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72)
EP.472 472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1)
472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73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궁극자가 신성한 태양에 뛰어드는 순간, 터무니없는 영적 질량을 느꼈다.
“뭐야! 이게 대체 몇 명이야?”
10만 단위의 영혼을 태양에 집어넣은 경험이 있는데도 지금 궁극자가 태양과 합일하며 밀어 넣은 영적 질량은 충격적일 정도로 거대했기 때문이다.
진짜 몇 명이지? ‘고작’ 10만 명 정도가 아닌데?
100만? 1,000만? 아니면 그 이상?
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숫자라 도무지 감이 안 오잖아?
“… 뭐지? 약간 이상한 -”
이상하다.
궁극자의 ‘합일’은 내가 신성한 태양으로 해왔던 영혼 포식과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시간이 있었다면, 궁극자 이 새끼가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확인했겠지만 –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 쿠르릉!
“아앗! 마왕 깨어난다!”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한 지하도시, 균형을 잃은 채 휘청이는 아리.
재빨리 움직여 아리와 함께 비행을 –
“미, 미로는! 미로가 바닥에 있잖아!”
“…”
나는 화신의 힘으로 미로의 몸을 통제해서 심층부의 도시 제어장치를 조작했다.
지금, 미로는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 여유가 없다.
“미로는 밖에서 만나기로 하자. 계획이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더 이상 미로가 필요하진 않을 테니까.”
“… 출발해.”
즉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
— 우르릉!
종말을 막기 위한 인류의 모든 노력이 깃든 지하도시가 무너져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천장도 무너지고 있었기에 내 손으로 길을 만들 필요까진 없었다.
사방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조각을 피해 곡예 비행하던 중, 시간의 흐름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음을 직감했다.
10분이 멀다 하고 넘어가던 날짜 변화 또한 멈췄다.
이는, 우리가 낙원 심층부를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 고오오오!
심연에서 악몽 같은 포효가 울려 퍼진다.
분명, 지금 마왕이 지표를 향해 올라오고 있으리라.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픈 욕구를 참고 계속 비행했다.
위로, 위로, 더 위로!
마침내 무너져가는 낙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 때쯤, 근처에서 비행하던 아리가 다가왔다.
“다, 른, 허억! 다른, 사람, 보여?”
윙 부츠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격한 비행에 지친 듯한 아리의 말을 듣고 잠시 주변을 살폈다.
다른 동료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는데, 다들 황금빛을 뿜어내는 석상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있네.”
“허억! 저기? 저기 어디? 아, 내 시력으론 안 보이는 -”
— 덥석!
재빨리 손을 뻗어 아리를 붙든 채 움직였다.
직후, 꿈틀거리는 점성 액체를 닮은 무언가가 우리가 있던 장소를 스쳤다.
“어, 어 -”
마왕이 지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
편히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어디에도 없다.
“더 올라가야 해. 이제부턴 내 손 잡아.”
더 위로 가야 한다.
심층부를 벗어난다, 낙원을 벗어난다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를 벗어날 기세로!
드높은 하늘을 향해 비상하던 중, 피할 수 없는 고민에 빠졌다.
네 번째 시도에서 우리가 세운 계획은 어떠한가?
마왕이 인간의 영혼을 집어삼키기 전에 인류를 일시적으로 학살하고, 먹을 것이 없음을 깨달은 마왕이 지구를 떠난 후 부활시킨다.
이 계획에는 논리적 공백이 너무 많다.
동료들 또한 여러 방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곤 했었지.
예컨대, 낙원 너머의 다른 도시들은 어쩌지?
그 도시들도 출입을 통제하고 물을 끊기는 했지만, 생존자가 없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막말로 그쪽 도시의 지배층이 남아있던 물을 독점하며 버틴다면 어쩌겠는가.
그 문제는 그렇다 치자.
지구 여기저기에 생존자가 어느 정도 남는다 쳐도 마왕이 느끼기엔 ‘사냥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일 테니, 근본적인 실패는 아니다.
토끼 몇 마리 남았다고 호랑이가 만족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마왕의 행동이다.
지구에 먹을 것이 떨어졌다고 마왕이 정말 떠나긴 할까?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확신할 수 없었다.
… 동료들은 살아있을까?
「동료 위치정보(*)」
“아직 다들 살아있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모래시계를 썼으니까 살아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전혀 아니다!
모래시계가 만들어낸 일주일의 절대적인 불가침.
단언컨대 이것은 인류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궁극의 지혜요, 기적이다.
한 호흡에 별을 집어삼키는 우주적 절망이 지표를 뒤덮은 상태인데, 그 대단한 마왕이 어린아이 주먹만 한 도구가 만든 기적을 뚫지 못한다.
마왕만? 그럴 리가!
무대가 206호이기에 마왕이 망신당했을 뿐, 다른 죄수가 있었어도 똑같다.
원장, 성운의 용, 삼키는 자, 주, 0차원의 눈, 해신, 아드라비타 여기에 불쌍하기 짝이 없는 205호의 누군가까지.
아무리 위대한 죄수라 해도 모래시계의 불가침을 뚫을 수 없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정답은 지극히 단순하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 일종의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며, 시뮬레이션을 만든 이들이 모래시계에 그런 권능을 부여했으니까.
시뮬레이션 속 신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개발자 도구는 뚫을 수 없는 법.
잊지 말자.
모래시계라는 황당한 도구가 증명하듯, 저주의 방은 현실이 아니라 호텔이 만든 일종의 고난도 시험문제다.
중요한 것은 호텔의 평가다.
저주의 방에서 해결 판정받기 위해 ‘완벽한 답’을 찾을 필요까지는 없다.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고, 그런 답을 낸 적도 없다.
다른 방에서 찾은 해답들도 돌이켜보면 애매하거나 미래의 불안함이 남아있었다.
당연하다.
종말을 초능력 좀 얻은 필멸자 몇 명이 고작 몇 주에서 몇 달 고민해서 완벽히 막아낼 수 있다?
종말을 막지 못한 그 세계의 원주민들이 바보 멍청이라는 소리 아니겠는가.
“…”
완벽하진 않더라도 그럴듯한 정도는 되어야 한다.
빈틈은 있어도 방향성은 그럴듯하다거나, 너희 수준에서 이 정도면 괜찮았다 정도는 되어야 한다.
우리는 시험지에 그럴듯한 답을 쓰고 있는 걸까?
“허억! 가, 가인아….”
아리의 헐떡이는 목소리.
아까부터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는데, 이젠 정말 한계인가 보다.
“나는…. 이제…. 한계 같아.”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시점에서 아리가 대단히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아리가 아니라 다른 누구라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조금만 더 견뎌봐.”
그렇다고는 해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겠지.
— 라아아아!
지구는 이미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불가해한 위광, 충동으로 가득한 물결이 별 전체를 휩쓸고 있다.
광기에 찬 조물주, 굶주린 맹수가 몸을 일으켰다.
“아리야, 이제 내가 업어줄 테니 눈을 감도록 해.”
저런 것을 맨눈으로 보면 쇠약해진 지금의 아리는 즉시 죽을지도 모른다.
더 높이 비상했다.
심층부를 넘어서, 낙원을 넘어서, 하늘을 넘어서 –
「동료 위치정보(*)
김아리 : 우주」
“아.”
위치가 ‘우주’로 바뀌었다.
나는, 그러니까….
맨몸으로 날아서 우주에 도착했다.
“…”
이 순간, 모든 것을 잊었다.
호텔에서 겪어온 고통, 가족에 대한 그리움, 마도서와 신성한 태양에 대한 고민, 206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왕은 대체 –
조금 전까지 머리를 복잡하게 했던 고민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아, 아리야! 우리, 우리 우주에 도착했어! 내가, 내가 맨몸으로 날아서 우주에 도착했다니까?”
안타깝게도 이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아리는 산소 부족으로 기절한 지 오래였다.
“아, 아, 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서 별을 굽어본다.
비록 그 별의 상태가 내가 아는 지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내가 우주에 도착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정말로 ‘위대한 경지’에 도달했음을 맨몸으로 우주에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마왕이 주는 절망조차 앗아갈 수 없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전능감이 내 영혼을 적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리고, 우주에서 목소리를 들었다.
“부럽군요.”
“… 너.”
“지금 당신의 기분이 느껴집니다.”
“…”
“정말 부럽습니다. 어떤 기분입니까?”
“…”
“내가 아는 한, 그 어떤 인간도 이런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당신에겐 인간이라는 표현이 어색하군요.”
“…”
“당신은 도교의 신선이요, 불교의 보살이며, 기독교의 천사입니다.”
우습게도 마지막 한 수를 드러낸 궁극자의 존재를 깨닫자마자 감동이 깨지고 현실로 돌아왔다.
“흉계가 있는 줄은 알았는데, 이제 드러낼 셈이야?”
“하하! 흉계라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이놈이 날 해칠 것 같진 않았다.
궁극자를 믿는 건 아니나 궁극자의 제안을 받으라고 권고한 올빼미를 믿었기 때문이다.
다만 궁금했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인지.
“이야, 경관 참 좋군요. 지구를 내려다봅시다. 마왕이 보이는군요.”
“…”
“내가 모셔 온 분, 마왕께서 무슨 고민에 빠지셨는지 알겠습니까?”
“마왕의 고민이라.”
무한한 충동의 파도와도 같은 마왕을 바라본다.
분명, 한때는 신도와 소통하는 지성적인 면을 드러내기도 했었는데.
“…”
인격, 이성, 지성.
요컨대, ‘합리성’이라는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 마왕의 가면이 서서히 벗겨진다.
그 빈 자리를 끝없는 공허함과 굶주림이 채웠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배가 고프다.”
“다른 것은 더 없습니까?”
“오직 굶주림과 공허함. 그것뿐이다.”
“지금 나의 신께서는 인간을 유혹하기 위한 가면을 벗어던지고 태고의 모습으로 돌아가셨습니다.”
“…”
궁극자가 말하는 태고의 모습.
사실, 나 또한 알고 있던 모습이다.
1회차 때 강림을 써서 마왕과 마주하며 확인했던 모습이니까.
“이제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마치 모든 것을 꿰뚫었다는 듯 말하는 궁극자의 태도가 제법 우습다.
“너, 우리가 말해주기 전엔 이런 방식은 상상도 못 했다면서?”
“인정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렇게 아는 체를 많이 하지?”
“하하! 원래 빈 수레가 요란한 법 아니겠습니까? 말하자면 이런 것이지요. 마왕에 대해선 많이 알고 있었는데, 여러분처럼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질 못했거든요.”
“…”
“여러분의 관점을 취해보니 깨닫는 바가 있었다는 -”
“아. 너, 설마 -”
깨달음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올빼미의 조언에 따르면, 이 녀석의 목적도 결국 존속과 구원이다.
그리고 다시금 깨달은 마왕의 본질.
나는 이제부터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직감했다.
불완전하기 짝이 없던 계획에 어떤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지 알았다!
— 화르르!
타오른다.
신성한 태양에 합일한 영혼들이 공허한 우주를 가득 채울 것처럼 빛을 발한다!
이윽고 마왕의 시선이 우주를 향했다.
그 끔찍한 시선의 끝에 내가 있었다.
끝없는 허기에 시달리는 야수의 눈에 물경 1,800만 영혼이 결집한 가장 완벽한 음식이 나타났다!
“이런 씨 -”
“아아…. 위대한 보살이시여. 부디, 모든 이의 구원이 되시옵고 -”
“아가리 닥쳐 이 새끼야!”
— 쿠르릉!
마침내 마왕이 지구에서 우주를 향해 몸을 일으켰다.
정확히는, 나를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