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01)
EP.501 501화 – 207호, 관문의 방 – 세 번째 시련 ‘미스카토닉 대학’ (3)
501화 – 207호, 관문의 방 – 세 번째 시련 ‘미스카토닉 대학’ (3)
– 김아리
늦은 밤, 창가에 기댄 채 현재까지 모은 정보에 대해 고민했다.
첫째, 미스카토닉 대학 신비학부 관련자들은 교황청과 대립하는 세력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낮에 묵성의 의견대로 미스카토닉 대학이 악역 느낌인데….
애초에 혼돈체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악마학개론’의 논리는 허술하기 그지없었지.
각 혼돈체의 근원과 성향이 모두 다른데 일괄적으로 탄압하는 것은 부당하다?
다르고 자시고 간에 대부분 인간에게 해로운 건 사실이고, 그러니까 구분하지 않고 때려죽였을 뿐인데!
늑대인간 교수 그 인간부터가 살면서 인간 대여섯은 죽여봤다고 장담할 수 있 –
“… 후우.”
심호흡하며 쉴새 없이 교황청을 옹호하고 미스카토닉 대학을 비판하려는 나 자신을 억제했다.
교황청은 관리국이 아니고, 이곳은 우리가 살아온 현실이 아니야.
그러니까 불필요하게 동일시하며 감정 이입할 필요 없어.
둘째, 페로의 박제는 대체 뭘까?
정황상 시련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죽어서 박제가 된 상황.
즉, 페로는 세 번째 시련이 아니라 ‘그 이전 시련’에 포함되었다는 의미다.
페로는 보통 송이와 함께 시작하니까 고대 이집트 파티와 함께 시작했을지도….
이 부분은 확신할 수 없어.
페로의 시작 포인트가 송이 옆이라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206호처럼 송이와 상관없는 장소에서 시작한 적도 있으니까.
그보다 페로에 대해 잘 아는 눈치였던 노인은 대체 누구지? 학장?
페로가 도왔다면 우리 편?
아니면 페로가 자신을 보호해줬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
실제로는 페로를 죽여서 전리품 삼아 박제로 만들었다거나?
셋째, 호루스의 상징이 새겨진 이 편지.
난데없이 호루스는 무슨 소리야?
‘아버지, 왜 우리를 버리셨나이까?’라는 문구는 또 뭐지?
아니야, 이런 것보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어.
누가 이 편지를 내 방에 보냈지?
“…”
아까 만난 노인, 어쩌면 학장일지도 모르는 사람.
나는 그 남자 앞에서 페로를 알아본 것처럼 행동했지.
예뻐서 만지려 했다는 둥 변명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변명이야.
그 행동 때문에 내가 특별한 존재임을 알고 편지를 보냈다?
그러면 그 노인은 이집트 신의 아들인가?
난데없이 ‘신의 아들’이 무슨 소리냐 할 수도 있지만, 학장은 수백 년간 홀로 교황청과 대치했다는 어마어마한 괴물이다.
그쯤 되면 ‘학장의 정체는 알고 보니 신의 아들입니다!’ 정도는 나와야 정상이야.
오히려 그냥 인간이라고 하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이지.
“…”
이 부분도 확신할 수 없다.
신적인 존재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건 신도들도 흔히 하는 행동이니까.
교회 다니는 사람들도 맨날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 하잖아?
그러므로 학장은 호루스의 아들이 아니라 신도일 수도 있다.
“… 어머.”
즉, 홀로 교황청과 대적한 학장 같은 존재가 아버지 혹은 신으로 모실 정도의 혼돈체가 있었다는 것.
호루스는 대체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고민을 세 줄로 요약했다.
고민 1 : 미스카토닉 대학과 교황청 중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까?
고민 2 : 페로와 노인의 관계는? 노인은 학장인가?
고민 3 : 학장의 정체는? 호루스의 아들 혹은 신도? 그렇다면 호루스는 뭐지?
무엇 하나 뚜렷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지만, 내일 어디에 가야 할지는 알았다.
*
이른 아침부터 묵성을 찾았다.
“도서관으로 가자고?”
“그래.”
“으음, 거기서 이런저런 자료를 뒤질 생각이냐?”
“미스카토닉 대학, 고대 이집트의 역사, 특히 호루스.”
“뭐?”
“가서 찾아봐야 할 키워드니까 명심해. 참, 시간 나면 중세 유럽 쪽도 살펴보자. 엘레나와 은솔의 이야기가 있을지도.”
“어, 음, 아리 네가 뭔가 알아낸 모양인데, 나도 알아낸 게 있어.”
“말해봐.”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잠시 어물거리던 ‘청년’이 곧 입을 열었다.
“페로 녀석의 박제를 발견하고 놀라서 주변을 더 뒤졌거든. 미스카토닉 대학은 괴이한 물건이 넘쳐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미스카토닉 대학은 혼돈체와 신비학 연구자들이 결합한 세력이다.
당연히 미래의 관리국이 있었다면 즉시 격리할만한 괴상한 물건이 넘칠만해.
“교수들만 접근할 수 있는 장소가 있더라. 필시 무언가 숨겨져 있을 텐데.”
“…”
“뭐, 일단 도서관부터 가보자. 그쪽이 더 쉬울 테니.”
*
나와 묵성은 곧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고서적들 사이에 파묻혔다.
대학교 도서관답게 살펴볼 가치가 있어 보이는 책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 턱!
“워우~! 파라오 놈이 자기 딸을 아내로 삼았다는데, 이놈은 우리 파티랑 상관없겠지?”
— 툭!
“그냥 후기 이집트 파라오들이 벌인 내전 관련 책이야. 그중 호텔 파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네.”
— 턱!
“중세 프랑스의 유명한 미녀가 여럿 나오는 책이다. 이 여자, 미묘하게 엘레나랑 닮지 않았느냐?”
“글쎄, 금발이라는 점 말고는 공통점을 모르겠는데.”
“잘 봐! 여기, 이 하녀는 코가 은솔이랑 닮았어.”
“연령대가 너무 다르잖아. 70대 노인이 보기엔 30살이나 40살이나 비슷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
“아리야, 그런 말을 니가 나한테 하는 게 말이 되냐?”
이런 느낌으로 별 소득 없는 시간을 보내던 중, 건너편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어제 강의실에서 내게 ‘흡혈귀의 힘’을 보여달라 졸랐던 미모의 소녀, 에밀리다.
— 덥석!
“아리야앙!”
갑자기 뒤에서 덥석 끌어안아서 놀랐네!
미로도 아니고 이게 무슨 행동이래?
어제 처음 만난 사이면서!
“… 갑자기 이러는 건 실례라고 생각해.”
“미안. 근데 아리야, 왜 오늘 결석했어?”
“…”
생각해보면 나랑 묵성 둘 다 설정상 대학생이지.
딱히 방학인 것도 아니니, 당연히 수업이 있었다.
둘 다 그런 사소한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도서관에 왔을 뿐.
“공부하려고 도서관에 왔어.”
“으응, 성실한 모습이네! 그래도 수업은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 내일부터는 나갈게.”
“오후에도 강의가 있는걸?”
“그건 들을게.”
결석이 잦으면 교수 또는 동기들이 이상하게 여길 테니 주의하자.
“아, 그쪽은 묵성 씨죠? 안녕하세요!”
“으흠, 안녕하시오?”
얘 또 이러네!
아직도 70대 노인인 줄 알아?
바로 눈치를 줬다.
“… 안녕하십니까, 에밀리 양.”
“둘이서 무슨 공부 중이에요? 혹시? 꺅!”
“…”
“…”
“시, 신입생인데 벌써 연애를 -”
“에밀리 양, 난 유부남이고, 고향에 자식도 있습니다.”
1897년의 시대상이면 대학생이 결혼했다 해도 그럴법한 시기다.
“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예의 없이 굴었네요!”
“아닙니다. 아리 양과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났을 뿐이니, 이상한 뒷말이 없기를 바랍니다.”
묵성이가 오래전에 결혼해서 자식까지 봤다는 건 사실이야.
자식을 넘어서 손자까지 봤고, 그 자식과 손자가 모종의 일로 전부 죽었다는 슬픈 진실이 숨어있을 뿐이지.
어찌 됐든, 얘를 좀 보내야겠다.
“에밀리, 난 지금 공부 중이니 이야기는 이따가 했으면 좋겠 -”
“무슨 공부 중인데? 아, 이집트 역사책이 많은 걸 보니까 알겠다. 미스카토닉 대학의 뿌리에 대해 공부 중이구나?”
“…”
미스카토닉 대학의 뿌리라….
에밀리의 말을 듣고 보니 어제 늑대인간 교수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우리의 기원은 무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합니다.’
교수 본인은 이 내용을 믿지 않는 것 같았지만, 이런 소문이 돈 이유가 있었겠지.
“어? 근데 잘못된 책을 보고 있는 것 같아.”
“… 고마워.”
이번의 답은 진심이다.
“에밀리, 무슨 책을 봐야 하는지 알려줄래?”
“좋아!”
곧, 에밀리는 총총걸음으로 주변 서재를 돌아다니더니 아주 오래된 책을 몇 권 가져왔다.
“참고로 이 책들은 미스카토닉 대학 외부에선 구하기 힘들어.”
“그래?”
“대학의 뿌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신앙의 교체’를 중심으로 봐.”
“신앙의 교체?”
처음 듣는 개념이다.
“잘 모르는구나? 오래전, 그러니까 고대 이집트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도 초기? 그 시기의 이집트인들은 이상한 신을 섬겼다고 해.”
“이상한 신?”
“죽음과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존재였고, 해골을 상징으로 삼았다고는 하는데….”
“하는데?”
“정작 이름은 잊혔어.”
태고의 이집트인들은 죽음과 사후세계를 관장하며 해골을 상징으로 삼는 괴이한 신을 섬겼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이집트인들의 신앙이 교체됐어. 이름 모를 태고의 신은 완전히 잊혔고, 사원은 전부 파괴됐지. 이 과정에서 수도 – 멤피스에선 상당한 규모의 내전이 있었다고 해.”
“흐음….”
“그 후로 자리 잡은 신앙이 우리가 잘 아는 이집트 신화야. 태양과 하늘, 수호와 복수의 신 호루스를 중심으로 하는 신앙 말하는 거야.”
태고의 시대에 이집트에서 벌어진 신앙의 교체.
호루스를 섬기는 자들이 이제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전통 신앙을 박멸했다고 한다.
흥미롭긴 하지만, 이런 일은 역사 속에서 무수히 일어났다.
기독교가 전파될 때마다 그 지역 토속 신앙이 무너지지 않았는가.
“이해했어. 그런데, 이집트 신앙의 교체가 미스카토닉 대학과 무슨 상관인데?”
에밀리는 어딘가 오묘한 표정을 지은 채 중얼거렸다.
“세월이 흐르면서 유럽에서 일어선 기독교 세력이 이집트를 덮쳤거든.”
“로마 시대 이야기지?”
“유사한 일이 반복됐다고 해. 이번엔 호루스의 사제들이 쫓겨났지. 그리고….”
“그리고?”
“바로 그 호루스의 사제들이 미스카토닉 대학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어.”
“…”
로마 시대, 현 유럽 지역에서 교황청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은 혼돈체를 악마라 외치며 불태우는 집단이었고,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집트의 호루스 교단을 쫓아냈다.
“나머지는 내게 묻기보다 책을 살펴보는 게 좋을 거야.”
“고마워.”
*
에밀리가 떠난 후, 나와 묵성은 심혈을 기울여 이집트의 ‘신앙의 교체’ 시기와 관련한 서적을 살폈다.
구시대의 왕족들이 갑자기 이형의 괴물로 변했다는 이야기.
괴물들의 폭정에 고통받던 이집트 사람들이 일으킨 반란.
그 중심에 호루스의 사제들이 있었다고 한다.
“…”
여기저기 ‘호루스’에 대한 묘사가 적혀있었다.
통상적인 신화에서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신을 묘사하는 것과 달리, 호루스는 행적은 물론 외견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남아있었다.
마치, 신화 속 신이 아니라 ‘역사적 인물’인 것처럼!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의 젊은 남성….”
“게다가 이집트인과 인종이 달랐다는군. 신기하지 않냐? 이 시기 이집트인들은 ‘동양인’의 존재도 몰랐을 것 같은데, 묘사가 딱 동양인이군.”
운명을 조율하는 자.
만인을 무릎 꿇리는 존재.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고, 그 모든 형상을 자기 자신으로 삼는 자.
타락한 왕족을 무너트리고 고통받는 이집트를 구한 해방자.
무엇보다 ‘새’를 상징으로 삼은 존재.
“야, 아리야, 이거, 이거 설마!”
“…”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능력하고 너무 비슷한데? 우연이냐?”
“그럴 리가.”
고대 이집트 시점에는 ‘미로’가 있었고, 그녀는 유산 ‘시간대여기’의 소유자다.
“가인이야. 틀림없어.”
호루스는 가인이다!
이 사실을 깨닫자 지금까지 날 혼란스럽게 했던 정보들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던 구슬을 꿸 수 있는 실을 발견한 것이다.
“호루스의 사제, 얘네가 바로 첫 번째 파티였어.”
김상현, 유송이, 박승엽, 미로 여기에 유미까지.
이들이 바로 호루스의 사제다.
“타락한 왕족은 해당 시련의 보스였겠지.”
“잊힌 신은?”
“그놈이 보스였을 수도 있고. 여하튼, 둘 다 첫 번째 파티가 처리했어.”
그다음부터가 핵심이다.
“세 번째 시련에 들어오기 전에, 열차에서 했던 이야기 기억해?”
묵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개의 시련은 사실 하나의 거대한 시련이다. 과거, 저주의 방에선 공간적으로 떨어진 채 시작했다면 이번엔 시간상으로 떨어진 채 시작했다. 이것 말하는 게지?”
“난 그 사실을 들어오기 전에 깨달았어. 다른 동료들은 아니었지. 하지만!”
“시련에 들어간 후에 그 녀석들도 깨달았구나! 하긴, 상현이 녀석 정도면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깨달았을 법하지.”
직접 깨달았을 수도 있고, 미로가 소환한 가인이가 알려줬을 수도 있다.
“보스를 처치한 후에 몇 명은 살아남았을 거야. 그리고 그 동료들이….”
“호루스 신앙을 퍼트렸구나!”
그러니까, 미스카토닉 대학을 주축으로 하는 세력의 정체는 첫 번째 파티가 씨앗을 뿌린 ‘한가인 숭배자’의 후예다!
그때, 묵성이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근데, 여기, 이 문구의 의미는 뭐 같냐?”
신앙의 교체 시기 기록의 후반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위대한 호루스는 타락한 왕족의 생존자들이 산채로 이집트를 떠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었다.」
“내용만 보면 가인이가 음, 적들을 살려 보내서 후환을 남긴 느낌인데.”
“…”
“전능한 호루스의 무한한 자비를 의미한다는 주석이 붙어있군.”
그럴 리 없어.
이 부분은 그냥 후대의 학자가 멋대로 덧붙인 해석이지.
차라리 은솔이나 진철이면 몰라도 가인이가 자비는 무슨 자비?
“모르겠네.”
이 대목의 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을 살려보내야 하는 별도의 이유가 있었다?
— 탁!
이쯤에서 묵성이 일어섰다.
“좋아, 과거 연구는 이 정도면 꽤 했으니 이제 내가 찾은 장소에 가보자. 그쪽에도 무언가 있을 테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