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85)
EP.485 485화 – 207호, 관문의 방 – 첫 번째 시련 – ‘영생과 부활’ (3)
485화 – 207호, 관문의 방 – 첫 번째 시련 – ‘영생과 부활’ (3)
– 미로
“서로 인사해. 미로, 타이오. 서로 이름 정도는 들어봤지? 내 몇 없는 친구들이니 서로 친해지도록 해.”
에이디아의 말과 달리 타이오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들어.
느낌상 에이디아의 측근인가?
“미로 양, 에이디아 님께 말씀은 종종 들었습니다. 타이오라고 합니다.”
“… 네.”
“미로, 대답이 그게 뭐야?”
“안녕하세요. 미로라고 해요.”
“하하, 아닙니다. 아름다운 아가씨께서 낯을 가리시는 모양이지요.”
“어머머! 타이오, 벌써 미로에게 혼이 나간 거야? 얘가 생긴 거랑 달리 톡 톡 쏘아댄다고?”
“본디 장미에는 가시가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장미에 가시가 있다’
이딴 건 30년 전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촌스러운 –
생각해보니 지금은 고대네.
타이오라는 남자는 의외로 시대를 5000년쯤 앞선 세련된 작업 멘트를 던진 게 아닐까?
그의 부하로 보이는 검은 옷의 남자들이 열댓 명의 아이들을 데려오고 있었다.
“미로, 계속 그렇게 뚱하니 있을 거야?”
“에이디아 님. 저쪽의 아이들은 뭔가요?”
그 순간, 타이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미로 님, 이만 들어가시지요.”
갑자기?
“아니, 됐어. 미로도 봐야지.”
“에이디아 님, 미로 양은 아직 어리시니 -”
“내 친구야. 친구 사이엔 비밀이 없어야 해.”
이 분위기 뭐야?
난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둘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에이디아님의 뜻이 그러하다면, 알겠습니다. 미로 양, 지금부터 보는 일은 외부에 함구하시기 바랍니다.”
“… 저기, 두 분이 대체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에이디아가 답했다.
“미로, 나는 지금부터 기적을 쓰려고 해.”
“기적?”
“나의 위대한 선조 – 메네스께서 물려주신 위대한 힘이랄까?”
이집트를 통일한 위대한 파라오이자 신의 아들이었다는 메네스.
그의 후손들이 물려받은 위대한 힘.
“너도 한번 봐. 어차피 언제 한번은 봐야 했는데, 그게 오늘인 셈이지.”
곧, 에이디아가 아이들 쪽으로 걸어갔다.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도 아이들은 어딘가 몽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는데, 약에 취한 것 같다.
어느새 바닥에 깔린 보드라운 천, 그 위에서 무릎 꿇은 에이디아.
“만물의 어버이, 모든 것의 시작, 머나먼 별세계의 지배자, 위대한 메네스시여…. 여기, 당신의 딸이 있습니다. 제게 미래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 풀썩!
아이들이 죄다 해쓱해진 채 쓰러지기 시작했다!
“앗! 아앗! 이게 무슨 -”
“진정하시죠. 곧 에이디아 님이 설명해주실 겁니다.”
“진정이고 뭐고! 지금 애들을 -”
타이오는 단단한 손으로 내 어깨를 짚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이건 딱 봐도 사악한 흑마술 비슷하잖아!
에이디아가 악역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이런 캐릭터였어?
당장이라도 시간대여기를 써서 제지해야 해?
하지만, 선생님이 혼자 있을 때는 어지간하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찌할 바 모른 채 굳어있는 사이, 정체 모를 의식이 끝나고 에이디아가 다가왔다.
“미로, 놀랐지?”
“…”
“진정해. 내가 다 설명해줄게.”
그녀는 조금 전 벌어진 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애들의 생명력을 끌어 쓴 건 사실이며, 목적은 ‘운명’을 보기 위해서다.
어린아이는 성인보다 잔여 수명이 많으므로 생명력을 일부 소진한다 해도 죽지 않는다.
또, 자신은 운명을 보는 힘을 절대 남용하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이집트의 미래를 위해 사용해왔다.
“그러니까, 이집트의 미래를 위해 애들을 제물로 썼다?”
“제물? 오해야. 나는 이 애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무슨 제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생명력을 끌어 쓰다 보면 결국 죽을 테니까 -”
“딱 3회! 그 이상은 하지 않아. 그 후로 이 애들의 미래까지 내가 책임져.”
“… 미래를 책임진다?”
“이 아이들은 전부 노예 출신이야. 가난한 집 출신이거나 고아들이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아니야. 앞으로 딱 2회 더 날 돕고 나면, 난 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줘.”
“…”
“부유한 가정에 입양 보내기도 하고, 궁에 일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고, 여차하면 내 저택에서 일하기도 하고. 어느 쪽이든 더 이상 생계 걱정은 없지.”
“…”
말 자체는 이해했다.
아이들은 모두 노예의 비참한 운명만 남아있던 존재다.
에이디아는 그런 아이들을 주기적으로 데려와서 생명력을 3회 뽑아낸 후, 미래를 보살펴준다.
혼란스러웠다.
수명이 설령 20년에서 30년 뽑힌다 해도 노예로 사는 것보다 에이디아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가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이 자리에 피해자는 없다.
에이디아는 운명을 읽어내서 왕국에 도움을 주니까 좋고, 아이들은 노예의 운명에서 벗어났으니 좋다.
“이해했지? 혹시 못 믿겠다면, 내가 보살피는 아이들을 보여줄 수도 있어.”
“…”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이건 진실일 것 같아.
애초에 파라오의 딸인데다가 신비한 초능력까지 있으니 애들 몇 명 팔자 고쳐주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이야.
“나는, 음, 그러니까 -”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혼란에 빠진 그 순간, 익숙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것 참, 웃기지도 않은 이야기네.”
모두가 – 에이디아는 물론, 타이오까지도 충격받은 채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익숙한 두 명, 승엽이와 유미가 나타났다.
“애들 데려가서 뭐 하나 했더니, 이런 거였어? 이런 시대에도 별의별 희한한 요술이 다 있구나.”
“허어엇! 다, 당신은! 설마 날 추격해왔습니까?”
“… 타이오. 저 여자는 누구지?”
“모, 모릅니다! 아이들을 구출할 때, 갑자기 나타났던 마술사입니다.”
“아, 내 소개는 해야겠네. 나는 유미, 존귀한 하늘신 – 호루스의 딸이다!”
“호루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신분이야 대충 지어냈겠지만, 하필 호루스의 딸이라니?
우리가 아는 현실 이집트 신화의 신이잖아.
정작 이쪽 이집트의 신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카브’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인데.
이 상황 자체가 기묘한 농담 같아.
“호루스의 딸이든 뭐든, 이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장소가 -”
“파라오의 따님, 오면서 들으니 파라오께서 죽어가신다면서요?”
앗!
이 말을 듣는 순간, 유미가 나선 이유를 깨달았어.
의사 선생님은 성실의 축복을 잃으면서 초자연적인 치유 능력도 잃었고, 죽어가는 파라오도 고칠 수 없었다.
유미라면 다르지 않을까?
유미의 마법은 멀쩡히 쓸 수 있으니까!
“…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제가 그분을 침상에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하, 이집트의 가장 뛰어난 의사도 손쓸 수 없었는데 -”
재빨리 나섰다.
“에이디아! 내 말 좀 들어봐!”
“미로 양, 에이디아 님께 공손히 -”
“조용. 미로, 이야기해.”
어릴 때 유미를 만나본 적 있으며, 열병에 걸린 사람들을 유미가 고쳐줬다고 우겼다.
급조한 거짓말이었지만, 재빨리 호응한 유미가 나와 입을 맞추니 금세 그럴듯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아까의 내가 그랬듯, 지금의 에이디아 또한 혼란에 빠진 상황.
마지막으로 유미가 손을 썼다.
“이걸 보시지요.”
새하얀 팔뚝을 드러내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쭉 긁는다.
순식간에 팔목을 적실 정도의 피가 흐르니 장내의 모든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상처가 난 분위를 톡 톡 치자 거짓말처럼 피가 멎었다.
“…”
“흉터 하나 남지 않았지요?”
“… 신비한 재주가 있으시긴 하군요.”
결국, 에이디아는 유미에게 궁으로 가서 파라오를 치유해달라고 부탁했다.
“기꺼이.”
“만약, 당신이 아버님을 치유한다면 천금의 보물이 -”
“그런 건 없어도 된답니다.”
“…”
“대신, 한 가지 여쭈어도 될까요?”
“말해보시죠.”
유미는 곧, 장내의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을 상기했다.
“아이들의 생명력을 사용해 미래를 보셨다면서요?”
“…”
“아까부터 궁금했답니다. 그래, 무슨 미래를 보셨는지?”
“…”
“거짓을 말하거나 감추신다면….”
유미는 뒷말을 흐렸지만, 하려는 말은 모두가 이해했다.
예언의 내용을 말해줘야 파라오를 치유해주겠다는 소리야.
듣고 보니 나도 궁금해졌어.
맨날 똑똑한 체하는 아리나 가인이처럼 생각해보자!
호텔이 음, ‘시나리오’를 구성하면서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을 넣었을 리 없잖아?
난데없이 아이들을 데려와서 수명까지 줄여가며 본 미래는 대체 뭘까?
“모, 모두에게 말해야 해?”
에이디아의 반응은 내 예상 밖이었다.
심각한 태도로 숨기려 들거나 태연한 체하면서 거짓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엄청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미가 픽 웃었다.
“그럼, 제 귀에만 속삭여보세요.”
“그, 그건 아니고…. 타이오, 애들 데리고 나가! 궁으로 출발할 준비 해. 호루스의 따님과 온 소년 분도 나가주세요.”
남자들만 다 나가라고 한다?
타이오와 승엽이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의문스러워하면서도 약에 취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잠시 후, 에이디아가 자신이 본 미래를 말했다.
“내가, 그러니까, 미래에….”
“미래에?”
“… 아주 많은 아이를 가지게 될 거래.”
“…”
“엄청나게 많은 아이를 가지게 된대.”
“…”
“거, 거짓말 아니야! 정말로 -”
“알겠습니다. 출발하죠.”
기묘한 예언이다.
내용도 황당했지만, 무엇보다 파라오가 오늘내일하는 현 상황과 아무 상관이 없어 보여.
분명 의미가 있는데, 아주 중요한 내용 같은데….
이해할 수 없었다.
*
– 유송이
나는 말카브 교단의 하급 신관이고, 선생님은 파라오의 주치의다.
사적으로 만나기 쉽지 않은 만큼, 만났을 때 중요한 말을 다 전달해야 한다.
이럴 때면 할아버지의 대화창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 이해하셨나요?”
“으음, 이해했습니다.”
이틀 전, 오마르는 불멸의 석관을 내놓으라며 헤스퍼시아를 닦달했고, 헤스퍼시아는 다른 사람을 내보내라고 했다.
그러자 호위병들이 하급 신관을 포함한 모두를 내보낸 후, 자신들까지 밖으로 나왔다.
…
내보낸다고 순순히 나가?
팔찌가 있는데?
다양한 관점은 한 번에 여러 사람을 동시에 조종하긴 힘들다.
그래서 장내에 파라오, 헤스퍼시아, 하급 신관에 호위병까지 있는 상황에선 쓰기 애매했지.
하지만, 헤스퍼시아와 오마르가 보안을 위해 둘만 남고 나머지를 내보내니 오히려 편한 상황이 됐다.
파라오는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니, 헤스퍼시아 한 명만 속이면 되니깐!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좀 과장하면 영화 한 편 찍었다고 말하고 싶어.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영화인 게 문제지만.
“첩보 영화 찍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송이 양이 엿들은 이야기를 정리해봅시다. 불멸의 석관에는 ‘메네스’가 잠들어있다?”
“네. 그게 바로 말카브 교단이 메네스에게 바친 영생의 정체였다고 해요.”
“그렇다면 오마르도 더 이상 석관을 탐내긴 힘들었겠군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파라오이자 사실상 건국 시조인 메네스의 무덤을 파헤쳐서 관뚜껑을 연다?
아무리 현 파라오의 권위가 높아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관 속에 인간보다 신에 가까웠다는 초인이 잠들어있지 않은가.
명분과 도덕을 떠나서, 숨 쉬듯 기적을 부렸다는 메네스가 깨어나서 오마르를 때려죽일지도 모른다.
“오마르도 석관은 포기했어요. 대신, 헤스퍼시아가 다른 제안을 했죠.”
네 조상이 잠든 석관은 포기해라.
그 대신, 명계의 신 말카브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그 사도가 되어라.
“말카브의 사도라. 이게 무슨 의미인 것 같습니까?”
“모르겠어요. 경전에도 그런 이야기는 없어요.”
현시점, 우리는 여러 가지 키워드를 알아냈다.
죽어가는 현 파라오 오마르.
불멸의 석관에 잠든, 아직도 살아있다는 위대한 대-파라오 메네스.
둘 모두와 얽혀있는 말카브 교단.
현 파라오에게 석관 대신 말카브의 사도가 되길 권유한 교단의 고위 사제.
뭔가 알 듯 말듯 한데, 결국은 모르겠어.
그래서 보스는 누구야?
“선생님, 보스가 누구일까요?”
“석관에 잠든 메네스가 아닐까 했습니다. 이런 말 하긴 부끄럽습니다만, 평범한 인간 왕 정도가 지금의 우리에게 보스까진 아니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신의 아들이자 숨 쉬듯 기적을 부렸다는 메네스 정도는 되어야 우리에게 보스 소리 들을 수 있지.
“메네스?”
“모종의 이유로 메네스가 부활해서 ‘타락한 이집트’를 멸한다,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했습니다. 메네스를 깨우는 건 석관을 탐낸 오마르고.”
“그럴듯하네요.”
“이젠 다른 생각도 드는군요.”
“예?”
“말카브의 사도라…. 송이 양, 새삼스런 질문입니다만, 말카브가 대체 무엇일까요?”
말카브는 대체 무엇인가.
“고대인이 상상해낸 허구의 존재 따위는 아닙니다. 석관, 사도 등 명백한 초자연성이 말카브의 실존을 증거하고 있으니까요.”
기묘하기 그지없는 뒤틀린 이집트, 신은 실제로 있다.
“고대인이 신으로 숭배할만한 존재라면, 보스의 자격도 있지 않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