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80)
EP.480 480화 – 파티 타임 – 디너 파티 (5)
480화 – 파티 타임 – 디너 파티 (5)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33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 – ‘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이은솔 : 다들 프런트로 와줘! 방금 탐욕의 손을 사용했어!
[오늘의 특별 이벤트 : ‘디너 파티’ 시작합니다!]은솔 누나의 메시지와 알림을 보고 밖으로 나가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언니, 무슨 일이죠?”
모두의 궁금증을 대변하는 송이의 질문에 누나는 간단히 답했다.
“나도 몰라. 그냥 탐욕의 손을 썼을 뿐이야.”
“어어, 얘들아! 여기 안내문 비슷한 게 있는데?”
할아버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2층에서 디너파티를 진행 중이니 올라오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이거 이거, 불길한데. 가도 되는 거냐?”
“가지 않으면?”
“…”
아리 말이 정답이다.
호텔에서 벌이는 일이야 모든 것이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애초에 이 이벤트는 탐욕의 손이 만든 결과물.
우리가 원해서 시작한 이벤트다.
누나가 잊지 말라는 듯 강조했다.
“기억하지? 내가 이번에 탐욕의 손을 쓴 이유?”
2층의 마지막 방, 207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다.
“간접적으로 알려줄 것 같아.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집중하도록 해.”
“… 언니, 그런 말을 들으니 더더욱 파티일 것 같진 않네요.”
곧 모두가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 띵!
2층 버튼을 눌러 문이 닫히는 순간.
「참가자 여러분, 지금부터 축복과 유산이 봉인됩니다. 큰 위험은 없으니 모두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아, 이 새끼들이 또!”
… 의식이 흐릿해졌다.
*
– 박승엽
… 와. 여기 대체 어디임?
“허 참, 여기가 대체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뭔가 마음이 탁 놓였다.
나 혼자 이상한 장소에 떨어졌으면 그냥 꼼짝없이 죽을 뻔했네!
즉시 선생님 옆으로 바짝 붙었다.
“어이쿠, 승엽 군. 더우니까 좀 떨어지는 게 -”
“으악! 너무 더워!”
“… 미로 양, 섣불리 고함을 지르는 건 위험 -”
“으악! 꺄아악! 으아아- 으읍!”
미로 목소리를 들으니까 다시 불안해졌어.
다행히 옆에 있던 송이 누나가 주저 없이 미로 입을 막아버렸다.
나, 선생님, 송이 누나, 마지막으로 미로까지 네 사람이 모여있네.
이 그룹이면 더 볼 것도 없이 선생님이 리더지.
당연하다는 듯, 송이 누나도 선생님에게 다가가서 질문했다.
“선생님, 여긴 무슨 정글인가요?”
“그런 것 같긴 한데, 으음, 강이 보이니 쭉 따라갑시다.”
분명히 ‘디너 파티’라고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황당한 정글에 떨어진 상황.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까지 몇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호텔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지금, 겨우 이 정도 일에 놀라는 사람은 없다.
“으아아악! 으아 – 으읍!”
“조용히 좀 하라니까! 괴물 나타나면 미로 널 밥으로 줄 거야!”
“…”
미로만 빼고.
— 풀썩!
어깨가 무거워진다 싶더니 딱딱한 부리가 뺨을 살짝 물었다.
내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페로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래, 페로 네가 있으니 다행 -”
“어, 승엽아. 페로가 등 뒤에 똥 쌌어.”
“…”
*
제법 오랜 시간 후덥지근한 정글을 걷고 또 걸었다.
안타깝게도 정글은 그다지 사람에게 친근한 장소는 아니었다.
“으악! 뱀, 뱀!”
뒤에서 들리는 비명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송이 누나도 참, 호텔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어?
아직도 겨우 뱀에 –
“깍! 선생니이이임! 으아악!”
뱀 대가리가 내 몸통보다 크잖아!
— 삐이익!
이 멍청한 새는 왜 옆에서 같이 놀라고 있어?
얘 설마 지금은 변신 못함?
“이 쓸모없는 앵무새가!!!”
— 삐이이익!
세 명의 소년 소녀가 다 같이 합창하며 초대형 아나콘다를 피해 뒷걸음질 치던 순간, 일행을 이끌던 선생님이 번개같이 달려와서 굵직한 나무 막대로 아나콘다를 후려쳤다.
— 꾸르륵!
뱀은 괴이한 소리를 내며 몇 차례 반격을 시도했지만, 선생님은 무슨 무림 고수처럼 침착하게 피해내며 연이어 강타를 날렸다.
결국 아나콘다가 못 이기겠다는 듯, 다시 물속으로 돌아갔다.
“휴우우…. 살았다. 아니, 페로 너 진짜 쓸모없는데?”
— 삐이익!
페로가 대놓고 화를 내며 내 귀를 거세게 물어뜯으려는 순간.
“이얍!”
주저 없이 페로를 양손으로 붙잡은 후, 몸을 뒤집은 채 흔들었다.
“이게 인간과 앵무새의 차이다!”
하, 웃기지도 않네.
변신도 못 하는 앵무새 주제에 대들어?
오늘, 이 멍청한 앵무새의 버릇을 제대로 –
— 탁!
“바보짓 하지 말고 페로 이리 줘.”
“… 네.”
송이 누나가 머리를 쥐어박더니 페로를 데려갔다.
이번엔 저 멀리 도망갔던 미로가 와서 말했다.
“너, 205호에서 무슨 무공 익히지 않았어?”
“…”
“아크샤 어쩌고? 그걸로 무슨 곰을 이겼다며!”
“…”
그런 일이 있었지.
생각해보니, 축복과 유산이 봉인 당했을 뿐 무공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나콘다에겐 무공이 안 통해?”
“… 나도 몰라.”
솔직히 곰에게도 통하니까 아나콘다에게도 당연히 통할 것 같다.
문제는 무공 보다는 나에게 있는 게 아닐까.
“이, 이번엔 적극적으로 써볼게!”
“어? 그,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닌뎅.”
무슨 의미로 말했든지 간에 은근히 자극받았다고!
나 박승엽, 천하제일고수 이자성의 진신을 이어받은 제자.
‘고금제일기재(古今第一奇才)’
고작 짐승이 두려워 물러설 수는 없는 법.
“선생님! 이제부터 앞장서겠습니다.”
“… 불안한데.”
“이얍! 얍!”
“…”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위기가 나타났다.
*
– 이은솔
나, 엘레나, 차진철.
이렇게 세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쇠락한 저택에서 깨어났다.
“후원자가 보여준 게 이 집의 모습이었을까요?”
“글쎄….”
불안해하는 엘레나를 뒤로한 채 기다리자 곧 저택을 살핀 차진철이 돌아왔다.
“금방 왔네? 집 내부는 별것 없어?”
“뭣도 없습니다. 규모는 꽤 거창하니 하인도 잔뜩 둘 것 같은데, 하인도 하나도 없고. 아, 밖으로 나가는 문은 발견했습니다. 살짝 나가보니 마을 하나 있던데.”
“그래? 한번 마을을 둘러볼까?”
“그럽 – ”
대답하려던 진철이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우리를 보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 너무 눈에 띌 것 같은데.”
바로 이해했다.
어딜 가도 연예인 같은 엘레나가 축복이나 유산도 없이 나가는 건 그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지.
“둘이 가자.”
“누님도 좀…. 뭐라도 덮고 나갑시다.”
“…”
이 말은 은근히 기분 좋았다.
진철이가 사회생활 한답시고 해준 말인지, 진지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엘레나는 집에서 기다려.”
“으음, 네.”
*
밖으로 나가자마자 진철이의 말을 이해했다.
무슨 시골 마을 정도가 아니라, 시대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아스팔트는커녕 최소한의 포장도 되어있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흙길.
옷이라기보다 무슨 거적때기 같은 것을 입은 채 농기구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여기에 당연하다는 듯 사방에 펼쳐진 농지와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이런 장소에 새하얀 피부의 동양인이 깔끔한 옷을 입고 나타나니, 내가 걷기만 해도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나 혼자 무슨 별세계의 왕족이 된 느낌이다.
“진철이 너 없으면 큰일 났겠다.”
“더 붙으시죠.”
“그래.”
축복이고 유산이고를 떠나서 차진철은 인간 자체가 강하다.
느낌상 키는 2m 체중은 최소 120kg은 넘을 것 같은데, 이게 다 근육이야.
지구 역사 어느 순간에 떨어졌어도 추장 아니면 장군 했을 사람이다.
하필 현대에 태어나니 인생 꼬인 체대생이 됐을 뿐이지.
이런 사람 옆에 있으니 헐벗은 농부들 정도가 무섭지는 않았다.
“동양은 아니고 서양 같은데.”
“그러게.”
농부들이 다들 백인이다.
“가서 이것저것 물어봐야겠습니다.”
“가지 말고 그냥 손 까딱해서 불러. 그게 더 그럴듯해.”
“괜찮은 생각이군요.”
진철이가 일부러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손짓하자 곧 농부 몇 명이 겁먹은 채 다가왔다.
“나, 나리! 왜 그러십니까요?”
진철이는 곧 여기가 어디인지, 우리는 누구인지 물었다.
“예? 무슨 말씀을 -”
“대답이나 해라.”
“〿〿〿〿〿”
“…”
구체적인 정보로 들어가자 단어를 알아들을 수 없다.
조금 전까지 한국어였는데,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로 변했다.
“아무래도 ‘문자화된 정보’는 알아낼 수 없나 봐. 시간 낭비하지 말고 주변을 살피자.”
“그럽시다.”
그때, 멀리서 달그락거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말?”
어렴풋이 – 멀리서 야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단을 죽여라!”
나와 차진철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서로를 보았다.
“여기 무슨 중세 시대야?!”
“우, 우리가 중세 시대면,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다른 시대에 떨어졌다?
*
– 김묵성
“이야, 이렇게 둘이서 일을 진행한 건 오랜만인데.”
“…”
아리 선배랑 둘만 남은 건 호텔에선 거의 처음 아닌가?
턱을 긁적이며 기억을 뒤지던 중, 선배가 중얼거렸다.
“이건, 호텔이 207호에 대해 주는 일종의 힌트지.”
“그렇지.”
“… 축복과 유산이 봉인 당하는 것도 힌트인가?”
“뭐, 1층 관문의 방에서도 있었던 일이잖냐.”
“…”
“실제 관문의 방에선 둘 중 하나만 봉인할 것 같은데.”
보상으로 초능력을 줘놓고 실제 시련에선 둘다 봉인한다?
이건 좀 아니지.
둘 중 하나만 봉인할 것 같다.
1층 관문의 방에서도 그랬으니까, 이 점은 2층에서도 비슷하겠지.
“넌 턱시도를 입고 있고, 난 드레스를 입고 있네.”
“파티 복장이지! 게다가 이 편지를 봐라. 친절하게 그림까지 그려서 여기로 오라잖냐.”
출발하려는 순간, 선배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실제 관문의 방에서도 우리 둘이 파티라면.”
“파티라면?”
“우린 축복을 봉인 당할 것 같아.”
“… 근거는?”
“넌 바로 전 방에서 유산을 얻었고, 난 조만간 얻겠지.”
“…”
“유산을 얻자마자 써볼 틈도 없이 봉인한다? 이건 좀 상도덕에 어긋나는 느낌이라.”
호텔에서 상도덕은 무슨 상도덕!
헛웃음 나는 논리다.
그렇지만, 은근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
선배 말대로 우린 유산을 사용할 수 있는 ‘파티’라면….
어딘가에는 축복만 쓸 수 있는 파티도 있을 터.
“선배 논리대로면, 엘레나는 축복을 쓸 수 있겠군. 이번에 강화했는데 한번 써봐야 하지 않겠어?”
“…”
*
– 한가인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 –
지랄 말자.
뜬금없는 방향으로 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익숙한데.”
몇 걸음 걷기가 무섭게 매연을 뿜어내며 빵빵거리는 차와 피로함에 찌든 채 길가를 거니는 시민들이 보였다.
너무나 잘 아는 풍경이다.
세계적인 대도시,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다.
어색함을 느끼며 한참 동안 길을 걸었지만, 시민들은 각자의 일에 바빠 내게 관심 가지지 않았다.
“…”
축복도, 유산도, 긴 시간 함께했던 동료도 – 아무것도 없다.
나는 혼자다.
“…”
21세기 한국의 평범한 일상이다.
기적도, 신도, 악마도 보이지 않는 자연스러운 삶의 한순간.
그래서 이 상황이 더없이 어색했다.
차라리 문을 열자마자 좀비 수십 마리가 나왔으면 그게 더 자연스러웠을 텐데.
“하아, 이게 뭐냐? 아니, 호텔아. 뭔 일을 벌이려면 힌트라도 주고 -”
짜증 내며 고개를 드는 순간.
보았다.
보고 말았다.
…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는 광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