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74)
EP.474 474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3) Fin
474화 – 206호, 저주의 방 – ‘100일 후에 부활하는 마왕’ Re (33) Fin
– 유송이
약 1년 전, 날짜로 치면 579일에서 580일.
우리는 모든 인간이 사라진 무인도시(無人都市)에서 깨어났다.
불굴의 이성이 도시 전체를 제물로 삼은 회차에서조차 특수한 쉘터에 숨어 살아남았던 시조역시 마왕 강림 앞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별 전체의 생존자는 단 일곱!
유송이, 이은솔, 김묵성, 김상현, 박승엽, 엘레나, 차진철.
마왕의 폭거조차 견뎌낼 수 있는 모래시계의 도움을 받은 우리뿐이었다.
당시에는 심층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했다.
계획대로 별을 멸망으로 몰아간 후, 부활한 마왕 손에 다 죽었다 정도?
과정이야 어찌 됐든, 마왕이 사라졌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했다.
마왕이 먹기 전에 밥그릇을 비우면 마왕이 다른 사냥터로 떠난다!
라는 황당한 계획이 진짜 성공한 것.
그래서 깨어난 날은 다 같이 축제 분위기였다.
…
마왕이 지구를 떠났는데도 해결이 뜨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절차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회귀와 부활.
애초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한 이유는 206호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으니까.
결국 죽은 사람들을 살려야 끝나는 일이다.
이 지점에서 모두가 중대한 고민에 빠졌다.
‘언제’ 시간을 돌려야 할까?
당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마왕이 우주에서 왔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선생, 당신은 마왕에게 엄청나게 광범위한 영혼 탐색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그렇습니다.’
‘음, 할아버님. 마왕은 지금도 쉼 없이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는 중이겠죠?’
‘그렇겠지.’
‘그렇다면 시간을 최대한 늦게 돌려야 할 것 같은데.’
‘… 그렇겠지.’
그렇다.
너무 일찍 시간을 돌리면, 먹이가 없는 줄 알고 우주로 떠난 마왕이 다시 지구를 감지하고 돌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마왕이 지구에서 가장 멀어진 시점, 즉 우리에게 허락된 가장 늦은 시점에 시간을 돌려야 한다.
이 한계는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의 지배자가 정한다.
‘소장의 기억을 얻은 미로가 말했었죠. 시간의 지배자를 써서 회귀할 수 있는 한계는 약 1년.’
‘그러면 뭐, 답 나왔네. 우리끼리 1년 버틴 후에 회귀하자.’
회의는 금방 끝났지만, 결론은 제법 고달팠다.
부활한 마왕이 뿜어낸 괴담 현상으로 도시는 완전히 무너졌으며 별 전체에 인간이라곤 없는 상황.
사실상 석기시대에 떨어져 생존을 꾀하는 203호 같은 상황!
그래도 203호보다는 훨씬 살만했다.
왜냐하면, 우리 중 생존왕 김닥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거, 이거 먹어도 되는 -’
‘내가 몇 번을 말했습니까. 버섯은 전부 독버섯이니 가까이도 가지 말라고 했는데, 승엽 군은 거짓말처럼 버섯만 주워오는군요.’
‘…’
‘야, 상현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승엽이가 주워 왔으니 괜찮지 않겠냐?’
‘그러면 요원님 스튜에 넣어드리겠습니다. 행운을 믿고 드시지요.’
‘… 승엽이 이 녀석! 당장 버리지 못해!’
나는 아직도 그 시기 승엽이가 이 악물고 버섯만 주워온 이유를 모르겠어.
의외로 그 버섯, 정말 맛있고 몸에 좋은 것 아니었을까?
물론, 행운을 믿고 먹기엔 독버섯이 너무 무서웠다.
이런 느낌으로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하늘에서 아리가 나타났다.
아주 참혹한 상태였다.
팔이 하나 없고, 눈은 반쯤 멀었고, 피부는….
인간이라면 이런 상처를 입은 채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않은 채 생존할 수 없다.
인간이라면 설령 운 좋게 살았다 해도 태평양 어딘가에 떨어진 채 우리에게 돌아올 수가 없다.
팔을 도려내고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윙 부츠를 신고 있었으니까 저 상태로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리는 정신적으로도 정상이 아니었다.
모래시계의 보호 없이 마왕을 지나치게 인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피리로도 되돌리지 못했다.
의사 선생님과 유미의 분석에 따르면, 정신이 망가진 채 몇 달이 흘러서 뇌 자체에 물리적인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단다.
덕분에 열악하기 짝이 없던 호텔 촌락에 치매 소녀가 한 명 추가됐다.
…
아리는 며칠에 한 번꼴로 제정신을 되찾곤 했고, 심층부에서 벌어진 일을 들려주었다.
마왕은 깨어나자마자 지구를 떠난 게 아니었다는 사실.
궁극자와 가인 오빠가 일종의 미끼 역할을 맡아 마왕을 우주로 유도했다는 사실.
지금도 우주공간을 비행 중인 것 같다는 사실.
듣고 있으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206호처럼 초현실적이면서도 황당한 방식으로 진행한 방은 처음 같아.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비슷했는데, 그 와중에 의사 선생님은 가인 오빠에게 대단한 감명을 받았는지 눈물까지 한 방울 흘렸다.
이럴 때 보면 선생님은 미묘하게 감성이 충만한 사람이다.
그 외에는, 글쎄, 엘레나가 아리를 돌보다가 멍하니 하늘을 보며 ‘저 별이 가인 씨일까요? 아니면 저 별?’ 따위의 닭살 돋는 말을 했다 정도네.
그럴 때마다 아리는 딜레이 없는 미소녀 박치기로 화답했다.
와, 80년대 멜로 영화도 아니고 솔직히 ‘저 별이 가인 씨일까요?’는 좀 그랬어.
엘레나는 나중에 배우로 성공한 후에도 대사는 작가에게 맡기는 게 좋겠어.
대자연에서의 삶이라는 건 험난하기 그지없고,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쉴 틈이 없었다.
문명 속의 인간은 편의점에서 1시간만 일해도 만원 정도 받고 그 돈으로 괜찮은 밥 한 끼를 사 먹을 수 있다.
대자연을 살아가는 인간은 거의 7~8시간을 고생해야 식사 비슷한 것 약간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더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폐허가 된 낙원에서 찾아낸 약간의 보존식품이 아니었다면, 정말 벌레만 먹으면서 버텼을지도 몰라.
험난한 시간이 강물처럼 흘렀다.
대다수의 인류가 죽은 시점은 정황상 571일부터 580일 사이.
아주 정확한 시점은 우리는 모래시계 때문에 굳어 있었고, 아리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니 알아내지 못했다.
보수적으로 570일이라 잡으면, 시간의 지배자로 시간을 돌려서 모두를 되살릴 수 있는 한계 시점은 여기서 365일을 추가한 935일 차다.
오늘은 930일 차다.
*
이른 아침, 덥수룩한 턱수염을 자랑하는 의사 선생님이 모두에게 알렸다.
“오늘 출발합시다. 더 늦으면 곤란할 겁니다.”
상의가 반쯤 헤졌지만,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그냥 입고 있던 승엽이가 답했다.
“하아암. 오늘이 몇 일차죠?”
대답은 산발이 된 은솔 언니의 입에서 나왔다.
“계산에 실수가 없다면 930일이야. 혹시 실수 있니?”
“930일 맞아요.”
“그래, 이제 출발해야겠네.”
역시 산발이 된 데다가 꾀죄죄한 몰골의 엘레나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완전 홈리스가 따로 없네요. 나라 망해서 도망 나온 난민 같아요.”
나라 망해서 도망 나온 난민?
은근히 맞는 말인 것 같아.
그리고 산발에 피부까지 안 좋아진 상태에서도 엄청 예쁜 엘레나가 그런 말을 하니까 미묘하게 화가 나.
“으흠, 출발하자. 아리야!”
“…”
아리의 상태는 여전히 정상이 아니다.
처음 돌아왔을 때는 3일에 한 번 정도는 사람처럼 말했는데, 점점 주기가 길어지더니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모두가 주섬주섬 폐허가 된 낙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
여기저기 흩어진 콘크리트 조각을 피해 움직이던 중,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낙원도 오랜만이다. 여기저기 뒤져서 통조림 몇 개 찾아낸 후론 돌아올 일이 없었는데.”
“그렇지요.”
밖에서 버티던 중, 몇몇 사람이 낙원 심층부를 수색했다.
마왕 부활 이후에도 심층부에 ‘시간 지연 현상’이 남아있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날짜 계산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마왕이 부활하며 시간 지연 현상도 사라진 모양이니, 우리는 시간의 지배자를 다시 작동해야 한다.
“혹시나 해서 말인데, 시간의 지배자는 작동할 수 있는 거겠지?”
“…”
“…”
“…”
“으흠, 쓸데없는 소리를 했구나. 가자.”
마왕이 부활하면서 시간의 지배자를 파괴하거나 하진 않았겠지?
이 부분은 모두가 불안해했지만, 실제 확인 전엔 알 방법이 없었다.
멀쩡하길 믿어야 한다.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별 전체의 시간을 돌리는 위대한 권능.
관리국 듀오의 말에 따르면, 시간의 지배자는 ‘절대’ 인간이 만든 게 아니다.
분명 어떤 우주적 존재에게 얻어냈다는 것.
그 증거로, 마왕조차 시간의 지배자의 시간 지연에 수백 년을 당했다.
“여기야. 본래는 이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면 심층부였지.”
은솔 언니의 말에 할아버지가 보탰다.
“4개월 전에 나랑 상현이가 확인했는데, 시간 지연은 물론 괴물도 없더라. 마왕이 사라졌으니까. 자, 로프들 매라.”
망가진 승강기 대신 사용할 로프를 매던 중, 익숙한 얼굴이 떠올라서 말했다.
“결국 미로는 나오지 못했네요.”
“… 마왕이 부활할 때 죽은 모양이지. 뭐, 처음부터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잖냐.”
“그쵸.”
“괜찮다. 네가 할 수 있을 거야. 이미 확인이 끝났다.”
“…”
내가, 유송이가 시간의 지배자를 작동시켜야 한다.
나는 결사의 일원이 아닌데 무슨 수로 시간의 지배자를 작동해?
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나한테도 있었지.
세상에는 지정 생존자(指定生存者, designated survivor) 혹은 유사시 권한대행이라는 개념이 있다.
테러, 전쟁, 자연재해 등으로 대통령 및 정부 각료가 몰살당할 경우, 즉시 그 권한을 이어받아 권력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존재.
세계 각국의 정부가 도입한 이 제도는 당연히 관리국은 물론 결사에도 있다고 한다.
사실, 관리국이야말로 말단은 물론 수뇌부도 별의별 해괴한 이유로 죽어 나가는 조직이니 이런 개념이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간단하게, 결사 서열 1위가 죽으면 2위가 대행한다.
1위부터 10위가 죽으면 11위가 대행한다.
아예 수뇌부가 다 죽으면?
생존자가 없는 수준이면?
어제까지 말단 직원이었다 해도 오늘부터 New 결사의 수장이 되어 세상을 지탱해야 한다.
심층부의 결사 생존자들은 전부 죽었으며, 시조도 죽었다.
나는 시조가 세운 도시 관리자 가문의 후계자다.
…
어두운 폐허를 횃불 서너 개로 밝히며 반나절을 걸어간 끝에 그놈의 연구소에 도착했다.
이미 몇 번 와본 사람도 있고, 그래서 길은 수월히 찾았지만 난 처음이야.
꿀꺽!
“긴장 풀어라. 분명 네가 카디로프 가문 후계자임을 입증하면, 시간의 지배자는 널 인정할 게다.”
입증 못하면?
연구소는 은근히 지상의 사정을 잘 몰랐잖아!
아리가 본인을 시조 후계자라고 우겨도 그런가 보다 했다며!
“…”
쓸데없이 불안한 생각은 집어치운 채 낙원에서부터 가져온 ‘신분 증명 수단’들을 매만졌다.
카디로프 가문의 직인, 206호의 설정상 카디로프 가문이 이어받아 온 원 모어 찬스와 내 팔찌 등.
이중 뭐 하나는 통하겠지?
— 철컥!
“여기일 겁니다. 정신이 멀쩡하던 아리 양의 말에 따르면…. 아리 양, 맞지요?”
“나 배고팡.”
“…”
“소시지 먹고 싶어.”
“… 송이 양, 출발하시죠.”
아리 얘, 정신이 이상해지더니 하는 짓이 미로랑 똑같잖아!
생각해보니 이것도 웃기네?
반대로 미로가 하는 짓이 치매 걸린 아리랑 비슷한 건가?
“소시지 없어?”
밖에 나가면 둘 다 소시지로 때려줄 –
“배고팡.”
등 뒤에 찰싹 달라붙은 아리가 너무 귀여워서 참았다.
그냥 계속 이런 상태여도 괜찮을 것 –
“아! 아! 아아아아!”
“뭐, 뭐야? 송이 너 괜찮냐?”
“… 아.”
“송이야? 뭔가 느꼈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따스한 기운이 나를 감싼다.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인도를 따라 연구소 벽면에 숨겨진 비밀 통로를 열고 내려갔다.
그리고….
차가운 세상을 밝히는 등불처럼 빛나는 동그란 물체를 본다.
보는 순간 알았다.
“네가 시간의 지배자구나.”
무슨 심층부의 제어장치나 컴퓨터 설비를 복구하고 말고 따위는 전혀 필요 없었다.
그런 것은 전부 부차적인 요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시간의 지배자가 ‘나’를 알아보았다.
이 별에 남은 마지막 결사의 후예를 찾아냈다.
이 순간,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았다.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그리고 빛이 있었다.
이것이 206호에 대한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당신은 성공했습니다!
인권이라는 말이 유치한 농담처럼 여겨지는 낙원, 이름부터가 얼마나 아이러니한가요?
모든 이가 인간이 아니라 도시를 위한 톱니바퀴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
안타깝게도, 이 묵시적 비극의 희생양은 노동자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조, 시장 소장 – 그들 또한 조금 큰 톱니바퀴에 불과했지요.
모든 고통의 원인, 말 그대로 만악의 근원.
마왕(魔王).
인류를 악독하게 몰아붙인 존재, 힘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는 절망.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쩌면 말입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겐 합류하는 게 답인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그것이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라 믿었습니다.
여러분은 또 다른 선택지를 찾아냈습니다.
마왕이 지성적인 존재라기보다 자연재해 혹은 야수에 가까운 존재임을 이해한 후, 그 괴물이 별을 떠나게끔 유도했지요.
사실, 중간중간 빈틈이 적지 않은 계획이었습니다.
현실이었다면 결국 실패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러나, 우리는 세세한 디테일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기보다 큰 틀에서 평가하겠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시겠죠?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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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료 중 최종 해결 발생! 축하합니다!
최종 해결자 발생하여 구성원 전원이 무사 귀환합니다.
어떤 보물을 받을지, 누가 받을지 여러분이 직접 결정해주세요.」
큰 틀에서 평가한다?
좋은 의미 맞죠?
티켓 준다는 것 맞죠!
호텔은 내 의문에 대답하는 대신, 다음 알림을 띄웠다.
「참가자 여러분! 다시금 206호의 해결을 축하드립니다.
현재까지 살아남았고 -」
생존자 모두의 이름이 있었기에 세세히 볼 필요가 없었다.
느낌상 가장 기여도가 높은 사람은 마왕을 데리고 우주로 날아간 가인 오빠겠지만, 현시점에선 이미 죽은 모양이다.
가인 오빠가 죽은 시점에서 다른 생존자의 기여도는 고만고만하다는 게 호텔의 평가겠지.
이번 유산을 누가 얻을지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206호’의 유산, 세상을 구하기 위한 힘.
누가 얻을지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합의했던 부분이니까.
다만….
또 한 장의 티켓이 완성됐다.
이번에는 부활이 아니라 또 다른 유산으로 교환할 가능성이 크다.
‘그 유산’은 누구의 손에 들어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