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83)
EP.483 483화 – 207호, 관문의 방 – 첫 번째 시련 – ‘영생과 부활’ (1)
483화 – 207호, 관문의 방 – 첫 번째 시련 – ‘영생과 부활’ (1)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938일 차
현재 위치 : 207호, 관문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 철컹! 철컹!
“…”
열차에서 깨어났다.
시선을 돌리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동료들이 보였다.
진철 형이 당황한 듯 중얼거렸다.
“뭐냐? 네 명, 세 명, 두 명, 한 명으로 나뉘어서 진행하는 것 아니었나?”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모양인데?”
“주머니에 열차표가 있군요.”
상현 형의 말에 주머니를 뒤지자 과연, 모두에게 열차표가 주어진 상태였다.
「파이오니어 관문 열차에 탑승하신 참가자 여러분, 환영합니다!
참가자 한가인은 네 번째 역에서 내려주세요.」
간단한 내용이다.
“승엽 군은 몇 번째 역에서 내리라고 합니까?”
“첫 번째요.”
“송이 양은?”
“저도요.”
“아무래도 디너 파티에서 경험한 대로 송이 양, 승엽 군, 미로 양, 그리고 내가 같은 파티인가 봅니다. 나도 첫 번째 역에서 내리라는군요.”
“그러게요.”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상황이다.
엘레나, 은솔 누나, 진철 형은 두 번째 역에서, 아리와 묵성 할아버지는 세 번째 역에서 내리라고 적혀있었다.
그때, 미로가 질문했다.
“내리라는 장소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내리면 어떻게 될까?”
은솔 누나가 즉답했다.
“그런 짓은 하지 말자. 좋지 않을 것 같네.”
기다렸다는 듯, 열차 칸 문이 열리며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가자 이은솔, 정답입니다!”
“…”
익숙한 목소리, 상인이다.
호텔 시네마 이후로는 처음인가?
아, 지하에서 한번 더 봤었지?
“여러분,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안내 사항이 있습니다.”
“안내 사항?”
“이미 짐작하고 계시지요? 첫째, 축복과 유산 중 하나 이상이 봉인될 수 있다.”
하나가 아니라 하나 이상?
“둘째, 여러분은 각기 다른 역에서 내리시게 됩니다.”
“다른 역이라면, 다른 시대를 말하는 거지?”
“글쎄요?”
“…”
열차 칸 창밖은 그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두운 장소를 달리고 있는지, 아니면 바깥 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하하! 표정들을 보니 이미 다 아는 이야기를 왜 해주냐는 기색이군요. 하기야, 앞의 두 가지 안내 사항은 이미 디너파티를 통해 얻으신 정보니까요.”
그렇다.
“하지만 3번은 좀 다를 겁니다. 아닌가? 이것도 어설프게 꿰뚫어 본 분이 있나?”
그 말과 함께 상인이 흥미로운 기색을 감추지 않으며 날 보았고, 나는 슬며시 시선을 피했다.
“… 세 번째 안내 사항이 뭔가요.”
“여러분이 맞이할 각 시련에는 ‘보스’가 있습니다.”
네 개의 파티, 네 개의 시련, 그리고 네 마리의 보스.
관문의 방에서 우릴 막아설 가장 위협적인 존재.
세 번째 안내 사항을 끝으로 상인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아리가 예리한 부분을 지적했다.
“도구들이 다 어디로 갔지?”
누나가 끄덕이며 받았다.
“그러게? 분명 출발할 때 챙길 것 다 챙겼는데.”
방호복은 단독 파티라는 이유로 내가 입었고, 윙 부츠는 제대로 쓸 수 있는 아리가 신었고, 페로야 언제나 그렇듯 송이 어깨에 붙어있었지.
다 사라졌다.
“야, 상인! 우리 도구 다 어디로 갔어?”
“글쎄요?”
“…”
“잃어버린 도구를 찾는 것 역시 즐거운 경험 아니겠습니까?”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누나의 표정에 나 또한 공감했다.
아무래도 호텔이 시련 내부 적당한 장소에 숨겨둔 모양인데, 그걸 언제 찾고 있으란 말인지.
— 철컹! 철컹!
곧, 열차가 멈추자 첫 번째 역에서 내려야 할 사람들이 몸을 일으켰다.
맨 앞에 있던 상현 형은 뒤편의 미로, 승엽이, 송이를 돌아보며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 출발하기 전에 우리끼리 화이팅이라도 합시다.”
“화이팅!”
“화이팅!”
네 사람이 가볍게 손을 마주치며 문 앞에 멈춰 섰다.
모두가 열차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그 시점.
상인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참, 이건 여러분을 위한 제 순수한 호의입니다.”
“호의?”
“왜 바로 시작하지 않고, ‘열차’라는 공간에서 시작했을까요?”
“…”
아까부터 내심 궁금했다.
시작하자마자 각 파티를 시련 장소에 떨어트렸어도 됐을 텐데, 왜 별 의미도 없는 안내 사항을 제공한답시고 열차에서 시작했을까?
상인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휘리릭 돌아서 사라졌지만, 그가 하려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이 자리에 없다.
네 개의 역을 거쳐 가는 열차!
이 장소 자체가 일종의 힌트다.
“시작합시다.”
*
「첫 번째 시련 – 영생과 부활」
– 유송이
서늘한 기온의 암실에서 깨어났다.
곧, 빛 한 줌 없는 공간에서 알림이 3초간 깜빡였다.
「지금부터 참가자의 축복을 봉인합니다.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파티는 축복 봉인이구나.
승엽이의 행운, 미로의 불변, 선생님의 성실, 나의 친화가 사라졌다.
즉, 각자의 유산은 쓸 수 있다는 의미다.
“… 여긴 어디야?”
디너 파티때는 나일강 근처에서 다 같이 깨어났었는데, 실제 관문의 방은 시작부터 다르네.
— 끼이익!
나무로 만들어진 묵직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밤이었다.
문 근처에는 단단한 나무 장대 위에 설치된 횃불이 있어 주변을 밝히고 있었는데, 횃불을 보자마자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예전의 – 그러니까 평범한 여고생 송이였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응 횃불이네’ 했겠지만, 이젠 아니란 말씀.
요 며칠간 학습한 바에 따르면, 지금 내가 나온 그럴듯한 석재 건물과 기름 발린 횃불은 고대 기준으로는 굉장히 귀한 것들이다.
즉, 이런 장소에서 깨어난 내 신분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
그랬기에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듣고도 자신감 있게 대응할 수 있었다.
“게 누구냐!”
“말카브의 충직한 종, 바하트입니다. 신관님, 이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
잠깐 사이에 들려온 정보를 머리에 쥐날 정도로 곱씹었다.
바하트는 이 남자의 이름이고 내 신분은 신관이야?
그러면 말카브는 설정상 내가 모시는 신?
“잠시 바깥 공기 좀 쐬러 나왔어.”
“신관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요즘은…. 아시지 않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이건 딱 봐도 뭔가 중요한 정보야!
“무슨 이야긴데?”
“… 허헛, 제가 주제넘은 말을 할 뻔했군요. 아닙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
“헛소리하지 말고 말해 봐. 뭘 아시지 않냐고 했는데?”
조금 더 강하게, 아예 윽박지르듯이 캐물었다.
보아하니 내 신분이 상대보다 훨씬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제가 -”
횃불 덕에 보이는 당황한 듯한 얼굴, 식은땀까지 흐르는 표정.
왜 이리 겁을 먹었지?
조금 달래야 입을 열까?
“으흠. 바하트, 추궁하는 게 아니야. 요즘 경전에 집중하느라 세간의 일을 잘 듣지 못해서 그래. 대단한 소문이라도 있어?”
경전은커녕 말카브라는 신의 이름부터 오늘 처음 듣지만, 종교라면 경전은 있겠지.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라 확실하진 않습니다만….”
“그러면 난 건너건너건너 들은 셈 칠게.”
“… 파라오께서 최근, 열병에 허덕이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바하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본래 위치로 돌아갔다.
“…”
파라오가 아파서 오늘내일한다는 소문.
파라오를 신으로 섬기던 고대 이집트의 일개 경비원이 함부로 입에 담기엔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반대로 말하면, 인터넷이나 핸드폰도 없는 시대에 경비원까지 알 정도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이야기겠지?
늦은 밤의 성과는 이 정도였다.
날이 밝자 본격적으로 말카브의 어린 신관, 송이의 힘겨운 일상이 시작되었다.
“오늘따라 왜 이리 실수가 잦은지 모르겠구나. 간밤에 악몽이라도 꿨니?”
“…”
온화한 인상의 나이 든 여사제, 아미라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할 말은 많았다.
태어나서 반쯤 썩은 시체의 방부 처리 따위를 해본 적은 처음이니까!
아니, 신관이라기에 무슨 석상 앞에 서서 기도하고 경전이나 읽을 줄 알았는데 이게 뭐야?
무슨 신전에 이렇게 시체가 많아?
“죄송합니다.”
알고 보니 말카브는 명계의 신으로서 인간의 죽음 이후를 관장하는 존재란다.
207호 들어오기 전에 예습한 이집트 신화를 되새겨보면, ‘아누비스’와 비슷한 존재 같다.
“다섯 번째군요. 죽음의 서 1장부터 4장을 암송하세요.”
“…”
호텔아, 진짜 나한테 왜 이래?
시체의 방부 처리를 못해서 벌 받는 것도 억울한데, 벌 내용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경전 암송이네?
“죄송합니다.”
“아니! 송이 사제!”
억울해.
“설마 1장부터 잊은 건 아니겠지요? 교단의 어린아이들도 외우는 내용인데!”
억울해.
“… 죄송합니다.”
“당장 들어가세요. 큰 벌을 내릴 테니 각오하도록 해요.”
진짜 너무 억울하다고!
…
짜증을 억누르며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조금 운신이 자유로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오늘 저녁까지 경전을 암기하지 못하면, 내일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없을 줄 아세요!”
“… 네.”
일단 경전부터 열심히 외우자.
아니면, 팔찌로 컨닝할까?
*
– 박승엽
— 덜그럭! 덜그럭!
수레 위에서 깨어났다.
곧, 축복을 봉인하겠다는 알람이 떴다.
“으아앙!”
“흐으윽!”
“엄마…. 엄마….”
이건 또 뭐야….
“아, 아저씨!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
헐벗은 꼬마 한 명이 울먹거리며 검은 독사 같은 남자의 옷깃을 잡았다.
사람의 마음이 약간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분명, 동정하는 기색이라도 보였을 텐데.
독사 같은 남자는 얼굴값을 하겠다는 듯, 험악하게 굴었다.
“이 멍청한 꼬마야, 당장 그 더러운 입 다물지 못하겠냐?”
“흐으윽!”
“집? 이놈아, 우리가 바로 네 집을 찾아줄 사람들 아니냐. 이제 곧 평생 썩어 문드러질 집에 도착할 텐데 무엇이 그리 무섭지?”
“하하! 도티안, 애들 다 울겠다. 겁 좀 그만 줘라.”
“형님, 겁을 준 게 아니라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킬킬거리며 웃는 거친 사람들.
이쯤 되자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겠다.
그러니까, 나랑 이 꼬마들은 지금 저 남자들에게 노예로 잡힌 상황인 거지?
집이라는 건 우릴 팔아넘길 장소를 말하는 모양이네.
“…”
겁먹진 않았다.
축복을 봉인 당했다는 말은 유산은 쓸 수 있다는 의미니까.
이런 일반인들 정도는 유미가 손가락만 몇 번 까딱해도 다 바닥에 구를 게 뻔해.
다만….
영혼의 함의 소환 시간은 무한이 아니다.
그러니까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면 더 골치 아픈 장소로 끌려가기 전에 바로 유미를 부른다?
“아오, 어렵잖아!”
모르겠어.
이런 생각은 선생님이 하면 되는 건데 왜 나 혼자 떨어졌냐고!
“…”
좋은 생각이 났다.
— 쿵!
“뭐 하냐?”
“꼬마야, 네 조막만 한 손으로 친다고 부서질 수레가 아니다.”
— 쿵!
“저거, 지능이 낮은 모양인데?”
“내버려 둬라. 지치면 곧 쓰러지겠지.”
— 쿵!
“손 안 아프냐? 형님, 저놈 저거 손 다치면 가격 떨어질 텐데.”
“그냥 둬. 어차피 하는 꼬라지 보니까 몸 멀쩡해도 얼마 못 받는 놈이다.”
한번, 두 번, 세 번.
그렇게 다섯 번의 실패가 쌓였을 때.
— 콰직!
마침내 심장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나는가 싶더니 우릴 가두고 있던 나무 창살이 단박에 터져나갔다!
어린애 주먹질로 수레가 부서졌다는 믿기 힘든 현실에 노예부터 노예 사냥꾼들까지 죄다 입을 쩍 벌린 순간.
즉시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한 마디 던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얘들아, 다 튀어!”
이 말 한다고 애들이 튈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
“으어억! 이, 이게 뭣이여!”
“저거, 저 새끼 튄다!”
열심히 뛰던 중,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허억! 이, 이거 의미 있는 행동 맞아?”
나 혼자 뛰어봐야 어차피 잡힐 텐데, 그럴 거면 그냥 처음부터 유미 소환해서 저놈들을 죽이는 게 낫지 않음?
“… 모르겠다!”
모르겠다!
그냥 달리면서 생각하는게 –
— 팅! 팅!
어? 이건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