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73)
EP.473 473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2)
473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573일 차
현재 위치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씨발씨발씨발씨-”
“너무 천박하신 것 아닙니까?”
“닥치라고!”
논리적 공백이 많은 계획, 그래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던 계획!
설마하니 내가 미끼가 되어 마왕을 유혹하는 역할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 라아아아!
고막을 지져버릴 듯한 기괴한 불협화음이 우주를 메운다.
마왕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굶주림에 시달리는 궁극의 포식자가 지구에서 몸을 일으켰다.
“빨리 움직이셔야지요. 이러다 곧 잡힙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도망갈 수 있지?”
“날면 되는 것 아닙니까?”
“병신아! 내가 마왕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겠냐고!”
“어엇! 더 느리신가요?”
순간 숨이 탁 막히며 깨달았다.
이 머저리는 미묘하게 시조 메이와 닮았다!
궁극자의 눈에 비친 지금까지의 나는 정말 보살이나 천사 같았으리라.
필멸자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전능한 존재, 사람보다 신에 가까운 자.
심지어 이 녀석은 마왕과 연결되어 과거 회차의 일도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 1회차에서 강림을 써서 마왕과 한 차례 붙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청야전술’에 대해 듣자마자 이런 상황을 유도했다.
내가, 마왕을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는 없더라도 도망가는 정도는 가능할 줄 알고!
병아리에겐 여우 정도만 되어도 궁극의 포식자나 다름없으니 여우와 호랑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수준의 이야기다.
다시 말해, 이 병신과 더 대화해서 얻을 것은 없으며 답은 내가 내야 한다.
생각 1.
유지력이 강할 뿐이지 출력으로 따지면, 신성한 태양이 아무리 용을 써도 예전의 강림에 미치지 못한다.
그 강림조차도 마왕 앞에선 약간의 시간 벌이에 불과했는데, 신성한 태양의 힘으로 마왕에게 도주한다?
죽었다 깨어나도 답이 없다!
생각 2.
죄수와 내가 힘 싸움해야 하는 구도,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빠르냐 같은 스펙 대결로 가면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그러니까 –
“다, 당신 동료들은 지상에 살아있다면서요? 아까 하는 말 들었습니다. 무슨 수가 없습니까?”
“…”
궁극자가 병아리고, 내가 여우라면, 마왕은 호랑이.
그리고 호텔은 용 혹은 그 이상의 위상.
여우라 해도 용이 내린 도구를 쓰면 호랑이를 감당할 수 있는 법.
천하의 마왕이 주먹만 한 모래시계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
우주공간에 둥실둥실 뜬 채 눈을 감고 몸을 쭉 펼쳤다.
“으악! 다, 당신 미쳤습니까? 지금 뭐 낮잠이라도 잡니까? 지금 마왕이 -”
신성한 태양이 함께하는 지금, 나는 ‘반쯤’ 신이다.
신이란 전지전능한 존재 아니겠는가.
반쯤 신도 절반 정도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대악마가 덮쳐오는 와중에 우주에서 한숨 자는 일도 할 수 있다.
— 펄럭!
‘꿈의 왕국’이 펼쳐졌다.
*
[사용자 : 인류 최초로 우주에서 낮잠 자는 신날짜 : 0]
‘내 추측이 맞나요?’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살짝 선을 넘었는지, 스택 3개를 한 번에 소모한 조언의 답은 심히 간단했다.
[그렇다.]답변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 끼익!
‘꿈의 왕국’의 출입문이 열리며 다시금 공허한 우주공간에서 깨어났다.
*
— 오오오오!
깨어나자마자 내가 갑자기 사라져서 당황했던 궁극의 포식자가 환희의 포효를 터트렸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움켜쥐었다.
– 아아, 신이시여. 위대한 구원이시여!
– 정녕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 제발, 제발! 이러지 마소서….
흩어지는 영혼, 날 믿고 따랐던 신도들을 느낀다.
평생 신발 공장에서 일한 3급 시민 조슈아는 가족을 사랑하는 성실한 남자였지.
의사였던 2급 시민 케빈, 낮은 계급 사람들의 처지를 가련히 여겨 저가로 치료했던 선량한 의사였어.
난치병에 시달리는 딸을 사랑했던 3급 시민 에밀리, 부디 다음 기회가 있다면 딸과 함께 행복할 수 있기를.
웃고 또 울었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내 일부였으니, 나는 자식을 버리는 아비다.
“미안해. 아무래도 나는 진짜 신은 아니었나 봐.”
그저 모든 것의 끝에서 이들에게도 안식이 있기를 기도했을 뿐.
신성한 태양에 쌓인 수많은 영혼이 서서히 우주공간으로 흩어진다.
궁극의 포식자는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겠다는 듯 하나하나 삼킨다.
“먹어라! 이것은 내 살과 피요, 영혼으로 빚은 빵과 포도주다!”
끝없이 영혼을 토해내며 공허한 우주를 가로질렀다.
마왕에게 도망치기 위해 마왕보다 빠를 필요는 없었다.
그저 ‘중간중간 멈춰서 식사하는’ 마왕보다 빠른 정도로 충분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00일 차
현재 위치 : —
현자의 조언 : 3]
오랜 시간이 흘렀다.
상태 창에 따르면 1년 가까운 시간.
영혼으로 만들어진 내 살과 피를 끝없이 흘리며 우주공간을 비행했다.
편안한 시간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마왕은 황금알을 낳는 오리를 추격하며 알 대신 오리 자체를 먹고 싶어 했으니까.
그때마다 꿈의 왕국이 내 피신처가 되어주었다.
고통스럽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끝없이 비행하는 내게 ‘동반자’라 할만한 존재는 올빼미뿐이었으니, 매일 세 번씩 대화하며 외로움과 호기심을 달래곤 했으니까.
“… 대체 어디까지 왔을까.”
인류가 우주 진출을 위해 만든 엔진 중에선 ‘이온 엔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엔진의 추력은 고작해야 종이 한 장 드는 정도라고 한다.
겨우 이런 힘으로 어떻게 우주선을 움직이냐고?
이온 엔진은 인류가 만든 모든 엔진 중 연비가 가장 뛰어나고, 우주공간에는 공기가 존재하지 않아 ‘저항’도 없으니 가능하다.
종이 한 장 드는 정도의 추력을 단 1분 1초도 멈추지 않은 채 끝없이 발생시키면, 저항이 없는 우주에선 끝없이 가속한다.
그렇게 몇 달 이상 지나다 보면 시속 14만 km라는 무지막지한 속도에 도달한다.
…
같은 이치가 내게도 적용된다.
지구에서라면 조금 느린 비행기 정도의 추력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방출했고, 저항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나는 끝없이 빨라졌다.
지금 내 속도는 어느 정도이며 위치는 또 어디인가.
모른다.
다만, 어느 시점부터는 내 움직임이 법칙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다고 느꼈다.
“…”
태양은 진작부터 보이지 않았다.
상태창은 언젠가부터 현재 위치를 표시하지 않았다.
“… 아파.”
아주 오랜만에 고통을 느꼈다.
고통의 끝,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기이한 영역.
불꽃처럼 타오르는 나를 본다.
그는 아주 작고 어린 소년처럼 변해 있었다.
“왜…. 왜 하필 이런 선택을 했어?”
“…”
“태양의 힘을 다 써버리고 말았어. 나는, 우리는 분명 위대한 존재로 도약하고 있었는데!”
“…”
“다시 미천해졌어. 하찮은 개미로 떨어졌다고!”
“미천까지야. 태양을 얻기 전에도 난 대단한 존재였는데.”
“206호는 우리가 신이 되기 위한 요람이었어! 태양의 힘으로 천상의 영지에 닿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그런데 206호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을 다 써버리면 -”
“풋!”
웃었다.
어리석은 소년을 보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미로의 조언대로 태양을 ‘격리’한 덕분일까?
“아니야. 전혀 아니야.”
“뭐? 무슨 -”
“신이 된다? 승천? 천상에 도전한다? 언제부터 내 목표가 그런 뜬구름 잡는 것이었는데?”
“…”
그런 적 없다.
유산은 그냥 저주의 방의 보상이요 호텔 진행을 위한 도구일 뿐.
그런데 유산 자체를 내 삶의 목적으로 삼으려 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한가인의 삶이 아니라 신성한 태양의 삶이 아닌가.
“난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집으로 가서 부모님도 보고 동생도 보고 싶어. 그냥 그 정도면 될 것 같아.”
또 다른 내가 웃었다.
“그래? 좋아. 이번엔 네가 이긴 모양이네.”
“…”
“일시적인 것 알지? 친구, 다음에 또 보자고!”
태양에 담긴 마지막 한 방울의 힘이 사그라드는 순간, 소년 또한 허무 속으로 사라졌다.
소멸 속에서도 소년은 절망하지 않았다.
‘다음에 또 보자’라는 말은 허언이 아니었으니까.
사라진 것은 태양에 축적한 영혼의 힘이지, 태양 자체가 아니다.
언젠가 나는 다시금 큰 힘을 추구하며 영혼을 쌓겠지.
그때가 되면 ‘계시’는 내 안에서 깨어나리라.
궁극적으로 이 싸움은, 내가 살아있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아.”
태양의 힘이 전부 사라지며 유예되었던 고통이 나를 덮쳤다.
춥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숨을 쉴 수 없다.
— 고오오오!
위치를 알 수 없는 머나먼 우주공간.
마지막 한입을 위해 달려드는 마왕을 보며 생각한다.
206호의 내용을 나는 이렇게 요약하고 싶다.
한가인, 20세, K 대학 신입생.
광부로 시작해 신으로 살았고, 다시금 인간이 된 채 잠들다.
이것이 206호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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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7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