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
4화 – 호텔 탐색(2)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복도
현자의 조언 : 1]
마지막으로, 프론트에서 정문과 반대편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자 엘리베이터가 나왔다.
“아, 이거 뭔가 좀 느낌 싸한데요. 안내창에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던데, 혹시 고장 나서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또 튀어나온다던가?”
“그거 일리 있구만. 가인이 너는 아까부터 예리한구석이 있다. 다들 잠깐 멈춰봅시다. 내가 뭐라도 하나 챙겨 가지고 올 테니까.”
사실상 일행의 무력의 90% 정도를 이 남자 혼자 차지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뭔가… 대단한 물것을 들고 왔다.
“엑? 형 그거 대체 뭐예요? 무슨 창? 이런 게 있어요?
“어 승엽아. 내가 아까 걸어가다가 봐놨는데, 아마 뭐 장식물인지 뭔지 깃발 세우는 기둥 비슷한 게 있더라고. 깃발만 벗겨내면 그게 철봉이지 철봉.”
“그… 진철씨, 안무겁습니까. 대충 보기에도 10kg는 무조건 넘어 보이는데요.”
“진철씨는 뭐냐 그거. 그냥 가인이 너도 형이라 해라. 그리고 점심때 말하지 않았냐. 나도 원래는 이런 무식한 걸 휘두를 정도는 아닌데…
이제는 될 것 같다. 느낌이 그래. 아마 그 용기의 축복 덕이겠지. 슈퍼맨 까지는 좀 과장이고… 캡틴 아메리카 정도는 된 느낌?”
“아… 그럼 형이라고 하겠습니다. 어찌 됐든 든든하네요. 그런 무식한 거로 얻어맞으면 웬만한 괴물도 놀라겠네요.”
캡틴 아메리카. 왠지 굉장히 어울리는 느낌이 든다. 한국인이니 캡틴 코리아인가?
아주 조금, 웬만한 괴물보다 이 형이 더 괴물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팀의 무력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주 믿음직해지기 시작했기에 모두가 아까보다 더 당당한 발걸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했다.
벌컥-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딱히 무슨 괴물 같은 것은 없었고, 뜻밖에 상당히 깔끔했다.
고장의 의미는 계기판을 살펴보자 알 수 있었다.
2층/3층 버튼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혹시나 하는 순간 송이가 바로 버튼을 눌렀지만,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다.
“2층, 3층은 아직 갈 수 없는 건가. 그러면 지하? 그쪽으로 가 봐야 하나?”
“일단 뭐 가 보자! 대충 갈수 있는데는 다 가보면서 뭐가 있나 없나 봐야지. 아무렴 캡틴 아메리카가 있는 일행에 별일 있겠어?”
부쩍 자신감이 늘어난 듯한 은솔 누나가 자신감 있게 외치자, 옆에 있던 진철형이 멋쩍은 듯이 웃음 지었다. 그리고 송이가 지하층을 누르려는 순간-
[지금 지하로 가면 지극히 위험합니다.]터억-
거의 본능의 영역에서 달려 나가듯이 손을 뻗어서 송이의 팔을 붙들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행동이었기에 모든 사람이 당황했다.
다들 어떤 반응해야할지도 몰라서 어 어 어 하면서 나만 쳐다보고 있었고, 송이는 아예 토끼처럼 떨고 있을지경이었다.
“죄송합니다. 근데 지금 바로 그, 알림이 떴어요. 아까 점심에 말한 ‘상태창’ 알림이요”
“너만 보인다는 그거냐? 105호로 오라고 가르쳐 줬다는?”
“맞아요.”
“뭐라 적힌 거냐. 대충은 알겠다만…”
“지금 지하로 가면 지극히 위험하다네요.”
“하 참… 이 빌어먹은 호텔은 별게 다 위험하구만.”
“그러면, 그 말대로 하자. 105호도 알려 줬으니 믿을 만 하겠지. 그리고 가인아? 이제 팔 놔도 될 것 같아. 조금 더 잡으면 송이가 아주 기절하겠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방금 놀라가지고”
“아니, 아니, 아니예요….”
“가인형, 아까 들은 설명대로면, 이제 그 ‘현자의 조언’ 숫자는 몇 개 남았어요?”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엘리베이터
현자의 조언 : 0]
“0개 라네요.”
“0개? 아 아까 정문 열지 말라고 할 때도 줄어든 건가?”
잠시 침묵이 돈 후, 어느 순간 리더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은솔누님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오늘 탐색은 이쯤 하자. 아무래도… 이 위험천만한 이상한 곳에서 가인이의 그 ‘알림’ 횟수가 없는 상태로 돌아다니는 건 너무 위험한 것 같다.”
“이 횟수를 어떻게 채울 방법이 없을까요?”
“형 원래 그런 건 하룻밤 자면 만땅 되는 게 기본이예요. 원래 여관에서 자면 마나 체력 이런 건 다 차는 게 국룰임”
국룰. 게임 같은 마인드였지만, 사실 별다른 방법도 없다. 그리고 나도 왠지 그러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자의 조언 없이 탐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했고, 이윽고 모두가 105호 앞으로 돌아왔다.
“이제… 여기 들어가는 순간 다들 자동으로 헤어지는, 그런 건가? 조금 후 저녁 식사때 다시 순간 이동 하듯이 나타나고?”
“그럴 것 같네요.”
“그럼 일단 다 들어가서 좀 쉽시다. 대충 1시간 후면 또 밥타임이구만. 좀 쉬고, 씻고, 그러면 되겠지. 오늘은 뭐 둘러보는 것도 끝났고… 사실 아직도 뭘 해야 될지 모르겠구만.”
“내 생각엔 그 부분은 곧 고민할 필요가 없지 싶어.”
“무슨 말입니까?”
“아까부터 다들 느끼지 않았어? 사람인지 괴물인지 유령인지 몰라도 무언가는 계속 우리를 ‘관리’하고 있어. 음료도 딱 맞게 나오고, 음식도 지금 생각하면 각자 좋아하는 게 나온 거겠지. 이렇게까지 우리를 ‘관리’ 하는 무언가가, 우리가 뭘 할지 모르고 있는 걸 가만 내버려둘 것 같진 않다. 또 뭐 ‘사랑하는 고객님’ 어쩌고 하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겠지.”
“일리가 있네요. 사실 다른 뭘 할 것도 없고”
“그래. 그리고… 혹시나 해서 모두에게 말하는데, 오늘이든 다른 때든 굳이 밥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을 거야. 그런 때는 설령 식사를 안 하더라도 다른 곳에 가 있거나 하지 말고 식사 시간에 식당에는 와서 얼굴 비추자. 이런… 이상한 장소에선 서로 생존확인을 꾸준히 해야 될 것 같다”
식사 시간. 생각해 보면 이 장소는, 생각보다 서로 간의 소통이 굉장히 힘들다. 안전하다고 할 만한 공간이 105호 정도인데, 그 105호에 들어가면 하루 3회 식사 시간 말고는 서로를 만날 방법조차 없다. 현실에서야 이런 건 카톡하면 그만이지만, 핸드폰은 진작부터 맛이 갔다.
주기적으로 다 같이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한 가지 제안 드리겠습니다. 일단 105호에 들어가고 나면 서로 만날 방법이 없죠. 핸드폰이 작동을 안 하고, 식사 시간 이외에는 서로가 보이지도 않고. 그런데 식사 시간 말고도 서로 정보를 나누거나, 누님 말마따나 생존확인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잠들기 전까지 매 시 정각에 방 밖으로 한 번씩 나오는 게 어떨까요? 오늘로 치면 식사 시간 7시부터 8시 30분 제외하고도 6시, 9시, 10시, 11시 정도까진 무조건 전부 한 번씩 나와서 별일은 없는지, 할 일은 없는지 체크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뜻밖에 송이와 엘레나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정말 좋은 생각 같아요! 솔직히 아침에 식사 시간 전까지 호텔에 혼자 있으면서 진짜… 너무, 너무 무서워서. 잠깐씩이라도 서로 있다 하고 확인하는 게 좋아 보여요.”
“나도 찬성. 솔직히 이런 이상한 곳에선 프라이버시고 뭐고 필요 없으니까 그냥 같이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억지로라도 자주 만나요”
자연스럽게 모두가 제안에 동의했고, 우리는 두 가지 생활원칙을 세웠다.
식사 하지 않을 때도 나와서 생존 신고를 할 것
매 시 정각에 무조건 105호 입구 앞에 모여서 서로를 확인할 것.
이렇게 생활원칙을 세운 후, 하나의 입구를 통해서 모두가 각자의 방을 향해 떠났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현자의 조언 : 0]
아침에 나설 때와 변함없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대저택의 화려한 침실. 아마 어딘가의 재벌 2세도 이런 집에서 살긴 쉽지 않으리라.
이런 무지막지하게 화려한 대 저택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고, 음식은 신기할 정도로 맛있고. 이 정도면 지상낙원이 아닐까?
라고 억지로 자신을 속이려 노력해 봤지만, 잘 안 된다. 지상 낙원에 식인 원숭이나 지극한 위험 따위가 있진 않겠지.
대체 내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런 정체불명의 지옥 같은 곳에 가둬진 걸까…
혼란, 두려움, 걱정, 모험에 대한 기대? 이 외에도 수많은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탈하게 웃다 보니, 아까부터 상태창이 깜빡거리는 게 보였다.
현자의 조언은 0일 텐데? 자세히 보니 현자의 조언이 아니었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1일차현재 위치 : 계층 1, 105호(휴식의 방)
동료 정보(*)
현자의 조언 : 0]
아까와 비슷한 감각으로 열려라! 하는 강한 생각하면서 해당 칸을 쳐다보자, 탓 하고 창이 열렸다.
열리자마자 엄청난 양의 문자열이 내 시선을 뒤덮었다.
아, 이거 앞으로 급박한 상황에선 누르거나 하면 큰일 나겠구나.
생각해 보면 외부에서 탐색할 때는 저런 깜빡임 자체가 없었다.
아마도 안전한 곳에 있을 때만 활성화 되는 기능들이 있는가보다.
이건, 아주 짧은 단어로 요약한 모두의 프로필이다.
1. 한가인(20) – 지혜. K 대학교 신입생2. 차진철(31) – 용기. 전직 격투기 선수
3. 유송이(17) – 친화. 다수의 동물을 기른다.
4. 엘레나 이바노프(23) – 정의. 망명 외교관 자녀. 현직 배우 지망생
5. 박승엽(14) – 행운. 질풍 노도의 소년
6. 이은솔(32) – 부귀. 대양 그룹 회장 3녀
아. 이것은 마치 오늘 내가 동료들을 보고 ‘받은 느낌’과 ‘연관되는 사실’을 알려주는 느낌이다.
뭔가 ‘지혜의 축복’의 특성을 순간적으로 이해했다.
자신이 얻은 어중간한 정보를 확실한 사실로 바꿔 주거나, 모르는 위험이 닥쳤을 때 경고해주는 것.
[축복에 대해 약간 이해했다!]기다렸다는 듯이 나오는 알림에 바르게 이해했음을 알았다. 동료들에 대한 내용은 대체로 아, 그럴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네? 같은 감상이다.
터미네이터니, 캡틴 아메리카니 하는 대단한 표현을 듣고 있던 진철형은 역시나 무려 전직 격투기 선수였고, 아까 대화에서 순간 당황했던 송이는 역시나 동물을 무척 좋아했다. 엘레나씨가 배우 지망생인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런 외모로 태어났으면 나라도 그런 꿈을 가졌겠지. 승엽이는, 사실 저 나이 남자는 다 질풍노도의 시기가 아닌가? 당연한 말이 적혀 있다.
다만 은솔 누님은, 솔직히 놀랐다. 대양 그룹이면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굴지의 대재벌, 이런 집안의 3녀라니… 생각보다도 어마어마한 부자였다.
동시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괴물들이 튀어나오는 호텔에서 재벌 2세나 흙수저나 무슨 의미가 있을지. 가장 의미 있는 스펙은 전직 격투기 선수가 아닐까. 아무래도 진철형과 더욱 친해졌다는 생각하며 멍하니 잠들었다.
아, 알람은 하고 잠들어야 될 텐데…
다행스럽게도, 이 후 식사 시간에 좀 늦어서 약간의 잔소리를 들은 것 말고는 별일 없이 오늘의 기나긴 하루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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