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9)
48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8) – 가인(Fin)
48화 – 104호, 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8) – 가인(Fin)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9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1, 104호(저주의 방 – 입시 명문 호텔고)
현자의 조언 : 3]
“일찍이 부처는 삶이란 곧 고통이라 하였습니다. 비록 그는 구원받지 못한 인간에 불과하나,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있었지요. 이 세상은 곧 고통입니다. 어찌하여 천지에 악이 가득한가? 어찌하여 삶은 고난의 반복인가?”
이런 분위기일 줄은 몰랐는데.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이 거짓된 자의 손에서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주께서 오십니다. 주께서 바로 여러분을 구하기 위해 오십니다. 주의 따님께서 여러분을 낙원으로 인도하십니다.”
뭔가 오컬트적이거나, 인신 공양이 넘치는 광기 서린 분위기를 예상했다.
“내려놓으세요.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세요. 낙원으로 떠날 사람들이 이것저것 붙들 필요가 있습니까? 금전? 재산?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다 내려놓읍시다. 몸? 그거야말로 가장 먼저 내려놓으세요. 낙원에 불멸의 육신이 준비되었는데, 대체 왜 미련을 가집니까?”
너무 평범한 사이비 같은 연설이라 오히려 놀라는 중이다.
나는 대체 왜 여기서 사이비 목사 같은 사람의 설교를 1시간 넘게 듣게 된 걸까?
시작은 아침이었다.
*
아침에 정신을 차리고, 아리와 대략적인 계획을 나눈 후 바로 구교사로 향했다.
중간에 교사 등에게 붙잡히면 꺼낼 핑계를 10개는 준비했는데, 어이없게도 구교사로 가던 중 사람을 여럿 만났지만 아무도 날 잡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이 학교는 티 안 나게 학생과 교직원을 구교사로 보내기 위해 설립한 장소. 물고기가 제 발로 그물로 가겠다는데 막을 이유야 없겠지.
구교사의 분위기는 그간 대화창으로 들은 것과 달랐다. 이상한 광채도, 신비한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쪽으로 들어서자 신도를 인도하기 위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어제부터 생각했던 내 가설이 맞아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이런 장소에선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상태창을 필터모드로 변형해서 내 시야 전체를 감쌌다. 살짝 시야가 흐릿해지는 느낌이지만, 괜찮다.
최대한 ‘천사의 세뇌가 남아있는 느낌’을 흉내를 내서 공손한 느낌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도착한 지하.
광대하다.
구교사 지하에 구교사 전체보다 넓어 보이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 지는가? 인터넷에서 종종 보던 바다에 떠다니는 빙산 사진을 보는 느낌이다. 위에 거대한 얼음이 떠 있지만, 사실 그 얼음은 전체의 5%도 안 되는 극히 일부인 사진.
딱 이 구교사다. 수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작은 마을 수준의 공간이 있었다.
지나가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군데군데 아는 얼굴들. 송이의 보고대로다. 이곳의 사람들은 아마도 대부분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의 ‘원본’.
그들의 표정을 살피다가 섬뜩함을 느꼈다. 온후하고 따뜻하며, 입꼬리는 살짝 올라간 푸근한 표정. 언뜻 보기엔 보는 사람의 마음조차 편안해지는 표정이다.
수백 명이 모두 똑같은 표정을 하는 것만 아니라면.
불쾌해져서 고개를 숙이는 동시에 나도 그 미소를 나름대로 흉내를 냈다.
30분 정도 걸어가자 ‘예배당’이 나왔다. 그렇게 나는 예배당에서 하염없는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
‘천사’
맨 처음 봤을 때는 그 어떤 생각도 못 한 채로 압도당했다.
상태창으로 시야를 덮지 않고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숭배하게 만드는 초현실적인 카리스마.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로 표현조차도 불가능한 신성한 외형.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손짓 한 번으로 천상의 파도를 불러내고, 기도 한 번으로 수십의 사자를 다시 일으킨다.
이런 존재를 대체 어떻게 숭배하지 않을 수 있는가?
시간이 지나며 ‘차가운 마음’이 깨어났다. 어쩌면 아리가 종종 언급한 ‘지혜의 축복’의 효과일지도 모르지.
두 가지 근거를 떠올렸다.
‘천사’는 생각보다 외부 세계의 눈치를 본다. 마구잡이로 사람을 납치하는 게 아니라, 입시학교라는 명분을 만들고, 사람이 죽으면 경찰을 불러서 뒤처리한다. 진실로 전능한 존재라면 ‘하찮은 인간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있을까?
‘엘레나’의 정의의 축복은 ‘천사’에게 통했다. ‘정의’에 대한 축복의 성소에서의 설명과 우리의 추측에 따르면 분명 ‘인간’의 틀 안에 있어야 통하는 축복일 텐데도.
어쩌면.
‘천사’는 그냥 특별한 힘을 얻은 인간이 아닐까?
또한, ‘인간’이 그렇게 초월적인 힘을 제약 없이 휘두를 수 있겠는가?
제약이 있다고 해도 어떤 종류일지는 알 수 없다. 승엽이처럼 ‘쿨타임’ 일수도 있고, 송이처럼 ‘신체의 부하’ 일수도 있다. 엘레나처럼 ‘매우 까다로운 조건’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제약을 알아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
설교가 끝나고, 다 같이 나와서 이상한 조각을 빙빙 돌 때까지도, 천사 혹은 그들이 칭하기로 ‘하늘의 딸’은 나타나지 않았다. 통상적인 종교라면야 신입이 들어올 때마다 교주에 상응하는 위치의 고위층이 매번 나오진 않겠지만, 이 종교는 다르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하늘의 딸’이 직접 맞이하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굴복시켜서 데려오는 방식임이 확인됐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어제의 싸움의 여파가 남았음에 틀림없다.
또 하나의 특이점.
조금 머리를 쓰면 무너트리기 너무 쉬운 요소들이 보인다.
외부에서 사람이 들어올 때 신체검사 등을 전혀 하지 않아 무기나 흉기를 들고 오기가 쉽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애초에 평소엔 학교의 교직원이나 학생을 데려오는 방식인데, 이들이 무슨 무기가 있고 흉기가 있겠는가? 거기에 데려오면서 ‘하늘의 딸’이 정신 제압까지 할 테니 긴장이 사라질 만하다.
어떻게든 ‘무기’를 구해서 진입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장소.
이렇게 차근차근,‘다음에 올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떠올려가며 진행했다.
*
몇 시 정도 된 걸까?
구교사 지하에선 시간을 잘 모르겠다. 지하라고 해서 딱히 어둡진 않고, 사실상 지하에 자신들의 왕국을 차린 수준이라 조명도 밝고 환기도 잘되고 있으나 딱히 시계가 없다.
아침에 세운 계획에 따르면 저녁쯤엔 본격적으로 아리가 활동 시작할 타이밍. 그 전에 내가 이곳에서 ‘어그로’를 끌어서 ‘하늘의 딸’이나 교단의 타격대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걸 위해선 일단 ‘하늘의 딸’을 만날 수나 있으면 좋겠는데….
‘권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던 설교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권사님.”
“음?”
“오늘의 가르침 감사했습니다. ‘주’의 뜻을 고민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불민한 저로서는 어제 제게 깨달음을 내리신 ‘하늘의 따님’께 좀 더 가르침을 얻고 싶습니다. 혹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
조용하다.
…
대답이 없다.
의아해서 고개를 드는 순간.
권사의 눈이 역겨울 정도로 찢어지듯이 확장된 채로 회전하는 장면을 보았다!
상태창을 필터모드로 유지한 게 아니라면 지금 무슨 일이 생겼을 것 같다.
“흐으음. 자네는 확실히 더 ‘교육’이 필요하겠군. 이해했네. 가끔, 속세의 때가 너무 묻어서 가르침을 느리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있지. 하지만 나쁘지 않아. 큰 그릇은 느리게 차오르는 법. 느리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크게 큰다는 것이 내 믿음이지. 따라오게.”
잘 된 건가? 방금, 나는 뭔가 실수했다. ‘권사’는 나에 대한 세뇌가 불완전함을 알았다! 그러나 아리가 취한 ‘모종의 조치’로 세뇌가 완전히 풀렸다고까지 깨달은 것 같진 않다.
‘느리게 받아들이는 아이’. 즉 세뇌되긴 했는데 불완전하다 정도로 생각하는 건가?
아무래도 좋다. ‘하늘의 딸’에게 다가갈 수 있다면.
*
‘하늘의 딸’이 머무르는 장소는 딱히 특별히 화려하지도, 이상한 장소에 있지도 않았다. 다른 교인들이 사는 이 지하의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
권사의 도움 아니라면 나 혼자서 찾기는 힘들었을 듯하다. 나중에 다시 올 때를 대비해서 위치를 외워뒀다. 혹시, 위치가 바뀌진 않겠지?
—똑. 똑.
“아우렐리아 님. 당신의 충실한 종복, 박수혁입니다.”
“오늘은 피곤해서 쉰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죄송합니다. 다만, 어제 직접 가르침을 내리신 학생이 가르침을 느리게 받아들이는 듯하여…. 부족한 제가 ‘마무리’를 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 그렇다면, 들어오도록 하세요.”
이렇게 쉬워? 실패할 때의 플랜 b c d e f 를 머리 터지게 생각 중이었는데 a가 이렇게 쉽게? 교단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약화된 상태인데도 이렇게 쉽게 접근을 허락한다고?
이들은 자신의 ‘정신 제압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상대가 반항하리라는 의심조차도 하지 않을 정도로.
이 믿음을 활용해서 다음 기회에 –
아니.
‘이번 기회에’.
이런 기회가 쉽게 올 수 있을까? 어쩌면 나도 모르게 운이 잘 풀려서 도달했을지도 모르는 상황.
한번, 승부를 보기로 했다. 어차피 아리가 잘 탈출하겠지?
*
“들어오라.”
집 안쪽은 깔끔했다.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집기 말고는 TV 같은 것도 없다.
최대한 공손하게. 위대한 신의 딸을 모시는 종복의 마음으로.
앞서 ‘권사’가 ‘하늘의 딸’에게 보였던 태도를 떠올리며 자세를 최대한 숙인 채로 들어갔다.
하늘의 딸의 외모. 어떻게 생겼더라? 어처구니없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바로 어제 봤었는데.
보는 순간 이 세상의 미모가 아니라 생각했고, 그야말로 천사의 외형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떠올리려 하자 모호한 이미지만 떠오른다.
역시 그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은 마법적인 힘으로 만들어낸 건가?
하늘의 딸이 소파에 앉았다.
“너. 어린 양아. 마음을 열고, 고개를 들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처음으로, 후광이 걷어진 ‘진짜 하늘의 딸’을 살핀다.
후광이 없어도 예쁘긴 하구나.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 흑발, 갈색 눈동자. 약간은 서구적인 느낌. 어딜 가나 다들 주목할만한 외모다.
그러나 –
확실히 ‘천사’의 느낌은 아니다. 이 여자. 확실히 지금은 천사의 힘을 쓰지 못한다.
“네 마음에 벽이 많구나. ‘주’의 가르침을 영혼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꾸 속세의 삿된 마음이 남아있으니 배움이 늦는 것. 그러나 권사의 말은 틀리지 않다. 느리게 차는 그릇은 곧 넓은 그릇. 이리 와서 편히 앉거라”
새삼 느낀다. 어찌 보면 어제 그 사고를 쳤던 학생인데도, 일단 자신들의 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자 한없이 관대한 모습. 내가 하려는 행동을 떠올리니 약간은 죄책감이 들었다.
앞에 가서 앉자 ‘하늘의 딸’은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며 ‘눈’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
난 더 이상 인내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푸욱!
“커억! 허억!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널 죽이면 이 방의 저주도 해결이 될까?”
“대체 무슨…. 무슨 개소리를…. 권-흡”
“입 막아서 미안. 서로 빨리 끝냅시다. 나도 살다가 이런 짓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 무력하다.
내 앞에는 천사도 없고, ‘하늘의 딸’도 없었다. 그냥 모든 후광을 잃은 채로 칼에 꿰뚫려서 몸이 차갑게 식어가는 한 명의 여인만 있을 뿐.
아. 해결했구나. 마음이 놓인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지만 벌써 그리운 호텔 동료들! 호텔에서 해결했다는 알림을 띄우기만을 기다렸다.
창문이 열렸다.
천상의 파도가 내리쳤다.
*
…
…
…
내 영혼은 끝없는 공간을 떠돈다. 나는 우주에 흩뿌려진 수많은 돌이 되었다.
………..
끝없는 시간. 끝없는 길이. 시간을 재는 기준조차도 붕괴한 지평선을 지나쳤다.
……….
…..
..
한없이 우주공간을 질주한다.
지구? 태양? 헤아릴 수 없는 별이 지나쳤다.
…
무한한 공간. 무한한 시간.
…
모든 것이 정지한 평야에 도달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
걷고 또 걸었다. 천상의 딸에게 저지른 내 죄를 천분의 1이라도 속죄할 수 있을 때까지. 그리스도께서는 광야에서 40일을 굶주린 끝에 사탄을 마주하고도 유혹을 이겨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나약하고 미욱한 이는 견뎌낼 수 없다.
…
고통. 괴로움. 모든 것이 끝없이 반복되는 시시포스의 굴레
…
목소리를 들었다. 어린 죄인을 구제하는 자비의 목소리를 들었다.
…
목소리의 인도를 따라 정신없이 걸었다. 달렸다? 날았다? 모르겠다. 끝없이 달리고 날아서 목소리에 도달했다. 그분은 천상의 옥좌시다. 세상의 주인이다. 인류의 영원한 주인이다.
..
나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조아렸다. 영원히 세상의 주인을 모시리라. 나는 아우렐리아와 함께 ‘주’의 손이요 아들이요 종복이 되리라.
[필터모드를 활성화하고, 눈을 감고 귀를 막으세요]차가운 마음이 깨어났다.
혼란. 공포.
이곳은 대체 어디인가? 나는 대체 무슨 일을 겪고 있는가?
무엇보다도, 내 앞의 저것은 대체….
무언가 – 광휘가 나를 강타했다.
의식이 멀어짐을 느낀다….
/당신은 탈출에 실패했습니다!
냉철하게 비밀의 교단이 숨겨둔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간 당신!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무작정 하늘의 딸의 암살을 시도한 건 섣부른 판단이 아니었을까요? 보다 조시-
아니, 아들아. 너는 실패하지 않았느니라. 내 부름을 기다리라…. 내 너에게 빛을 내렸노라.
러댜ㅐ븬ㅁ;러ᅟᅡᆼ러ㅏㅣ;ㅁ너퍄ᅟᅢᆾㄴㅁ
…
…
동료 ㅇ라ᅟᅵᆷ 성공자 퍼;ㅣㅏ! 축허ㅏᅟᅵᆼㄴㅁ; ——————-무사 귀러ㅣᅟᅡᆼㄴ머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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