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495)
EP.495 495화 – 207호, 관문의 방 – 두 번째 시련 ‘마녀’ (3)
495화 – 207호, 관문의 방 – 두 번째 시련 ‘마녀’ (3)
– 엘레나
처음으로 마녀에 대해 고발한 자는 에른하임 외곽에서 소시지를 만든다는 브루노였다.
곧,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여러 사람이 연이어 에른하임에서 벌어진 불길한 사건들을 쭉 나열했다.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3개월 전, 호르트 농가의 돼지 일곱 마리가 갑자기 피가래를 뿜으며 죽었고 -”
이유 없이 죽어가는 가축들.
“체르니 수사님은 알고 계시지요? 그러면, 그분 조카인 로웬 군도 알고 있을 겁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얼마나 건강한 청년이었는지!”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겨우 일주일 전 이야기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갔는데, 마을의 길고양이들이 모여서 사람 말을 하고 있지 뭡니까!”
사람 말을 하는 고양이까지.
참혹한 위생을 자랑하는 시대니까 가축이나 사람들이 쓰러지는 건 전염병이 돌아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가 말하는 건 현대인의 눈으로 봐도 마법이네.
이 모든 고발의 결론은 항상 비슷했다.
“틀림없습니다. 동방에서 넘어왔다는 사악한 주술사! 저 여잡니다. 저 여자가 신실했던 시몬을 홀려서 도시에 잠입하더니, 이 모든 일을 벌이는 겁니다.”
시몬은 설정상 11년 전에 죽었다는 은솔 언니의 남편을 말한다.
도시 사람들은, 언니가 그 시몬을 홀려서 도시에 들어와 사악한 주술을 벌이는 마녀라고 생각 중이다.
“…”
사람들의 증언은 대체로 진실이었다.
정확히는, 이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장내의 분위기가 점차 뜨거워졌고, 몇몇 사람들은 아예 은솔 언니를 향해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은솔 언니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냥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이 와중에 이단심문관은 말없이 은솔 언니를 관찰했다.
잠시 후, 토마스가 묵직한 가죽 주머니에서 두꺼운 책을 꺼냈다.
— 쿵!
“그건….”
“말레우스 말레피카룸(MALLEUS MALEFICARUM). 마녀를 심판하는 망치. 교황청이 내리는 지침서라네.”
마녀사냥을 위한 지침서란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책인가 싶어 한숨부터 나왔다.
곧, 토마스는 사람들에게 마녀에 대한 교황청의 ‘학문적 의견’을 장기간 설파했다.
마녀들은 특정 지역에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다.
선천적인 강한 힘 때문에 충동적이고 오만하며, 하찮은 인간이 자신들을 몰아세우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품성이 잔인한 자가 많아 살인에 거리낌이 없다.
한참 설명을 듣고 있으니 이게 뭔가 싶었다.
“아니, 토마스!”
“말씀하시게.”
“지금 말하는 내용은 대부분 언 – 이은솔과 상관없잖아요?”
마녀사냥 지침서 내용과 언니의 상황을 비교해보자.
은솔 언니는 이 도시에 최소 10년 이상 거주했으니 계속해서 돌아다니는 존재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지금 수십 명이 자신을 욕하는 데도 침착하잖아!
잔인하고 살인에 거리낌이 없다?
가축은 몰라도 사람이 대량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지침서의 내용이 진실이라 쳐도, 이은솔이 마녀라는 증거는 -”
“엘레나 양.”
말없이 내 말을 듣던 토마스는, 의외의 말을 담담히 꺼냈다.
“내가 하려던 말이 바로 그 이야기요.”
법정 전체가 조용해졌다.
토마스는 차근차근 지침서의 내용을 해설하기 시작했다.
“지침서의 내용이 언제나 들어맞진 않소. 세상에는 다양한 마녀가 있고, 개별적인 차이는 있지. 하지만, 전부 다 틀리는 경우는 드문 일이요.”
“…”
“마녀들은 한 도시에 오래 머무르지 않소. 들킬 확률이 높아지고, 본인을 노린 마녀 사냥꾼이나 이단심문관이 찾아오기 때문이지.”
사람들이 다소 멍한 태도로 토마스의 말을 경청했다.
“마녀는 인내심이 부족하오.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열댓 명의 인간을 죽일 수 있으니까. 대부분 잔혹하고 폭력적이지. 성장하며 주변의 증오를 쉼 없이 받아왔으니까.”
“…”
“물론, 저 여인이 마녀가 아니라 선언하는 것은 아니오.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지. 누가 마녀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악한 힘의 흔적은 명확히 드러났으니!”
— 쿵!
이단심문관이 나무망치로 탁자를 두드리며 선언했다.
“휴정! 마녀 법정은 이틀 후 같은 시간에 다시 열릴 것이오.”
*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에 앉아서 생각한다.
편견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은솔 언니를 불태울 것 같았던 이단심문관.
정작, 그는 ‘이은솔에게는 마녀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특징이 전혀 없다. 마녀가 아닌 것 같으니 더 조사하라’라는 결정을 내렸다.
“으음….”
실제 역사에서 마녀는 없었으며 마녀사냥에 나선 이들은 사실상 피해자의 재산을 노린 사기꾼에 가까웠다.
이 세상은 마녀가 실제로 존재하고, 이단심문관이나 마녀 사냥꾼들은 사기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단심문관이 멀쩡한 사람이라는 말은 아니지.
내 처음 생각과 다른 인간상이라는 뜻이야.
마녀로 단정할만한 증거가 있든 없든 돈이 많으니까 태워죽인 게 현실의 마녀사냥이라면, 이곳의 마녀사냥이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자 전부를 죽여라.’에 가깝다.
은솔 언니가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마녀사냥 지침서의 내용에 ‘하나라도’ 부합했다면 주저없이 태워죽이라 명령했을 것.
단 하나도 일치하지 않으니 ‘일단은’ 풀어준 것이다.
“… 알겠어.”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이 바로 떠올랐다.
관리국 요원들이다.
이단심문관의 행동 패턴이 먼 미래의 관리국 요원과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다라….
편견을 버리고 생각하자.
마녀가 실존하며 마녀사냥이 필요한 세상이다.
그렇다면, 마녀는 누구인가?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는 게 좋겠지.
— 펄럭!
토마스에게 빌려온 말레우스 말레피카룸을 펼쳤다.
*
이단심문관이 이은솔은 마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자 도시 사람들도 순순히 물러서긴 했다.
하나, 이는 이단심문관과 나의 권위에 눌려 물러선 것에 불과해.
도시 사람들이 언니에게 품은 적대감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러다가 대놓고 위협한다면?
언니가 살기 위해 호접몽 같은 도구를 쓰면?
진짜 마녀 탄생이잖아!
마을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내 사람을 하나 보내야겠어.
그레이 가문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전속 시녀, 발렌티나를 불렀다.
“발렌티나, 부탁이 하나 있어.”
“어머! 말씀하셔요.”
“요전에 편지를 보낸 이민족 -”
“이은솔이요?”
“기억하는구나. 부탁인데, 며칠간 그 여자 집에 머무를 수 있을까?”
“…”
“죽은 남편이 부자였다고 들었어. 네가 머무를만한 방은 있을 거야. 돈은 충분히 쳐줄게.”
내 말을 들은 발렌티나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 아가씨,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요, 저와 이은솔의 관계에 대해 아시나요?”
“관계?”
그런 게 있었어?
넌 그냥 내 시녀 아니야?
그러고 보면, 첫날 얘가 은솔 언니에 대해 뭐라고 했었지?
‘아가씨가 그런 이상한 여자를 어떻게 아느냐.’
뒤집어보면,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의미였네!
“… 소피아.”
“응?”
“이은솔의 딸을 말하죠.”
“아, 그랬지.”
그리고, 나는 하루 만에 두 번이나 상상도 못 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아이는 제 조카랍니다.”
*
– 이은솔
“토마스 공께서 뭔가 착각하신 게 분명해!”
“이봐, 말조심하라고! 화형대의 주인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어?”
“내가 마녀가 아닌데 그분을 두려워할 이유가 있겠냐! 애초에, 은솔 고것을 태워버렸으면 끝날 일을 -”
아아….
이거 이거, 계속 들으니까 은근히 기분 나쁜데?
몇 차례 외출하며 느낀 바에 따르면, 에른하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이은솔을 태워죽여야 할 마녀라고 생각하는 사람.
마녀인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도시에서 나가줬으면 하는 사람.
그놈이 그놈 같지만 경험해보니 나름대로 차이는 있었다.
어쨌든,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내가 돈을 주면 빵을 준다는 정도의 교류는 했으니까.
사회가 혼란해지면 이질감이 드는 사람부터 사냥감이 되기 마련.
과거 일본만 해도 지진이 나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부터 퍼지지 않았는가.
그나마 어제저녁부터는 조금 편해졌네.
“소피아, 오늘 저녁은 파에야란다!”
“우와! 고모 너무 좋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편의 여동생이 집에 머무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와 달리 발렌티나는 에른하임의 터줏대감 출신이자 하느님께 선택받았다는 엘레나의 전속 시녀다.
감히 농노나 일개 도시민 따위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위치였다.
소피아를 거의 자기 딸처럼 아끼기도 했고.
“이야~! 맛있겠네. 기대할게.”
“… 당신은 방에 들어가 있어.”
“에이~! 치사하게 그럴 거야?”
“…”
사소한 문제점이 있다면 이 여자도 날 제법 싫어한다는 것.
다만, 발렌티나가 날 싫어하는 이유는 도시 사람들과 달랐다.
“고모…. 고모….”
“응? 왜 그러니?”
“아까, 음, 밖에서 안드레아가 이상한 말을 했어요.”
“뭐라고 했는데?”
“엄마가 마녀래요…. 아니죠? 아니죠?”
“… 그럼. 이은솔은 마녀가 아니란다. 그보다 소피, 한동안은 외출 금지란다.”
발렌티나는 날 마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오빠를 ‘잡아먹은’ 끔찍한 여자라고 생각할 뿐.
설정상 시몬은 나와 결혼하고 2년인가 3년 만에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요리할 테니 방해하지 마. 참, 너도 자꾸 바깥에 쏘다니지 말고!”
—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엌에서 쫓겨났다.
이것 참, 점점 어이가 없어.
그놈의 남편이라는 인간은 얼굴 한 번도 본 적 없고, 마녀는 구경도 못 해봤는데.
스스로 멘탈이 약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적나라하면서도 아무 이유 없는 증오를 계속 받으니 슬슬 짜증이 났다.
“…”
이단심문관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
마녀는 인내심이 부족하오.
손가락 하나 까딱해서 열댓 명의 인간을 죽일 수 있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다.
호접몽을 사용하는 즉시 흙바닥을 뒹굴 ‘하찮은’ 사람들을 상대로 인내심을 발휘한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구나.
“… 쓸데없는 생각은 이쯤 해야지.”
물 한 잔 마시며 불필요한 감정을 가라앉혔다.
언제나 그렇듯 – 분노는 호텔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그보다, 중요한 일을 해야 할 시간이다.
— 덜컹!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예전보단 통제에 익숙해진 단안거조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
대기를 가득 메운 검푸른 선이 보인다.
흡사 허공을 헤엄치는 실지렁이 같은 무언가 끊임없이 움직였다.
형체가 없기에 만질 수 없고, 이단심문관은 물론 엘레나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
그렇기에 명확한 ‘신비’의 증거.
이 흔적을 쫓아 마녀를 찾아내야 하나?
반신반의하며 문고리를 잡는 순간, 뒤에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꼈다.
“엄마아….”
“소피아.”
“오늘도 밖에 나가?”
“…”
“사람들이 엄마 싫어하잖아…. 그냥 집에 있으면 안 돼?”
소피아를 볼 때마다 미묘한 감정이 든다.
매일 나와 함께 자고 싶어 하는 귀여운 소녀,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
진짜 딸처럼 느껴지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다.
꼭 열 달 동안 배 아파 낳은 존재만 자식인 건 아니겠지만, 난 이 아이를 키운 기억도 없으니까.
“엄마가 바빠서 그래.”
그렇다고는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다.
“고모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
“소피, 방에 들어가렴.”
“… 네.”
미안한 이야기지만, 소피아, 이곳은 호텔이란다.
방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곳이지.
*
늦은 시각, 차가운 바깥 공기를 맡으며 고민했다.
내 눈에 보이는 이 실의 정체가 뭘까?
마법의 흔적?
호텔에서 유산을 썼다고 이런 괴상한 흔적이 남는 걸 본 적이 없는데….
긴가민가하면서도 부유하는 실이 많은 장소가 어디인지 살폈다.
“…”
1시간 정도 추적하던 중, 음산한 분위기의 골목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를 느꼈다.
보통 사람은 평생 맡을 일 없으며 나도 30년 넘게 살면서 한 번도 맡은 적 없는 냄새.
시체가 썩는 냄새다.
이런 걸 구분할 수 있는걸 보니, 호텔이 내 견문을 제법 넓혀주긴 했구나.
고맙진 않아.
“흡!”
호접몽을 의식하며 숨을 참았다.
곧, 전신이 일렁이더니 형체가 사라졌다.
과거 기념품 상점에서 얻은 배지의 능력이자 이젠 호접몽의 힘, 투명화다.
“…”
사방에 흩어진 살과 피, 그리고 뼈.
불행하게도 편안한 죽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반토막 난 얼굴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브루노.”
에른하임 외곽에 거한다는 소시지 장인, 브루노.
날 이단심문관에게 고발했던 사람이다.
그때, 괴이한 목소리를 들었다.
“도망가.”
“…”
“거기 있잖아. 투명해도 냄새와 기척이 느껴지는걸? 빨리 도망가. 다른 사람들이 오고 있어.”
말 자체는 내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한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인 게 문제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