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92)
EP.492 492화 – 207호, 관문의 방 – 첫 번째 시련 ‘영생과 부활’ (10) Fin
492화 – 207호, 관문의 방 – 첫 번째 시련 ‘영생과 부활’ (10) Fin
– 에이디아
불타는 폐허, 통곡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멤피스.
눈송이를 닮은 그림 같은 소녀, 내 옛 친구와 함께 나타난 불가해한 존재.
호루스의 시선이 날 향한다.
“도마뱀의 공주님, 지금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숨이 멎었다.
심장이 거칠게 뛰고, 얼어붙었던 영혼이 단숨에 녹아내렸다.
저것을 묘사하기 위한 수식어가 쉼 없이 떠올랐다.
운명을 읽는 자.
가장 위대한 이.
존엄한 신, 호루스다.
…
신이 아니다.
이집트의 종말이다.
괴물이며, 악마고 내 원수다!
매 순간 폭도들에게 살해당하고 있는 가련한 혈족들을 떠올리자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으아아앗! 죽어!”
미친 사람처럼 고함치며 달려들었다.
물론, 나도 내가 호루스를 죽일 수 없음은 잘 알아.
위대한 메네스도 저 마귀를 당해내지 못했는데, 어리고 약한 내가 무슨 수로?
누구보다 잘 안다.
나는 오늘 저 잔혹한 신에게 죽는다.
하지만….
설령 죽을 때 죽더라도, 적어도 칼은 한번 휘둘러보고 싶었다.
“죽엇!”
그때, 칠흑 같은 밤하늘을 닮은 한 권의 책이 나타났다.
— 펄럭!
끔찍한 힘이 단박에 내 몸을 멈췄다.
나약하기 그지없는 나로선 이해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사악한 마력.
곧, 통제를 벗어난 내 손이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끄으윽! 흐으윽!”
숨이 막힌다.
칼 한번 제대로 휘두르기도 전에 제압당했다.
저 가증스러운 악마의 옷깃 한번 건드려보지 못했는데!
몸과 마음이 동시에 눈물 흘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집트의 공주였던 내가, 오늘은 원수에게 농락당하며 죽어간다는 사실이….
고통스러웠다.
“흐으읏!”
이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최소한 당당하게라도 죽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이것이, 오늘 내가 내린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다.
“으랴아아앗!”
검은 옷의 남자가 한 줄기 섬광이 되어 호루스를 덮쳤다!
이 무슨 위대한 조화란 말인가?
천하의 호루스가, 그 메네스조차 무릎 꿇린 악신(惡神)이 일개 인간에게 선공을 허락했다.
삽시간에 호루스의 옷이 붉게 물든다.
내일 세상이 무너져도 표정 한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존재가 당황하며 균형을 잃었다!
“크으읏…! 네 이놈!”
그 순간, 주인의 목을 조르던 내 손이 다시금 내 의지하에 들어오며 내 목이 자유를 얻었다.
“타이오! 네가 대체 어떻게!”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타이오의 답.
“에이디아 님! 도망가십시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아아…!
타이오의 말이 맞아.
아직은 내게 저 괴물을 이길 힘이 없으니까!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뒤쪽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타이오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는 의미.
내가 도망칠 수 있을까?
영혼을 집어삼킬 정도의 두려움 속에서 뒤쪽을 보았을 때, 나는 두 번째 기적을 보았다.
피로 물든 호루스의 옷깃을 잡고 만류하는 소녀.
미로가 눈물 흘리며 호루스를 제지하고 있다.
우습게도 그 모습이 제법 위안이 되었다.
내가 저 아이를 사랑한 만큼, 저 아이도 날 아끼긴 했구나.
…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나약하기 그지없는 내가 저 끔찍한 악마의 손에서 벗어났다고?
벼락같은 깨달음이 다가왔다.
끝이 없어 보이던 호루스의 예지에도 허점이 있다.
게다가 저 피를 보라!
저 오만한 신도 결국 부드러운 살로 이루어진 존재다.
즉, 죽일 수 있는 존재다.
“하!”
내 위대한 선조, 도마뱀의 절대군주.
그가 호루스 앞에서 당당히 외쳤던 말.
‘내 운명은 지금부터 내 손으로 정한다.’
그러므로 하늘도, 태양도 아닌 나 자신에게 맹세했다.
나는 에이디아.
언젠가 이 땅에 돌아올 호루스를 죽일 자다.
*
– 미로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핏발 선 눈을 부릅뜬 채 도망가는 에이디아의 모습이 지금도 아른거린다.
“…”
붉게 물든 옷을 매만지는 가인이와 그 앞에 쓰러진 검은 옷의 남자.
곧, ‘타이오’가 일어섰다.
에이디아가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지만, 사실 이 남자는 죽지 않았다.
“이야, 관찰자 시점으로 보니까 대단한데?”
친구처럼 가인이에게 말을 거는 남자.
“뭐가?”
이에 자연스럽게 화답하는 가인이.
“연기력 말이야 연기력! 피부 좀 긁었을 뿐인데 누가 보면 심장이라도 뚫린 줄 알겠다!”
“괜찮았냐?”
“완전 영화배우인 줄?”
“야, 야! 자화자찬 그만 해. 시간 없어.”
곧, ‘타이오’가 빙그레 웃으며 사라졌다.
“…”
이상한 일은 아니다.
처음부터 이 자리에 ‘타이오’는 없었으니까.
저것은 가인이가 마도서로 만든 분신에 불과하다.
애초에 내 눈에는 한 번도 타이오로 보인 적 없고, 검게 빛나는 그림자처럼 보였어.
언제부터 가인이에게 이런 힘이 생긴 걸까?
“오빠…. 다 됐어요?”
에이디아가 저 정체불명의 형상을 ‘타이오’라 착각하게 만든 송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휴우…. 뭔지 몰라도 다행이네요….”
“수고했어.”
그 말을 끝으로 송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슬픈 일은 아니야.
메네스에 의해 손이 잘렸을 때부터 송이는 차라리 편히 쉬고 싶어 했으니까.
선생님은 구멍 뚫린 배를 틀어쥔 채 돌아가셨다.
진철이는 별 조각을 불러내 로봇의 폭주를 막아낸 후 뒤틀린 살덩이로 변했다.
송이는 이제 곧 죽겠구나.
남은 사람은 나와 승엽이, 하나 더하면 유미 정도.
나는 곧 기나긴 잠에 빠진다.
승엽이와 유미는 어떻게 될까?
“미로, 석관에 들어가.”
걸쭉한 액체가 찰랑이는 검은 색 상자.
불멸의 석관.
— 찰랑!
“왜 그래?”
빙그레 웃는 잘생긴 청년.
내 소중한 마음, 첫사랑.
“질문이라도 있어?”
가인이의 시간이 이젠 채 30초도 남지 않았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물음표, 물음표가 정말 너무 많이 떠올랐으니까!
가인아, 대체 무슨 생각이야?
렙틸리언을 전부 죽여야 하는 것 아니었어?
왜 에이디아를 죽일 수 있는데도 살려 보낸 거야?
살려 보낼 이유가 있다 쳐.
그러면 그냥 에이디아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야?
왜 진작 죽은 타이오를 흉내 내서 에이디아를 속였어?
마지막!
나는, 대체, 어째서….
석관에 잠들어야 해?
“눈만 봐도 알겠다. 질문이 정말 많구나.”
“…”
“머지않아 다 알게 될 거야. 스무고개 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207호가 끝나고 나면 빠짐없이 알려줄게.”
그리고 그의 얼굴이 훅 다가왔다.
“어어어!”
“잘자.”
— 덜컹
석관 뚜껑이 닫혔다.
…
키스라도 해줄 줄 알았는데, 이런 분위기에서 포옹으로 끝이라니 너무해.
이것이 첫 번째 시련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영생과 부활, Fin」
*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일 차
현재 위치 : 207호, 관문의 방
현자의 조언 : 3]
– 한가인
“상태창 날짜가 사라졌네.”
— 덜컹! 덜컹!
열차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달려간다.
선로의 끝, 내가 내릴 마지막 역에는 대체 무슨 시련이 있을까?
건너편엔 은솔 누나와 진철 형, 엘레나까지 셋이서 작전 회의 중이다.
“진철이 넌 아마 기사일 거야. 엘레나는 딱 봐도 고귀한 가문의 아가씨?”
“누님은요?”
“글쎄? 가인이도 모르겠다던데. 나도 어딘가의 아가씨일까?”
“에이~! 아가씨만 둘입니까? 하녀도 있어야지.”
“우와! 차진철, 방금 뭐야? 나는 하녀 하라고? 나 귀한 집 딸인데 이런 소리 듣는 거야?”
“헛! 누님, 농담인 것 아시죠?”
“진철이는 이제 한국에서 다신 취업 못할 줄 알아.”
“하하! 언니도 참, 농담 그만 해요.”
절반 정도는 작전 회의고, 절반 정도는 셋이서 친목이라도 도모하는 느낌.
긴장을 푼다는 의미에선 나쁘지 않다.
저 셋이 다음 차례니까.
그때, 누군가 내 옆에 앉았다.
“하하, 손님. 열차 여행은 즐거우십니까?”
“…”
불쾌한 목소리, 상인이다.
“이젠 상인 말고 ‘차장’이라 불러주시죠.”
“승진이라도 했냐?”
“그건 아닌데, 열차에선 차장이 더 어울리지요.”
“…”
“첫 시련은 재밌게 봤습니다. 내가 얼마나 감탄했는지 모를걸요? 하! 긴 세월 호텔에 봉사해왔지만, 당신 같은 손님은 정말 드뭅니다.”
첫 시련은 재밌게 봤다?
두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상인은 우리와 달리 시련 진행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첫 시련이 조금 전에 끝났다!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켜서 앞칸을 살폈다.
“…”
진철 형, 은솔 누나, 엘레나.
셋 다 웃고 떠들며 과자까지 집어 먹고 있었다.
상인이 내 옆에 와서 앉아있는 놀라운 상황인데 관심도 없는 분위기다.
어쩌면, 모종의 마력이 동료들의 눈을 가렸을지도.
“왜 그러십니까? 다음에 들어갈 사람들이 다 멀쩡해서 놀랐습니까?”
“…”
“누구 하난 쓰러질 줄 알았죠? 하하! 이건 비밀인데, 시련에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열차 내엔 영향이 없습니다.”
시련에서 벌어진 일은 열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쉽게 말해 미로 양이 가인 군을 소환했다가 가인 군이 죽는다 칩시다. 그래도 열차의 가인 군에겐 아무 일 없다 이 말이지요. 왜냐?”
“…”
“앞 시련의 내용을 여러분이 알면 안 되기 때문이죠. 스포일러 방지다 이 말입니다. 이해하셨지요?”
스포일러 방지니, 뭐니 하는 소리는 왜 하는 거야?
지금 다 알려주고 있으면서!
나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상인 혼자 맥락 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통찰로 읽긴 했지만, 진철 형이 첫 번째 시련에서 쓰러졌다는 의미지.
그렇다 해도 열차 내의 진철 형은 영향받지 않는다.
하지만, 두 번째 시련 속의 진철 형은 어떨까?
… 내 불길한 예상이 적중할 것 같다.
“고맙지요?”
“… 뭐?”
“하하, 한가인 참가자. 설마 은혜를 모르는 금수 같은 남자는 아니겠지요?”
“…”
“나는 방금, 당신에게 상당한 힌트를 줬다고 생각하는데.”
“짐작하고 있었어.”
“짐작과 확신은 다르지요. 나는 당신에게 확신을 줬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건, 내 개인적인 호기심입니다.”
도움을 줬으니 개인적인 호기심을 풀어달라?
“물어봐.”
“스스로 생각하기에, 당신은 영웅입니까? 아니면 저들의 믿을만한 동료?”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는데.”
“구체적으로 바꾸지요. 인류를 위하는 길과 당신 및 동료를 위하는 길. 하나 고른다면 무엇을 고를 셈입니까?”
인류를 위하는 길과 나와 동료를 위하는 길.
“… 가능하면, 둘 다 구해야지.”
“욕심도 많으셔라! 하나만 고르세요, 하나만.”
“…”
“하나만. 둘 다 잡으려고 하면, 둘 다 놓칩니다.”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순간, 상인이 갑자기 끔찍한 말을 내뱉었다.
“나는 당신처럼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 운명을 읽진 못합니다만, 하나는 알겠군요.”
“뭐?”
“우린 아주 오랫동안 함께할 것 같습니다.”
“아니, 무슨 재수 없는 소리를 -”
“가인 군, 미리미리 친해집시다. 다음번에 만날 때는 형이라고 불러주세요.”
“야, 이 새끼야!”
어이가 없어서 욕이라도 더 해주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 철컹!
「두 번째 시련을 시작하겠습니다! 참가자 여러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들 화이팅!”
“으랴아~! 셋이서 잘해봅시다!”
“은솔 언니, 진철 씨. 같이 힘내봐요!”
*
「두 번째 시련 – 마녀」
– 엘레나
바닥은 단단한 대리석, 눈앞에 나타난 건 고풍스러운 나무 탁자.
입고 있는 옷은…. 오, 비단이잖아!
21세기에도 비단 하면 고급 섬유인데, 중세 시대면 말할 것도 없지.
205호, 206호에 이어서 207호에서도 상류층으로 시작 성공!
내심 기뻤다.
어디서 시작해도 위험 가득한 장소가 호텔이긴 한데, 빈민가보다는 부잣집 아가씨로 시작해야 몸이라도 편하니깐.
이게 끝이 아니었다.
— 삐이익!
수도 없이 들어서 너무나 익숙한 새 울음소리.
“어라? 이 소리는 페로?”
모야 모야?
진짜 뭐야?
부잣집 아가씨 시작에 옆에는 최고의 도우미 페로라고?
호텔이 이렇게 친절한 장소였어?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그래서 말하는 대신 생각 중이지만!
호텔에서 내게 준 배역을 봐.
205호에서는 신의 사도, 206호에서는 유명 배우, 207호에선 신비한 앵무새와 함께하는 부잣집 아가씨.
왜 이런 괜찮은 역할을 계속 줄까?
내가 예쁘니깐!
예뻐서 저런 역할이 어울리니까!
“… 으음, 자제할게요.”
정신 차리자.
너무 친절해서 불길할 정도잖아.
“호텔 씨…. 호텔 씨. 어울리지 않게 왜 이러세요?”
불안함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 서걱!
옷 속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촉감, 가인 씨가 준 봉투다.
언제 열어보라고 했더라?
‘207호에서 엘레나 차례가 시작할 때, 바로 확인하세요.’
바로 확인하라고 했었지.
— 펄럭!
봉투를 열고 작은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는 아주 간단한 말이 적혀있었다.
「죄송합니다.」
“?”
「두 번째 시련은 엘레나랑 은솔 누나 둘이서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
「아자 아자 화이팅!」
“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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