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aping the Mystery Hotel RAW novel - Chapter (528)
EP.528 528화 – 207호, 관문의 방 – 네 번째 시련 ‘몰락한 왕’ (14)
528화 – 207호, 관문의 방 – 네 번째 시련 ‘몰락한 왕’ (14)
– 교황청, 이단심문국 한국지부
“PA-192 공격형 무인기 7대가 격추당했습니다!”
“TCS-911 알파 분대 전멸 신고!”
“에이수스 함이 접근 시도, 그러나 호루스의 이동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실시간으로 끊임없는 보고가 들어오는 작전 통제실.
거대한 회의실 전면에는 마치 영화관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스크린이 있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상 역시 어지간한 액션 영화를 방불케 했다.
영화와 차이점이 있다면,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이라는 것.
그렇다.
이단심문국 직원들에게 있어서, 별처럼 빛나는 인간형 혼돈체가 아음속으로 비행하며 4세대 전차를 녹여버릴 듯한 열선을 뿜어내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감히 신을 참칭 중인 악마가 실시간으로 200대 이상의 드론을 파괴한 것 역시 현실이었다.
중앙의 남자, 이단심문국 한국지부장 김학연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쪽 전력만으로는 저 괴물을 막을 수 없다! 지원 요청은?”
“이미 했습니다만….”
“더 하란 말이다!”
지부장으로서는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사특한 호루스 교단이 숭배하는 태고의 마귀가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깨어난다는 끔찍한 예언!
이는, 교황청에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계시 중 하나다.
한국지부 역시 오랜 세월 대비했으나, 운명의 날이 오자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되었다.
일이 커지면 결국 누가 책임지겠는가?
물론, 김학연으로서도 변명거리는 있었다.
난데없이 서울의 ‘장막’이 일부 벗겨질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한국지부가 억누른 악마들이 죄다 깨어나 날뛰니, 사실상 서울은 물론 한국지부 전체가 마비되었다.
간신히 서울을 수습할 무렵, 호루스는 이미 소피아 법왕을 데리고 미국으로 날아가기 시작한 것.
한국지부장이 생각하기에 승부를 본다면 태평양에서 봐야 했다.
호루스가 육지, 미국에 도착하고 나면 미국 정부를 의식해서라도 화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그가 오랜 세월 봉사하며 깨달은 바에 따르면, 이단심문국은 여차하면 뉴욕에 핵미사일을 떨어트릴 수도 있겠지만!
“무인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전투 편대를 추가 편성해서 -”
“지부장님! 호, 호루스에겐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지 않습니까! 조종사들이 세뇌당하기라도 하면 -”
“그러면 멀리서 미사일이라도 쏘란 말이다!”
이렇듯, 작전 통제실 직원들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될 무렵.
— 즈즈즈즈-!
갑자기 주변 스피커들이 죄다 고장 난 것 같은 잡음을 내뿜었다.
괴상한 기현상이었지만, 더욱 괴상한 변화는 작전 통제실 직원들에게 일어났다.
— 털썩!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공손한 자세로 무릎 꿇은 것.
이 순간만큼은 스크린 속에서 날뛰는 호루스조차 그들의 집중을 깨트릴 수 없었다.
“계시를 내리옵소서….”
“계시를 내리옵소서….”
“계시를 -”
성모 에이디아의 계시가 시작된 것이다.
내용은 너무나 간단했다.
「그냥 보내세요.」
찰나, 계시를 이해하지 못한 작전 통제실이 잠시 웅성거렸다.
곧, 지부장 김학연이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질문했다.
“모두 조용! 성모님, 호루스를 그냥 보내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대답까지 나왔으니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
지부장 김학연은 성모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엔, 아무리 봐도 태평양에서 승부를 보는 게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부장은 곧 이런 태도 자체가 불경함을 깨달았다.
의심 없는 순종이야말로 가장 큰 미덕이다.
“퇴각하라!”
“퇴각 명령을 현장에 전달하겠습니다!”
곧, 직원들이 현장에 퇴각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
– 한가인
험난한 비행을 끝마치고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도착할 무렵.
나는 이미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
그야말로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을 멀리서 바라보니, 숨이 턱턱 막혔다.
“저, 정말 이렇게 해야 했나?”
“당신의 재림은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소피아의 담담한 대답은 여러 가지 사실을 함축하고 있었다.
21세기는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뉴스가 30분이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시대.
이런 세상에 ‘자칭 신’이 재림했고, 그 자칭 신이 교단 본부로 향하려 하니 교황청에서 어마어마한 공중전까지 벌였다.
이런 사실이 숨겨질래야 숨겨질 수 있겠는가?
교황청이 이 악물고 숨기려 해도 – 아니지, 애초에 교황청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기, 이 기사 제목 대체 뭐야?”
「The Ancient Devil Awakens.」
이런 느낌의 기사가 온 세계에 가득했다.
“고대의 악마가 깨어났다네요.”
“내가 왜 악마야?”
“교황청이 악마라고 하잖아요.”
“교황청이 악마라면 악마야?”
“전 세계에 가톨릭 신자가 50억 명이 넘으니까요.”
“아니, 너희는 그동안 뭘 했길래 신자 숫자 차이가 이렇게 심해?”
“호루스 님이 제게 조금만 더 많은 힘을 내려주셨다면.”
“둘 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이쪽으로 와.”
농담과 별개로 다소 섬뜩했다.
어지간한 혼돈체 관련 정보는 죄다 ‘검열삭제’하는 교황청이 내 부활은 온 세상에 떠들썩하게 광고해주는 이유가 뭘까?
여론전 때문이다.
내 ‘위험성’을 널리 알려야 교황청의 이후 행보가 편해지니까!
“불안한데.”
“…”
“교황청 얘네, 정말 미국 전체에 핵이라도 떨어트리는 건 아니겠지?”
“그러면 네가 핵미사일을 우주로 돌려보내면 되겠다.”
다행히 교단이 사전에 소피아에게 연락받고 준비를 잘했는지, 구름같이 모여든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었다.
*
할아버지와 미로가 잠든 구역으로 이동하던 중, 창밖을 내다보던 소피아가 중얼거렸다.
“저기, 보이시나요?”
“대학이네.”
“저랑 아리가 같이 다녔답니다.”
“들었어. 그, 미스카토닉 대학이라고 했었나? 하하! 그러면 둘이 동문인 거야?”
“아니죠.”
“응?”
“전 여러 번 졸업장을 받았지만 아리는 한 번도 졸업한 적 없어요. 아리는 고졸이랍니다.”
“난 대신 고등학교 졸업장을 30번쯤 받았어.”
“자랑인가요?”
“졸업장 숫자는 내가 더 많아.”
지금처럼 둘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은 뜬금없이 시작하곤 한다.
한번 시작하면 쉽게 끝나지 않았다.
“보인다. 저기였죠? 아리가 제 가족과도 같았던 루카스를 비겁하게 기습한 장소가.”
“손맛이 좋았지.”
“우읍!”
아니, 손맛은 너무 심했잖아!
“보이지 않는 칼로 베어 죽여도 손맛이 있어요?”
“있어.”
“하긴, 저도 포르투나의 두개골을 녹여버릴 때 손맛이 느껴지긴 했죠.”
“…”
어이쿠.
아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승엽이 또한 ‘거울’에 노출되어 포르투나라는 이질적인 존재로 변했다고 한다.
아리는 일종의 최면 요법을 통해 포르투나 내면에 갇혀있던 승엽이의 자아를 일깨웠고, 함께 에이디아 암살을 시도했다.
…
에이디아 암살 시도, 후대에 ‘스페인 참사’라 기록된 대사건은 복합적인 이유로 실패했다.
성모가 수천 년간 쌓아 올린 전력이 엄청났던 것이 당연히 첫째다.
다음으로 성모가 다시금 강변한 ‘호루스가 날 살렸는데 너희가 날 죽이려 해?’라는 주장을 아리가 반박할 수 없던 것이 둘째다.
스페인 참사 후 아리와 승엽은 제법 오랫동안 유럽을 떠돌며 ‘아리의 파편’을 회수했다고 한다.
이후, 그 둘이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호루스 교단, 소피아가 승엽을 파괴했다.
“소피아, 내 의견은 변함없어. 네가 교단 전력을 총동원해 포르투나를 무너트린 건 큰 실수야.”
“당신은 그자가 얼마나 괴물인지 전혀 모릅니다.”
“100번은 말했잖아? 포르투나는 내 옆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고 -”
“최후의 순간까지 인간을 혐오했죠. 내 말을 반박해보세요.”
“아니 -”
“그만, 그만. 둘 다 이쯤 하자. 소피아, 동굴까지 거의 왔어?”
“30분 정도 남았네요.”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장소로 돌아왔기 때문일까?
아리와 소피아는 해묵은 원한을 숨기지 못했다.
아리가 보기에 포르투나는 ‘수행자’라는 강대한 존재에 의해 일시적으로 뒤틀렸을 뿐, 소중한 동료다.
소피아가 보기에 포르투나는 어머니와 스승을 죽인 원수요, 교단의 가장 큰 적인데다가 인간을 혐오하는 마물이기까지 하다.
이 간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좁힐 수 없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누구 편을 들기가 애매했다.
심리적으로 양쪽 다 이해 가기도 했고, 내가 깨어나기도 전에 다 끝난 일이니까.
다만, 한 가지가 궁금했다.
“두 사람에게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포르투나가 죽은 건 확실해?”
“…”
“…”
의외로 두 사람 다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 50년 이상 나타나지 않은 건 확실해.”
“교황청에 심은 정보원에 따르면, 그쪽에도 없다고 해요.”
“하지만, 영혼의 함에 본인 영혼을 담은 상태라며. 불멸에 가까운 상태일 텐데.”
아리가 날카로운 눈으로 소피아를 노려보며 덧붙였다.
“말했지만, 유미에게도 거울 조각 일부가 있었어. 나도 한번 썼고, 쓴 후에 소피아에게 돌려줬지.”
소피아는 거울 조각의 힘을 빌려 포르투나를 파괴했다고 한다.
확실히, 207호의 모든 비밀을 관통하는 ‘거울’ 정도라면 포르투나의 불멸성을 파훼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정말 죽은 걸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살아있다 해도 정상적인 상태는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꿈의 왕국’은 승엽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
“끄으응! 어이고야…! 등골이 쑤신다. 쑤셔! 아리야, 지금이 몇년대냐?”
“하아암! 지금 몇 시 – 어라? 아리야앙! 가인아!”
묵성 할아버지와 미로의 각성!
이 순간, 나와 아리는 실로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힘을 네 번째 시련에서 사용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던가!
마침내, 원 모어 찬스와 시간대여기의 주인이 네 번째 시련에 합류했다.
“가인앙! 나 하고 싶은 이야기도 진짜 많고, 묻고 싶은 것도 진짜진짜진짜진짜 -”
“나, 나중에 하자.”
“아이고~! 벌써 21세기냐? 허 참! 한숨 자고 일어난 기분인데, 신기하구먼. 유미는 이런 신기술을 관리국에도 제공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나가서 유미에게 말해봐.”
“밖에 유미가 있긴 할 것 같냐?”
“…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어나기나 해. 늙은 체하지 말고.”
“인마, 늙은 체가 아니라 -”
곧, 모두가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뒤에서 소피아가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저기요~!”
“할 말 있어?”
“그…. 당황스러우시겠지만, 바깥이 아주 시끄러운 상태라네요.”
“뭐?”
“교단 신도들이 최소 수천 명 모여들었어요. 지금도 실시간으로 모이고 있답니다.”
조금 당황했다.
유미의 동면 미궁에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보안 유지가 잘 됐었는데, 갑자기 내가 여기 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고?
“누가 정보를 흘린 거야?”
“글쎄, 운전기사나 수행원들은 다 믿을만한 사람들인데….”
소피아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 어디서 정보가 샜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할아버지가 간단히 결론 내렸다.
“그럼 뭐, 네가 가서 가볍게 연설이라도 해라.”
“…”
“왜 그러냐? 처음 있는 일도 아닌데. 일반인들 정도는 네가 한 1분만 연설하면 곧 눈물 흘리면서 바지 벗고 춤추고 -”
“이상한 소리좀 하지 마세요.”
“이건 가인이 말이 맞아. 묵성아, 밖에 나가면 지금처럼 가인이를 편하게 대하면 안 돼. 신도들이 널 총으로 쏠지도 몰라.”
“어이구야…. 조심하마.”
*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최소 수천 명이 모였다는 소피아의 말에 일말의 과장도 없었음을 깨달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날 보자마자 정신없이 소리 지르니, 딱 이렇게 들렸다.
“#$%&*@!”
“@#$%!&”
“*&%%$#@ #^%$#!”
그러니까….
재림 예수, 아니지, 재림 호루스는 이런 느낌으로 행동하면 되나?
마치 태양의 힘을 끌어오듯, 하늘로 손을 뻗으며 신성한 태양을 소환한다.
곧,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군중이 다들 홀린 듯이 신성한 태양을 바라보았고, 곧 상당한 규모의 ‘신앙심’이 쌓이기 시작했다.
요란하긴 해도 나쁜 상황은 아니다.
206호에서처럼 여기서도 신앙심 충전 한번 제대로 한다 생각하면 –
“기적이다!”
“아아, 호루스시여…!”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사람들이 갑자기 눈물 흘리며 하늘을 바라본다.
기다렸다는 듯, 푸른 하늘이 쪼개지며 광활한 우주가 드러났다.
그야말로 천상에서 내려온 신이나 일으킬법한 믿을 수 없는 대이적!
이 상식을 초월하는 신비로움 앞에서 신도들은 무릎 꿇고 눈물 흘렸다.
그리고 나는.
“… 뭐야?”
존나 당황했다!
저거 뭐임?
갑자기 하늘이 왜 쪼개짐?
— 고오오오!
이윽고 머나먼 성천(星天) – 걸어서는 닿을 수 없는 위대한 상계(上界)로부터 별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장막을 걷어내어라. 태고의 마신에게 이 세상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려라. 7,000명이 넘는 신도와 200대가 넘는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지금, 그는 결코 도주할 수 없으리라.」