한 존재이므로.
그는 내가 봐도 헛웃음 나올 정도로 ‘사악하게’ 웃으며 내 몸을 후려쳐서 눈밭에 떨어트린 후 허공으로 날아갔다.
“…”
눈밭에 쓰러진 채 가만히 있었다.
더럽게 추워서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았으나 지금은 인내해야 할 때.
본래 혼을 담긴 연기에는 약간의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
허공에서 약간의 소음이 들려온다.
또 다른 내가 적당히 저항하다가 못이기는 척 사라진 것.
그리고….
사각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그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
영혼을 담은 연기!
조금 전까지 난 사악한 악령에게 조종당했다.
순진무구했던 미로를 살해한 존재는 조금 전에 내 몸에서 빠져나간 악령이라고!
나는 악령에게 조종당한 피해자다.
정의의 힘으로 응징당해 마땅한 악인이 아니야.
“가인아! 괘, 괜찮아? 춥지 않아?”
적대감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하지만, 아직 방심하면 안 된다.
“으으윽….”
“가인아!”
“대체…. 무슨 일이…!”
“괘, 괜찮아? 이상한 괴물이 가인이 몸에 숨어 있었어!”
“… 괴물?”
속은 것 맞지?
그러면 슬슬 –
[조언 : 2 -> 1] [거짓말 탐지 중임.]진짜 미로보다 더 꼼꼼한 성격인데?
“가인아, 무슨 일을 겪었는지 솔직히 말해봐.”
“… 이상한, 이상한 방. 방에 들어오니 이전에 겪은 적 없는 괴상한 현상이 벌어졌어.”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가 둘로 쪼개진 것 같아. 때로는 또 다른 내가 몸을 조종하는 느낌.”
있는 그대로 진실만 전했다.
“… 진짜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일단 일어나. 가인이는 미로가 구해줬다는 걸 잊지 말고!”
소녀는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이며 날 일으켜 세웠다.
정의의 축복은 물론, 거짓말 탐지까지 끝난 그녀는 내가 잘 아는 미로와 제법 닮아있었다.
성역의 복제들은 모두 원본의 기억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날 알고 있고, 자신을 미로라고 생각하는 존재다.
그러므로 분명 나에게 호감이 있겠지.
“조금 춥네.”
“엣? 추, 추워?”
“미로, 이쪽으로 오지 않을래? 붙어있으면 따뜻할지도?”
“으악! 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 아리가 들으면 놀랄 텐데 -”
“에이~! 아리는 지금 없잖아.”
“…”
그녀는 순식간에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히며 내게 다가왔다.
“자, 잠깐이야! 지금은 너무 추우니깐….”
“… 미로 유산은 뭐였지?”
“내 유산? 아, 이계의 별조 -”
— 펄럭!
한 권의 책이 소녀의 눈을 가렸다.
그것으로 설원의 혼란은 끝을 맞이했다.
“설마 정의 미로보다 더 끔찍한 적은 없겠지?”
다음 시련의 문이 열렸다.
숫자상, 아마도 마지막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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