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7)
46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6)
46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6)[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18일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압도적이다.
늦은 밤, 주변에 건물 하나 없는 평야 지대. 분명 텅텅 빈 공간인데도 –
하늘에서 강림한 존재의 카리스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 머리가 아프다. ‘인도자’를 만났던 동료들이 예외 없이 했던 말. 머리가 아프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마음속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일찍이 주께서 천상의 파도를 지상에 내리셨나니, 그분의 적자가 지상에 섰도다. 미천한 이들은 무릎꿇라. 천상의 낙원이 준비되었나니-
-퍽
“정신 차려”
“헉. 방금 이건?”
“아직 ‘지혜’를 쓰는 법을 잘 모르네. ‘저런 존재’들은 태양과도 같아. 맨눈으로 보면 눈이 멀지. ‘상태창’을 통해서 봐”
상태창을 통해서?
듣는 순간 이해했다. 상태창은 언제나 내 시야 한 켠에 자리한 반투명한 홀로그램. 이걸 내 시야의 정면에 세우면- 정면에 세운다고 생각하자 상태창이 저절로 시야의 앞으로 움직였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8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기묘한 감각. ‘글씨’를 연하게 만들고, 마치 반투명한 유리를 통해 창밖을 내다보는 느낌으로 상태창을 ‘거쳐서’ 천사를 바라본다.
두통이 사라졌다.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찬송가가 멎었다.
지혜의 축복의 또 다른 사용법을 알았다!
*
아이야. 어이하여 이렇게 많은 죄악을 쌓았는고? 비록, ‘주’께서는 아이들에게 관대하시나 그 한계란 있는 법이니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죄를 논하지? 구교사에서 사람을 무수히 죽이고, 이제는 사람을 부려 언니와 할아버지도 죽인 네가!”
타당치 않구나. 구교사, 제단에서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 그저, 주의 품으로 인도하였을 따름. 구원이 어찌 죄겠느냐?또한 이 교사들은 아이들을 홀려 잘못된 길로 인도한 자. 타락한 목자일 뿐이라. 나는 너희를 바른길로 인도하고자 타락한 목자를 베었노라. 역시 이 또한 죄가 아니다.
“네 마음대로 자아를 빼았고, 사람을 바꿔치고, 죽이기까지 하는게 구원이야? 당신의 구원은 그냥 갖다 붙이면 그만인가? 그러면 이제 내가 너를 구원하겠다!”
네 조악한 천칭이 나를 잴 수 있겠느냐? 인간의 저울이 천상에서 내려온 나를 들어 올릴 수나 있겠느냐?
“너 따위가 무슨 천사라도 되는 양 행세하지 마. 이 이상한 곳에 신이나 천사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저울이 – 다시금 공전을 시작했다.
엘레나가 인지한 ‘죄악의 무게’가 천사를 짓눌렀다.
천사의 주변에서 신성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라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고음이 천지를 뒤흔들고 저울이 내뿜는 광채가 밤을 대낮처럼 밝혔다!
*
“빨리 튀자”
“어? 어?”
“어, 어가 아니야. 저런 미친 싸움에 끼어들면 우린 숨도 못 쉬고 죽어.”
조건이 충족되면서 거의 반신 같은 힘을 얻은 엘레나와 진짜 천사 같은 존재의 싸움. 아무리 봐도 나는 물론이고 아리도 끼어들 체급이 아니다. 정신없이 차에서 튀어나와서 뛰기 시작했다.
“나는 상태창 덕에 아직 정신이 멀쩡한 것 같고, 너야 지옥에 떨어져도 괜찮을 것 같지만 엘레나는 어떻게 저렇게 정신이 멀쩡한 거지?”
“쉽게 생각하면 ‘집행’중이니까 그렇겠지. 집행이 시작되면 자의와 타의에 의한 영향이 모두 억제돼서 누구도 집행을 멈출 수 없는 상태가 되는 모양인데? 그리고 은근슬쩍 독설 섞지 마”
“독설은 아니고, 너를 알 수 없어서 하는 말이지.내 축복의 사용법을 나보다 네가 더 잘 아는 것부터가 점점 이상한데?”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저건 ‘인간’이 아닌데 축복이 먹히네?”
대놓고 아리가 말을 돌렸다. 하지만 나도 궁금한 부분. 지금은 그냥 넘어가자.
“큰 틀에선 인간처럼 생기긴 했지.”
“저게? 예쁜 건 그렇다 치고, 날개가 달려서 날고 있는데? 게다가 크기도 커졌는데? 특이한 인간이 넘쳐나는 관리국에서도 저런 건 인간이라 안쳐.”
“관리국 기준은 나야 모르고, 날개야 ‘주’인지 뭔지 하는 신적인 존재가 붙여줬을 수도 있지. ‘어르신’ 기억 안나? 그냥 인간인데 사람 몸까지 뺐고 다녔지. 그런 힘도 내리는데 날개 정도를 못 붙이겠어?”
“‘인도자’는 힘을 얻은 인간일 뿐이다?흐음… 나는다른 가설이 떠오르는데.”
*
숨이 차다.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뛰다 보니 슬슬 힘들다.
“넌 내 축복에 대해서도 알던데, ‘정의’에 대해선 몰라?”
“관리국이 아는 건 극히 일부라고 했잖아. 그리고 우리 그만 멈추자.”
갑자기 아리가 멈췄다.
“뭐야? 왜 안 뛰고-”
“싸움. 끝난 것 같아. 엘레나가 이겼으면 도망갈 필요가 없고, 천사가 이겼으면 도망가 봐야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쉬자”
“… 그래. 멈춘 김에 하는 말인데, 사실 아까 좋은 생각이 들었거든”
“어머, 나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다음 말도 짐작이 가네?”
“천사가 이겼으면 그냥 반항하지 말고 잡혀가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좋아. 여러 차례 ‘주’께선 아이에게 관대하시다 말하는 천사님이시니, 머리 박고 조아리다 보면 살려는 주시겠지.”
갑자기 아리가 어디선가 작은 주사를 꺼내서 자기 피를 뽑았다.
“갑자기 무슨-”
“만약을 대비한다고 해 두지. 마셔.”
…
설마 했지만 공포의 저택에서 마셨던 건 정말 아리의 ‘피’였나?
“용도가 뭐야? 난 아직 체력은 괜찮은데”
“이번엔 체력 보충용이 아니야. ‘천사가 이길 때’를 대비한 거야. 걍 마셔”
체력 보충용이 아니라면, 무슨 용도일까? 마셨다.
저번처럼 비릿하고 짭짤한 맛. 어딘가 열기가 느껴지는 맛.
두번 마실만한 맛이 아닌데, 두번째 마신걸 보니 왠지 앞으로도 자주 마시게 될 것 같다.
*
3분 정도 지난 후. 천사가 우리 앞에 내려섰다.
이제는 익숙한 감각으로 바로 상태창을‘필터 모드’로 바꿔서 천사를 바라보았다.
천방지축처럼 뛰어다닐 줄 알았는데, 포기했느냐?
“저희같이 미천한 어린 양이 어찌 천사님의 손을 벗어나겠어요? 날아다니는 분이신데. 반성하고 조아리겠습니다.”
“엘레나는… 죽었습니까?”
인간의 저울로 여를 들어 올리려 한 죄. 깊고 깊도다. ‘주’께서 아이들에게 관대하나, 한계는 있는 법. 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희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이냐?
“‘주’께 무릎 꿇겠나이다.”
“‘주’께 죄송하다 전해주세요~”
이 천사.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날개는 여기저기 찢어졌고, 황금색 피가 몸 전체에서 흘러내렸다. 눈도 한쪽이 뭉개진 것 같다. 고개를 숙이며 발을 살피자 발가락도 세 개는 사라졌음이 보였다.
진심으로 놀랍다.
대체 ‘정의’는 어떤 힘이기에 이런 초현실적인 존재를 이 정도로 몰아세운 거지?
물론, 나가서 이야기해볼 문제일 뿐.
아무리 봐도 이 천사가 지금 보다 3배는 많이 다치고 팔 두 개가 다 없어도 우리 정도는 손가락 하나로도 이길 것 같다.
지금은 – 숙여야 한다. 나간다면. 나가서 우리가 더욱 강해져서 돌아온 다음에 갚아주자.
아아. 비통하도다. 이 땅이 비명으로 가득 찼구나. 오늘 이 땅에서 30이 넘는 신실한 자가 숨을 거뒀도다. ‘주’여. 당신의 어린 딸 ‘아우렐리아’가 비나이다.신실한 자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허하소서.
천사가 우리 앞에서 하늘을 향해 고개 숙이며 기도했다.
그리고 –
기적이 일어났다.
엘레나가 터트린 사교도들의 신체가 무에서 일어섰다.죽은자의 숨이 되돌아오고, 다친자의 상처가 나아간다.
이건… 정말 너무나 ‘압도적인 권능’이 아닌가?
기도 한 번으로 수십의 사람을 되살리는 권능. 이게 정녕 신이나 천사가 아닐 수가 있다고?
새삼스레 숭배할 생각이 든 건 아니다. 다만 언젠가 ‘이런 존재’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
천상의 빛이 쏟아지는 순간, 천사가 뒤를 돌아서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아아-
다시금 머릿속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자연스럽게 느낀다.
이건 ‘상태창’의 필터가 막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힘.
우리가 자기 앞에서 멀쩡하게 대화하니까 ‘더 강한 정신제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걸까? 의식이 멀어진다. 내가 내 몸에서 붕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내가 위대한 분의 따님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보았다.’
???
‘보았다’
나는 지금‘내가 무릎을 꿇는걸 보고 있다.’
대체 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마치 3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가 나를 보고 있다. 유체 이탈이라도 했나?
*
경찰이 도착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야밤의 초현실적인 사태의 뒷마무리를 담당한 건 경찰이었다.
대체 누가 불렀을까?
모르겠지만, 도착한 경찰들은 차근차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김묵성, 이은솔, 엘레나의 시신을 수습했고, ‘죽음에서 부활한’ 사교도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사교도들은 ‘충격에 빠진 어린 학생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우릴 차에 태워서 물샐 틈 없이 감시하며 기숙사로 보냈다.
그리고 난 그 모든 광경을 몸에서 벗어난 채로 마치 다른 세상 일 보듯이 감상했다. 분명히 ‘나’는 내 몸에서 벗어났는데. 내 몸은 자연스럽게 사교도들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
진짜 살려는 주는구나.
솔직히 고개 숙인다고 살려줄지 의문스러웠는데, 정말 살려 줬다. 도주 시도하자 주저 없이 교사들에게 총을 쏜 것과 너무 다르다. 심지어 딱히 우리를 윽박지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올바른길로 돌아오도록’ 훈계하는 분위기로 기이한 경전의 글귀만 읊었을 뿐.
이미 ‘천사’가 정신을 제압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주’께서 아이에게 관대하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닌 것 같다. 정말로, 미성년자는 엘레나처럼 천사의 날개를 잡아 찢는 수준의 대죄가 아니면 벌하지 않는 것.
이게 그들의 교리인 걸까?
이유는 아무래도 됐다. 중요한 사실은 덕택에 나와 아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는 점.
그리고…나는 아직도 이 모든 광경을 공중에서 부유하면서 보고 있다.
이쯤 돼서야 짐작이 갔다.
‘천사가 이길 때의 대비책’
이건 아리가 준 피에 특수한 효과가 있었음이 틀림없다.
기다리다 보면, 더 정확한 효과도 알게 되겠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걸 하자.
곰곰이 생각했다. 오늘 하루. 이 종교단체의 행각에서 드러난 명확한 행동원리. 경찰이 온 것을 보고 확신이 섰다.
우리는 내일 밤. 이번엔 진짜로 탈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