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2)
51화 – 캠프장에서의 하루, 이상한 상인을 만나다.
51화 – 캠프장에서의 하루, 이상한 상인을 만나다.
[사용자 : 한가인(지혜)날짜 : 20일 차
현재 위치 : 계층 지하층, 캠프장
현자의 조언 : 3]
“…”
“…”
다들 어딘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둘러앉았다. 시설이 박살이 난 덕에 다들 불편하게 자느라 피로도 덜 풀린 상태.
그것으로도 모자라 일어나자마자 호텔의 지시대로 지하의 캠프장으로 헐레벌떡 이동했다.
그 결과 다들 피로에 찌든 표정으로 야영 시설 주변에 둘러앉았다.
“뭐 오늘 하루는 여기서 꼬박 버텨야 하나? 어떻게 나갈 방법은 없는 거야?”
“들어오자마자 문이 사라진 걸 보면 그냥 하루는 여기서 버티라는 말 같네.”
“저쪽에 고기 같은 것도 있고, 텐트나 침낭도 있네요. 그냥 우리 잠이나 더 자는 게 어떨까요.”
“승엽 군이 졸린 건 이해하네만, 이 장소가 과연 안전하긴 한 것인지부터 생각해야겠지.”
“어르신, 뭐 위험한 요소가 느껴지십니까?”
“내가 초능력자도 아닌데 뭘 느끼겠나. 다만 그간의 경험을 미뤄볼 때, 호텔에선 저주의 방에 들어갈 때를 제외하면 매일 뭔가 이상한 일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엄밀히 말해서, 오늘은 저주의 방에 안 들어가는 게 아니고 ‘못’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뭐, 송이 말도 맞지만, 어르신 말도 일리가 있네. 어차피 이 호텔은 자기들 마음대로 하잖아. 책임을 따지기 시작하면 저주의 방에 ‘못’들어가는 건 호텔이 박살이 났기 때문이고, 박살을 낸 사람은 가인이잖아? 호텔 입장에선 딱히 봐줄 것 없고 오늘도 괴롭힐 수 있겠지.”
“죄송합니다….”
“…”
다들 조용하다. 오늘 아침부터 느낀 건데, 미묘하게 내가 말을 걸거나 다가가면 다들 움찔움찔하면서 피하는 느낌이 든다. 어제 일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걸까.
“시간은 이르긴 한데, 날씨도 좀 추우니 불이나 피웁시다. 여기 뭐 난로는 없고, 장작은 저쪽에 잔뜩 가져다 놨구먼.”
딱히 다른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다들 일어나서 장작을 가운데로 모으고, 라이터를 활용해서 불씨를 키워간 끝에 불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날이 어두워졌다.
“…”
“이 개 병신같은 상황이 뭔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자네가 아직 호텔에 적응을 못했구먼.”
“뭔 소립니까? 어르신?”
“아침에 들어와서 불을 붙였더니 갑자기 밤이 됐다. 이게 대체 무슨 터무니 없는 일인가? 이건 호텔식 사고방식이 아니야. 아하~ 심상찮은 일이 생길 예정이니 호텔이 친절하게 미리 알려주기 위해 밤으로 만들었구나! 이게 올바른 호텔식 사고방식이지.”
—-부스럭. 쿵. 부스럭.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 자연스럽게 모두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타난 것은 500kg도 넘어 보이는 곰이었다.
여기가 평범한 캠핑장이고, 우리가 평범한 관광객이면 아마 곰이 나타난 시점에서 다들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
물론, 이곳에 ‘겨우 곰’ 정도에 새삼 무슨 비명을 지를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겨우 곰 한 마리’가 전부야? 싶은 생각이 든다.
곰 하나 정도는 진철 형이 알아서 하겠지?
역시나, 헛웃음을 짓던 진철 형이 가볍게 일어섰다. 사람과 곰. 체급은 비교하기가 우스울 정도의 차이가 났지만…. 딱히 질 것 같지 않다. 악마도 아니고 곰 정도야 캡틴 코리아라면 충분히 때려죽일 만하지 않을까?
형보다 먼저 나선 사람이 나타났다.
송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서더니 곰 쪽으로 다가갔고, 마치 거대한 강아지를 데려오는 분위기로 모닥불로 데려오더니 쌓아둔 고기 일부를 먹이기 시작했다.
“…”
“…”
“언니가 동물을 많이 키웠다는 말은 들었는데, 혹시 곰도 키워본 거야?”
“그럴 리가. 세상에 곰을 집에서 기르는 사람은 없어.”
“러시아엔 없진 않답니다.”
“음, 그러면 ‘한국에는 없다’로 정정 할게요.”
“내 눈앞에 있는데?”
“축복이 강화되어서 한번 시험해 본 거야. 통하네.”
축복. 그러고 보니, 성소에서 나와 송이, 승엽이 셋의 축복이 강화됐지.
내가 얻은 강화는 동료의 위치 확인이었다.
“그러고 보니, 송이랑 승엽이는 축복이 어떻게 강화된 거야?”
“나에게 호의를 품은 혼돈체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런 느낌이에요. 예전 선생님처럼 고도의 지성체가 아니라, 이 곰처럼 짐승 수준이라 해도 ‘이리 와서 나랑 같이 밥이나 먹자’ 정도는 전달할 수 있게 된 것 같네요.”
“혼돈체는 악마나 그 비슷한 괴물 말하는 거 아니에요? 이건 곰이잖아요?”
“승엽아.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이런 장소에 평범한 곰이 있을 리가 있니? 보나 마나 얘도 싸울 때 되면 어디 뿔이나 날개라도 솟아나든지 하겠지.”
아리에게 바보 같다는 말을 듣자 승엽이는 쪼그라들었다.
그걸 보더니, 아리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표정으로 다가가서 승엽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승엽이는 다시 활짝 펴지면서 활기가 생겨났다.
얘네는 진짜 여기서 뭘 하는 걸까? 시트콤이라도 찍는 중인가?
“말이 나온 김에 묻는 건데, 승엽이 축복은 어떻게 바뀐 거야?”
“그날 이후로 투명한 창이 떠 있어요. 지금은 82%네요. 그리고, 시험은 안 해봤는데 창을 누를 수 있어요. 누르면 발동하시겠습니까 라고 나와요.”
“쿨타임이 시각적으로 보이고, 원하는 순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가? 엄청나게 유용해졌네. 아~ 다들 축복이 뭔가 팍팍 강해지는 느낌인데, 내 ‘HP 마켓’은 뭐 없어? 난 항상 불만인 게 이 마켓은 나 자신을 강하게 해주는 그런 게 없잖아.”
“그렇게 치면 제 상태창도 뭔가 큰 도움이 안 되던데요….”
“막상 강하게 해줘도 별 의미 없다. 난 최근에 누구에게 조종당해서 죽은 기억뿐이다.”
다들 분위기가 다시 침울해졌다.
—-짤랑. —-찌르르륵.
뭔가, 금속이 마찰하는 듯한 기묘한 소리.
다시금 다들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덩치 큰 강아지처럼 고기를 퍼먹던 곰은 갑자기 겁먹은 강아지로 변하더니, 곧바로 뒤도 안 보고 달아났다!
어처구니없게도 달아나는 순간 곰의 다리는 8개로 갈라졌다. 역시 평범한 곰이 아니었구나. 사실 아까 곰이 나타났던 상황은 송이가 아니라면 꽤 위기였던 게 아닐까?
누군가 – 다가왔다.
*
“호~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지나가는 상인입니다. 불 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정체불명의 존재. 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어서 피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이긴 한 건가? 쫓아내야 하나?
진철 형이 성큼 움직여서 우리와 상인 사이로 이동했다.
“별일 없으면 갈 길 가시는 게 어떤지? 불은 우리가 쐬기도 부족한데.”
“하하. 이거 조금 섭섭하군요. 상인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제 물건은 호텔 참가자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사람. 우리가 호텔의 참가자인 걸 아는구나.
진철 형이 당황하고 있을 때, 쾌활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리 와서 물건이나 보여주세요~!”
아리는 뭔가 아는 건가?
이미 들었듯이, 호텔 2회차. 우리보다는 더 많은 것을 아는 상황이 아닌가.
자연스럽게 불 옆 한편을 차지한 남자는 우리 앞에서 웬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바로 제가 파는 물건의 카탈로그입니다. 한분 한분 나눠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 한 장뿐이니 제가 하나씩 읽어드리지요. 역시, 제일 좋은 것부터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첫 번째 상품은 호텔의 탈출권입니다!”
!
놀랐다. 아니…. 갑자기 호텔 탈출권이라니? 너무 엄청난 물건이 나온 게 아닌가!
누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 그래서, 그 대단한 물건의 가격은 뭐지?”
‘얼마지?’ 도 아니고, ‘뭐지?’.
이 호텔에서 수상한 물건을 팔러 나타난 상인이 과연 그 대가로 돈 따위를 원할까?
“하하! 저렴합니다. 약속드리죠. 제 물건은 하나같이 가치에 비하면 공짜나 다름없어요. 이래서야, 원가도 안 남는다니까요? 가끔은 제가 상인인지, 자원봉사자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거 개소리 말고 가격이나 말해보게.”
“참가자의 목숨 3개.”
…
장내가 – 얼어붙었다.
“왜들 그러십니까? 여기 사람만 8명이나 있는데, 3명이 뭐 대수입니까? 게다가, 솔직히 별 도움 안 되는 사람들 있잖아요? 거기 어린 친구? 자네는 자네가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
“흐익! 네에엣?”
승엽이가 화들짝 놀라서 물러섬과 동시에 – 펀치가 날아갔다.
—-콰아앙!
사람의 주먹이라기보다는, 대포에서나 날듯한 소음과 함께 상인이 날아갔다.
“이거 뭐 도움이 되는 놈인가 했더니 쓰레기 같은 놈이 처 왔구만. 다 신경을 쓰지 말고 고기나 먹읍시다. 어딜 버러지 같은-”
날아갔던 상인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돌아왔다.
“너 이 새끼!”
“하하~ 참 이놈의 장사는 힘들어요. 어찌 이렇게 진상 고객이 많다는 말입니까? 제가 뭐 물건을 강매라도 했습니까? 마음에 안 들면 안 사면 그만입니다.”
“다음 물건.”
아리는 이놈에게 진짜 뭘 살 생각인가?
“다음 물건이나 말해봐. 설마 하나 들고 온 건 아닐 거 아냐?”
“물론이지요. 어찌 물건 하나 들고 다니는 상인이 있겠습니까?
두 번째 상품은 다름 아닌 유산입니다!
여러분.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유산을 얻기 위해 호텔의 저주의 방을 돌아다니며 고난과 역경을 감수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냥 제게 사시면 되는 겁니다. 어찌 이리 편한 길이-”
“너, 이제 물건 말할 때는 바로 가격도 같이 이야기해. 헛소리 좀 그만하고.”
“참가자의 목숨 2개.”
…
또 이 모양이구나. 이놈은 대체 뭘까? 서로 간의 사이가 좋지 않은 파티를 분열시키는 뭐 그런 역할인가? 새삼스럽지만, 어제 2:6의 갈등 구도가 심화됐다면 오늘 분위기 심상치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봉합시킨 은솔 누나의 판단이 맞았다.
“아 나~ 진짜 못 참겠다. 내가 오늘 네 대가리를 뽑아야겠냐?”
“어휴. 손님 제가 강매를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요!”
“다음 물건. 또 대가가 목숨이면 그냥 닥치고 꺼져. 대가가 목숨이 아닌 상품을 말해봐.”
“아이고오~ 여기 손님들은 생각보다 배포가 작으시군요. 물론, 저렴한 물건도 있습니다만 싼 것은 싼 이유가 있는 법 아닙니까? 탈출권이나 유산에 비하면 하찮기 그지없는-”
—퍼억
이번엔 묵성 할아버지가 걷어찼다.
“내가 이곳에 와서 이렇게 불쾌한 대화를 한 것은 처음이구먼. 그냥 상품하고 가격. 딱 뱉으시게.”
“저렴한 물건은 두 개입니다. 첫째, 보급형 무기 상자. 뭐가 들어있을지는 랜덤이니 즐거움도 함께하는 셈이죠! 가격은 참가자의 사지 2개입니다.”
참가자의 사지 2개. 설마 저 사지가 내가 아는 팔다리를 말하는 건가?
“사지 2개라….”
섬뜩한 기분이 든다. 설마 아리는 저걸 진짜 살 생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