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77)
EP.477 477화 – 파티 타임 – 네 번째 강화 (2)
477화 – 파티 타임 – 네 번째 강화 (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31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자연스럽게 내게 모여드는 시선을 보며 당황했다.
아리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평소엔 이 정도로 내 답변을 중시하는 것 같진 않았는데.
은솔 누나는 부등변다면체를 선호한다기보다는 불굴의 이성을 원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굳이 말하지 않는 속마음도 짐작이 갔다.
불굴의 이성은 인신 공양을 필수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은 신성한 태양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는데, 신성한 태양은 꼭 사람을 죽이지 않고 신앙심만 모아도 힘을 쓸 수 있다.
반면, 불굴의 이성은 제물이 자발적일 필요가 없으며 길 가는 사람 납치해다 바쳐도 작동한다.
아리는 과거에 내가 냈던 의견을 강조하며 불굴의 이성을 바란다.
세상의 위기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리국 요원이기 때문이겠지만….
이게 다가 아닌 것 같다.
미묘하게 날 떠보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유산 선택과 별개로 내게 뭔가 알아내려는 듯한 모습.
“…”
“네 생각은 어때?”
결정을 내렸다.
“중요한 문제니까, 성소에 다녀와서 결정하자.”
“성소? 혹시 후원자에게 물어볼 생각?”
“맞아. 조언도 써볼 생각이야.”
“넌 이미 3단계 강화인데 – 으음. 너라면 가능할지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다른 사람들 생각은 어때?”
중요한 문제니까 후원자의 조언을 듣자는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게 모은 티켓, 한번 결정하면 무를 수 없으니 선택은 신중하게 해야지.
예전에 들었던 말을 고려하면, 후원자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만날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조언을 써보는 게 좋겠지.
[조언 : 3 -> 2]‘어떤 유산을 고르는 게 좋을까?’
[무엇을 고르느냐보다 누가 쓰냐의 문제.]저주의 방이 아니라 급하지 않으니까 더 물어볼까?
[조언 : 2 -> 1]‘그러면 누가 쓰냐까지 포함해서 답변을 듣고 싶다.’
[네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내가 뭔가 놓쳤다?
머리를 싸매며 다음 조언까지 써봤는데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
다음 날 아침, 파티타임 시작 알림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축복의 성소로 향했다.
이젠 이 장소도 집처럼 익숙해졌다.
누가 강화할 수 있을지 확인하자 두 사람이 떴다.
「엘레나, 한가인의 강화가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Y/N)」
203호를 해결했을 때, 올빼미는 적어도 두 개의 방을 해결한 후에 네 번째 강화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그 후로 104호, 205호, 206호를 해결한 상황이니 때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예상대로다.
문득, 머나먼 우주공간을 비행했던 차가운 기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뭉클해졌다.
수고했다고 말하는 동료들조차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할 텐데, 유일하게 그 고생을 지켜본 존재가 인정해주는 느낌.
“어? 제 이름이 있네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축하해!”
별개로, 1~2단계에 속한 동료 중 누군가가 강화할 것 같긴 했는데 엘레나일 줄은 몰랐다.
206호에서 꼭 대활약해서라기보다 2층 첫 방을 끝내자마자 명경지수를 얻고 오랜 시간이 흐르니 때가 된 것 아닐지.
곧,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며 의식이 머나먼 장소로 끌려갔다.
*
– 엘레나
이번이 내 차례라니?
정말 예상 못 했어.
기쁘면서도 미묘하고, 이런 말 하긴 웃기지만 살짝 미안하네.
“미안하다? 무엇 때문에 미안함을 느끼느냐?”
다소 어둡고 탁한 분위기의 저택, 시야 한 편에서 오랜만에 보는 후원자가 나타났다.
전에도 그랬지만 후드를 쓴 아름다운 여성 같은 형상.
물론, 이런 존재들이 으레 그렇듯 성별 따위는 아무 의미 없으리라.
“꼭 그렇진 않아. 나는 내가 여성이라고 생각하거든.”
“…”
나, 지금까지 단 한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는데.
이런 식의 ‘대화’는 여전히 어색하네.
“아하, 내가 좀 실례한 모양이구나? 이곳에서 생각과 말은 큰 차이가 없거든.”
“아닙니다.”
“그래, 아까 했던 이야기로 돌아가자꾸나. 왜 미안하다고 생각했니?”
“… 요즘은 축복을 그다지 쓰지 않았거든요. 아, 명경지수는 열심히 쓰고 있어요.”
그렇다.
솔직히 요샌 불길한 상상만 열심히 썼지, 정의를 유의미하게 쓴 기억이 별로 없어.
딱 명경지수만 불길한 상상을 수습하는 용도로 자주 쓰고 있다.
“그렇구나.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 그, 정의의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요.”
정말 너무 까다롭다.
악인을 상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인 줄 몰랐어.
호텔 특성상 인간이 아닌 괴물이 너무 많고, 악당들도 단순한 악인이라기보단 소위 신념형 악당이 많아서 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반면, 불길한 상상은 처음 얻을 때만 해도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는데, 적절하게 얻은 명경지수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쓰고 있네.
“불길한 상상을 주력으로 쓰면서 명경지수로 보조한다. 이게 네가 찾아낸 승리 공식이구나?”
“승리 공식? 그렇네요.”
그런 것 같아.
“정의의 조건은 결국 네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사실. 이젠 알고 있지?”
“네.”
예전엔 아리 등이 이 사실을 내게 숨겼었지.
이것도 오래된 이야기다.
문제는, 이 사실을 깨닫는다 해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가치관이라는 게 무슨 도구처럼 마음먹은 대로 바뀌지 않더라고요.”
필요할 때마다 상대를 악인이라 여길 수 있다면, 정의는 아주 편리한 힘이 된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기준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게 어떻게 신념이란 말인가?
“그래, 그래. 네 말이 맞아. 저울의 기준을 네 멋대로 바꿀 수 있으면, 그건 저울이 아니라 폭력에 불과하지.”
“그렇죠.”
이런 면에서 나와 후원자의 생각은 묘하게 일치한다.
그래서 내가 정의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동료를 ‘이용하는’ 정의 사용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니?”
“…”
동료를 이용하는 정의 활용.
동료를 위기에 몰아넣고, 내 앞에서 동료가 죽으면 정의를 훨씬 쉽게 쓸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이것이야말로 정의의 발동이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증거다.
예전, 아마도 104호에서 선생님이 본인을 희생해가며 알려준 방식이다.
“네가 능동적으로 그 전략을 쓰진 않더구나. 오히려 네 동료가 그 상황을 유도하는 경우는 있는데.”
“…”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애초에 내가 능동적으로 동료들을 희생시킨 후, 죽은 동료를 보며 분노해서 정의의 반격을 가한다?
생각만 해도 좀 이상해.
“그래, 이상하긴 하지. 너보고 내일부터 가차 없이 동료를 희생시키라는 의미는 아니었단다. 단지, 이번에 얻을 힘으로 유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어서 예시를 들었을 뿐.”
“유사한 상황이요? 어떤 힘이길래 -”
“그 전에.”
로브를 쓴 여인이 가볍게 한 바퀴 돌았다.
“어때?”
“무척 아름다우세요!”
“… 고맙구나. 나 말고, 주변 풍경이 어떠냐고 묻는 거란다.”
“음….”
워낙 오랜만에 온 장소라 처음엔 느끼지 못했는데, 전에 왔을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그때는 깔끔한 정원 같은 분위기였다면….
“조금 칙칙하고 어둡네요.”
“빈곤하고 음습한 분위기지. 위에선 쥐가 나올 것 같고, 벽은 당장 허물어질 것 같고.”
“그, 그 정도는 아니에요.”
애써 위로하려다가 순간, 허튼짓임을 알았어.
상대는 무슨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난 친구가 아니라 신에 준하는 존재.
이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는 가난의 흔적이 아니다!
후원자가 내게 무언가를 알려주려 하고 있다.
내 깨달음이 정확하다는 듯, 얼굴 없는 미녀는 미소를 보였다.
그녀가 웃고 있음을 어떻게 알 –
그게 문제가 아니고!
“뭔가요? 음, 이 저택을 살펴봐야 하나요? 어둡고 탁하고, 음습한 분위기의 -”
“그 정도면 됐다.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예?”
“이 풍경을 기억해두렴. 또,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거라. 그걸 위한 힘이니까.”
“예? 예?”
의식이 흐릿해진다.
*
[엘레나(정의) -> ‘정당방위’를 얻었습니다.]*
– 한가인
언제나 그렇듯, 올빼미는 구름 위에서 묵직한 분위기를 잡았다.
이야~ 누가 보면 조류계의 유일신이라도 되는 것 같은 –
“네 정신상태는 날이 갈수록 건방져지는군.”
“… 자꾸 마음을 읽으시니까 그렇죠.”
“읽는 게 아니라 보이는 것.”
“그게 그거 아닌가요?”
“격의 차이는 사소한 이해에서 드러난다.”
“…”
“그건 그렇고, 저쪽에서 재미난 짓을 하는군.”
“예?”
“나도 해볼까?”
“예?”
뭐라는 거야? 저쪽? 엘레나 쪽?
— 푸드덕!
저택만 한 올빼미가 날개를 퍼덕이는가 싶더니 주변 풍경이 요동치며 –
“…”
“…”
요동만 쳤다.
딱히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지금 올빼미의 기분을 읽을 수 있었다.
조금 멋쩍으면서도 살짝 쪽팔려 하는 분위기.
“… 위대한 새의 신께서 기적을 일으키려 하셨는데, 사특한 호텔의 간계가 -”
“조용히 해라.”
“뭔가요?”
예의상 질문은 했지만,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보아하니 엘레나의 후원자가 살짝 선을 넘으며 주변 배경을 힌트 삼아 엘레나에게 무언가 알려준 상황.
올빼미는 이 사실을 알고 자신도 해보려 했는데, 호텔이 올빼미에겐 허락하지 않았다.
왜? 내 후원자는 이미 여러 번 ‘꼼수’를 부렸으니까.
“마음만 받겠습니다.”
“내 너를 처음 거두었을 때, 진창에 떨어진 참새와 같았느니라.”
“언제 거두신 겁니까?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본인이 똑똑한 줄 알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허우적거리기만 하는 아둔한 참새.”
“방금 풍경을 흔들어서 뭐 하려고 하셨죠? 이야, 위대한 분인 줄 알았는데, 자기 집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으면 하늘을 날긴커녕, 바닥을 길 줄도 몰랐으니 얼마나 한심했는가.”
“초반엔 진짜 축복이 없는 줄 알았지 뭡니까. 상태창 활용이나 조언 사용법 같은 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참새가 이렇게 컸으니, 이것이야말로 지혜의 가호일 터.”
“…”
가벼운 장난으로 받긴 했지만, 올빼미의 태도가 평소와 아주 다르다.
꼭 필요한 말만 하고 내보냈던 과거와 달리 약간은 감상적인 태도.
지금 그는 어떤 기분일까?
가능성이 낮은 주식을 저점 매수했는데 떡상해서 고점에 –
“천박한 생각은 멈추라.”
“… 네.”
“두 가지를 명심하라. 첫째, 유산에 대한 네 의문.”
어떤 유산을 택해야 하는가.
“무엇을 고르냐가 아니라 누가 쓰냐의 문제라 하셨죠.”
“화로와 다면체. 누가 써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동료들과 이야기해봐야 -”
“네 동료는 이미 결정했다.”
유산을 누가 얻을 것인가의 문제를 동료들은 이미 결정했다고 한다.
왜 나는 이 사실을 몰랐지?
딱히 내게 숨길 필요가 없지 않나?
“…”
선택의 시간에 자기들끼리 이야기했구나.
여럿이서 이야기하다 보면 종종 나오는 간단한 실수다.
자기들끼리 끝난 이야기라 모두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그 자리엔 내가 없었다.
“누구에게 -”
“짐작 가지 않느냐?”
나구나.
206호에서 내가 크게 활약했는데, 마지막에 죽어서 유산을 얻지 못했다.
이것 외에도 동료 중 상당수는 날 가장 믿는 편이다.
선생님 혹은 미로나 엘레나가 내게 주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네가 그들 사이에 오간 대화를 몰랐듯, 그들은 네가 내린 결정에 대해 모른다.”
신성한 태양의 끝을 본 후 전부 비우는 과정에서 내가 내린 결정.
“… 과유불급.”
더 이상 유산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유산의 목적이 내 목적인 것이 아니라 내 목적에 유산이 보조해야 한다는 것.
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 정도면 되었군. 나머진 알아서 할 문제.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자.”
“다음 이야기라면, 네 번째 강화입니까?”
예전에 올빼미가 했던 말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뭐라고 했더라?
“지혜의 끝에 도달한 자는 만상을 통찰할 수 있으리…. 맞지요?”
만상을 통찰하는 힘!
듣기만 해도 엄청나게 대단한 힘이 아닌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올빼미를 바라보았을 때 –
내 생각과 달리, 다소 우려하는 눈길을 느꼈다.
“왜 그러시죠?”
— 푸드덕!
그는 대답 대신 하늘로 날아가며 내 머리에 한 문장을 박아넣었다.
「마음을 굳게 먹어라. 포기해야 할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라.」
뭐라는 거야?
*
[한가인(지혜) -> ‘통찰’을 얻었습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3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
보드라운 침대에서 깨어났다.
“뭐지?”
평소에도 알 수 없는 말을 좋아하던 후원자지만, 이번에도 똑같았다.
그 앞에 해준 유산 선택에 관한 이야기는 꽤 구체적이어서 쉽게 이해했는데….
포기해야 할 것과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해?
“…”
분명 ‘통찰’이라는 힘을 얻었는데, 딱히 상태창에 변화가 생기진 않았다.
일단 밖으로 나가자.
— 덜컹!
문을 활짝 열자 아침부터 복도를 조깅중이던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오! 일어났구나? 괜찮냐? 능력은 -”
“아.”
보았다.
보고 있다.
볼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마구잡이로 뒤섞인 불가해한 영역에서 밀려오는 불가해한 정보!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쇠락한 도시,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첨탑.
첨탑의 꼭대기에 못 박힌 늙은 남자.
그 밑에서 미소 짓는 알 수 없는 형상.
김묵성에게는 더 이상 생기가 없었다.
“크읏!”
“뭐야? 갑자기 왜 그러냐? 왜 또 -”
격렬한 두통을 느끼며 뒤를 돌았을 때 –
“가인앙?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
이번에는 시꺼먼 창을 꼬나쥔 소녀를 본다.
처음부터 이룰 수 없던 야망.
참혹하게 실패한 계획.
때를 기다리는 시계 속의 미로를 기다리는 파멸.
자신보다 더 뛰어난 상대에게 삼켜진 가련한 소녀.
머리가 녹아내릴 듯한 두통 속에서 깨달았다.
새롭게 얻은 ‘통찰’이 얼마나 황당한 능력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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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호텔 탈출기-4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